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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왜 노년알바노조인가?

- 노년노동의 권리와 노년복지향상을 위해

 

허영구 • 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

 

 

 

1. 노령화 시대

 

‘노인’은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년’은 그 세대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노인연령을 기존의 55세에서 60세로 올렸다. 현재는 65세가 기준이다. 2014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9년 2월 21일 대법원은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5세로 판결했다.

 

유엔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설 때부터 고령화 사회라 부른다.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14%, 700만 명을 넘어섰다. 2021년 현재 800만을 넘어섰고 곧 20%인 1천만을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100세를 넘은 노인도 2만여 명에 달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고령인구비율이 1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29위이지만, 고령화 속도가 OECD 평균의 1.7배나 빨라 2041년에 33.4% 즉, 인구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상황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2048년에는 37.4%로 세계에서 가장 노령화한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 빈곤하고 고독한 노년

 

문제는 삶의 질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3.4%로 OECD 37개국 중 부동의 1위다. OECD 평균 14.8%의 3배, 23.1%인 미국의 약 2배, 4.1%인 프랑스의 10.6배다. 그나마 기초연금을 지급함으로써 좀 낮아진 수치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하고 있는데 자살률은 10만 명당 24.6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의 3배이며 17년 동안 부동의 1위다. 그런데 노인의 경우 청년 자살률의 4배에 달한다. 산재사망률 1위와 함께 야만국가의 상징이다.

 

전국 2,034만 가구 중 독거노인은 153만 가구로 7.5%에 달한다. 노인 10명당 2명은 독거노인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받는 노인은 2014년 3,532건에서 2018년 5,188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노인 상대 범죄는 13만 7천 건에서 15만 7천 건으로 늘어났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2018년)에 따르면 노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 27.7%, 건강 27.6%, 부부ㆍ자녀 갈등과 단절 19.1%, 외로움 12.4%, 가까운 사람 사망 8.3%, 배우자 건강 4.9%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를 합쳐 55.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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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1. 131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 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

 

3. 노년노동

 

현재 60세 이상 인구 1,171만 명 중 40%인 468만 명, 70세 이상 인구 500여만 명 중 26%인 130만 명이 노동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 2,680만 명 중 각각 17%, 4.9%에 해당한다. 그러나 단시간이나 파트타임 등 실제 노년노동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년이 되어서도 왜 노동해야만 하는가? 노년노동자들을 인터뷰해보면 노동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돈이 필요해서다. 생계를 위해서든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든 노동소득이 필요하다. 둘째, 나이가 들면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출퇴근 등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아픔을 잊고 건강에도 좋다. 셋째, 나이가 들었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삶의 보람이다. 사회적으로 잊혀지지 않고 공동체 속에서 존재감을 확인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에 의존하는 노년은 가난하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로 살아 온 경우 국민연금 액수도 적고 기초연금 최대치인 30만 원을 합하더라도 최저생계비에 미달하고 건강문제에 따른 의료비 등을 생각하면 더 일해야 한다.

 

그러나 노년노동은 경비업무처럼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거나 아니면 단시간 불안정 노동이 대부분이다. 24시간 맞교대 경비업무의 경우 1일 평균 12시간 노동이지만 최저임금에 맞추기 위해 휴게시간을 늘리기 때문에 실질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 한편 노조 없는 단시간 노동자는 대부분의 노년노동의 경우 언제든지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 둬야 한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회사가 바뀌면 또 수습기간”이 된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지만 요즘처럼 불황기에다 나이가 많아 쉽지 않다, 게다가 노인들에게 잡비라도 벌어서 쓰라는 식의 시혜적인 대우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근로계약서상 최저임금을 보장한다 해도 휴게시간을 늘리는 편법으로 실질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가 발생하면 산재처리 대신 퇴직을 강요하거나 정리해고하는 형식을 취해 실업급여를 받게 해주는 조건으로 퇴직하게 만든다.

 

노조가 없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만 퇴직 전 노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도상의 미비로 인해 고용보험을 납부했으나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청소ㆍ경비 등 용역회사가 수시로 바뀌는 과정에서 고용보험을 징수하지 않았거나 주무관청의 직무해태로 인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분노가 크다.

 

4. 노년복지

 

일제식민지배와 8.15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는 시기에 태어나 오직 살아남기 위해 노동했고 오늘날 한국을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로 만드는 데 기여했던 노인들 다수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빈곤률이 말해주듯이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노년복지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저임금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빈곤선(poverty threshold)은 적절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중위소득 월 89만 원(연간 1,068만 원)의 50~60%를 빈곤선으로 정하고 있다. 이 경우 1인 가구 월 45~54만 원, 2인 가구 월 90~108만 원 정도다. 1인당 연평균 국민소득 3,300여만 원의 16.2~19.4%에 불과하다. 빈곤선이 너무 낮다. 빈곤선을 올린다면 빈곤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2008년 1월부터 70세 이상 저소득 노년층에 매달 생활비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실시됐다. 그해 7월부터 65세까지 확대되어 시행하다가 2014년 7월 기초연금제도 시행과 함께 폐지됐다. 기초연금 시행 초기부터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에게 지급하고 있다, 2018년 9월 25만 원으로 인상하였고 현재는 월 30만 원이다.

 

문제는 일괄 월 30만 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연금감액기준’에 따라 삭감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매년 1월 산정기준을 발표하는데 근로소득에서 먼저 84만 원을 공제하고 이에 30%를 더 공제한다. 여기에 재산(부동산, 금융 등)을 소득으로 환산한 기타소득을 더한 소득인정액을 계산하여 이것이 선정기준액 이하면 기초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매우 복잡한 계산이다.

 

따라서 상위 30%에 해당하거나 하위 70%에 해당하더라도 감액 후 고작 몇만 원에 불과하다고 스스로 판단해 신청을 포기한 숫자도 대상자의 31만 명이나 된다. 정부가 법에 따라 당연히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신청자에게만 지급하는 매우 관료주의적인 구조다. 국가가 지원하는 순수한 노년복지제도인 기초연금이 이처럼 불완전하고 차별적이다.

 

그 다음으로 노년복지제도의 하나인 국민연금을 살펴보자. 1988년 실시된 국민연금은 가입자에 한한다. 시행 초기에는 직장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을 가입했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전업주부, 일용건설노동자의 경우는 가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상당수 노인들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적은 액수에 그친다.

 

2020년 현재 국민연금 수령자는 559만 명이고 금액은 연간 26조 6,500억 원이다. 최고수령자는 월 227만 원이지만 전체 평균은 54만 원에 불과하다. 현재 연기금 총액은 833조 7천억 원인데 정부와 자본언론은 연기금 고갈론을 퍼뜨리고 있다. 사회복지제도인 만큼 정부예산으로 지원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입자 부담과 주식투자 수익률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매우 적은 금액의 월 국민연금에도 불구하고 월 45만 원 이상인 경우 기초연금 지금 감액기준이 된다. 노년알바노조(준)에 참여하고 있는 A씨(73세)는 1988년부터 가입한 국민연금 수령액 월 535,350원, 유족연금 61,630원인데 자기 집을 소유하고 국민연금이 45만 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의 경우 102,030원 감액된 197,970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131,360원을 지급받았다.

 

A씨의 월소득은 국민연금, 유족연금, 기초연금을 합쳐 794,950원이다. 그는 34년간 청소일을 한 탓에 현재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추가소득이 없다. 현재 단시간 알바로 청소일을 하는 B씨(75세)는 당시 청소노동자 임금이 매우 적었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아 국민연금 월 수령액은 20만 원에 불과하다.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수령한다는 이유로 7만원 감액된 23만 원을 받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법원 인정 1인 중위소득은 1,827,831원이고, 1인 최저생계비는 1,096,699원이다. 70대 빈곤한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도시에서 아무리 절약하고 살더라도 노인 1인의 생활비가 최소 100만 원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취약한 노년복지제도 하에서 힘들지만 단시간 알바라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년복지와 노년노동의 중첩된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5. 노년알바노조를 준비하며

 

2019년 말부터 70대 청소노동자들이 모여 노년노동과 노년복지 그리고 노년의 삶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노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작년 코로나 사태로 시기가 연기되긴 했지만 70대 여성 청소노동자 9명이 모여 삶을 구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4월 29일 전태일기념관에서 구술자료집 발간과 함께 ‘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정부의 시혜적이고 취약한 노년복지제도나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한 달콤한 거짓 공약으로는 행복하고 의미 있는 노년의 삶을 꾸려갈 수 없다. 열악한 조건에서 알바노동을 하는 노년노동자, 노년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노인들 스스로 조직화하고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대학의 용역업체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면 언제든지 그만둬야 했던 시절을 넘어 노조를 결성해 70세까지 고용을 늘리고 최저임금도 인상시켜 왔다. 그러나 취약한 노년복지 상황에서 정년을 한 후 마주한 알바노동 현실은 노조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만들었다. 취약한 복지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조직으로서도 노조가 필요했다.

 

노년알바노조 준비위원회는 회원 확대를 통해 노조설립을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첫째, 불합리한 계약 하에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년노동의 실태를 조사해 문제해결을 촉구할 것이다. 둘째, 노년복지제도 개선을 위한 제반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셋째, 공동체사회를 지향하면서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년의 삶을 위한 제반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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