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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는 것은 결국 저성과자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는 곧 노동자를 저성과자로 몰아 해고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권리의 침탈과 구조조정 방편으로의 확대를 뜻한다. 저성과자 해고제도에 의해 벌어지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가이드라인 - 정부가 기업에게 안내하는 ‘더 쉬운 해고의 길’ -


1. 들어가며

지난 8월 1일 한국노동연구원은 ‘직무능력사회 정착을 위한 핵심적 과제로서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인 인사관리’에 대하여 보도 자료를 배포하였다. 이 자료는 “능력중심사회의 정착이 주요 현안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 인사관리의 토대 위에서 가능” 하므로, 그를 위해 법원의 최근 판결 등을 검토해 인사관리에 필요한 과제를 제시한다는 것으로 그 제출의 배경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합리적 인사관리를 위한 과제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평가제도 수립, 수립된 제도에 따른 공정한 평가, 개인에게 평가 결과를 고지, 결과와 관련된 고충처리 및 분쟁해결제도 설계, 평가 결과에 따른 직무수준의 조정, 능력개발, 직무선택의 기회 부여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제의 제시에 앞서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한가에 대하여 세 가지 사례를 검토하고, 그를 토대로 성과가 낮은 노동자에 대해 어떤 경우 해고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례 기준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인사관리 정책보다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임에도 정부가 나서서 쉬운 해고를 위한 기준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상황을 통해 우리는 노동연구원의 보도 자료가 정부가 제시하는 저성과자 가이드라인의 기초라는 사실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평가제도의 설계 및 시행에 노동자 참여가 필요하며, 역량 향상과 적합한 직무배치가 중점이지 개인 또는 집단을 퇴출시킬 목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합리적’임을 가장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가 그 동안 주장해 왔던 저성과자 해고 방편에 대한 제시일 뿐인 것이다.


2. 보도 자료로 드러난 정부 정책이 바탕하고 있는 인식과 위험성

저성과자 해고제도의 바탕에는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다그치고 경쟁시키지 않으면 안주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기를 게을리 하는 나쁜 노동자라는 인식이다. ‘업무 부적응자’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노동자를 위해 적절한 직무를 찾아주는 과정으로 포장하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는 노동자는 해고해도 된다는 인식, 그리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잘못이 있다는 인식이 가득하다.
그렇게 노동자 일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반면 기업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선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기업 일반은 선하지만, 특수하게 노동자 퇴출을 위해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기업이 있으므로 그에 대한 규제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자체가 특정 노동자를 퇴출하기 위해 저성과자 해고 제도를 사용하는 것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를 정당화해 주기 위해 저성과자 해고를 제도적으로 용인하려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해고의 배경에 업무 성과나 실적이 아니라 노동자의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 기업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의 입장, 상급자 등과의 불편한 관계 등이 놓여 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해당 노동자가 불성실하고 능력이 미달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주장에 근거해 해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출된 보도 자료는 저성과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성과가 낮다는 것만으로는 해고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기준을 세운다는 것은 결국 저성과자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는 곧 노동자를 저성과자로 몰아 해고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권리의 침탈과 구조조정 방편으로의 확대를 뜻한다. 저성과자 해고제도에 의해 벌어지는 해고는 단순히 성과가 낮다는 것을 이유로 한 해고에 그치지 않고, 구조조정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3. 구조조정과 권리침탈의 도구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우선 성과향상 프로그램에 들어갈 대상자 선정에서부터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에 준하는 평가 과정이 벌어진다. 평가를 통해 걸러냈으니 대상자 선정은 정당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평가의 기준이나 과정 역시 사용자에 의해 세워지는 것이고, 자의적 판단이 상당부분 작용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즉,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누구에게 적용할 것인가가 이미 기업에서 걸러낼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된다는 것이고, 그 과정은 사용자에 의해 상당히 자의적으로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성과자 프로그램으로 내몰리는 것에서부터 노동자는 1차적으로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밀려나게 된다. 직무에 재진입하기 위해 교육훈련을 받도록 하고, 새로 배치된 직무에 적응하는 등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제2의 ‘기회’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해고 이전에 성과향상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자진 사직하는 노동자들은 실력이 부진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노동자에게 찍어대는 ‘저성과자’라는 낙인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렇게 제2의 ‘기회’인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으로부터 이미 해고는 시작된다.

해당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에는 당연히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그에 대해 노동자에게 더 이상의 항변권이 주어지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보도 자료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례 1과 2의 경우 3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이 시간을 통해 사용자가 획득한 것은 해고의 정당성이고, 노동자는 그 기간 동안 ‘저성과자’로의 낙인을 견디며 고통 받는다. 사용자는 해고의 정당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장기간 노동자를 낙인찍고, 해고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몰아넣는다.


4. 업무 성과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허상

“기업의 인사운영방식이 최근에는 급변하는 기업의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체 근로자의 역량을 이끌어냄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 하는 방향으로 전환”, “기업의 입장에서는 공정한 인사평가 제도를 통해 근로자가 그 능력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근로자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인사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정하고 적정한 보상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변명과는 달리, 이 보도 자료에서 제시되고 있는 세 가지 사례에서 노동자들은 해고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성과자로 분류되고, 그래서 기업에 제시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투입되고, 그 결과 스스로 그만두거나, 기존과는 다른 직무로 옮겨지거나, 끝내는 해고된다. 성과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찾기는 어렵고, 기업의 구조조정의 방편으로 사용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가정하려면 노동자에게서 업무를 떼어내고, 그 업무의 성과를 노동자라는 ‘인간’에게서 분리하여 그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대다수의 노동은 독립적으로 수행되지 않으며, 다른 노동자와의 연계 속에서, 또 기업의 시스템 속에서 수행된다. 그 모든 것을 배제한 평가란 불가능하며, 아무리 고도로 발달된 평가기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노동자에 대한 인사평가는 ‘노동자’ 자체에 대한 전인적 평가 요소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의 판결 역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평가에 있어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이고 평가요소 전인격적인 요소가 포함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서울행법 2012구합22522)”, “인사고과는 해당 근로자에 대한 전인격적, 복합적인 평가(대법원 2002두3959)”라고 언급하고 있다. 즉, 인사 평가란 업무에 대한 합리적 평가가 아니라 노동자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5. 판례의 기준 정리가 아니라 판례 기준의 ‘완화’가 본질적 의도

그런 점에서 인격적 판단과 주관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평가 결과를 그대로 해고로 연결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그래서 법원은 해고의 정당성에 대해 변함없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여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즉, 인사고과 결과를 바로 노동자 해고 사유로 직결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인사고과를 기준으로 해고한다면 사용자에게 해고의 자유를 쥐어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성과자 해고제도는 이 모든 사용자의 주관에 기한 해고를 용인하는 제도이다. 노동자의 역량향상을 위한 교육과정을 통해 해고의 불법성을 치유하겠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몇 가지 기준과 절차만 세우면 성과 하위자를 해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고, 자본은 해고의 자유를 거의 완전하게 부여받게 된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은 해고로 인한 사용자 및 노동자가 입을 손실로 비교형량 되기보다는 기업이 얼마나 이 노동자를 참아 왔는지에 대한 재교육 기간이나 절차의 문제로 왜곡 해석되고, 노동자는 ‘책임 있는 사유’가 아니라 기업의 평가 기준에 따라 해고되는 것을 방치하게 된다. 즉, 정부는 판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가이드 할 뿐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근본적으로 판례의 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것을 의도한다.


6.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과 제도로 제시되고 구속되는 것의 차이

법원의 판단에 대해 옳다고 받아들이든, 혹은 그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를 하든, 보도 자료의 각 사례에서 제시하듯이 일반 해고에 대한 법제가 없다고 하여 해고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용자는 언제든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고, 그 해고가 부당할 때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위해 다툴 수 있다. 그리고 법원은 그에 대해 사안에 따라 구체적 ․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렇게 법원의 판단 영역 하에 두는 것과 제도로서 구성되는 것은 상당한 차이를 지닌다. 법원은 법률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다만 사회적으로 일정한 사건이 법률에 완전히 부합되기 어려울 경우, 법률을 확대해석하여 사건을 법률에 맞추고자 할 경우 엄격한 제한 하에서 예외적으로만 사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을 다룬 판례를 법률로 제정하면, 법원은 해당 법률에 기초하여 관련된 사건에 대한 폭넓은 해석과 적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예를 우리는 ‘정리해고제의 법제화’ 과정에서 이미 보았다. 판례로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일 뿐이라던 정리해고제는 수많은 노동자의 삶을 빼앗았고, 점점 더 그 문을 넓혀 기업이 장래 경영위기가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해준 콜트콜텍 사례에 까지 확장되어 온 것이다. 제도화의 효과란 존재하지 않는 수많은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고, 그를 제도로 수렴시켜 기존에는 사회적으로 타당하지 않았던 것조차도 합법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낳는다.

저성과자 해고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것을 노동자라면 누구나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일반 해고라는 말로, 사용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를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더라도 불편함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인사평가에 반영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7. 기업이 노동자에게 찍어대는 낙인을 규제해야 한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치는 노동자들, 더 많은 해고의 자유를 달라고 하는 자본가들, 그 가운데 정부는 정확히 자본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해고가 노동자에게 주는 가장 큰 고통은 일자리의 상실, 그로 인한 생계의 고통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삶을 부정 당한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노동자를 잘라내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그렇게 배제해 버린 삶들에 대해서도, 대규모 해고를 지켜보며 함께 고통을 느껴야 했던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지속적으로 더 많은 해고의 자유를 달라고 한다. 정리해고, 희망퇴직, 비정규직에 대한 상시적 해고 권한. 너무 많은 해고의 자유를 이미 가지고 있음에도, 자본은 이제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다시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규제할 것인가는 명백하다. 일 못하는 노동자라고 기업이 낙인찍는 이들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찍어대는 낙인을 규제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권리에 대한 감각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형평에 대한 감각을 요구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도 자본에게는 너무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있고, 노동자에게는 해고에 맞서 싸울 제대로 된 법조차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자의 권리는 ‘정당한 이유 없이는 해고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 제23조 하나에 앙상하게 매달려 있을 뿐이다.


2015년 8월 5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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