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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고 김용균 노동자 안타까운 죽음 1년 9개월

대통령과 정부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어 처박혔다!

 

이태성 •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청년 노동자 고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오늘(2020년 9월 23일 기준)로 653일째다. 2019년 2월 9일, 양지 바른 곳에 용균이를 묻으며 우리는 약속했다. 더 이상 위험의 외주화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그런데 “용균이는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하지 말라는 일을 하다가 죽었다”던 한국서부발전은 바로 얼마 전 태안화력발전소 부두에서 일어난 비정규직 노동자의 참변을 두고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또다시 발뺌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화석연료 운반 설비인 스크루를 화물차에 결박하는 도중 스크루가 미끄러져 낙하했고, 이를 피하지 못한 화물노동자가 결국 산재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당시 작업은 중량이 2톤에 달하는 스크루를 화물차에 2단으로 적재하는 과정이었는데 낙하 또는 비래로 인한 재해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원청인 서부발전의 위험방지 조치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위험천만한 발전소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번에도 방치되고 있었다. 1년 9개월 전 김용균의 사고를 대하는 원청의 뻔뻔한 태도 역시 여지없이 반복되었다.

 

 

죄인 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정말이지 처참하고 비통한 심정이다.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산재사망 원인은 김용균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은폐되거나 축소되기 일쑤다. 이번 산재사망사고 역시 노동자 개인의 과실만 부각한 채 원청인 서부발전의 책임과 왜곡된 고용구조의 문제는 슬그머니 감추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지켜봐야만 하는가!

발전소 현장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연이은 죽음의 행렬도 반드시 멈추겠다고. 고 김용균 노동자의 영정 앞에서 했던 나와 동료들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생색내기만 하는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4 오늘, 우리의 투쟁_1 발전비정규직01.jpg

 

2020.8.12. “고 김용균의 동료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기자회견” 김용균 노동자 사망 1년 8개월이 지났음에도 정부의 후속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출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산재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대통령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고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유가족 측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정규직 전환의 사각지대 점검을 지시한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송두리째 휴지통에 처박히고 말았다.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고, 심지어 재판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원청인 발전사가 지급하는 노무비를 전액 지급하지 않는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여전히 일하고 있다.

2019년 2월 5일과 2019년 12월12일. 정부와 여당이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고 김용균 사망사고 후속대책 발표’의 핵심인 ▲김용균 특조위 22개 권고안의 책임 있는 이행 ▲조속한 정규직 전환의 실시 ▲착복 없는 노무비 지급은 과연 지켜지고 있는가?

이 모든 대책에는 물음표만 가득하며 명쾌한 해답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5년간 산재현황 재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산재사망자 수는 855명으로 작년에 비해 116명이 감소했지만, 2020년 상반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명 · 안전을 지키겠다던 대통령 공약과 정부 대책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실종된 정부 후속대책

 

고 김용균 노동자 죽음 이후 정부와 집권여당의 후속대책 이행점검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주요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고 김용균 노동자가 했던 발전소 업무인 연료환경설비운전 분야의 경우 2019년 김용균 사망사고 후속 대책으로 ‘별도의 공공기관을 설립’해 직접고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료환경설비운전 분야에서 발전5개사의 업무를 담당하는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전산업개발(한전 지분 29%, 자유총연맹 지분 31%)을 공공기관으로 만드는 방식을 운전 노·사·전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나 공전 상태(본회의 7차, 실무회의 15차)를 거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당정TF팀은 조속히 자유총연맹 지분(31%) 전량을 한전이 매입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에너지 공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발전소 경상정비 분야의 경우 ‘고용보장과 처우개선’ 방안 논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며, 1단계 용역인 계측제어 분야는 어떠한 논의도 진전되고 있지 않다. 사실상 민영화 정책, 위험의 외주화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발전소 정비업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계약 기간을 ‘6년+@’로 연장 계약하고, 장기적으로는 발전정비산업 KPS 재공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9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권고안대로 직접고용을 이행해야 한다.

 

셋째, 노무비 착복 문제 역시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하청업체가 노동자의 임금을 착복하는 문제를 대체 언제까지 방치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업무인 연료환경설비운전의 경우 약속한 5% 추가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상정비업무에 대해서도 수의계약 물량에는 공사 금액의 5%를 추가 지급하고 있으나, 경쟁입찰 물량에는 지급할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발전소 업체의 직접노무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조차 이렇게 질질 끌며 말끝을 흐려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정부 지침과 발전사 연구용역을 통해 추가 투입된 2인1조 인력 역시 하청업체가 계약직노동자로 채용하여 노무비까지 착복하고 있다. 이는 국가 세금이 민간업체에게 도둑질 당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넷째,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과 에너지 그린뉴딜로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30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에 대해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표한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발전 운전 · 경상정비, 청소 · 경비, 시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발전소 폐쇄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 뻔하다. 따라서 열악한 환경에서 전력 생산에 힘써온 발전소 원·하청노동자의 고용안정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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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6.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원하청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김용균재단 주최로 열었다. [출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더 이상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일시적인 규제와 감독 강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원청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하고, 하청에 재하청으로 중층화된 고용구조의 문제도 이참에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의 목숨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지 못하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제 3개월 후면 고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2년이 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산재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끔찍한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우리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을 통해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12월 한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던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절실한 마음으로 호소하고 싶다.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고 김용균 노동자 동료들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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