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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인권

 

 

오늘도 24만 보육교사들은 노동을 감시당한다

 

 

박인화 •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부장

 

 

 

어린이집 CCTV,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일상 속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블랙박스, 식당 안 CCTV, 전봇대 위 감시 카메라에 녹화되고 있다. 인식하고 살지 않지만 걷고, 먹고, 사는 아주 단순한 삶 속에서 나의 정보와 생활이 저장되고 감시되는 것에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노동을 감시하고 괴롭힘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모든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불편하지 않을까?

 

어린이집 내 CCTV는 영유아 및 보육교직원의 보호, 안전사고 예방, 시설물 안전 관리, 범죄 예방, 증거확보 등을 위해 설치·운영된다.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보육교사의 권리보호 및 어린이집 보안을 위해 최소한의 영상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하고, 목적 외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영유아보육법과 보육사업안내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내 CCTV는 보육교사의 노동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와 직장갑질119, 공공상생연대기금 실시한 <2021 보육교사 노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44명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보육교사는 71.5%(246명)이며, 이 중 부당지시(사적용무지시, 업무전가, 야근강요, 업무시간 외 SNS, 휴가불허, 모성침해, CCTV감시 등)의 경험이 있는 보육교사가 62.8%로 전체 노동자 평균1)의 4.2배에 해당한다. 이는 어린이집 CCTV를 통한 노동감시가 그 어떤 직종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육교사라서 열람할 수 없습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의 문을 두드리는 보육교사들의 상담 내용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가 CCTV이다. 원장이 하루 종일 CCTV 앞에 앉아 보육교사를 관찰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 있으면 문자나 카톡, 직접 찾아가 업무 지적을 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CCTV로 본 아이의 표정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며 좀 더 행복하게 보육을 하라는 황당한 업무 지시 또한 있었다. 보육교사가 원장의 괴롭힘으로 화장실에서 쓰러졌는데 원장은 화장실에 CCTV를 달아 보육교사에게 수치심과 모멸감을 준 사례도 있다. 어린이집 조리사에게 연차를 사용하게 강요한 후 조리실에 CCTV를 설치, 두 달치를 돌려본 후 시말서 작성을 하게끔 한 일과 교사 휴게공간에 설치 후 휴게시간에 과자를 먹었다며 보육교사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2015년 어린이집 네트워크카메라 설치가 국회 문턱을 통과하며 학부모와 원장이 실시간으로 아이의 모습을 핸드폰 등 전자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 머리가 헝클어져 있는데 머리 정리 해주세요.”, “우리 아이만 왜 손에 장난감이 없냐?”, “아이가 밥을 안 먹고 있는데 왜 안 먹냐?”는 등 보육 중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가 문자 메세지로 쏟아지는 경우도 있었다. CCTV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 감정노동 피해사례는 지금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CCTV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걸까? 어린이집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하는 일이 CCTV에 녹화된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원장(사용자)과 학부모(이용자, 보호자)는 열람 절차에 따라 쉽게 열람이 가능하지만, 영상정보제공주체인 보육교사는 CCTV를 열람할 권한이 없다.

 

영유아보육법 제15조의 5(영상정보의 열람금지 등)에 따르면 △ 보호자가 자녀 또는 보호아동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열람시기·절차 및 방법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영상정보의 원본 또는 사본 등을 요청하는 경우, △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제6호가목에 따른 공공기관이 제42조 또는 아동복지법 제66조 등 법령에서 정하는 영유아의 안전업무 수행을 위하여 요청하는 경우에만 열람이 가능하다. 몇몇 지자체에서 보육교사가 CCTV 열람을 신청하자 열람신청권자에 해당하지 않아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는 영상정보제공주체인 보육교사 자신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며 자기정보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7. 본문사진1.jpg

 

2021.12.20. 보육교사 감정노동보호 최우선 현장요구 발표 및

‘보육사업안내’ 즉각 반영 촉구 기자회견. [출처: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AI-CCTV, 보육교사는 잠정적 아동학대 가해자가 아닙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어린이집 CCTV에도 일어났다. 지난해 안산시는 관내 아동학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로 CCTV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아동의 부정적 감정 표현 및 아동학대 징후 등을 포착해 사고를 사전에 발견·예방하는 아동안전 보호정책 체계를 만드는 ‘안심어린이집 시스템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AI CCTV로 수집된 영상은 민간기업에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이유로 6개월간의 영상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업무제휴를 맺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생체정보가 포함되는 CCTV 영상을 사회적 합의나 당사자와의 논의 없이 민간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이유로 무단 제공하면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나 인공지능 기술이 인권에 미칠 영향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지자체가 나서서 영상정보주체인 아동과 보육교사의 자기정보결정권과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져버렸다.

 

또한 이 사업의 가장 문제는 보육교사를 잠정적 아동학대 가해자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학대가 발생해야 얼굴 인식 표본이 수집되는데 아동의 학대가 많이 발생해야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러 문제들로 보육현장의 극심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안산시의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고 사업의 진행은 어려워졌다.

 

 

7. 본문사진2.jpg

 

2021.12.01. 안산시 어린이집 AI CCTV 도입사업 즉시 중단 및 전면 폐기 촉구 기자회견.

[출처: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더 나은 어린이집, 행복한 보육교사를 위해

 

보육교사들에게 왜 보육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 물으면 대다수의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요.”,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면 너무 행복해요.”라고 답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누군가 하루 종일 CCTV를 보며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감시한다면 견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CCTV 속 아이가 낮잠을 자지 않아 토닥이는 모습, 아이가 울어서 달래주는 모습, 술래잡기를 하며 아이 뒤를 따라가는 모습, 아이가 넘어지는 모습, 걸어가는 모습, 함께 밥을 먹고 만들기를 하는 모든 모습들. 이토록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동들을 누군가가 하루 종일 지켜보며 감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선 안 된다.

 

‘아동학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혹시나 딴짓 하고 있는지 보려고’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곳이 어린이집이다. CCTV로 아동학대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고 하지만 CCTV는 문제가 발생한 후 책임소재를 밝히는 데 더 많이 사용되며 아동학대가 예방되는 것이 아닌, 아동의 안전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보육교사의 노동을 무한 감시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아동 인권이 보육교사 노동 감시의 핑계로 전락되어선 안 된다. 보육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모든 인권의 가치가 충돌하지 않도록 국가는 어린이집 CCTV 매뉴얼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수정해야 하며 이때 보육교사의 인권이 지켜지기 위해 보육교사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또한 영상정보제공주체인 보육교사가 열람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시급하다.

 

 

1) 직장인 의식조사, 직장갑질119&공공상생연대기금,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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