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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방과후학교 탓인가요?

 

 

이진욱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개학을 했지만,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새로운 수업의 시작으로 설레기보다는 또 수업이 언제 어떻게 중단되고 파행될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특히 수도권의 학교들은 아직도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2년 넘게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는 힘든 나날의 연속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학교가 방과후학교를 아예 운영하지 않거나, 규모를 축소하거나, 툭하면 중단하는 등 난도질을 해 왔습니다. 학교들은 방역과 안전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노조에서 수많은 학교를 상대하며 파악한 바로는 대부분 아무 근거도 없는 막연한 불안감과 의도적인 차별, 폄훼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 같은 건물, 같은 교실에서 같은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데 교과 수업은 안전하고 방과후학교 수업만 위험한가? △ 방과후 수업은 교과 수업보다 거리두기, 비말전파, 밀접접촉 등에서 위험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있는가? △ 교과 수업, 돌봄교실, 그 밖의 수업은 계속하면서 방과후학교 수업만 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 아닌가? △ 방과후 수업을 제한하는 것으로 감염병 확산을 줄일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어느 하나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안전, 방역’과 방과후학교 미운영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대부분 학교들은 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방과후학교 운영 여부를 묻습니다. 교육부 통계로도 초등학생의 57% 정도가 방과후 수강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 맞는 방법일까요.

 

서울 ㅅ초등학교는 가정통신문 서두에 “방과후 강사들은 우리 학교에서만 수업을 진행하는 분들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교내에서 방역 활동을 철저히 해도, 다른 경로를 통하여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라고 써놓았습니다. 방과후 교육의 주체인 강사들을 대놓고 위험인물로 매도하고 불안감을 부추기고 미운영을 유도했습니다.

 

학교들은 설문조사 내용과 결과도 의도적으로 왜곡합니다. 대전 ㅎ초등학교는 응답자의 과반수인 68.95% 학부모가 ‘운영 찬성’ 의견을 답했는데, 미응답자를 모두 반대 의견으로 간주하여 미운영을 결정했습니다. 마치 자유당 시절 사사오입 개헌을 보는 듯합니다. 대전 ㅇ초등학교는 ‘운영 찬성’ 의견이 과반수를 넘었고 반대 의견보다 1.5배 정도 많았는데도 학교에서 제시한 기준인 60%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운영을 했습니다. 60% 기준이라는 것은 대체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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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대전광역시교육청 앞에서 “방과후학교 차별중단! 교육청이 적극 나서라!” 기자회견에서 필자 모습. [출처: 방과후학교강사지부]

 

 

학교들은 학교운영위원회와 소위원회에서도 매도와 차별을 합니다. 경기 광명 ㅂ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소위원회 회의록에는 “교사로서 교실을 빌려줘야 하는 점이 우려스럽다. 또한 방과후 수업은 통제가 잘 안 되는 반도 있는 편이라 걱정이 된다.”, “문제가 생길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등의 발언들이 나옵니다. 작정하고 방과후학교를 ‘위험한 것’으로 폄훼하고, 강사들을 ‘통제도 잘 하지 못하는 무능한 외부인’으로 낙인찍었습니다. 게다가 ‘교실을 빌려준다’고 표현한 부분은 정말 기가 막힙니다. 우리가 교실을 빌려 쓰는 사람이었던가요!

 

우리 강사들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사교육을 한다고 생각한 적 없고, 학교의 공적인 절차에 따라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학교의 시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의 관리자들은 그저 ‘외부업자가 교실을 잠시 빌려 쓰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인가 봅니다. 그래서 무슨 일만 있으면 방과후학교를 중단하고, 폄훼하고, 차별하고, 강사들을 바이러스로 취급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인가요.

 

방과후학교를 운영중인 학교에서도 차별은 여전합니다. 학교에서는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자가진단키트를 지급하고 주 2회 자가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는 자가진단키트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강사들의 사용분까지 신청을 해도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삭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강사들도 교직원들과 똑같이 주 2회 자가검사를 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강사들은 자비로 자가진단키트를 사서 검사를 하란 말인가요. 필수는 아니고 권장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지시와 강요로 느껴지고, 강사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제보된 적은 없지만 ‘방과후학교 강사는 자가진단을 하지 않으니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또 미운영을 하는 학교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이 밖에도 수많은 학교들이 공식 회의와 문건에서 방과후학교를 위험한 것으로, 강사들을 마치 바이러스와 같은 위험인물로 간주하고 축소·미운영을 해 왔습니다. 정상적인 운영 결정이 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전제와 과정을 만들어 놓고, 학부모 의견과 학운위의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공정한 교육’의 모습입니다.

 

정부 방역지침도 일상회복을 말하고 있고, 교육부도 등교수업 확대와 교육격차 해소를 말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방과후학교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봐야 할까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방과후학교 탓이고, 옆집 개가 짖어도 방과후학교 탓이란 말인가요. 21세기 대한민국의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는 주홍글씨이고, 카인의 표식입니까.

 

교육의 권리는 헌법에도 보장된 기본권입니다. 기본권을 설문조사와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것부터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고, 소수라도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있으면 이끌어야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입니다. 왜곡된 여론조사로 어떻게든 미운영할 것을 억지로 결정하고, 학부모 설문조사와 학운위에서 불안감을 부추기고, 심지어 허위사실까지 말하며 미운영과 차별을 하는 학교의 행태는 이제 중단해야 합니다.

 

학교의 모든 것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정의롭고 교육적이어야 합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도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강사들은 학교와 계약한 직접적인 당사자고, 아이들의 선생님이고, 방과후학교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이고, 대부분 아이들을 둔 학부모이기도 하고, 교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방과후학교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수업을 할 역량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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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3.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방과후학교 적극 운영! 교육청이 나서라!” 기자회견 모습. [출처: 방과후학교강사지부]

 

 

방과후학교강사지부는 교육부와 교육청에 요구합니다. 학교의 이러한 불공정, 비교육적 행위를 더이상 방관하고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방과후학교가 학교에서 차별받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취급받고, 강사들을 바이러스로 취급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합니다. 늘 말하는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을 학교에 안내했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영혼 없는 답변으로 퉁칠 일이 아닙니다. 학교에 만연한 차별과 폄훼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의 교육감 후보들에게 방과후학교강사지부가 제안하는 최우선 과제는 ‘방과후학교의 공공성 강화’입니다. 가장 교육적이고 정의로워야 할 학교에서 차별받지 않고 배제되지 않는 공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강사들도 학교의 구성원이자 교육가족으로 제대로 대우할 것을 요구합니다. 척박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우리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를 믿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믿으며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우리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으며, 교과교육과 함께 공교육의 한 축을 이끈다는 큰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방과후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꿈을 찾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교육부가 천명하는 ‘배움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다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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