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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연대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고 이한빛 PD를 추모하며, 더 큰 투쟁을 다짐한다.

 

4월 28일 저녁, tvN 혼술남녀 고 이한빛 PD의 추모제가 열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무려 반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우리는 그의 죽음을 알고 추모하고 있다. 물론 사안이 알려진 것 자체가 최근이다. 그러나 이제야 이루어지는 추모가 부끄럽고 안타까운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이 사회가, 또 우리가 얼마나 귀 기울여 왔는가에 대한 자문 때문이다.

 

고 이한빛 PD는 꿈을 가지고 입사했을 일터에서 신입이라는 이유로 험한 일을 떠맡아야 했다. 또 어렵고 과중한 노동을 하면서도 회사 내의 관계에서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가 모나서라거나 일을 특히 못해서도 아니다. 아니, 설령 모나거나 일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괴롭힘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고 이한빛 PD는 해당 업종의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면서 험한 일을 떠안아야 했다. 그리고 그가 감당해야 했던 ‘험한 일’이라는 것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과중한 노동을 강요하고, 외주업체를 일방적으로 변경한 회사를 대신해 외주노동자들에게 계약금을 회수하는 등의 일이었다. 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 이한빛 PD가 그가 살아 연대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이기에 그것은 더욱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가 너무 심성이 고와서, 그렇게 해서는 사회생활을 견디기 힘들다고 나무랄지 모른다. 벌어먹고 살려면 그런 것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사회생활은 원래 그런 것인데 그가 세상을 잘 몰랐던 것이라 탓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소해 보이는 무시와 배제가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 모는 조직문화와 관행을 만들고, 사회적으로 그것이 당연히 ‘고용되어 노동한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사람을 존중하지 못하고 배제하는 것은 조직문화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또 그것은 관행으로 당연시 될 것도 아니다. 그를 바꾸려고 하는 이가 있을 때, 질서에 충돌하는 문제거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라고 여겨왔던 것의 문제를 되짚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무시되지 않아야 하는 것,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사회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임할 때 우리 모두가 고 이한빛 PD와 같은 희생자를 다시 낳지 않는데 진실로 마음을 모을 수 있다.

 

유족들과 대책위는 CJ E&M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이유이다. 또 다른 이한빛을 낳지 않기 위해, 젊은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어 내야겠기에 유족들은 힘들게 세상에 고 이한빛 PD의 사망 사실을 드러냈고,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디딤돌이 되기 위해 입을 열고 있다. 젊은이들의 노동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CJ E&M으로부터 시작해 방송계의 관행을 바꾸어 내고, 한국의 기업들이 젊은이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구조를 고착화 시켜가는 것을 바꾸어 내야 한다. 그 시작을 이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CJ E&M은 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공적 기관의 조사에 임하겠다는 정도의 태도만 보이면서 유족들과 절절한 요구에는 답하지 않고 있다. 한 번의 사과도 없이 오히려 피해자의 탓을 하며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유족들의 요구에, 그 목소리에 우리가 더 큰 응답을 해야 한다.

 

우리는 그간 끊임없이 일터를 인권이 존중되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고, 그를 위해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단결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외쳐 왔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충분했는가를 다시 되물을 수밖에 없는 것은 연이은 청년들의, 미조직 노동자들의 죽음을 지금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고 이한빛 PD만이 아니라 경산에서는 편의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LG유플러스에서도 현장실습을 나간 노동자가 가장 열악한 해지방어부서에서 일을 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노동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당연시 되는 경쟁과 노동자에 대한 존엄이 없는 일터가 만연하면서, 그 이 사회가 만들어낸 질곡과 그로 인한 모든 고통이 특히 청년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이들의 죽음은 이 사회의 문제를 오롯이 드러내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죽음이 없기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살아서 연대하고 함께 싸울 수 있기를 바란다. 고 이한빛 PD를 추모하며, 편의점에서 사망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추모하며, 현장실습이 죽음으로 이어질 수박에 없었던 노동자를 추모하며, 추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살아서 그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릴 수 있도록 더 힘을 모아나갈 것이다.

 

2017년 4월 28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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