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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생애 첫 파업 투쟁 나서는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

 

옥철호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정책실장

 

 

 

최초 건강보험의 전화상담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전화방’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하는 민원업무였습니다.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와 정규직 직원들의 불만이 급증하는 등의 이유로 공단은 2006년 서울을 시작으로 고객센터 업무를 도급업체에 위탁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 7개의 지역 센터로 확대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11개의 민간위탁업체에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4 오늘, 우리의 투쟁_1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파업투쟁01.jpg

2021.1.14.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전 지회 동시다발 조정신청 돌입 기자회견. [출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국민의 건강보험? 공공서비스 민간위탁의 현실은 이렇습니다

 

민간위탁 노동자인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가입자의 가족관계, 출입국 이력, 장애 정보, 재산, 소득, 자동차, 검진기록, 임신일, 분만예정일 심지어 시설수용 이력까지 방대한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담사들에 대한 보안 교육은 서면 교육 정도로 그치는 등 민간위탁업체의 정보 관리 현황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처럼 일개 민간위탁업체 직원들이 나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모두 열람하는 것에 국민이 과연 동의할 것인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객센터 상담사가 국민의 복지에 대해 상담 업무를 하면서 겪는 ‘콜 수 압박’은 타당한지, 또한 국민의 보험료로 민간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게 옳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건강검진,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하여 4대 사회보험 징수통합과 관련된 업무 등 1,060여 개의 업무를 수행 중이며 매일 평균 120건 이상, 연간 총 3,500만 건의 상담 민원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고객센터의 업무는 단순 상담이 아니며 공단의 핵심적인 업무와 더불어 이주민(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우즈베키스탄어) 상담, 청각·언어 장애인 대상 수어 상담, IT상담, 장기요양 청구 등 공단 지사에서 담당하지 못하는 영역의 상담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객센터가 없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민간위탁이라는 이유로 직영화 결정을 미루고 있고 처우개선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담사는 전화 받는 기계가 아닙니다.

 

상담사들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나면 고충을 토로할 수도,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없습니다. 민간위탁업체의 압박 속에 다음 전화를 받아야 하고, 생리휴가 시 생리대 사진 제출을 요구받기도 하며 아파도 눈치가 보여 업체의 취업규칙에 나와 있는 병가나 휴직을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는 환경에서 평균 통화시간 2분 30초, 벨 울림 1초의 목표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인간이기보다는 기계취급을 받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무책임한 방치 속에 이 땅의 국민이자 공단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이기도 한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민간위탁업체의 부당한 횡포와 직장갑질에 시달려야만 합니다.

 

현재 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동일 직종 노동자의 80% 수준에 불과하며 10년을 일해도 15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아왔던 우리의 분노를 하나로 모아 스스로 당당하게 요구하기 위해 2019년 12월 노동조합(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을 창립하였습니다. 그 후 기본교섭을 마무리한 후 수차례 임금협상안을 회사에 전달했으나 회사는 어떠한 답변도 대책도 없이 공단으로 책임을 전가하였고 공단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민간위탁업체와의 임금교섭은 더 이상 무의미함을 여실히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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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5. “용역업체는 권한 없다. 진짜사장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져라!” 조정신청 보고대회에서. [출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실적 강요와 생산성에만 치우친 하도급구조, 이제 바꿔야 합니다

 

결국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실적 경쟁만 부추기는 민간위탁 방식을 고수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모든 사태를 책임져야 합니다. 민간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앞세워 도입한 민간위탁 대행업체가 실은 ‘사람 장사’에 특화된 기업일 뿐이며 건강보험의 사회보장성, 공공성 강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마찬가지로 사회보험 담당기관인 근로복지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은 이미 고객센터 직영화 절차를 2019년 1월 일찌감치 마무리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대체 언제까지 상담노동자를 착취하며 민간업체만 살찌우는 불합리한 하도급 구조를 지속할 것입니까?

 

우리의 요구사항은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영화 △상담노동자 직접고용으로 전환 채용이며, 그를 위한 중간 과정으로써 직영화 결정 및 세부 방안을 논의‧결정하기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 구성과 노동자 대표의 참여입니다.

이에 우리는 2021년 1월 15일부로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전 지회 동시다발 조정신청에 들어갔으며 2021년 2월 1일부터 총파업 투쟁에 나섭니다. 국민의 불편함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파업만은 막아보려 공단과의 대화를 줄기차게 요구했음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김용익 이사장이 직접 나와 대화할 때까지 고객센터 1,000명 조합원이 하나 되어 상담노동자의 노동권과 생존권, 그리고 건강보험의 공공성 사수를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을 결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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