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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무노조 경영 삼성에 맞서 민주노조의 새봄을 열다

 

백승민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조직부장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 노조를 만들다

 

2020년 8월 5일, 삼성서울병원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다.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하던 삼성 사업장에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튀어 올랐다. 대형병원 중 유일하게 노조가 없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마침내 노조가 생긴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구성된 이 노동조합의 명칭을 ‘새봄지부’로 정했다. 삼성서울병원새봄지부(이하 ‘삼성새봄지부’)는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에스텍플러스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향한 간절함과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설립했다.

삼성서울병원의 환자이송 업무는 고강도 노동이다. 특히 다른 병원 환자이송직의 사정도 마찬가지이지만 인력이 매우 부족하여, 하루에 40개 전후 정도의 콜 업무를 받는 경우가 많다. 환자를 옮기자마자 콜이 들어온 장소로 곧바로 뛰어가야 한다. 콜 업무를 감당하다 보면 온 몸은 땀으로 물들고 체력소모가 극심한데도 점심식사조차 시간에 쫓겨 못 먹는 경우 또한 생긴다. 인력이 부족한 문제는 노동자들이 쓰고 싶은 날에 자유롭게 연차 사용도 못하는 경우로 이어진다. 게다가 아르바이트생들을 투입하여 인력부족을 단기적으로 해결하려는 사측의 태도로 인해 업무의 진행은 수월하지 못할 때도 많아 그만큼 환자이송 직원들의 업무는 과중해졌다.

업무 과중으로 인한 환자 이송직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해 사측에 끊임없이 문제제기했지만,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더해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 정도의 임금만 지급되고 각종 복지 등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현실은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비참한 삶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삼성서울병원 내 환자 이송직 노동자들이 뭉치게 된 것이다.

 

사측의 견제로 피 말리는 싸움을 시작하다

 

그러나 작년 8월 5일 설립총회를 비밀리에 준비하는 도중 이 사실이 흘러 들어갔는지 사측 기업노조가 그보다 며칠 먼저 설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노동조건 개선을 외치고 열악한 현실을 고쳐보고자 설립된 삼성새봄지부의 전진은 시작부터 사측의 견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처음부터 조합원 수에서 밀리게 된 것이다.

사측 기업노조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하며 교섭 준비를 했다. 교섭단위 분리신청 이후에는 곧바로 자신들이 과반노조라고 확신하며 교섭요구를 하게 된다. 사측은 단체교섭 요구사실 및 교섭참여 공고를 하게 되고 삼성새봄지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조직화 사업에 나섰다. 밤낮없이 대책회의를 하고, 조합원들을 사측 기업노조에서 데려가려는 것을 막아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조합원으로 만들기 위해 직원들을 설득해 나가는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소식지를 펴내면서 직원들을 찾아가며 전달해 주었으며, 민주노조의 결성을 방해하는 현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 “도급업체가 노노갈등으로 위장한 악의적 노동탄압을 삼성서울병원이 해결하라”는 피켓을 들고 본조-본부-지부가 집회를 진행하고 기자회견도 여는 등 삼성서울병원의 실태를 낱낱이 밝혀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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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5. ‘삼성서울병원 하청업체 노노갈등 위장한 민주노조 파괴 규탄’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모습. [출처: 보건의료노조]

 

이러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고 기업노조 측의 과반수노조 공지를 하고야 만다. 결국 삼성새봄지부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과반수노조 이의신청을 하게 되고 증거 수집과 대책 논의를 지속해 나갔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과반수노조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과반수노조 다툼은 중앙노동위원회로 넘어가게 되었다.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반수노조 지위 인정에 명운을 걸고 매일같이 기나긴 토론과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상황에 따른 대처방안을 모색해 나갔다.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하다

 

2020년 12월 17일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은 우리 지부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간 피 말리던 싸움도 드디어 승리할 수 있었다.

삼성새봄지부는 이 감격의 순간을 소식지를 통해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서로 기쁨의 포옹을 하였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새봄지부는 단체교섭 1차 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2차 교섭까지 진행하였다. 단체협약 요구안 등을 치열한 의논 속에 만들었으며, 교섭을 이어나가고 있다. 불합리했던 상황들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당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순간순간이다.

 

삼성서울병원새봄지부의 다짐과 결의

 

삼성서울병원새봄지부는 과반노조로 인정받기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의 연속이었으며, 지칠 때도 있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갔다.

물론 삼성 사업장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조합원들과 간부들의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면이 없지는 않았다. 회의를 할 때도 사측이 알지는 않을까 매우 조심스러웠으며 불안감도 무척 컸다.

그러나 과반노조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조합원들과 간부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얻게 되었다.

사측과 동등한 입장에서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잘못된 것은 시정해 나가겠다는 결의와 조합원 확대사업을 지속하여 아직 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한 직원들에게까지 노조의 필요성을 전파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다짐과 결의이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을 일해 오면서도 거의 변하지 않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개선요구가 묵살되어 왔던 현실을 잊지 않고 이제 삼성서울병원새봄지부가 더 열심히 나아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겠다는 것 또한 이들의 포부이다.

어렵게 설립되고 힘겹게 지금까지 온 삼성서울병원새봄지부의 여정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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