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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다행.

하지만 전면개정안 통과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올해 2월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8년만의 전부개정안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을 노동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하겠다는 목적의 개정을 시작으로, 일부 업종의 유해위험업무에 대한 외주화 전면 규정 개정을 통해 원청의 책임 및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정부분 한계가 있었던 전면개정안이었고, 전면개정안이라는 타이틀에 비해 위험의 외주화 전면금지 및 하청노동자 보호라는 실익은 빈약하였다. 그럼에도 정책 방향의 면에서 진전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노동계는 수정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동시에 전면개정안의 통과에 대한 요구를 높였다. 그러나 사용자의 입장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어느덧 전면개정안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었고 국회에서 여러달 머물렀다. 아마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젊은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조용히 올 겨울을 넘겼을 가능성이 크다.

 

노사 양측의 의견수렴을 핑계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 논의가 정체되던 중 고 김용균 노동자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개정요구는 다시 높아졌다. 이런 여론에 이끌려, 국회는 12월 27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을 재적 185인 중 찬성 165인, 반대 1인, 기권 19인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 입법예고 후 10개월 만에, 또 하나의 생명이 하청노동자이기 때문에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후에야 여론에 이끌려 마지못해 통과되었다는 점에서 국회의 공으로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지속되는 하청노동자들의 산재사망사고 빈발에도 불구하고 원청에 대한 책임자 처벌 및 안전에 관한 원청의 책임 강화, 위험의 외주화 금지에 대하여 제대로 된 제한규정이 없던 만큼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의 통과는 꼭 필요했으며, 연내에 처리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이번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2월에 제출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하면 또 몇발 물러나 있는 내용이었다. 우선 보호대상으로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그 모호성을 이유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변경되었다. 직업병 발생 위험이 높은 도급, 수은·납·카드뮴을 사용하는 유해·위험작업 등의 사내하도급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전면적 금지는 아니며, 2월 전면개정안에는 없던 예외규정이 신설되었다. 금지의 대상도 지나치게 협소하여 고 김용균 노동자가 작업했던 화력발전소 업무나 2016년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한 하청노동자의 업무 등도 여전히 도급금지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때문에 전면개정안의 도급금지 범위는 지나치게 협소하고,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전면개정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지속적으로 노동조합을 비롯해 노동건강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였던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행사요건 완화 및 보호강화에 대한 부분이다. 이후 작업중지권과 관련해 현재보다 손쉽게 그리고 명확하게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에 관하여는 의무가 강화되었다. 도급인의 사업장 뿐만 아니라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 가운데 화재·폭발·추락·질식 등 노동자에게 위험한 장소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산재 예방책임이 확대되었으며, 원청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가능한 곳도 의무범위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의무를 위반시 처벌수위 역시 높였으나 하한선을 규정함으로써 처벌의 실효성을 살리고자 했던 조항은 경영계의 강력한 반발에 삭제됐다. 다만, 5년 안에 사고가 재발할 경우 2분의 1 범위 내에서 가중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둠으로써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제한적이지만 원청/도급인의 의무를 강화한 측면에서 일부 진전이 있는 부분이다.

 

그 외에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을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자의적으로 영업비밀을 판단하여 비공개하는 행위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대표이사에게는 기업의 안전·보건에 관한 계획 수립과 이사회 보고·승인 의무를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기업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의 책임이 작동되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은 명확한 한계지점에도 불구하고 진전된 정책방향성과 산안법 개정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원청 책임 확대,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작업중지권 보장강화라는 측면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러한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의 흐름은 이제 시작된 것이라고 할 것이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이러한 개정의 흐름을 강화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다.

 

2019. 12. 29.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진출처: 민중의 소리

http://www.vop.co.kr/A000013660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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