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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쓰는 노동용어

 

 

사납금제 

 

 

임용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택시 완전월급제(전액관리제) 이행과 회사의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분신한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100일을 훌쩍 넘었다. 열사가 생전 근무했던 해성운수의 정승오 대표는 폭행과 협박 혐의가 결국 유죄로 입증돼 구속됐지만, 제반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해성운수 등 21개 택시업체를 족벌경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정부길 일가가 열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마저 한사코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에는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 잡고 있다. 사납금제와 완전월급제에 관한 법령 취지를 거스르는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사납금제와 전액관리제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 본다면 사납금제나 전액관리제 모두 생경한 용어다. 하지만 택시는 개인이 관리하는 개인택시와 택시회사에 소속된 법인택시로 나누어진다는 사실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사납금제와 전액관리제는 법인택시에서 운송수입금을 배분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사납금제는 택시노동자가 하루 동안 벌어들인 운송수입금 중 회사가 정한 금액을 납부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본인이 가져가는 방식을 뜻한다. 다시 말해 택시회사 사장이 차량 임대료나 관리비 명목으로 매일 떼어 가는 돈이 사납금이다. 일종의 렌트료 개념이라는 게 택시회사 측 주장이다. 반면 택시노동자로서는 사납금 이상을 벌어야만 비로소 자기 몫을 챙길 수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고 설령 손님이 없어 공 치는 날이더라도 자비로 사납금을 채워야 한다. 과로와 과속을 하지 않고서는 사납금을 충당할 수도 초과수입을 거둘 수도 없다. 이와 같이 택시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사납금제는 일찌감치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그 대안으로 시행된 제도가 택시 전액관리제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전액관리제에 대해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운송수입금)의 전액을 그 운수종사자에게서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전액관리제는 완전월급제가 아니다. ‘운송수입금 전액납부’와 ‘사납금제 폐지’까지가 전액관리제에서 규율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즉 택시노동자의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토록 하며 노사협의(임금협정)에 따라 정해진 월급(기본급+실적급)을 지급하는 방식을 전액관리제의 실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전액관리제는 시행 당시만 해도 택시노동자가 매일 일정 금액을 회사에 내고 남은 액수만 가져가도록 하는 사납금제보다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합리적 임금체계로 여겨졌다. 반대로 택시회사는 매일 고정적인 수익이 보장됐던 사납금제 시절과 달리, 전액관리제하에서는 회사 수입이 일정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수익저하를 우려한 택시회사들이 선택한 것은 ‘무늬만 월급제’ 꼼수였다. 기존 사납금의 명칭만 바꾼 ‘기준운송수입금’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실적급(성과급) 체계를 유지한 것이다. 택시노동자가 운송수입금 전액을 납부했을 때 회사가 정한 기준운송수입금(성과금 산정을 위한 기준금) 목표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차액만큼 월급에서 공제되는 식이다.

 

택시노동자의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고정적인 급여를 제공한다는 전액관리제의 시행 취지에 비춰 보면 완전월급제의 정착은 고사하고 불법사납금제가 버젓이 판치는 게 지금의 택시 현장이다.

 

불법사납금제가 사라지지 않는 까닭

 

‘사납금 인하’ 구호는 1984년 대구지역 택시노동자의 투쟁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만큼 장시간 위험노동을 초래하는 전근대적인 노무관리방식인 사납금제의 역사는 유구하다. 택시사업주들이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에도 탈법과 편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사납금제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택시노동자에게 경영위험을 손쉽게 전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납금이든 변형사납금제인 기준운송수입금이든 택시노동자를 수탈하는 이 제도를 통해 택시사업주들은 영업실적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 결과 영업활동 부진에 따른 매출감소 문제는 오로지 택시노동자가 떠안아야 할 짐이 된다.

 

두 번째로 사납금제는 택시노동자의 자발적인 노동강도 강화를 꾀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착취시스템이기도 하다. 어차피 회사는 사납금만 꼬박꼬박 징수하면 그만이니 노동자들에 대한 근태관리도 따로 할 필요가 없다. 결국 과도한 사납금 인상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구조 속에서 택시회사들이 택시노동자의 처우 개선이나 대시민 서비스의 질 제고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나 할까? 이쯤 되면 “노동자를 위한 월급제는 없고 사업주를 위한 월급제만 있다”는 불평이 쏟아질 법도 하다.

 

 

2. 본문사진.jpg

2024.01.24. 택시노동자 방영환 열사 설 명절 전 장례를 위한 범시민사회 기자회견. [출처: 공공운수노조] 

 

 

택시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택시회사들은 “이럴 거면 차라리 사납금제로 회귀하는 게 낫다”고 아무 거리낌 없이 주장한다. 전액관리제는 택시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게 이들의 주된 논거다. 이들은 전액관리제하에서는 택시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차고지에서 떠난 택시를 회사에서 일일이 관리·감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월급만 받고 일은 안 하는 택시노동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택시노동자들은 사측의 주장이야말로 온갖 꼼수로 사납금제의 틀을 유지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영업용 차량에 의무설치하는 운행기록계가 있어 회사도 택시노동자의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제할 수 있게 된 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택시회사들이 기준운송수입금이라는 명목으로 편법적인 사납금제를 운영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거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 2023년 12월에 있었다. 일정 금액의 사납금 기준액을 정해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조항은 강행규정이므로, 기준운송수입금 미달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본디 전액관리제는 택시업계의 불법경영을 근절하고 월급제에 기반한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택시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서비스 개선 목적에서 도입되었다. 방영환 열사가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에도 좀체 바뀌지 않는 약탈적 사납금제의 지속, 그리고 그로 인한 열악한 노동조건이 있었다. 30여 년 전에도, 바로 지금도 택시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사납금제 철폐’, ‘완전월급제 쟁취’를 처절하게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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