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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를 가장해 노동권을 박탈하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법안’을 반대한다.

 

3월 18일 더불어민주당 장철민의원의 대표발의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장철민의원은 법안의 제안이유에서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하는 종사자는 179만명으로 취업자의 7.4%에 달하며, 일의 배정 등에 플랫폼 업체가 영향을 미치는 협의의 플랫폼 종사자는 취업자의 0.9%인 22만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노동관계법의 적용이 아닌 별도 법안을 통해 보호하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이 많은 노동자들을, 그리고 계속해 늘어갈 플랫폼 노동자들을 권리에서 밀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노동법을 개정해 적용의 폭을 넓히고, 그래서 전통적 노동자와 다른 노동과정을 가진 이들에 대해 노동법을 어떻게 확대하여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통한 일의 중개만으로도 노동자로서의 지위와 그에 기한 권리를 부정하는 것을 전제로 두었다. 그러나 노동자임을 부정당한 상태에서는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권리로 자리 잡지 못하며, 끊임없이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서 흔들림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고, 노동3권을 자유로이 누릴 수 없는 한 제도를 통한 보호는 현실의 노동관계에서 노동자를 약자로 만들고 스스로 권리를 찾고자 하는 힘을 방해한다.

 

노동법이 아닌 별도 법안을 제정하는 것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 등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은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우선하고, 유리한 내용을 규정한 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등의 근로자, 플랫폼을 통해 일을 하는 플랫폼 종사자 등을 구별짓는 것은 계속해 권리 밖의 노동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법안에 따르면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노동자들조차 다만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한다는 것만으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노동관계법 적용의 판단을 위한 자문기구를 둔다고 하지만, 지금도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플랫폼 업체에 어떻게 지배되고 있는지, 업체가 사용자로서 행위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수없이 제기하고 증명하고 있다. 그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노동자인지 아닌지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기존의 좁은 법 해석으로 노동자임에도 계속 노동법의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권리 박탈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플랫폼 기업의 의무나 책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플랫폼 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의 배정이나 보수, 수수료 등에 영향을 미치고, 고객만족도 평가 등을 활용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노동관계법상 사용자로서의 지위에 해당하거나 그와 유사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전무하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들이 종사할 일의 내용, 그 일을 통한 수수료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용계약의 해지 등을 통해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분쟁의 당사자로도 간주되지만 노동관계법상 사용자로는 보지 않는다. 또 플랫폼 기업이 실질적으로 노무제공 방식을 정하는 경우나 보수의 기준을 정하는 경우에는 플랫폼 이용 사업자로서 해당 법안에서 명시한 노무제공계약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이용사업자와 노동자가 맺는 노무제공계약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체결과 유사한 약간의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안전에 관한 사항 조차 플랫폼 업체 등의 의무가 아닌 계약 기재사항으로 되어 있다. 안전보건의 조치로서 사용자, 플랫폼 기업이나 이용사업자에 부여되어야 할 책임은 무엇인지, 그 조차도 계약에 넘겨 최소한의 보호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노동자성 부정을 전제로 한 별도의 법안이라는 근본적 한계, 플랫폼 기업과 이용사업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조차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 법 내용의 한계, 이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노동관계를 증명하여 노동법의 적용으로 나아갈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또한 지금까지도 소극적인 조치로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해 왔던 정부나 사법기관의 법해석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전문가의 자문이라는 것은 또한 얼마나 노동자와 아닌 자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을 것인가. 노동자와 아닌 자의 구분이 자를 댄 듯 정확히 가려질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렇기에 보다 폭넓은 권리 보장을 위해 기본적인 노동관계법이 포괄하는 범위를 넓히고 노동3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아 나갈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법안은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한 플랫폼 시장의 확대라는 목적을 위해 불안정한 노동형태를 기존의 노동법이 포괄할 수 없는 새로운 고용형태로 쉽게 치부해 버렸다. 이 법안만이 아니라 플랫폼 등 불안정 노동자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 자체가 그렇다. 무엇보다 이 법안은 장철민의원의 대표발의안으로 제출되었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가운데 있다. 그렇게 의도되는 것은 결국 고용관계를 벗어난 인력의 활용에 탄력을 가하고, 다양한 노동력의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법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중개거래에 대한 제도화 조치가 잇따를 것이며, 직업안정법을 손 보는 조치 또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화 정책 가운데 플랫폼 기업에 부여되는 의무란 노무중개에 대해 신고 의무를 부과하도록 직업안정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직업소개 시장의 질서 확립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설명되지만 사실상 플랫폼 기업에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완전히 지우고 플랫폼을 통한 인력공급을 유료 직업소개 분야의 하나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즉 기존의 직업정보 제공이나 직업소개 등과는 또 다르게 노무제공의 중개라는 것을 고용서비스의 영역에서 더욱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소개 혹은 중개의 형태를 띠되, 실질에 있어서는 지속적으로 인력을 공급하고 수수료를 획득하는 파견의 또 다른 형태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이로 인해 더욱 파편화된 노동, 호출형 노동의 확산으로 퍼져나갈 길을 제어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이 법안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 플랫폼 운영자(기업) 및 이용사업자와 종사자의 ‘대등’한 계약 등을 표현에 담았지만, 개별의 노동자들을 다시 노동자로서의 지위에 다가가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로 남겨 버렸다. 이렇게 남겨진 노동자들이 179만명이라면 그것이 어떻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겠는가. 현재의 노동관계법이 이들을 포괄하지 못한다면 노동법 자체가 시대를 담지 못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노동법을 노동하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 정부의 어떤 정책 속에서도 진정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우리는 보지 못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노조법 2조 개정의 요구, 노동자성 인정의 요구, 노동력을 이용하여 이윤을 얻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사용자로서의 책임 부여.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코 ‘보호’를 그 법안의 이름 가운데에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2021년 3월 23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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