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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국방부에서 심리 상담을 하는 노동자가 있습니다

- 공공운수노조 병영생활상담관지부를 소개합니다 -

 

 

남은아 • 공공운수노조 병영생활상담관지부 지부장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죽고 싶어요.”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만나는 대부분의 장병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하여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리적 고통을 강하게 호소하며, 극단적이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출퇴근 시간과 관계없이 365일 24시간 장병과의 상담 연락에 대응하며, 상시 대기로 늘 긴장 상태에 놓입니다. 위기상담이 발생하면 언제든 내담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바로 심리 상담을 진행합니다. 현역복무곤란자 식별 및 분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현역복무부적합심의의 필수서류인 전문상담관 의견서를 제출하여 민원 및 법적 책임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군의 필수직책으로 군인에 버금가는 업무의 강도와 책임을 담당(장병의 생명안전 및 복무적응 지원)하고 있음에도 그 중요성에 비해 계약직 노동자이고 처우는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① 무기직 기간 5년, 그 후에도 평가 해고 가능

장병들의 복무 부적응 해소와 사고 예방을 위한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통상적인 기간제 근로자와 다르게 5년의 근로 후 무기직으로 전환되고 있어 상당히 불합리한 상황입니다. 입사 2년 이후부터 무기직 전환 전까지 1년마다 재평가를 통한 계약연장을 하고 있어 불안정한 형태의 근로환경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무기직 전환 후에도 평가를 통해 계약해지가 되고 있어서 심각한 고용위험에 노출되고, 개인이 부대의 부당한 지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장병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심리 상담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습니까.

 

② 평가 통한 부당 인사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평균 943.7명의 장병을 담당하며, 출장상담을 위해 평균 1주 113킬로미터를 이동합니다. 자신들의 전화번호가 부대 화장실이나 휴게공간에 노출되어 있어서 1주일 24시간 상담 대기 상태로 엄청난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간제 및 무기직 모두 매년 4~7회 평가를 받으며, 근무성적 평가표는 소속부대의 주무부서장이 평가를 하고, 평가자의 성숙도에 따라 평가의 양상에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상담내용의 비밀을 보호하는 것과 장병이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심리 상담을 안심하고 받는 것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합니다. ‘14가지의 징계 사유와 9가지의 계약해지 사유, 8가지의 추가 계약해지 사유’로 군에서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 과도한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자살사고가 발생하면 상담 여부와 관계없이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근무성적평가에 감점을 줌으로써 민간인 신분에 고용이 불안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전체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85%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육군은 자체 규정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불성실, 업무수행 저하, 동료와 반목 등 애매한 항목을 토대로 근무지도를 하고, 1년 2회 이상 근무지도를 받은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을 전방지역으로 배치한다고 합니다. 당사자들이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과정도 결과도 불투명한 평가나 징계를 통해 고용불안과 책임전가 행태를 하는 것이 과연 군 상담에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3. 본문사진1.jpg

2022.08.29. 국방부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노동자 노동실태 발표 및

노동조건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출처: 매일노동뉴스]

 

 

③ 군인과 유사한 부대 이동과 잦은 이사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군인과 같이 최전방, 서북 5도 등 전국에서 근무를 하고, 보통 5년 같은 지역에서 근무할 경우 근무지 강제 이동을 해야 합니다. 군 특성상 산간 지방이나 섬 등 부대 근처로 이사를 해야 하지만, 이사에 필요한 비용이나 숙소 지원 등 제도적 지원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군의 필요에 의해서 부대 이동을 하면 동등하게 이사비를 지원해야 하고, 숙소가 없는 격오지, 전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군인처럼 숙소 지원이나 최소한 거주비용을 지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④ 감정노동 심각하지만, 감정노동 관련 대책 전무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18.8%가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경험하며, 이는 소방공무원 5.7%의 약 3배에 해당합니다. 자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 주변인들의 심리를 상담하고 돌봐야 하는 상담 노동자들에게 감정노동에 대한 대비책과 치유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41조 상 필요한 문제 발생 시 대처 방법 등이 포함된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고객응대업무 관련 건강장해 예방 교육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슈퍼비전 등 상담 기법 관련 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평가 점수가 고용과 연결되어 있기에 감정노동에 의한 건강장해 관련 교육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살사고 시 평가점수가 고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장병 상담뿐 아니라 군의 책임 전가, 평가 때문에 더 큰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존권과 직결된 계약 관련 불안 및 눈치가 보여서 산재나 병가 등을 신청하지 못하고, 개인 휴가나 자비로 치료를 받는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95%를 넘습니다.

 

⑤ 상담시스템 근본적 개선책 필요

각 부대에 흩어져서 근무하는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부대 내 혼자 근무하는 ‘소수자’이고, 역피라미드 구조의 노동환경에서 업무 중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을 괴롭히는 주체가 많습니다(장병, 부대장, 실무자, 각 군 본부, 장병 보호자, 군인의 가족, 인접 간부 등). 따라서 상담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스스로 사명감과 보람을 가지고 심리 상담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상담 여건을 조성하고, 평가권으로 인해 상담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침해받지 않도록 각 군으로 나뉘어 관리하는 것이 아닌 국방부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서 중복과 혼란을 피해야 합니다. 즉, 국방부에 ‘국방부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조직을 신설’하여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지위를 보장하고 이곳에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평가도 하고 이곳을 통해 각 부대로 배치 및 전담하는 체제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소진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근무하는 지방의 대학 및 상담센터를 협력체계로 구축하여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원할 때 자신들 비용이 아니라 국방부가 지원해서 치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3. 본문사진2.jpg

2022.09.30. 국군의날 국방부 규탄 기자회견. [출처: 공공운수노조 병영생활상담관지부]

 

 

그 외에도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고충과 어려움은 많습니다. 국방부의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운영 제도는 18년 차가 되었으나 발전보다는 퇴보된 상황입니다.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수는 확충하였으나 그 제도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연차에 맞는 역할과 대우, 의견이 무시되고 있으며, 정책이 정착되지 않고 제도적 뒷받침이 많이 부족합니다. 군 상담의 경험과 이해수준이 높고 충분히 검증된 군 경력자의 노하우 전달 등의 네트워크 운용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2020년 1월에 ‘국방부 병영생활전문상담관노동조합’이라는 명칭으로 노조를 설립하였습니다. 2020년 7월에 중앙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어, 국방부와 교섭을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2021년 5월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 승인되어 ‘병영생활상담관지부’라는 명칭으로 조합형태 변경이 되었으며, 조합비 납부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조합의 형태를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8월에 ‘2021년 단체협약 기본합의서’를 체결하였고,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임금협약서’를 체결하였습니다. 아직 전체조항의 합의가 완료되지 않은 ‘2021년 단체협약요구안’ 논의가 진행 중이며, 현재 공공운수노조 병영생활상담관지부는 270여 명의 조합원이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병영생활상담관지부는 군대 안에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이 전문가로서의 권한과 존중을 받으면서 독립적으로 심리 상담 활동을 하고, 장병에 대한 안전한 돌봄 권한을 가지며, 상담윤리에 따라 질 높은 심리 상담 활동에 집중하고, 장병의 생명도 살리고 긍정적인 심리 치유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상담 환경과 여건을 보장받기 위해 지속적인 노조 활동을 할 것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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