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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대학생 현장실습을 돌아보다

 

 

박공식 • 이팝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

 

 

 

김산홍(가명) 씨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기술교육대학(이하 한기대)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입니다. 해당 학교는 대학생 현장실습이 전공 필수학점으로 배정되어 있어 졸업을 위해선 현장실습을 다녀와야 합니다. 현장실습으로 문제를 겪기 전까지는 김산홍 씨도 다른 학생들처럼 의구심 없이 현장실습은 당연히 다녀와야 하는 것, 그리고 학교가 학생들에게 취업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이자 인턴 경험처럼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있는 경험영역의 스펙으로 여겼습니다. 재학생 커뮤니티에 간간이 올라오는 현장실습 비판과 불만에 대해서도 일부의 특수사례로만 치부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2022년 1월 천안 풍세산단에 위치한 한 제조 공장에 현장실습을 다녀오면서 바뀌었습니다.

 

김산홍 씨는 3학년을 마친 겨울방학 4주짜리 현장실습을 신청하였습니다. 첫 출근을 하자마자 생산부장은 학생들을 집합시킨 후, 단순히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마스크를 벗으라고 강요했습니다. 생산부장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현장실습생들은 직무교육 따위 없이 다짜고짜 생산 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25~30미터 길이의 전선을 풀고 3~4가닥씩 케이블 타이로 묶는 단순반복적인 작업이 아침 9시부터 17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튿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속칭‘은 갈치’라고 하여, 케이블을 벨크로가 있는 은박지에 감싼 후 두루마기 모양으로 감는 일에 아침 8시 반부터 17시까지 또 하루를 보냈고, 다음 날은 전선 피복을 벗기는 일, 피복을 벗겨서 안에 있는 전선을 자르거나, 전선을 자른 후 커넥터에 전선을 하나하나 꽂기, 열풍기로 피복을 팽창시키는 일 등의 기계공학을 전공한 제 전공과는 어떤 연결고리도 찾아볼 수 없는 수작업 업무의 연속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직무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a3388e73.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47pixel, 세로 468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a3380001.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49pixel, 세로 216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a3380002.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56pixel, 세로 350pixel

부착된 줄자를 보고 5cm씩 전선 피복을 벗기고, 그 안의 실드를 다시 벗기는 작업.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a3380007.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57pixel, 세로 310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a3380008.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10pixel, 세로 176pixel

피복을 벗겼을 때 꼬여 있는 전선을 다시 곧게 피고, 너저분한 실드를 꼬는 작업.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a3380005.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899pixel, 세로 664pixel

피복을 벗긴 전선을 커넥터에 연결하기 위해, 전선에 수축 튜브를 집어넣는 작업.

 

묶음 개체입니다.

수축 튜브를 넣은 전선을 도면을 보고 우측처럼 커넥터에 끼운다. 그리고 각 작업이 끝난 전선들은 왼쪽 사진의 좌측 상단처럼 그다음 작업을 위해 저렇게 쌓아 놓는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실습을 인턴의 대체제로 소개한 학교의 홍보만 믿고 온 실습생들의 의욕은 당연히 꺾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뜩이나 같은 장소에서 동일 업무를 하는 단기계약 노동자가 최저임금이 지켜지는 아르바이트 계약서를 쓰는 것을 눈앞에서 보았기 때문에 김산홍 씨를 비롯한 현장실습생은 자괴감이 들었고 당연히 의욕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7일째 되는 날, 학생들의 의욕 상실을 못마땅하게 여긴 생산부장은 학생들을 공장 사람들 모두가 보는 앞으로 집합시킨 후 “대표님이 학생들을 내쫓으라 한다.”, “불성실하게 작업하는 학생이 몇몇 보인다.”, “학생들 내쫓으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지?”라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졸업 때문에 오는 것임을 알고서는 일부러 위협적인 말을 하였습니다. 이에 김산홍 씨는 학생들의 태업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의를 제기하며, 오히려 회사가 학교에 제출한 운영계획서와 다르게 전공과 무관한 업무를 시키고, 실습의 목적인 직무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자 생산부장은 되려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특히나 최저임금의 35%에 못 미치는 월 50만 원의 실습비를 갖고선 “회사에서 조그만큼 투자해서 학생들을 데려다가 이윤을 남겨 놓기 위해서 하는 거는 기업가로서 당연한 일이야”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현장실습은 실습기관의 귀책으로 중단되었지만, 학교는 대체할 실습기관을 구해 주지 않으려 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하였습니다.

 

처음부터 학교는 대체 실습기관을 구해 줄 수 없으니 이곳에 계속 다닐 것을 노골적으로 종용하면서, 대체 실습기관을 정말 원한다면 김산홍 씨에게 실습기관을 직접 구해 오라고 강요했습니다. 사실상의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고, 폭언을 한 실습기관에 학생을 방치하려는 태도도 문제였지만, 대체기관을 직접 구해 오라는 태도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이는 학생이 실습기관을 섭외한 경우 현장실습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명문한 현장실습 운영규정 위반 따위는 우습게 여기고, 또한 실습기관 발굴 및 실습기관과 학생과의 연결 등의 역할은 IPP센터(운영규정상 명칭, 현장실습지원센터)의 설립목적과 운영취지인데 이를 스스로 부정하고, 자신들의 의무를 학생에게 떠넘겨 버리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

[시행 2021. 7. 6.] [교육부고시 제2021-19호, 2021. 7. 6., 전부개정]

 

제6조(현장실습학기제 불인정 기준 등) ①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고시에 따른 현장실습학기제로 운영할 수 없다.

1. 실습기관 등을 학생 개인이 섭외하거나, 해당 기관의 필요에 따라 학생을 직접 모집·선발하는 경우

 

② 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사항이 법 제23조제1항제6호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법 제23조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학교별 학칙 등으로 학점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이 고시에 따른 현장실습학기제의 학점으로 인정하거나, 처리해서는 안 된다.

 

 

학교의 이러한 태도에 시정과 감독의 의무를 지켜 달라는 탄원을 하며 반발하자, 학교는 마지못해 김산홍 씨에게 대체 실습기관 단 한 곳을 소개하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실습기관의 운영계획서 제공 없이, 구두로 “졸업생이 중간 간부인 회사이니 편하게 갔다 올 수 있다”라는 식의 두루뭉술한 설명만 하여 해당 기업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김산홍 씨가 어떤 실습을 하게 될지조차 감도 잡을 수 없었고, 포털사이트에서조차 회사 정보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했던 것은 이 기업은 폭언했던 실습기관의 실습비(최저임금의 35%)보다도 현저히 적은 실습비(최저임금의 20% 미만)를 지급하면서도 직무교육 방식과 시간 등의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교수의 두루뭉술한 설명만으로도 운영규정이 지켜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기에 김산홍 씨는 “또다시 운영규정을 지키지 않는 기관에 갈 수 없다”고 회답하였습니다. 이에 학교는 현장실습 지원 사실과 실습 사실을 전산 기록에서 삭제하는 것으로 응수했습니다.

 

이에 김산홍 씨는 교육부가 제정한 운영규정 상에는 현장실습에 대해 감시와 감독의 책무는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부에도 있기에, 신문고로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자 교육부는 한기대가 고용노동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면서도 사립대학이기에, 자신들은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기에, 학교가 단순히 “개선을 노력하겠다”는 식으로 응하면 자신들은 사립대를 제재할 수 없다며 감시·감독의 의무를 회피하였습니다. 그렇게 김산홍 씨는 현장실습이라는 “수업”을 실습기관과 학교에 의해 이수할 수도 없었고, 심지어는 다닌 기간조차 IPP센터에 의해 삭제당했습니다.

 

이 일을 겪은 후 김산홍 씨는 바로 보게 되었습니다. 현장실습은 그저 학교의 사업예산에만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교육부가 주는 사업예산을 위해 학교는 학생들을 현장실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라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실습기관으로 선정하거나, 실습 중 학생이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학생을 보호하기는커녕 다음 학기에 해당 실습기관에 학생을 보내지 못할까 두려워서 되려 학생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거나 외면하기 일쑤고, 감시·감독 또한 요식행위에 그치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7년~2019년 3년간 현장실습 실시 대학 현황>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a338000c.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70pixel, 세로 231pixel

 

 

위 같은 김산홍 씨가 현재 마주하는 대학생 현장실습제도는 그간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이 없었습니다. 2016년이 되어서야 안전의 문제에서 학생보호를 위해 <대학생현장실습 운영규정>이 교육부 고시로 제정이 되면서 개개의 대학별로 운영되던 현장실습에 대한 통일적인 기준이 생겼고, 2018년 9월에는 산재보험법을 개정하여 현장실습생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였고, 이후 대두된 열정페이 문제가 2020년 국정감사에서 언급되자 교육부가 부랴부랴 개정한 것이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입니다.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은 열정페이 문제로 촉발된 만큼, 현장실습 학생 수의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질적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 개정의 이유였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장실습지원비”(이하 실습비) 지급 의무화입니다. 즉, 교육시간을 제외한 업무에 투입된 시간에 대해서는 최저시급을 연동한 것인데요. 그리고 이를 위해 “표준 현장실습학기제(이하 표준형)”와 “자율 현장실습학기제(이하 자율형)”로 현장실습을 다시 구분지었습니다. 표준형은 전체 실습시간 중 10~25%를 교육시간으로 제공하고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하도록, 자율형은 교육시간 비중이 25%를 초과하되 “업무 투입시간에 비례하는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그리고 주간 실습시간이 “15시간 미만이면 무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덧붙여 “전공과 무관한 직무종사”와 “저비용 노동력 제공수단으로의 변질” 등의 문제점을 함께 개정의 이유로 꼽은 만큼 운영원칙에서 “전공과 관련되게 운영할 것”, “목적과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고, 이를 다시 학교의 역할로 지정했습니다.

 

여기서 교육부가 다시 자율형이라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은 개정이유에 배치되는 등의 큰 문제가 있지만, 사실 이 개정만으로도 운영원칙과 맞지 않게 운영하던 많은 대학들이 현장실습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현장실습을 운영하던 상위 30개 학교의 이수 학생 수가 2만 5,905명에서 1만 301명으로 60% 넘게 급감해 버린 것은 그동안은 “무급 혹은 열정페이”로 운영하거나, 현장실습을 “전공과 무관하게” 그리고 “저비용 노동력 착취”의 수단으로 이용해 왔음을 고스란히 보여 줍니다.

 

교육과 실습이라는 울타리에서 대학생 현장실습의 면을 위 같이 들여다보면 여전히 “값싼 노동력의 공급”이라는 것에 멈추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대학생 현장실습에 대한 전면적인 모니터링과 제도적인 사각지대를 살펴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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