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성명/입장

조회 수 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행정안전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발표에 부쳐

- 직무급이라는 미명하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과 발을 묶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행정안전부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3,076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중앙행정기관 중 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시작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논의의 첫 결과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이라는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내용은 참담한 수준이다. 계획 발표 당시 우려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행정안전부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3,211명(기간제 300명, 간접고용 2,911명) 중 3,076명(기간제 191명, 간접고용 2,8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였다. 수치만 놓고 보면 비정규직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하지 않다. 검토 대상에 포함되기 위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는 행정안전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3,211명은 행정안전부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한다고 판단한 사람들이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행정안전부가 제외한 인원을 감안하면, 실제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러나 누가 얼마만큼 누락되었는지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누락된 이들은 처음부터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배제되었다. 상시․지속적 업무라며 행정안전부가 정한 기준 역시도 자의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로서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업무를 상시․지속적인 업무로 정의하고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과거 2년 이상 근무한 자들은 기간제법에 따라서 정년을 보장 받아야 마땅하다. 정년을 보장해야 할 이들을 연중 9개월 이상, 향후 2년 이상 근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는 비판을 묵살하였다. 그 결과 연구보조원, 전문직인 의사, 치위생사 등이 일시․간헐적 업무로 분류되어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심지어 행정자치부 기준에 따른 상시․지속적 업무에 해당하는 이들조차 전환 대상에서 배제되었다. 행정안전부는 통신, IT 직종 중 민간기업 전문성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으나, 민간기업 전문성 활용은 그 의미도 모호하거니와 배제의 근거도 될 수 없다.  “근로자측 대표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부청사 정규직 전환 협의회」및 분야(직종)별 대표단 회의에서 정규직 전환 기준안을 논의”하였다고 하지만, 전환 제외 대상자들은 논의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 정규직 전환도 4년에 걸쳐 진행된다. 계획 발표 당시 우려했던 수순을 그대로 밟은 꼴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전환 대상자들의 처우다. 전환 대상자들을 상대로 행정안전부는 직무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했다. 사실상 최초의 직무급제다. 직무급제 도입에 관한 기획재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일방적으로 직무를 7등급으로 나누고 각 직무를 다시 7단계로 나눠 차등적으로 임금을 결정하였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1급 직무라 규정하면서 환경미화직 사원에게 1급 직무를, 간단한 행정처리 및 대민 서비스 업무를 2급 직무라 규정하면서 일반직 사원과 일반경비직 대원에게 2급 직무를, 경미한 기술업무는 3급 직무라 규정하면서 기술직 사원에게 3급 직무를 부여하도록 하였다. 같은 팀장임에도 환경미화직은 1급을, 기술직은 5급을, 일반경비직은 4급을 부여하도록 하였다. 자의적으로 업무 중요성과 업무 성과를 나누고 그에 맞춰 일방적으로 임금을 정하였다. 직무급제가 공정한 임금체계인 것처럼 주장했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업무의 중요성을 정한 것인지, 업무의 성과가 무엇인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기만 하다. 굳이 따진다면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을 분리하고 육체 노동을 평가 절하했다. 그 결과 실상 등급과 단계를 나누는 기준에 공정성은 찾아 볼 수 없다. 

 

직무급제의 목적은 분명하다. 행정안전부의 발표 자료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정부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1급 직무 1단계의 임금을 최저임금에 맞추고, 인상폭을 최소화해서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직무급제대로라면 직급과 단계가 올라도 승진과 경력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직무급제의 목적은 단순히 재정부담 최소화에만 있지 않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전환 대상자를 정규직으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존의 정규직과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 직무급제의 또 다른 목적이다. 이를 위하여 행정안전부는 전환 대상자들의 업무를 열등하고 하찮은 것으로 간주하였다. 주된 업무와 부수 업무를 나누고 부수 업무에 종사한다고 호명한 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이제는 중요한 업무와 사소한 업무를 나누고 사소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일방적으로 정한 자들에게 임금을 적게 주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전보다 차별의 구조가 더욱 세세하고 촘촘해졌다.  

 

행정안전부가 도입한 직무급제는 현장통제를 강화하여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드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고용 연장, 재계약을 미끼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의 무력화했다면 이제는 직무급제를 미끼로 노동자들의 단결과 교섭력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정부측은 노사분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정년을 보장하게 되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선택한 것이 자회사 방식의 전환이었다. 그리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직무급제 역시도 그 일환이다. 7급, 6단계 총 42계로 나뉜 기본급, 기본급에 따라 결정되는 임금 항목들을 앞에 두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직무급제 하에서 교섭의 대상과 여지는 더욱 줄어들고, 각각의 직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 간에 연대의 끈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의 이번 발표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특히 공공, 민간을 가리지 않고 직무급제의 첫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이라는 꼼수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분열과 차별을 공고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이렇게 많은 비정규직을 사용한 사용자로서의 책임감과 잘못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직무급제라는 신종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와 통제에만 급급할 뿐이다. 직무급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이기식의 이번 발표를 강력히 규탄한다.  

 

2018년 1월 5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