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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한다.

 

 

12월 11일, 칼날같이 매서운 추위가 곧 닥쳐올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산재피해 유가족은 단식을 결의했다. 2018년 12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위험한 일을 위험한 방식으로 계속하도록 내몰려 오다 끝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고 김용균, 그 어머니 김미숙 대표(김용균재단)가 단식을 결의했다. 2016년 비정규직이 만연한 방송국에서 해당 업종의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며 험한 일을 떠안아야 했던 고 이한빛 PD, 그 아버지 이용관 대표(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단식을 결의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전태일3법의 하나로 입법추진했던 민주노총의 이상진 부위원장이 그 옆에서 함께 곡기를 끊고 자리했다. 국회 본청 앞 계단, 단식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산재피해가족들의 눈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국회 정문 밖 농성장에는 이미 12월 7일부터 단식에 들어선 이태의, 김주환, 두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전한 사회를 염원하며 고 김용균 노동자가 잠든 마석 모란공원에서부터 국회로 천천히 행진을 시작했다. 서울 시내에 들어서서는 온 몸을 차가운 땅에 누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곧, 국회 앞으로 그 무거운 발걸음들이 모이게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그 모든 죽음에 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통해 우리는 보다 안전한 사회를 꿈꿀 수 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하청에 재하청으로 노동자를 위험으로 내몰고, 그 위험한 시설로 인해 시민들의 일상을 또한 위험으로 내몰면서도 그 누구도 스스로 책임있다 말하는 이 없었다. 기업이 사용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것을 손에 묻히고 코로 흡입하며 일해온 노동자들이 병들고, 그렇게 안전하지 못한 물질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해 온 시민들이 병들고 죽어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그 사회를 바꾸는 시작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해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싸우고 있다.

 

그 모든 죽음에 답하지는 못해도,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법은 산재피해유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다. 이 법을 통해 또 다른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많은 죽음들에 책임이 있는 기업을 제대로 처벌함으로써 반복되는 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기에 위로이다. 또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가 될 수 있다.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죽음을 함께 지켜보아야 했던 우리 역시 어찌 아프지 않았겠는가. 그렇기에 앞장 서서 싸우는 이들만이 아니라 모든 이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를 소망하고 있다.

 

그 소망이 10만을 넘어 국회에 입법의 목소리를 내었지만, 거대여당을 비롯한 국회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자신들만의 입법 투쟁에 매몰되어 우리 모두의 안전을 내팽개쳤다.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 국회의원 대다수는 쉽게 고개를 돌리며 법안이 담고 있는 처벌이 과도하다거나, 다른 법들과 상충된다거나 하는 불충분한 근거들로 우리의 뜻을 짓밟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단식에 들어가고, 유가족들이 단식을 결의하고 농성에 나서자 그제서야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할 뿐, 여전히 법제정을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시 한 번 국회에 촉구한다. 모두의 안전할 권리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나서라. 우리 모두는 또 다시 누군가의 소중한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가족을 잃은 남은 이들의 아픔을 참아내기가 힘들다. 이 한겨울 몸이 상하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고 온 목숨을 던져 호소하는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싸워 그 모든 마음을 위로할 것이다. 국회가 어떤 핑계도 없이, 그 소임을 다하기만을 바라고 또 촉구한다.

 

2020년 12월 13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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