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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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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이 이끄는 것은 정규직화가 아니라 상시적 해고이다.

파견법이 노동자를 해고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파견법 시행의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파견법 시행 후 첫 2년이 돌아오는 시점, 수많은 노동자들이 파견법으로 인해 해고되었다. 방송사에서는 1년 동안 227명의 운전직 노동자들이 2년이 되는 시점을 앞두고 차례차례 해고되었다. 또 SK텔레콤에서 상담, 미납관리, 창구영업 등을 하던 1천 4백 명의 파견노동자들 역시 2년을 채운 후 정규직이 되는 시나리오를 실현하지는 못했다. 당시 이를 파견노동자 ‘대학살’이라 불렀는데, 전국적으로 이렇게 해고된 노동자들이 수만 명에 이르렀다. 파견법이 채운 2년의 족쇄는 그 기간 동안 저임금 노동력으로 살아가도록 만들었고, 2년 후 정규직 전환이란 법적 구상은 허상일 뿐이었다. 방송사들은 방송사 간에 노동자들을 서로 바꿔치기 하는 방법으로 파견근로 사용을 지속했고, SK텔레콤의 노동자들은 1~3개월의 단기 아르바이트로 전환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십 수 년이 흐르는 동안 파견법은 고용의제가 고용의무로 완화되는 개악을 거치기도 했고, 불법파견 시에는 즉시 직접고용 한다는 일부 개선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불법파견시 즉시 직접고용이 도입되던 그 때 고용노동부는 공단지역의 불법파견을 단속했고, 이때 평택 등지에서 적발되었던 불법파견 사업장에서는 이를 시정한다면서 노동자들을 10개월, 11개월짜리 계약직으로 전환한 후, 기간이 만료되자 해고했었다. 파견 노동자는 쉽게 해고된다는 것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런 진실을 감추어진다. 파견이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야기하는 고용불안은 파견노동자의 이야기가 사회로 전달되는 것을 막았고, 단결력을 잃은 노동자는 투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파견법으로 인해 해고된 노동자의 이야기가 이제는 흔히 들려오는 이야기가 아닌 시절이 되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불법파견에 맞서 투쟁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어지지만 파견법에 의해 직접적으로 해고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흔치 않게 되었다. 정부의 ‘파견법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이끈다’는 주장은 아마 이런 조용함에 기대어 있는 것이리라. 파견노동자는 사회를 향해 이 법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파견법이 나를 평생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있다고, 그것이 삶의 희망조차 놓게 했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입을 막은 것은 처음에는 법이었지만, 이제는 그들 스스로가 되려 한다. 파견법이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것이기에 반대했고, 파견법이 고용불안을 상시화하기에 반대했지만, 파견노동은 당연한 것이 되어 가고, 파견업체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중간착취가 아닌 정당한 수수료로 인식되어 가려 한다. 그리고 지금의 노동개악, 파견법 개악을 막지 못한다면, 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정부는 왜 파견법 메이크오버에 그렇게 공을 들이나?

이러한 사실을 감춘 채 정부는 일자리를 무기로 파견법 개악을 선동한다. 파견법만이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양, “사오십대, 이전처럼, 다시 출근하자”는 사이다법이라며 만병통치약처럼 휘두른다. 고령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더니 은근슬쩍 사십대까지 엮었다. 그리고 조선업종이 위기라며 대량해고 되는 노동자들에게 파견법을 개악하면 다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마술을 소개하는 것으로 제조업 파견 허용의도를 은폐한다. 당연히 파견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리 없고,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리 없다. 파견으로 노동자들을 염가판매하면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있음은 눈감고도 알 수 있다.

정부가 파견확대를 일자리 문제에 대한 유효한 관리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노동자들의 실업의 타격을 해소하고, 완충 지대를 설정하는 것이다. 통상 실업에 대한 완충지대는 사회보장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는 정부는 빠르게 다른 파견일자리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이를 해소하려 한다. 더 핵심적인 것은 고용서비스 자체의 완전한 시장화다. 이는 파견노동자 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서비스란 모든 노동자가 당연히 공적 서비스로 누려야 할 권리가 있는 직업소개, 직업훈련, 전직지원 등 고용과 관련한 서비스 일체를 말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공적 영역이 아닌 민간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충족하고자 한다. 그 충족의 방식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고용서비스를 사고파는 상품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현재의 파견법으로는 장사가 안 된다. 그들 말로 소위 ‘규제’가 많다. 그러니 소규모 파견업체만 난립하고, 제어되지 않는 불법파견업체들이 넘쳐난다. 이를 제어하는 방법으로 정부는 스스로 그를 규제하기 보다는 산업화를 통한 대자본의 유입과 그를 통한 관리체계 구축을 의도한다. 그것의 핵심이 바로 제조업에 대한 파견 허용이다. 그것이 지난 2010년에는 제조업까지를 파견을 확대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로의 전환을 포함한 네 가지 시나리오로 등장했었고, 지금은 뿌리산업 파견 허용이라는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빠져있는 것은 늘 그렇듯이 노동자다. 그들에게는 관리의 대상일 뿐인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따위는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점은 정부의 노동개악을 반대하는 정치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각 정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노동4법을 논의할 수 있다거나 하는 태도가 모두 그렇다. 논의는 하되 반대한다는 입장을 믿어주고 싶지만 바램일 뿐, 정당들 간의 바꿔치기의 장이 되는 국회에서는 노동자에게는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법제도들이 거래의 대상이 되고 치적 쌓기의 용도가 될 뿐인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그들이 행한 최선의 거래물에 반발하면 ‘노동자들의 요구가 너무 과도하고 강경했다’가 되거나 ‘다른 부분이 개선되었으니 나아진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아온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그렇게도 공을 들이는 파견법 이미지 개선 사업은 파견노동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정치적 거래의 끝에 변명의 여지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 유용하게 작동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이라며 은근슬쩍 뒤로 밀어두는 파견법 폐지

또 한편 뭔가 국회에서 논의가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현실적인 개선안이 노동계 내에서도 슬며시 고개를 들이민다. 이러한 입장들은 법을 폐지하는 것은 힘들다, 이 정도로 개선되면 괜찮지 않느냐며 달래기도 하지만, 때로는 꽤 강경하다. 조직되지 않은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며 온갖 대의를 등에 지고 파견법 폐기,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이들을 타박한다. 그것은 때로는 전문가의 이름으로, 때로는 운동가의 이름으로, 심지어 때로는 당사자의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파견법이 폐지되어야만 한다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을 빠트리지 않고 첨언한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논의들이 결과물을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요구안의 수준을 가지고 논의된다는 것이다. 파견법 폐지가 다만 그 법을 없애고 무법지대화 하자는 것이 아니라, 간접고용에 대한 제대로 된 규율을 요구한다는 것은 순간순간 외면되고, 원칙적 주장만 반복하는 것이 현실개선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최소한 지금 손에 잡히는 투쟁들은 파견법을 통해 발언되고 있기 때문인데, 파견법상 불법파견이니 정규직화 해야 한다는 요구가 파견법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은 은연중에 파견법의 지위를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파견법이 놓은 ‘정규직 전환’의 다리는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런 생각의 흐름 속에 다시 가려진다.

만약 파견법상의 규제를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면 현실이 나아질까?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차별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 방안일텐데, 최저임금은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에 대한 보장의 성격이지 그것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극복할 근본적 방안은 아니며, 차별시정을 피해가는 방법은 이미 너무 다양하다. 불법파견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직무를 분리하는 모든 조치는 차별시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과 상통한다. 무엇보다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가운데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것은 그 한계가 자명할 뿐이다. 또한 노동조건의 개선이 노동3권 보장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파견이라는 간접고용 구조가 가지는 고용불안정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노동조건이 담보될 수 없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또 노동자를 해고하는 법인 파견법을 개정해 해고를 규제한다는 것도 그리 가능한 구상은 아니다. 단언컨대, 그 정도의 투쟁력이 있다면 굳이 파견법 개정의 방식으로 접근할 이유 역시 없다. 

‘불법파견’이 아니라 ‘파견’이 문제다.

문제는 파견이다. 불법파견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파견이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문제이다. 파견법은 사이다법이 아니라 사람장사를 허용하는 법이며, 파견업체가 가져가는 이득은 정당한 수수료가 아니라 중간착취이고 원청이 외부화한 관리비용일 뿐이다. 그리고 중간착취, 사람장사를 막기 위해서는 파견법을 폐지하고,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답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사회적으로 간접고용을 철폐해 나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원칙적 요구나 장기적 과제로 미뤄둘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실천과제로 놓아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파견법에 의해 고용되고, 파견법에 의해 해고되며, 또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되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불협 없이 유연하게 처리되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바이고, 그것은 노동자들이 모든 현실의 불합리함에 눈감을 것을 전제로 한다. 그 속에서 계속 불협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불법이 아니라 파견 자체가 문제라는 것, 노동자가 상품처럼 사고팔려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의 제도적 기반이 바로 파견법이고 그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외치는 것에서 불협은 만들어 질 수 있다.

* <워커스>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4회에 걸친 공동 기획을 통해 ‘<파견법> 폐지’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 첫번째 글을 홈페이지를 통해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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