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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희망이 되기 위하여

 

구재보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미조직비정규직 전략조직국장

 

 

 

산별노조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정신은 개별가입을 통해 불안정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이해를 대변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업장 단위의 집단 가입 방식을 취할 경우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은 단결권을 제약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별노조 운동이 시작되고 20여년이 지나고 있지만 산별노조의 지향이었던 개별가입을 통한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보장’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공단지역지회, 공공운수노조의 업종별 전략조직화사업단과 같이 개별가입 방식을 구체화하고 고민을 진척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하나의 운동적 흐름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들어 민주노총에서의 고민과 사업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시 말해, 작은 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하겠다는 것은 개별가입 운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3 우리 동네 1%_2-1.jpg[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현실적 조건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함에 있어서 산별노조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적은 인력과 빠듯한 재정으로 인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작은 사업장 조직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10명 짜리 사업장이든 100명 짜리 사업장이든 노동조합으로 조직함에 있어 들어가는 품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조건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산별노조의 시스템과 체계를 구축하는 데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해서 악순환의 연결고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 가입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유실되는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의 (가칭) 희망노조에 관한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했다. 산별노조의 현실적 조건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그릇을 만들겠다는 것, 이를 통해 개별가입을 통한 조직화 방식을 하나의 운동적 흐름으로 확장시켜보겠다는 것이다.

 

걱정, 그리고 오해와 우려

희망노조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가 주도해서 설립하는 지역본부 직가입 노조다. 몇 가지 걱정이 있다. 하나는 투쟁이 벌어졌을 때 대중적 기반이 없는 조건에서 과연 연대와 대중 투쟁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이다. 노조의 근본적이고 전통적 방식인 집단적 힘의 발휘를 통한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경우, 이후 희망노조로의 조직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투쟁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와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와 대항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만 한다. 또 하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산별노조의 책임과 역할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산별노조 스스로가 산별노조의 원칙과 지향을 바로 세우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고, 희망노조와의 공동사업과 연대 활동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3 우리 동네 1%_2-2.jpg[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정당한 오해와 우려스러움이 있다. 첫째, 기존에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지역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노조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이름의 지역노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조직의 형태는 지역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입방법 및 노조 운영 등의 측면에서는 지역노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노동조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희망노조는 기존 산별조직의 조건과 한계를 인정하고 그들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업장 혹은 노동자를 조직할 것이다. 노조 설립(가입) 상담이 들어올 경우 우선적으로 산별조직으로 배치될 것이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가입이 어려울 경우 희망노조가 받아 안겠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민주노총 체계에서 기존의 산별조직이 포괄하지 못하는 업종 및 직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산별조직의 현실적 조건과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조직화 대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있던 업종과 직종의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미조직 사업의 중심을 단순한 상담과 권리구제를 뛰어넘어 조직화로까지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 다양한 의제를 연구․개발해야 하고 조직화 이후의 교섭 및 노조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고민이 필수적이다.

 

둘째, 지역본부가 직가입 노조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직접 조직하는 것이 지역본부의 역할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함에 있어서 산별조직과 지역본부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기존 산별조직의 조직화 대상이 명확히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기존 조직 질서를 헤집어서는 안 된다. 희망노조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 그 중에서도 해당 노동자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스스로도 안 된다고 여겼던, 아니 고민조차 하지 않았던 영역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고민을 앞장서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희망노조가 세력화되고 이것이 이후에 조직갈등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희망노조의 가입 대상은 명확하다. 30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 노동자이면서 기존의 산별조직이 포괄하지 못하는 노동자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장 단위로 노조 가입을 희망하거나 가능성과 필요가 있을 경우 업종과 직종에 상관없이 기존 산별조직으로 안내할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 희망노조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개별가입이 주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산별조직과 조직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은 희망노조의 성패(세력화) 여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희망노조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 특히 노동조합에 대한 고민조차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희망으로 서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넷째, 희망노조를 설립하고 운영해나갈 수 있는 지역본부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매우 부족하다. 아니 아무것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프라가 구축되기까지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를 뒤로 미뤄서도 안 되고 미룰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이미 민주노총을 시작으로 여러 단위에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길을 걸어가고 있는 금속노조의 몇몇 공단지역지회도 있고 ‘권유하다’ 등과 같은 매개조직들도 있기 때문에 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 우리 동네 1%_2-3.jpg[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희망

희망노조는 지역본부가 주도해서 설립하지만 지역본부만의 사업으로 진행해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라는 운동적 대의와 필요 속에서 지역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활동하면서 운동적 흐름을 만들어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지역본부는 7월 희망노조 설립을 목표로 지역본부 내부 토론과 해당 산별조직과의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토론회와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의 의미와 배경 및 필요, 조직화 방안 등에 대한 내용을 마련할 것이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는 한 두 해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운동의 방향과 흐름을 개척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민주노총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역본부가 중심을 명확히 잡고 희망노조의 출범에 동의하는 동지들과 함께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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