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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

 

14년 만에 되찾은 이름, KTX승무원

강혜련 (KTX 3차복직자 대표, 철폐연대 후원회원)

 

 

2019년 12월 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었습니다. 가는 2019년이 아쉬웠는지 매서운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다시 내 이름을 되찾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집 근처 지하철역까지 배웅 나온 남편이 흰 봉투를 꺼내서 줍니다. ‘축 출근’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울컥했습니다. 묵묵히 옆에서 지지해줘서 고마운 마음에 봉투을 열어보니 6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에서 정년하기를 바라는 우리 신랑의 마음을, 굳이 60만 원이 아니라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 2019.12.31. KTX승무원과 함께하는 송년회 [출처 철폐연대].jpg

2019.12.31. KTX승무원과 함께하는 송년회 [출처: 철폐연대]

 

 

임명장을 받기 위해 한국철도공사 서부지역본부 대강당에 모인 동기들의 모습을 바라보자니 지나간 세월이 한순간에 떠올랐고,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로 반겨주는 동기들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종이 한 장, 이 사원증을 받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 노력했고, 분노와 아픔을 견디면서 이겨냈습니다. 끝내 함께 이름을 되찾은 우리 KTX 승무원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와 철도노동조합의 합의사항으로 복직한 140명의 동기들은, 아직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 생각에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1월 중순을 지난 지금은, 연수 2주차에 들어섰습니다. 12월 31일까지만 해도 한국철도공사라는 단어가 더 편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2주 보름쯤 지났을 뿐인데, 지금은 ‘우리 회사’, ‘우리 공사’라는 단어가 쉽게 나오는 내 자신이 신기했습니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복직하게 되면서 느낀 점은 먼저 입사한 우리 동기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연수를 받았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번 인재개발원 교수님들이 수업에 들어오실 때마다 많은 칭찬을 해주시는 모습에, 우리 또한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연수를 받으면서 우리가 비정규직으로 입사할 때 교육 받았던 교수님을 다시 만나기도 했습니다. 교수님도 그리고 우리도 모두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교수님은 “16년 만에 이렇게 여기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한편으로 우리는 공기업이어서 정규직으로 복직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추운 겨울 밖에서 복직 투쟁을 하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이 따뜻한 강의실이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희가 복직할 즈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게 다시 휴직 연장 통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14년 전 비정규직은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주변만 둘러보면 흔하게 있는 것이 비정규직입니다. 이건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회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누구나 비정규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기회주의자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희들도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있었습니다.

사회초년생이던 그때, 단지 KTX승무원이 꿈이었기 때문에 지원했고 업무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그 KTX승무업무 자체가 모두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악조건에서도 꿈을 키웠고 일을 했습니다. 직접 업무에 임해 보니 안전업무인 승무는 절대 비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저희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회주의자’, ‘너희들도 알고 입사했잖아’, ‘우기면 다 되는 세상’이라는 등의 악플이 다였습니다. 가슴 아프고 슬펐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새로운 시작점에 서있습니다. 오랫동안 고대했던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설레면서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도와주셨던 시민단체, 종교단체 그리고 많은 지지를 해주셨던 국민들을 생각하면서 물러서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한발 한발 걸어가고자 합니다.

긴 투쟁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저희들의 힘이 아닌, 모든 분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함을 담아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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