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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쓰는 비정규운동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장귀연 • 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 소장

 

 

 

사용자 없는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란 무엇인가

 

노동자로서 음식배달 라이더와 웹툰연재 작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의 내용이나 일하는 방식은 전혀 달라 보인다. 그래도 이들은 모두 플랫폼 노동자로 지칭되고 있다. 이들을 플랫폼 노동자라는 범주로 묶어주는 두 개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둘 다 일감과 수입이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러한 특성의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이란 말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제법 많이 쓰이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 생소한 용어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플랫폼이라고 하면 아직도 열차 플랫폼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데, 플랫폼 노동은 열차 플랫폼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학 사전을 찾아보면, 역시 열차 플랫폼이 맨 먼저 나오고, 맨 마지막으로 정보통신 업계 용어로서 “정보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고 개방하여 누구나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기반 서비스”라고 적혀 있다. 이 맨 마지막 정의가 플랫폼 노동의 플랫폼에 해당하는 것이다.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보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고 개방하여 누구나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기반 서비스”란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웹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의미한다. 이것이 플랫폼이고, 플랫폼 노동이란 이러한 웹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 일감을 구해 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플랫폼을 통해서 일을 구한다고 해서 모두 플랫폼 노동자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잡코리아>나 <알바천국> 같은 사이트에서 일을 구하기도 하지만 이런 구직·구인 사이트를 통해 일자리를 찾으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고용주와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사이트나 앱에서 일을 구했다 하더라도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되는 경우는 플랫폼 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듯이, 플랫폼 노동은 일감을 얻거나 보수를 받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며, 근로계약을 맺지도 않는다. 고용주를 딱히 특정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또는 그렇게 간주된다). 일감과 보수를 결정하는 것이 플랫폼의 알고리즘인데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고용주라고 인격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웹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 취직을 하는 것은 보통 플랫폼 노동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 플랫폼 노동의 플랫폼은 노동자에게 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되, 노동법을 적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그때그때 일을 해서 보수를 받는 ‘일감’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노동시간을 계산할 수도 없고 노동자가 하는 일을 제공받는 사용자가 여럿이거나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노동법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로 취급된다.

법·제도적으로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고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는 점에서는 특수고용과 같다. 그래서 플랫폼 노동을 ‘디지털 특수고용’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인 특수고용보다도 더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AS기사 같은 전통적인 특수고용은 어쨌든 대개 특정한 기업의 일을 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고용주라고 주장할 수 있는 대상이 비교적 분명하지만, 플랫폼 노동은 고용주를 특정하면서 노동자성을 주장하기가 이보다 좀 더 어렵다. 사실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고용주가 되어야 하겠지만, 플랫폼 기업은 위의 정의처럼 단지 ‘누구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 환경을 구축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 설명이 복잡한 것 같지만, 처음 예를 든 음식배달 라이더와 웹툰연재 작가의 경우를 살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배달 일을 하기 위해서 <배민라이더스>나 <쿠팡이츠> 같은 음식배달 플랫폼에 가입할 수 있다. 약관에 동의하고 가입을 하는 것 자체가 플랫폼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며 법적으로도 계약의 효과를 갖는다. 물론 고용계약은 아니다. 서비스 이용 계약이다. 이렇게 계약을 하면 플랫폼 회사는 노동자에게 앱을 제공한다.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음식점 주인들도 플랫폼에 가입해서 앱을 받고 배달음식 주문이 들어오면 앱에 주문자의 주소를 입력해서 배달을 신청한다. 알고리즘에 따라 배달 라이더의 앱에서는 라이더가 있는 위치에서 가까운 음식배달 주문 신청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음식 배달을 하면 배달 한 건당 정해진 보수를 받게 된다. 역시 알고리즘에 의해서 자동으로 날씨나 거리에 따라 보수가 다르게 책정되기도 한다. 이 경우 누가 사용자로서 실제 고용주의 책임을 져야 할까?

직접 일을 시키는 사람은 음식점 주인이기 때문에 음식점 주인을 사용자라고 볼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보면 사용자인 음식점 주인과 노동자인 배달 라이더의 관계는 배달이 완료되는 10여 분 정도에 끝나버린다. 또 하루에도 수많은 음식점에 들러 주문받은 음식을 배달하기 때문에 음식점 주인인 사용자의 숫자는 굉장히 많아지는 셈이다.

사실은 음식배달 라이더가 계약을 맺은 <배민라이더스>나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플랫폼회사가 고용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직접 일을 시키는 사람이 반드시 사용자는 아니다. 서비스업에서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일을 하지만 그렇다고 고객이 사용자인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은행에서 고객이 은행원에게 이러저러한 요구를 하고 은행의 규정에 맞춰 그 요구를 처리하더라도 은행원의 사용자가 고객이 아니라 은행 회사인 것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음식배달 라이더들은 음식점 주인의 요구에 따라 일하지만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와 계약을 하고 그 규정에 따라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 회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는 단지 정보시스템 환경을 구축해서 앱을 만들어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 것뿐이라고, 그 앱을 사용해서 일을 하든지 안 하든지 하는 것은 노동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우리가 시키는 것도 아니라고, 일감을 얼마나 주고 일을 어떻게 하도록 하는지 보수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하는 것도 그저 시스템의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뿐이라고. 말하자면 결코 고용을 하거나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앱을 만들어서 제공했을 따름이기 때문에 고용주도 사용자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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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5.1. 배달노동자 오토바이 퍼레이드 [출처: 서비스연맹]

 

이제 전혀 다른 일을 하는듯한 웹툰연재 작가를 보자. 웹툰 작가도 웹툰을 연재해서 내보내는 플랫폼 회사와 계약을 한다. 물론 이것도 근로계약은 아니다. 보통 웹툰 작가가 되는 경로를 보면, 처음에는 누구든지 올릴 수도 있고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의 무료 게시판이나 공모전 게시판에 연재를 하다가, 인기를 얻어 구독자 수가 많아지면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구독자 수에 비례해서 수익을 얻게 된다. 구독자 수에 따라 수익을 얻게 된다는 것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여기에도 알고리즘이 작용한다. 웹툰이 플랫폼 게시판의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서 사실상 구독자 수가 좌우되는데, 구독자 수, 추천 수, 연재 횟수, 독자의 관심사 등에 따라 배치가 달라지고 이러한 배치가 사실 웹툰 작가의 수입과 직결된다.

여기에서도 플랫폼 회사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시스템 환경을 구축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연재를 하는 것, 구독을 하는 것은 모두 이용자의 몫이고 플랫폼은 그렇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유료 구독자에 따라 수입을 얻는 것, 수입을 좌우하는 배치가 결정되는 것 또한 시스템상의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며, 플랫폼 회사에서 웹툰 작가가 유료 구독자로 창출한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은 단지 그러한 공간을 제공한 정당한 대가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음식배달 라이더와 웹툰연재 작가만 상세하게 예를 들었지만, 플랫폼 노동은 훨씬 더 많은 분야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대리운전과 퀵서비스는 음식배달 라이더와 비슷하게 위치 추적을 해서 즉각 호출을 하는 앱을 사용한다. 가사노동 부문에서도 <미소> 같은 노동 플랫폼이 생겨서 알고리즘에 의해 위치와 시간대에 따라 노동자에게 일감을 주고 고객의 평가에 기반해서 보수를 책정하고 있다. <크몽>이나 <오투잡> 같은 중개 플랫폼에서는 IT, 디자인, 번역, 영상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일감들을 중개한다. 중개 플랫폼에서는 보수의 협상은 일감을 찾는 노동자와 일할 사람을 찾는 수요자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역시 일감과 보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배치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리고 일감을 찾기 위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떼어간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들에서도 사용자는 명확하지 않다. 직접 일을 시키고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플랫폼 서비스의 고객이용자이지만, 근로계약을 맺는 것도 아니고 노동자가 실제로 한 고객을 위해 일을 하는 기간은 몇 분에서 몇 달까지 단기간이고 동시에 여러 고객을 위해서 일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고정적인 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플랫폼에 가입하는 과정뿐인데, 물론 플랫폼 운영기업들은 단지 시스템을 구축하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의 보수에서 수수료를 떼는 것을 플랫폼 서비스 제공의 대가를 받는 것뿐이지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노동은 개인자영업자 또는 프리랜서의 노동으로 간주되고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21세기 플랫폼 노동은 더욱 많은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을 재택근무하도록 하였고 굳이 직원들을 한 장소에 모아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 경험은 굳이 고용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회사 홍보문서를 작성해야 하면, 번역을 해야 하면, 운전기사가 필요하면, 물품수송이 필요하면, 굳이 고용한 직원들이 할 필요 없이 플랫폼을 통해서 언제나 그때그때 일 시킬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직접 고용을 하는 인원은 줄이고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플랫폼으로 일할 사람을 찾아 바로 일 시키면 된다. 이러한 노동 방식이 21세기 정보통신 시대 주요한 형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20세기 노동법은 여전히 플랫폼 노동에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의 문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일단 플랫폼 노동의 문제 중 노동자들끼리의 경쟁을 직접 눈에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물론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은 일거리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경쟁을 한다. 정식으로 취직을 하는 과정도 이론적으로는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의 결과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이라는 용어는 학술적인 개념 용어이지 노동자들이 진짜로 시장에 모여서 “내 노동은 얼마! 싸게 싸게 드려요!” 하면서 경쟁적으로 호객을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적어도 노동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공개적으로 “프리랜서 마켓”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중개 플랫폼 <크몽>에서는 번역, 디자인, IT, 문서작성, 편집 등등의 매우 다양한 카테고리별로(각각의 카테고리는 또 매우 세분화된 카테고리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고객이 필요한 일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같은 일을 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각각 자기 일의 가격을 제시하고, 자신이 얼마나 경력이 많은지, 얼마나 빠르고 친절하게 하는지 정성을 다해 홍보를 하고 있다. 말 그대로 시장에 모여서 경쟁적으로 호객을 하는 중인 것이다.

음식배달이나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 즉각 호출에 응답해야 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전투콜이라는 ‘0.5초의 경쟁’이 펼쳐진다. 즉각 호출에 응답하지 않으면 0.5초 사이에 콜이 사라진다. 근처의 다른 노동자가 채 간 것이다. 이 경쟁에서 지게 되면 이른바 ‘똥콜’만 남아 멀고 불편하게 이동하는 주문만 받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만큼 수입은 줄어든다. 한때 대리운전기사협동조합에서 각자 근처 대리운전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만든 적이 있다. 대기시간 동안 서로 만나고 알고 지내면서 연대감을 북돋으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것을 본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반응은 연대감이 아니라 공포였다. 내 주변에 이렇게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있구나, 이 중에서 내가 먼저 콜을 잡아야 하는구나…. 노동자들끼리의 경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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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7.20. 대리운전노조 결의대회 [출처: 서비스연맹]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들끼리의 경쟁 결과는 임금 하락이다. 이것은 플랫폼 노동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일을 얻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더 낮은 임금에도 일하겠다고 서로 경쟁적으로 나서다 보면 임금이 자꾸 떨어져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도 제대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노동자보호법이 없던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이 투쟁하여 제도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한 노동법을 만들어냈다. 최저임금법도 그 중의 하나다. 노동시장 상황이 어떻든 간에 임금을 더 이상 하락시킬 수 없는 최저기준을 법으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법은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공식적으로 프리랜서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플랫폼 노동자는 이를 적용받지 못한다. 최저임금법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끼리 경쟁이 완벽하게 가시화되어 노동시장에서의 경쟁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플랫폼 노동은 최저임금이라는 기준도 없이 끝없이 보수가 하락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배송을 하는 노동 플랫폼인 <쿠팡플렉스>는 매일매일 그날의 보수액을 공지한다. 배송할 물건의 양과 일하러 올 사람의 수를 추정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적으로 보수 수준이 결정된다. 처음에는 쏠쏠했다. 하지만 점점 <쿠팡플렉스>가 알려지고 거기에 가입하여 플렉서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보수 수준은 계속 떨어졌다. 코로나 시대 물량도 크게 증가했지만 실직하거나 수입이 줄어든 사람들이 새로 가입을 많이 하면서 보수는 별로 오르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임금(보수)이 계속 하락하는 것을 막는 장치가 없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하면 노동시간 규제도 없다. 한 달 200만 원 조금 넘게 번 배달 라이더는 하루 15시간씩 배달 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아직 초보자라서 그렇다고 웃었다. 좀 더 익숙해져서 경쟁에서 승리하는 일이 많아지면 좀 더 벌 수 있을까? 아내와 아이 둘을 먹여 살려야 하는 그는 혹시 18시간 일할 마음을 먹지 않을까? 연장근무수당도 야간수당도 휴일수당도 없이 주 7일을 일할 수도 있고 하루 18시간 일할 수도 있다. 그는 배달을 하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다리에 크게 타박상을 입었다. 이틀 동안 일을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병원도 가지 않았다. ‘노동자’가 아닌 그는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병원 가는 것은 사치다.

 

첫 단추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부터!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는 진짜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인가? 이들과 계약을 맺은 플랫폼 기업은 정말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여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제공할 뿐’이어서 사용자가 아닌가?

20세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판결을 보면 주로 지휘·감독 여부에 따라 사용자성(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노동자성)이 갈렸다. 출근부를 쓰게 하느냐, 직접 업무지시를 하느냐 하는 것들.

플랫폼은 물론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다. 일하는 스케줄도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가 될 수 없는 근거라면 정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일을 시작하는 시간, 일을 끝내는 시간,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 이 모든 것들이 플랫폼의 시스템에 자동적으로 기록되고 알고리즘에 의해 다음 일감을 배정하는 것이나 보수 수준을 결정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보통신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이 시대에, 말로 지시를 하고 눈으로 감독하는 것은 오히려 구닥다리 방식이다. 시스템과 알고리즘은 아무 말도 없이, 직접 대면하지 않고서도, 노동자가 일하는 것을 감시하고 평가하고 해고하고 보수를 결정할 수 있다. 오히려 더 무섭게도, 대면도 말도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해고가 될 수 있다(일감이 주어지지 않는다). 노동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알고리즘에 의해 평가되고 자동적으로 일감이 주어지지 않거나 적게 배정되도록 조정되고 보수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알고리즘에 기반한 시스템을 만들고 통제하는 것이 플랫폼 기업이다. 그러한데도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플랫폼 기업을 플랫폼 노동자의 사용자로 인정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정부는 2020년 12월 21일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적인 것은 ‘(가칭)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즉 플랫폼 종사자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노동법을 적용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은 표준계약서를 보급하여 “공정한 거래관계”를 도모하고,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말하자면 근로계약이 아니라 사업자 대 사업자의 계약이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산재보험법과 고용보험법을 개정하여 플랫폼 노동자가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면서도, 플랫폼 기업의 보험료 부담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오직 보험료 산정을 위해 플랫폼 기업이 가입 플랫폼 노동자들의 소득 등에 대한 정보제공을 하는 것만 거론하고 있다.

또 정부의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은 플랫폼 노동자의 이익대변을 위한 단체 설립과 이해당사자간 협상을 촉진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도 플랫폼 노동자들이 이익대변을 위한 단체로서 협회나 협동조합뿐 아니라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며 실제로 노동조합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협상을 할 대상이다. 실제로 보수나 수수료, 평가나 일감 배정 기준 등의 문제를 놓고 협상을 해야 할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자로 규정되지 않으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 오히려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은 ‘직업안정법’을 개정하여 플랫폼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플랫폼 기업을 직업안정법상의 직업소개소로 취급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 인정은 물 건너가는 것이고, 플랫폼 기업이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을 회피하는 데 더욱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대책>에서 특별히 따옴표를 쳐서 “최소한의 규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절대로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자본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노동법을 적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글자 그대로 ‘최소한의 규율’. 그동안 이 최소한의 규율도 없었기 때문에 노동계 일부에서는 ‘이거라도 어디냐’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줄줄이 어긋난 단추들을 다시 풀어 제대로 여미는 데에는 훨씬 더 시간과 노력이 든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과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19세기와 20세기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만들어낸 노동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21세기 플랫폼 노동에도 적용하는 것이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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