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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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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두명의 열사 앞에 사죄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

 

 

지난 5월 27일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일하던 박경근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배경에는 높은 산재사고율을 야기하는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휴식, 그리고 저임금과 고용불안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있었으며, 마필관리사들을 고용하고 있는 조교사들의 비인격적 대우가 존재했다. 그리고 박경근 열사가 죽음으로 호소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투쟁을 이어가던 중, 8월 1일 새벽 안타깝게도 또 한명의 마필관리사가 또 다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다. 박경근 열사가 그랬던 것처럼 8월 1일 사망한 이현준 열사 역시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인력 충원 없는 과도한 업무와 건강상의 이유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박경근 열사의 죽음에 한국마사회가 책임과 도의를 다해 해결을 위한 노력을 했다면 과연 이 죽음이 또 이어 발생했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6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가장 높은 매출액을 보이고 있는 산업이 바로 경마다. 그러나 마사회가 7조 8천억에 이르는 매출 실적을 내는 동안 노동자들은 어떤 대우를 받아야 했는가. 한국마사회는 비정규직 비율이 81.9%로 매우 높아 그것만으로도 사회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200억 수준의 사회공헌기금으로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했다 자랑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이에도 포함되지 않은 숨은 노동자들, 이들이 바로 마필관리사들이다. 마필관리사는 마사회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인 조교사에게 고용된 간접고용 구조를 취하고 있다. 마사회는 경마의 특수성에 따른 적합한 고용형태이고 노동조건도 양호하다고 주장하지만, 조교사로부터 받는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경기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지만, 조교사협회가 직접 고용하고 성과급의 기준도 정하고 있는 과천 및 제주와 달리 부산경남 경마장은 성과급 지급의 기준도 없는 상태다. 노동조합이 있지만 마사회와 조교사들의 지속적인 노조탄압으로 그 활동조차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

 

또한 한국마사회는 경기를 주관할 뿐 마필관리사들의 고용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마필관리사의 노동 없이 경기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 마사회가 그려내는 말 산업 육성의 큰 그림 뒤에도 역시 마필관리사의 노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마사회는 조교사를 통한 마필관리사 간접고용으로, 필요한 노동에 대해 져야 할 책임까지 위탁해 버렸다. 조교사 역시 직접 고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형태로 하여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음은 물론인데, 박경근 열사의 사망으로 인해 마필관리사의 직접고용이 요구되자, 오히려 조교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핑계를 대며 그 고용의 책임을 다시 한 번 외면했다. 한국마사회는 박경근 열사의 죽음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고, 그것이 결국 이현준 열사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사회가 말하듯 경마의 특수성에 따른 적합한 고용형태가 이런 간접고용 형태였는지 되묻는다. 그토록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직무 특수성을 만족하는 고용형태가 개인사업자에의 위탁을 통한 간접고용인지. 또 경마경기의 투명성 보장을 위해 충분한 노동조건을 보장한다는 것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인 것인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 누구도 직접고용을 통한 관리와 적정한 노동조건의 보장보다 현재 상태가 더 산업 특성에 부합한다 말할 수 없다. 결국 마사회가 내세우는 경마의 특수성이라는 요건에도 현재의 고용형태는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고용의 책임을 떠넘기고 매출에만 열을 올리는 비정상적 사행업체가 공기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한국마사회의 윤리헌장은 한국마사회가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문화 ․ 레저생활 향상 및 복지증진에 기여해 온 자랑스런 국민의 기업이라 쓰고 있다. 또한 마사회는 인권과 노동, 환경과 반부패를 표방하는 국제협약 유엔글로벌 컴팩트에도 가입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인권보장, 노동권 보장의 수혜는 결코 박경근, 이현준 열사와 같은 마필관리사들에게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랑스런 국민의 기업이라는 명예는 결코 지금의 마사회가 안을 수 없는 이름이다. 마사회는 과연 스스로 말하는 것과 같은 최고의 공기업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이제라도 제대로 되돌아보라.

 

아직까지 한국마사회는 이 죽음들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죽음을 방조하는 기업, 착취를 방조하는 기업, 노동자를 억압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며, 비인격적 대우마저 위탁해 버린 기업. 이 속에서 두 명의 노동자들이 숨을 거두었고, 남은 노동자들의 불안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조한 경영진의 퇴진과 처벌, 철저한 진상규명, 마필관리사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고려한 즉각적인 작업중지 조치. 이는 두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길이다.

 

우리는 마사회가 하루빨리 진실된 반성과 유족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조합과 성의 있는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죽음의 경주를 멈추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또 다시 외면하지 않기를, 공기업의 이름을 내세우고 싶다면 제대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를 촉구한다.

 

 

2017년 8월 3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리스트 사진은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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