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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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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탄력근로제 개악 합의 인정할 수 없다. 즉시 합의를 철회하라.

 

19년 2월 19일, 경사노위에서 발표한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개악안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동자투쟁 200년을 되돌리는 합의이며, 사회적 대화로서의 의미 역시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졸속 야합이다.

 

먼저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의 내용을 보자. 향후 노동자들은 과로를 합법적으로 강요당하면서도 제대로된 보상도 받지 못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주당 근로가 62시간까지 가능한 탄력적 근로시간 운용에 따라 최장 3개월까지 연장근로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할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합의문에서는 11시간의 연속휴식을 보장하고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 11시간 연속보장에 대한 예외도 가능하고, 11시간씩만을 제외한 하루 13시간 근로의 연속에 제한은 없다. 그러나 11시간은 출퇴근 시간, 수면시간, 식사시간, 세면시간 등을 고려하면 부족하기 턱이 없다. 또한 일별 근로시간 합의가 아닌 주별 근로시간 합의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근로시간 예상 및 통제권은 완전히 박탈되었으며, 이러한 주별 근로시간 확정 역시 기계고장, 업무량 급증이라는 통상적인 사정에 따른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의미가 사라졌다. 불규칙한 노동은 야간노동 만큼이나 해로우며, 발암물질과 다름이 없다. 피로는 노동자를 병들게 한다. 그러나 이번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는 세달 정도 주당 64시간을 일해도 다음 세달을 덜 일하면 된다는 산수적 발상이며, 노동과 건강에 대한 몰이해의 소치이다. 노동시간은 적금이 아니다.

 

사용자측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라는 조건 때문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률 10%,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 조직률 2% 남짓인 현실에서 이미 근로자대표를 허수아비로 세우는 사업장은 부지기수이다. 합의문은 노동자의 과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임금저하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이런 대책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 노동의 제한이라는 노동자 투쟁의 성과를 파괴하는 제도이며, 기존 노동시간제도에 대한 폐지이다. 이번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로 인해 18년에 있었던 주당 최장 노동시간 52시간 제한이라는 한계는 사라졌다. 하루와 한주의 노동시간을 제한한 것은 노동자에게 노동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함으로써 노동자의 휴식/건강권 보장과 사생활 보호,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불규칙한 노동은 노동자에게서 노동시간의 통제권을 박탈함으로써 건강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사생활, 가족과의 관계, 인간다운 삶을 파괴할 것이다.

 

이처럼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확대는 사용자들에게는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다조의 성과를 가져다 주지만, 노동자에게는 어떠한 이익이 있었는가?? 전혀 없다. 양보와 타협이란 서로 이익을 내놓고 손해를 감수하여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일방만이 이익을 얻는다면 이러한 합의에 어떠한 양보와 타협이 있었다고 할 것인가? 그동안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라는 허울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사용자측의 입맛에 맞는 사회변화와 제도개악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경사노위의 첫 합의인 이번 탄력적근로제 합의는 이러한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경사노위 합의문이 마련된 경과와 합의주체들을 살펴보자.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의 최종회의는 18일이었다. 19일 새벽까지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행되었다. 이에 위원들은 이렇게 회의가 종결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불과 몇시간만에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재개하였으며, 기존에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참여하여 논의하였던 위원들 중 불과 2인만이 참여한 상태에서 노사정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견과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위원들을 전격 배제한 상태에서 새로운 당사자들이 참여한 합의이다. 심지어 한국노총도 그동안 회의에 참여했던 2인(정책본부장, 정책실장)이 아닌 사무총장이 합의에 참여한다. 반대의 목소리를 묵살한체 ‘답정너’의 합의를 할 것이라면 왜 공익위원까지 뽑아 10여차례의 회의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였는가? 애초에 ‘사회적 대화’를 할 생각은 있었는가? 공익위원으로 참여하였던 당사자로부터 합의의 내용에 찬성할 수 없다. 답정너인 회의내용에 회의적이었다.라는 참회가 흘러나온 이유는 바로 경사노위의 목적과 운영, 합의과정의 전체에 있다고 하겠다. 정부는 경사노위라는 틀을 악용하고 이용하는 것을 즉시 그만두어야 한다.

 

파견법이 도입되기 전까지 정규직 노동이 당연했지만, 파견법 20년. 이제 정규직 노동은 예외이며 얻기 힘든 일자리가 되었다. 탄력근로제 합의는 이제 정시출근-정시퇴근은 없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연장근로하면 연장근로수당이라도 받았지만, 이제는 한주 64시간씩 3개월씩 일하고도 연장근로수당은 없는, 사용자가 일하라면 일하고 집에 가라면 가는 호출노동이 일상화되는 노동의 퇴행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처럼 이번 합의는 노동자 투쟁의 역사 200년을 되돌리는 합의이다. 이번 합의에 이름을 올린 5명과 경사노위에 대하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며, 즉시 합의가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이번 합의가 국회나 정부에 의하여 입법화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2019. 2. 22.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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