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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부와 자본을 규탄한다!

 

또 사망했다. 지난 7월 23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제작사: 본팩토리) 촬영 스태프로 일하던 서른살의 노동자가 지난 8월 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이어지던 5일 동안 실외에서 76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지난 1월에도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스태프로 일했던 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로 사망했다.

 

‘노동 존중’과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내건 현 정부가 ‘워라밸’을 내세우고 “인간다운 삶을 향한 대전환의 첫걸음”이라고까지 자평했던 ‘노동시간 단축’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음에도 현장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사망이 이어지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우선 실제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은 ‘노동시간 단축’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잘못된 행정해석에 따라 주당 68시간의 노동이 가능했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기존에 존재했던 원래의 법 취지로 돌아간 ‘주52시간 상한제’가 정확한 표현이다. 무엇보다 방송업은 특례업종으로서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했지만,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무제한 노동에 시달리던 방송노동자들에게는 주52시간 상한제와 특례업종 제외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300인 이상 기업부터 적용하는 등 기업 규모에 따른 시기별 차등 시행의 문제와, 방송업과 같은 몇몇 특례업종의 경우 적용 예외로서 주52시간 상한이 아닌 기존과 같이 주68시간 상한을 허용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외주제작이 일반화된 드라마 제작현장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주52시간, 아니 주68시간 상한제마저도 적용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외주제작과 프리랜서 고용형태에 기반한 제작방식에 있다. <킹덤>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전제작 방식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하청구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방송사와 제작사 관계에 의한 외주제작 방식은 근본적으로 비용절감과 수익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 이는 최근 미디어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콘텐츠 저작권에 기반한 수익성 확대 전략과 더불어 방송사와 거대 미디어 자본의 살을 찌우고 있다. 이러한 외주제작 방식의 확산과 더불어 진행된 것이 방송산업 전반에서 프리랜서 고용형태로 일하는 수많은 불안정노동자들의 증가다. 그런데 이들의 고용형태는 외형상 특수고용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간접고용이다. 특히 프로젝트형 제작에 따른 고용기간의 불안정성과 노동자성 불인정과 같이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겪는 특수고용의 문제와, 실제로 방송 콘텐츠를 소유하고 방영하는 대규모 방송사 본사가 아닌 중소규모의 외주제작사나 현장팀에 소속된 형태로 일을 함으로써 겪는 간접고용의 문제를 모두 다 갖고 있다. 바야흐로 비정규직 문제의 백화점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장시간 노동이나 열악한 제작환경의 문제는 개선될 수가 없다.

 

결국 정부와 자본은 환상을 쫓다 현실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불공정한 방식으로 더 많은 이윤을 착복할 수 있는 사회와, 인간적인 사회라는 탈을 쓴 지속가능한 착취 사회의 앙상블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환상을 말이다. 이는 제조업에서부터 방송업에 이르기까지 전산업에 걸쳐 있는 다단계 하청구조, 간접고용과 같은 비정규직을 넘어서서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 등 특수고용노동 형태를 확산시키면서 노동자성을 탈각시키기는 불안정노동화 등과 같은 현실의 문제들을 만들어내면서 지속되고 있다.이러한 환상 쫓기를 멈추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실현 불가능한 환상 쫓기를 지금 당장 멈추고, 방송제작환경을 망치고 방송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제작방식과 고용형태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프리랜서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이들이 노조를 결성하여 교섭을 요구하면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아울러 SBS 본사 노동자들과 언론노조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촬영 재개 및 제작을 전면 중단하고,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과 열악한 방송제작 환경 개선을 위하여 외주 현장의 수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치열한 싸움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역시 투쟁에 함께 할 것이다.

 

2018년 8월 3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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