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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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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국회는 최저임금법 개악시도를 멈춰라

 

2018년 1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인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기존에 지급하던 격월, 분기별 상여금을 일방적으로 매월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고정성 있는 급여를 모두 폐지하여 기본급화 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였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노동자의 동의를 받는 사업장이 드물어 ‘최저임금 꼼수’로 인한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 올랐지만,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경영계는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을 모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끊임없이 생떼를 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들이 어려워지고,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주장의 근거이다. 그러나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일자리가 대거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한 집단해고 사태는 거의 발생되지 않았다. 특히 경비원들의 대량해고가 예고되었지만, 서울지역 4,256개 공동주택 아파트 경비 전수조사 결과 일자리가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계는 일할 사람은 필요하지만 임금은 조금만 주고 싶고, 그러려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에 최저임금법 개악을 시도하며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논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종 결렬되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노사는 모두 ‘생존의 문제’라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결국 최대쟁점은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적 임금들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째, 왜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 중에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관한 언급이 계속되는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하여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 태스크포스의 다수의견은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고정성’에 관계없이 산입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자본은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을 가급적 일치시켜야 노사간 이익균형이 맞아 협상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산입항목이 유사하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통상임금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정기적으로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일급, 월급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평균임금의 최저한도 보장,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연차‧유급휴가 수당 및 출산전후휴가급여 등을 산정하는 기초로 사용된다. 최저임금은 노사관계에서 약자인 노동자가 지나친 저임금을 지급받게 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월 단위의 임금을 받으며 생활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위반여부 역시 월 단위를 기준으로 매달 1회 이상 지급되는 임금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현재 경영계가 두 제도를 같이 언급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산입항목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은 개념과 취지, 성격이 확연히 다른 제도다. 통상임금은 사용자가 정한 임금항목(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 관여할 수는 있지만) 중에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 임금을 선별해, 연장 등 가산수당을 계산하는 기초로 사용하는 것이고, 최저임금은 개별 임금항목과 상관없이 국가가 최저임금의 수준을 결정한 후에 개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해당 최저임금에 위반되지 않는가를 살피는 과정에서 임금항목의 성격에 따라 일부를 포함하거나 제외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통상임금이 최저임금 이하인 경우, 모든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최소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하기 때문에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의 차액을 청구하는데 있어서, 통상임금 대신 최저임금이 적용되곤 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저임금이나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비교대상 임금은 통상임금과는 그 기능과 산정 방법이 다른 별개의 개념이므로, 사용자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여 곧바로 통상임금 자체가 최저임금액을 그 최하한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49074 판결)고 하였다.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기존처럼 이를 혼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즉, 두 개념이 연결되는 지점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경영계는 과거 지급주기가 1개월이 넘는 고정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면,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김혜원 교수가 발표한 논문 ‘최저임금 결정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쟁점 검토’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상여금을 받는 비율이 매우 적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고정상여금을 산입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크게 줄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자본의 비용 절감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저임금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상여금을 포함해 최저임금 미만율을 개선하자는 주장의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경영계는 최근에는 상여금을 미포함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임금이 높은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상반된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이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위반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라면, 이러한 사업장은 연장 등 추가근로가 많아 연장 등 가산수당을 최소로 지급하기 위해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엉망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는 이런 기형적인 사례로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적정한 인력을 갖추어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 저하가 생기지 않도록 임금체계를 정상화시킬 방안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자본이 최저임금을 통상임금과 결합시키고자 하는 것은 상여금을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강력한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따라 불가피하게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지만, 인상된 최저임금분 전부를 주지는 못하겠다는 것.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정부는 자본의 이러한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자본의 주장을 못이기는 척 따라가고 있다. 홍영표 환노위 위원장은 ‘정기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 필요성를 적극 피력하고 있으며, 전문가 태스크포스팀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에 따른 부담 때문에, 어찌됐던 눈에 보이는 최저임금 수치만 올려놓으면 되고, 실제로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지급받는 임금은 나몰라라 하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수없이 많은 사업장의 불법적인 최저임금 꼼수에 대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벌써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에 회의적인 시각들이 늘고 있다.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상여금’이라는 명칭이 아니다. 임금항목의 명칭은 사업 또는 사업장마다 다르다.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사업장의 현황에 맞추어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항목은 그냥 끼워넣어 놓은 것일 뿐이다. 그동안 포괄임금제나 연봉제 등 다양한 임금체계가 현장에 도입되었고, 이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도록, 혹은 임금을 계산하고 요구할 수 없도록 만들어 왔다. 노동조합도 없고, 노사협의회도 없이 그냥 사용자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던 임금에는 노동자들이 확인하고 관여할 수 있는 부분 거의 없었다. 임금항목도 매년 심지어 매달 다른 사업장도 많다.

이런 상태에서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는 것이나 빼는 것이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항목을 명확히 하여야 하고, 법률의 변경, 정책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임금을 확인하고, 정보를 요구하고, 체계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 전에는 어떠한 임금체계 논의도 사용자 입맛에 맞게, 임금을 맘대로 바꿀 구실만 줄 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통상임금 범위와 맞출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임금체계를 정상화시킬 것인지, 임금의 결정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는 관점 자체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법의 취지와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따른 논의의 핵심은,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의는 계속되는 ‘기업의 부담’ 주장 때문에, 어떻게 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요구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인 상황,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을 받고 있는 현실, 최저임금 미만률이 15%가 넘는 사태에서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1만 원이 필요하다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요구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41%에 달하는 여성노동자에게 특히 중요하다. 현재 남녀 임금격차는 35% 이상 차이가 나고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이러한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보고가 많다. 이처럼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은 전체 노동자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여성보호 및 남녀차별 금지라는 헌법의 이념에 다가가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에서만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저임금 시행 상의 문제들로 인해 노동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상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사도 제대로 찾기 어렵다. 구체적인 내용도 확인이 쉽지 않다. 이에 민주노총은 3월 15일부터 국회 앞에서 노동계의 입장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최저임금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의 더불어민주당 광역시‧도당 및 환노위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였다. 농성 이후 환노위는 3월 내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던 입장을 바꾸어 노사 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4월 3‧4‧6일 노사의견 청취를 위한 소위원회 일정을 잡았다.

 

노동존중과 소통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의 노동 관련 정책은 실망스럽게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그랬고, 이번엔 최저임금 논의가 그러하다. 최저임금으로 인하여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수많은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국회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논의 역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빼고,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는 당사자가 아니다. 전문가를 찾아가기 전에 당사자와 만나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물론 국회와 정부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2018. 3. 22.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입장서

 

[사진 : 한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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