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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솜방망이 처벌로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인터뷰

 

 

2018년 12월 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청년노동자 김용균이 홀로 낙탄 제거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말려들어가 사망했다. 그렇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식을 영영 잃어버린 어머니는 이듬해 10월 26일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을 세웠다. 여전히 위험한 일터에 내몰린 ‘또 다른 김용균들’을 위해 앞으로도 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9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회의실에서 만났다.

 

인터뷰‧정리 임용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6 현장 속으로_01.jpg

[출처: 철폐연대]

 

개정산안법(이른바 ‘김용균법’)이 지난 1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심각하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통과되었고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22개 권고안이 세상에 나왔지만, 개정산안법은 결국 누더기가 되고 말았고 특조위 권고안도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특조위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거다.

위험한 일터에서 죽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걸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용균이의 이름이 들어간 법도 만들고 권고안도 나온 것 아닌가. 그런데 정부는 “기업하기 힘들다”며 볼멘소리만 하는 경영계 목소리에만 귀 기울였다.

위험을 방치하거나 함부로 외주화해도 어떤 처벌이나 규제도 뒤따르지 않는다면, 어느 기업이 안전한 일터를 만들려고 발 벗고 나서겠나. 정치권도 경영계도 이렇게 나 몰라라 뒷짐만 지다가는 노동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된다.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법과 제도가 필요할까.

지금 재단에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요구가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청년노동자 권리 보장 등이다. 사실 모두 다 중요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지금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6~7명에 이르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보이지 않는 죽음까지 합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죽음들은 용균이처럼 지침을 잘 따랐지만 일터가 너무 위험천만해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결국 구조적 문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것이다.

일터에서 반복되는 죽음을 막으려면 제대로 된 법이 필요하다. 지금 개정산안법을 보면 그 법에는 중대재해가 일어난 기업의 (법인 또는) 사용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는 하지만, 정작 처벌의 하한선이 없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사람이 죽었을 때 이 법(개정산안법)으로 강력한 처벌이 가능할지 의문투성이다. 산재사망 기업의 책임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단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일명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을 지금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기업들이 안전관리 책임을 소홀히 하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거운 실형을 선고하고 벌금도 영국처럼 연 매출액의 1/10 범위에서 부과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만 기업들이 안전관리 책임을 다 하지 않을 때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일터의 안전을 기업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그만큼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죽음들에 책임이 있는 건 기업뿐만이 아니다.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도 제 역할을 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수 있어야 비로소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벌써 넉 달째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서 지금은 집회나 강연, 회의 일정들을 평상시처럼 진행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그래서 우리 쪽에서도 여러 활동이 주춤한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재계는 규제완화나 노동개악 관련한 40개 입법과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들었다. 이 참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을 위기를 기회 삼아서 풀려고 하는 모양이다. 예전에 우리가 IMF경제위기 시절을 겪어보지 않았나. 국가적 위기 상황 때 정치권이나 재계가 어떻게 우리 힘없는 국민들을 옥죄어왔는지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재계가 또 저렇게 나오는 것은 아마도 우리들을 벼랑 끝으로 더 내몰려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코로나19 이슈가 다른 모든 사안들을 잠식하면서 이번 4.15총선에서 산업재해를 비롯한 노동안전보건 과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원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 총선 후보들의 공약은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것 같다. 총선 후보들도 온통 코로나19로 뭘 해보겠다는 말만 눈에 띄어서 답답하다. 어쨌든 우리를 위해서 일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이지 않나. 저는 영등포구 주민인데, 이번에 선거 공보물을 관심 있게 살펴봤다. 그런데 일부 진보정당을 제외하고는 노동안전 공약이 정말 보이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집권 여당(더불어민주당)도 노동안전 공약이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래통합당은 아예 관련 공약조차 안 보이고 그저 ‘경제 살리기’에만 초점을 맞추더라.

한편으로는 노동안전 관련 공약뿐만 아니라 다른 공약들도 꼼꼼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거제도나 언론 환경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당이나 후보자 개인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만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우리 사회가 이미 ‘이윤 만능’의 시대로 접어든 지 꽤 된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선거만큼은 각자의 이익보다는 우리 모두의 권리, 공익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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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4.14.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이사 [출처: 철폐연대]

 

아들의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또 다른 ‘김용균’들과 연대했던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가 남다르실 텐데.

지난 시간을 솔직히 돌아보면, 유가족으로서 이런 활동들을 한다는 자체가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행히 저와 늘 함께하는 활동가(재단 권미정 사무처장)님도 계시고, 재단을 시작할 무렵에는 <산재피해자가족모임 ‘다시는’> 활동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올해 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민주노총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 재단도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다시는’ 유가족들과 회의하면서 이런 얘길 나누기도 했다. 해외 사례를 보니 산재피해 유가족들이 새로운 법을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하더라는 것이다. 저 또한 용균이 일을 겪으면서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유가족이 나서면 정말 큰 힘이 되겠구나 또 한 번 절감했다.

 

최근에도 여러 지역과 현장에서 투쟁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만나고 계시다고 들었다.

당장 피부로 체감했던 문제는 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님의 죽음이었다. 공기업이라고 하는 마사회가 너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어서, 경마기수나 말관리사들이 제대로 목소리 내기 힘든 구조였던 것 같다. 그래서 또 한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었고…. 공기업이 돈벌이에만 찌들어 있지 않게 국가가 앞장서 감독해야 하는데, 결국은 정부도 마사회도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CJB청주방송 이재학PD의 죽음도 떠오른다. 그 분의 죽음 역시 우리 용균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타살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노동자들의 죽음은 개인의 나약함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죽음의 원인에 대해서 곰곰이 따져보고 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각자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

 

여전히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신 것 같다. 힘들거나 지칠 때도 물론 있으실 텐데, 그럴 땐 어떻게 이겨내시는지 궁금하다.

제가 원래 어딘가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바삐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사방팔방 다니는 일이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용균이의 죽음을 맞닥뜨리고 나서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을 가슴에 품게 됐다. 내 아이가 저렇게 무참하게 죽어갔는데, 겨우 이 정도 갖고 내가 힘들다고 해서야 되겠나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용균이의 죽음을 떠올리는 순간이 제일 힘들다. 매일 아침 잠에서 일어날 때마다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어도 되는 건지, 이런 생각이 든 적도 많았다. 어차피 내 목숨 부지하고 살 거라면,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재단을 만든 것이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남아서 용균이가 생전에 목소리 내려고 했던 것, 정말로 그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는 것이 제 몫이지 않을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다.

 

활동하시면서 특별히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

제가 아까 지역을 사방팔방 다녔다고 했었는데, 한 번은 어떤 분이 이렇게 얘기하시더라. “우리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떨어지려고 하는 판인데, 용균이 투쟁이 사회적으로 알려지면서 그런 시도가 무마될 수 있었다.” 그 말씀을 들었을 때 ‘아, 용균이 투쟁이 단지 한 사람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한테 빛을 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개정산안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 사실 이 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지 잘 몰랐다. 그런데, 건설노동자들이 직접 찾아와서 김용균법이 통과돼서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 들었다. 한계도 뚜렷하고 부족한 점도 많은 누더기 개정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28년 만에 그 법을 통과시켰다는 게 적잖이 뿌듯했다.

 

마지막으로 <질라라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용균이의 죽음은 개인적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었다. 이런 사회를 만든 정․재계 사람들을 마음 같아서는 한데 모아 쓰레기통에 처박아놓았으면 싶었다. 세상을 온통 ‘승자독식’ 구조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예 금수저, 흙수저 따로 있는 나라가 돼버렸으니 말이다. 이게 우리가 바랐던 세상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정말 똑같은 인간으로 대접받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고 문중원 기수 시부모님이 서울 기자회견 일정에 올라오신 적이 있었다. 그때 하신 말씀이 “여러분들께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은혜를 입었다”고 하셨다. 저 역시 그런 마음을 많은 분들께 갖고 있다. 용균이 사고로 인해서 제 전부를 잃은 것 같고 구멍이 난 것처럼 텅 빈 가슴으로 지내기도 했지만, 반면에 또 너무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래서 이렇게 제가 버티고 있는 게 아닐까. 제가 용균이 넋을 위로하고 여러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막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여러분들도 연대의 끈 놓지 않고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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