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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쿠팡물류센터 투쟁,

로비 농성장에서 천막 농성장으로

 

 

정성용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장

 

 

 

7월 23일, 동탄센터와 쿠팡 잠실 본사 농성장

 

“맨날 말만 하면 거짓말.”

“이래서 민주노총이 안 된다. 괜히 한국노총이 칭찬받는 게 아니다.”

“조합원 1%도 안 된다면서요.”

“억울하면 몸이나 더 키워 와라.”

 

누구 입에서 나온 말일까? 적어도 우리 조합원은 아니다. 그럼 쿠팡 사측인가? 물론 쿠팡도 “민주노총의 거짓말”이라는 카드뉴스를 정성스럽게 제작하여 배포하긴 했다. 하지만 직접 입으로 뱉기는 부끄러운지 차마 말로 하지는 않는다.

 

지난 7월 23일이었다. 쿠팡 잠실 본사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해 3박 4일을 걸었다. 에어컨 없는 체감온도 35도의 쿠팡 동탄센터에 노조와 시민들이 직접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서. 1,000명이 넘는 노동자, 시민이 모였다. 집회는 즐겁게, 싸움은 치열하게. 정문을 막고 있는 경찰을 뚫고 에어컨을 전달했다. 기쁨, 아쉬움, 대견함 모두 풀어내지 못한 채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은 잠실 본사 로비 농성장을 향했다. 걸어올 때는 3박 4일이었지만 버스로는 1시간 거리였다.

 

쿠팡이 고용한 용역깡패들이 본사 건물 출입을 막고 있었다. 이전까지 농성장을 자유롭게 출입했던 로비 농성 고정 멤버(?) 7인도 출입할 수 없다고 했다. 폭력으로 농성장을 빼앗길 수 없었다. 2배, 3배나 큰 덩치들을 힘으로 밀어 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작은 체구를 활용할 수 있는 빈틈을 찾아보았다. 빈틈이 없는 숫자였다. 몸으로만 일하는 줄 알았던 용역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제3자인 척하면서 노조에 훈수 두는 꼴이 기가 찼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돈 몇 푼 받고 나쁜 짓하는 양반들에게 신사적인 태도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모두 7월 23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다. 그날 밤, 쿠팡 동탄센터 에어컨 반입 투쟁은 이미 과거가 되었고, 로비 농성장에서 쫓겨나 잠을 자기 위해 마련한 텐트 농성장(?)이 현재의 투쟁이 되었다.

 

 

4. 본문사진1.jpg

2022.07.23. 텐트 농성. [출처: 쿠팡물류센터지회]

 

 

6월 23일부터 시작된 본사 로비 농성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 면담을 요구하며 전국물류센터지부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지난 6월 23일 시작한 쿠팡 본사 로비 농성이 7.23 농성장 침탈로 천막 농성으로 전환됐다. 약 한 달 동안 진행된 로비 농성은 애초 계획에 없던 것이었다. 대표이사 세 명 중 한 명은 적어도 노조의 면담 요구에 응해 노조 간부 부당해고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줄 줄 알았다.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고 대표이사를 기다리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로비 농성 대오가 되었다.

 

노조 간부 부당해고 철회, 폭염대책 마련(2시간마다 20분의 휴게시간, 현장 에어컨 설치), 노동조합과의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한 달 넘는 농성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쿠팡대책위)’와 함께 쿠팡 물류센터 노동환경의 열악함을 사회적으로 알리며 노동자·시민의 연대, 쿠팡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쿠팡대책위 주관 연대 문화제, 쿠팡 3사 노동조합(쿠팡물류센터 노조, 쿠팡친구 노조, 쿠팡이츠 라이더 노조) 공동 투쟁, 쿠팡 동탄센터 에어컨 설치 3박 4일 도보행진 및 연대 문화제 등을 통해 묵묵부답의 쿠팡을 압박하고 현장은 노동조합으로 뭉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본사 로비 농성을 시작으로 쿠팡 물류노동자 투쟁이 다시금 알려지기 시작했고 노동조합·진보정당·시민이 농성장을 찾아왔고 투쟁에 함께했다. 그 와중에 로비 농성 대오는 감옥보다 더한 24시간 감시체제에 시달렸다. 농성자들은 쿠팡 사측, 쿠팡이 고용한 용역업체, 본사 건물 경비 대행업체 삼중의 감시에 시달렸다. 사측은 언론에 흑색선전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농성 대오를 불법적으로 촬영했다. 농성 및 연대 대오가 항상 많을 수는 없었다. 그럴 때마다 사측과 용역은 도발했다. 농성장 출입 인원에 대해 시비를 걸고 화장실 사용하는 것으로도 시비를 걸었다. 전기는 인권이었다. 사측이 인권을 끊어 버리자 휴대폰/노트북을 충전할 수도, 선풍기를 이용할 수도 없었다. 밤에는 에어컨을 꺼 버리고, 한창 잠든 새벽에는 시끄러운 로비 청소가 진행됐다. 화장실을 갈 때, 담배를 필 때도 사측과 용역은 무전기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는 소리를 내가 직접 듣는 것,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약 1년 전, 노조 설립일의 풍경

 

작년 6월 6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와 산하에 쿠팡물류센터지회를 동시에 설립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는 5대 요구안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다. 쿠팡 물류센터에 △ 충분한 유급 휴게시간 및 휴게공간 확보, △ 여름에 쪄 죽지 않고 겨울에 얼어 죽지 않게 냉난방장치 설치, △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성폭력, 휴대폰 반입 금지, 사실관계확인서(반성문) 강요 등 인권침해 근절, △ 3/9/12개월 쪼개기 계약 철폐, 고용 안정, △ 최저임금 NO! 생활임금 쟁취. 5대 요구안의 내용으로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금방 알 수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인권을 찾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몇 개 안 되는 창문을 찾아 밖을 바라보는 방법. 쿠팡 물류센터 안에는 없는 자유와 인권이 보일 것이다. 굳이 물류센터 안에서 인권을 찾으려면 화장실을 가면 된다. 비록 냄새나고 청결하진 않지만, 근무 중 유일하게 CCTV와 관리자의 감시·통제를 벗어나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화장실에서의 인권은 제한 시간이 10분이다. 10분이 지나면 관리자가 전체 방송을 통해 호출하거나, 화장실로 직접 찾으러 오기 때문이다. 여름의 화장실은 현장보다도 더 덥고 습하고 냄새나는 공간이 된다. 화장실 같은 작은 공간에도 에어컨 및 환기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쿠팡 물류센터 안에서 인권 찾기를 포기해야 한다.

 

 

4. 본문사진2.jpg

2021.06.07. 쿠팡물류센터 노동조합 출범 기자회견. [출처: 쿠팡물류센터지회]

 

 

노조 설립 이후 현장은

 

노조 설립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3명으로 시작한 쿠팡물류센터지회지만 조합원 수 세 자리를 금방 달성했다. 15개 쿠팡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가입했고, 10개가량의 센터에서 노조 분회가 설립되었다. 노조 설립 소문이 돌고 현장 고발이 언론에 나가자 악질적인 UPH 통제가 사라졌다. 쿠팡 동탄센터에는 중간 휴게시간 20분이 생겼다. 노조는 5대 요구안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가 폭염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회사는 얼음물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봉책이긴 하지만 아이스크림 제공, 선풍기 확충, 냉방천막 설치, 냉방용품 반입 허용 등의 조치를 취했다. 가장 오래된 쿠팡 물류센터인 인천1센터에서는 6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시간을 기록하게 하는 등의 노골적인 인권침해가 사라졌다. 직장 갑질의 정도나 빈도수가 줄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노조 설립 이전까지 받지 못했던 교육연장수당을 받게 되었고, 코로나 백신 유급휴가, 코로나 자가격리 유급휴가 등을 당연하게 보장받았다. 쿠팡 안성5센터에는 현장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현재로선 50여 개 쿠팡 물류센터 중 에어컨이 설치된 유일한 물류센터이다.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노조 설립 1년이 지났지만 5대 요구안은 여전히 유효했다. 쿠팡과의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는 80여 개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 대해서도, 9개 핵심 요구안에 대해서 한 번도 회사 제시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교섭은 결렬되었고 회사는 인천분회장인 나와 인천부분회장 최효, 부천조직부장 권경숙을 해고했다. 회사 재계약 평가에 따른 계약종료 통보라고 하지만 평가 기준도, 평가 결과도 알려 줄 수 없다고 한다. 본사 로비 농성을 시작한 6월 23일은 인천분회장의 계약종료일이었다.

 

앞으로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본사 천막 농성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 잠실의 풍경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분회장과 부분회장이 해고된 인천센터, 에어컨이 전달된 동탄센터, 가장 높은 현장 기온을 기록하고 있는 고양센터, 휴게시간이 절박한 부천신선센터, 이미 에어컨이 설치된 안성센터 등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언제나 그 모든 풍경에 노동조합은 빠짐없이 존재할 것이며, 쿠팡 현장 노동자들이 얼마나 노조로 뭉치고 함께 행동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연대하는 노동자와 시민이 잠실로 모이느냐에 따라 모습은 달라지지 않을까. 그 믿음으로 어제에 이어 오늘의 투쟁을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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