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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운동의 목소리

   

 

‘입틀막’ 정부에 저항하는 유쾌한 연대, 21조넷

 

 

권순택 •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

“R&D 예산을 복원하라.”

“의료계 대표자가 왔는데… 대통령님!”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는 감히 할 수 없는 말들이다. 국회의원이, 카이스트 학생이, 의사가 위 말들을 꺼냈다가 이른바 ‘입틀막’을 당했다. 그러곤 여지없이 사지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2024년, 한국 사회 내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억압당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들이다.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한국을 왜 ‘독재화로 전환되고 있는 나라’라고 분류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요즘이다. 「대한민국헌법」이 무너지고 있다.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오늘의 한국 사회에선 말할 자유가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나 욕구들이 표출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일은 당연하다. 이런 분출되는 요구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오로지 관심 두는 일은 검열, 단속뿐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워 왔다 

 

우리는 계속해서 싸워 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해 투쟁한다. 한국의 장애인복지예산(2017년 기준)은 11조 191억 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의 장애인복지지출 평균 2.02%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0.6%(명목 GDP 약 1,835조 7,000억 원 대비)로 집계됐다.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 1조 3,044억 원의 증액을 요구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예산은 106억 원(0.8%)에 불과했다.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이유다. 하지만 지하철은 무정차 통과하기 일쑤고, 역사 입구부터 막히고, 시위 참가자들은 연행됐다. 「철도안전법」이 헌법보다 우선된 현장이었다. 420장애차별철폐의날에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고 싶다’는 의미로 다이인(die-in) 행동에 나선 장애인들이 연행됐다.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해 장애인들은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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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언론의 자유 탄압하는 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 규탄한다!” 전장연 투쟁현장 취재기자들에게 물리력 행사한 데 대한 규탄 기자회견. [출처: 언론개혁시민연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도심 ‘1박2일 집회’와 관련해 ‘국민 불편을 야기한다’며 집회·시위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악하고 있다. 그 후, 평화롭게 진행되던 한국GM비정규직 노숙문화제가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해산됐다. 노동자들은 연행됐고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다쳤다. 성소수자들의 축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7년간 서울광장에서 이어져 왔던 퀴어 축제를 애매한 이유로 불허(2023년 5월)했다. 문화제마저 금지된 속에서 노동자들은, 그리고 광장에서 내쫓긴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란 말인가.

 

문화예술계에서 ‘검열’의 사례도 축적되고 있다. 2022년 10월,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 고등학생 작품이 경기도지사상 금상을 수여받은 것에 대해 문체부가 엄중 경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해 11월 행정안전부가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공연에서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곡을 배제한 사실이 알려졌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 같은 검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명백한 과거로의 회귀다.

 

정부의 비밀주의 또한 우려되는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모든 공공기관이 공개하고 있는 직원 명단과 수의계약 현황 등 기본적인 정보를 비공개 처리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됐던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마저 비공개됐다. 공공 정보에 대한 접근권조차 쉽지 않은 사회가 됐다. 국민의 알권리는 이렇게 점점 축소되고 있다.

 

언론사와 언론인을 향한 고소·고발, 압수수색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2023년 9월 검찰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윤석열 후보에게 검사 재직 당시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던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압수수색했다. 대통령이 직접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대통령 관저 공관 선정 과정에서 민간인 개입 의혹 등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언론사와 기자·PD들이 형사고소의 대상이 돼 재판(=고통)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낙하산 인사를 통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형해화시켰다. KBS 박민 사장이 취임한 뒤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춰 방영될 다큐멘터리 제작이 돌연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표현의 자유는 쉽게 무너져 내렸다. 정부는 ‘낙인’을 통해 약한 고리부터 건드렸다. ‘전장연’을 타깃화했고, ‘민주노총’, ‘시민단체’를 악마화했다. 효과가 없지 않았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싸웠고, 그 안에서 운동은 개별화되고 더욱 고립돼 갔다.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싸울 것이다 

 

올해 초, 전장연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 기자들이 취재하다가 쫓겨 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 언론의 자유 침해라며 제일 먼저 반발한 곳은 전장연이었다. 언론인들의 제작 자율성 확보를 위한 투쟁과 전장연의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위한 투쟁은 집회·시위 자유의 중요성과 함께 이렇게 만났다. KBS에서 제작이 무산된 <다큐인사이트>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가제)’ 또한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의 KBS에 대한 언론장악에 맞서 싸우는 언론인과 세월호 유가족을 한자리로 불러 모았다. 우리의 싸움은 연결돼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했지만 뒤늦게 깨달은 사실에 우리는 흥분했다.

 

그사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경찰청은 2024년 2월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풍자 영상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제작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누가 보아도 대통령에 대한 풍자인데, 검열의 타깃이 이번에는 일반 시민으로 확장됐다. 그랬다. 표현의 자유 후퇴는 결국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에 대한 검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였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약칭 21조넷)’의 출범은 이런 문제의식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했다. 공권력감시대응팀,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사단법인 오픈넷,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에서 <가상으로 꾸며본 윤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동영상을 각 단체 온라인 계정에 공동으로 게시해 저항했다. 서울경찰청은 4·10총선을 앞두고 원본 제작자가 조국혁신당의 비상근 당직자임을 은연중에 흘렸다. 원작자에 정치색을 씌우려는 선거 개입 시도였다. 그리고 당은 안타깝게도 원작자를 해촉하는 것으로 거리두기를 했다.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던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다. 21조넷이 곧바로 “모든 시민이 어떤 권력이라도 풍자하고 비판할 수 있다. 이 모든 시민에게는 어떤 경계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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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9. “표현의 자유 없이 민주주의 없다.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21조넷 출범 기자회견. [출처: 언론노조] 

 

 

정부의 끊임없는 악마화를 그대로 용인해선 안 된다. 전장연이라고 해서, 민주노총이라고 해서, 시민단체라고 해서, 특정 정치색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더 이상 위축돼서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서울시 지원이 중단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현장에, 그리고 KBS 제작 자율성 확보를 위한 투쟁에서 서로 교차하며 함께하기로 했다.

 

한국 사회 내 다양한 영역에서 오늘도 여러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때 운동의 목적과 내용이 당연히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는 자칫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21조넷은 그곳을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장애인권리예산을 확보하는 운동은 중요하다. 그 운동을 위해서라도 지하철 시위는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통용되는 사회에 대한 우리의 답이다.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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