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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어쓰는 노동용어


이주 비자

 

 

김헌주 •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대표

 

 

 

비자 제도에 대한 개요 

 

한국의 비자 제도는 아주 복잡하다. 이 일을 20년 넘게 한 필자도 여전히 다 파악하지 못한 게 비자의 종류이다. 각 지역의 출입국 사무소 앞에 즐비한 행정사의 사무실이 이를 방증한다. 비자 관련 업무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행정사들이 법원 근처에서 업무를 보기도 하지만 아예 출입국 사무소 근처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행정업무를 지원하고 또한 이런 일이 이미 주 수입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출입국 관련 모든 업무에 대한 안내는 ‘하이코리아’로 알려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력 정책본부의 체류비자 관련 안내 홈페이지(https://www.hikorea.go.kr/)를 참고하면 된다.

국민국가가 일반화되고 난 뒤에 보편적 국경 통제 방법으로 등장한 비자 제도는 현재 이주노동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복잡한 비자 제도를 통해 이주민을 위계화하고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노동력의 진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의 비자 제도를 큰 틀에서 정리하면 ① A 계열은 외교, 공무 등과 관련, ② B 계열은 무사증(비자면제협정)에 따라, ③ C 계열은 단기 체류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④ D 계열은 교육, 문화, 투자 등과 관련된 활동으로, ⑤ E 계열은 주로 취업이나 노동과 관련되어, ⑥ F 계열은 주로 가족이나 혈연 등의 인과 관계를 중심으로, ⑦ G 계열은 여러 가지 기타 사유로, ⑧ H 계열은 협정에 따라 발급하는 비자로 나누어진다. 물론 세부적으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2. 본문사진.jpg

2024.04.18.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반인권적 1차 정부합동단속 규탄 이주인권단체 공동기자회견. [출처: 노동과세계] 

 

 

이주노동과 관련된 비자 

 

위의 비자 중에서 이주노동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비자는 우선 E 계열 비자이다.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겨났던 E 계열 비자는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제도가 폐지되면서 비전문 취업영역으로 확대되어 E-9, E-10 비자가 생겼고, 고용허가제는 E-9 비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비자 제도의 목적이 위계화를 통한 차별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듯 E-9 비자는 업종별로 농업, 어업, 제조업 등으로 나뉘어 E-9-0, E-9-1, E-9-2 등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선원노동자를 착취할 목적으로 생겨난 E-10 비자는 특정 이익집단(수협 등)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어서 악명 높았던 산업연수생제도와 다를 바 없는 제도라고 비판받고 있다. 성폭행, 인신구속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유흥업소 종사 이주노동자나 놀이시설 등에서 공연을 하는 공연노동자는 E-6 비자로, 외식업종의 요리사, 조선소 등의 용접공으로 확대 유입되는 노동자는 숙련 기술 인력이라는 포장을 씌워 E-7 비자로, 최근 문제가 되면서 조직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회화 전문 강사는 E-2 비자로 체류하고 있다.

 

한편 동포 우대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H-2 비자는 한국 역사의 특수성이 만들어 낸 비자로서 E-9 비자 노동자들과 달리 취업업종 제한이나 근무지 변경 등의 제한이 거의 없어 이주노동자들의 위계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을 할 때 현실적 지향점으로 작용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다시 말해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쟁취라는 요구를 할 때 H-2 비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현실적 준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E 계열 비자 외에도 이주노동자들의 비자는 다양하다. 우선 계절 이주노동자들은 두 종류의 비자로 체류하는데, 한국의 지자체와 송출국 지자체가 MOU를 맺고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은 E-8 비자를 발급받고, 이미 한국에서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의 친인척들은 C-4(단기 취업) 비자로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과 무비자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태국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상당수 체류하면서 이주노동을 하고 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노동자들이 미국에서 상당수 일하고 있는 현상과 유사하다 할 수 있겠다. C-3(단기 방문) 비자로 한국에 온 이들은 90일 단기 체류라는 특수성 때문에 주로 농촌에서 일하고 있었고, 코로나19 시기에 왕래가 막히자 상당수가 미등록노동자가 되었다. 코로나19 시기 한국의 미등록노동자 숫자가 급속하게 불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외에 D-2(유학), D-4(일반연수) 비자를 발급받고 유학을 온 많은 외국인이 사실상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유학을 왔다가 불가피하게 이주노동을 하게 되는 일도 있지만, 한국에 와서 이주노동을 하기 위해 이런 비자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워낙에 한국의 진입장벽이 높아서 현지 국가의 브로커들이 사용하는 편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가족이나 혈연관계와 관련하여 발급하는 F 계열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면서 이주노동을 하는 사례도 많다. 결혼이주민들은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도 이미 이주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중소도시의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유학생이나 결혼이주여성이다. 한편 F-5(영주), F-6(결혼) 비자를 제외한 다른 F 계열 비자 체류의 목적이 취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실상 일을 하고 있고 이주노동자로 살고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사유로 인도적 고려 등을 들며 발급하는 G-1 비자 체류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1

교수

 

E-2

회화

외국어 전문학원 등에서 회화지도에 근무하는 사람

E-3

연구

 

E-4

기술지도

 

E-5

전문직업

 

E-6

예술흥행

수익을 목적으로 예술 활동, 연예, 운동경기 등 활동을 하는 사람

E-7

특정 활동

특정 분야에서 전문, 준전문, 일반기능, 숙련기능인력으로 근무하는 사람

E-8

계절 근로

농작물 재배·수확, 수산물 원시가공 분야에서 근무하는 사람

C-4

단기 취업

단기간 취업·영리 활동을 하는 사람

E-9

비전문취업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7개 송출국가 국민으로서 제조업 등 단순노무분야에서 근무하는 사람

E-10

선원 취업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여 내항 선원 등으로 근무하는 사람

H-2

방문취업

18세 이상 7개 국적의 동포로서 모국 방문 또는 취업(46개 업종)하려는 사람

C-3

단기 방문

관광, 상용, 방문 등의 목적으로 단기간 체류하는 사람

취업 불가

F-1

방문 동거

친척 방문, 가족 동거 등의 목적으로 체류하는 사람

취업 불가

F-2

거주

생활 근거가 국내에 있는 장기체류자, 난민 인정자 또는 일정 요건을 갖춘 투자자

취업일부제한

F-3

동반

D-1~E-7 자격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녀

취업 불가

F-4

재외동포

「재외동포법」 제2조 2호에 해당하는 외국국적동포

단순노무불가

F-5

영주

국내 영주할 목적으로 체류 중인 사람으로 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받음

취업제한없음

F-6

결혼

국민과 혼인한 사람

취업제한없음

G-1

기타

산재·질병 치료, 난민 신청자 등 인도적 고려가 필요한 삶

취업 불가

H-1

관광취업

관광취업 협정 등이 체결된 국가의 국민

 

 

위계화를 통한 통제의 목적으로 설계된 비자 제도 

 

이주노동은 필연적이다. 국민국가로 굳어진 국제질서는 국가 간 불평등을 필연적으로 일으키고, 이는 피착취 국가의 국민에게 필연적으로 이주노동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은 이주노동이 본인의 선택임을 강변하며 이주노동을 위계화하고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국경철폐를 통해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 우리 운동의 목표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비자 제도를 단순화하고 모든 이주노동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인도적 이유로 체류 허가를 받는 G-1 비자 체류 이주노동자들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생존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 처사이다.

 

아울러 비자의 종류에 따라 체류 기간을 제한하고 업종 간 이동을 막고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현행의 비자 제도는 필연적으로 미등록노동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최근 자본과 정권이 계절 이주노동자들을 도입하는 데 혈안이 된 이유는 이미 농촌노동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미등록노동자를 솎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 이주노동자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하향평준화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제도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

 

비자 제도의 희생양인 미등록노동자를 양성화하고 체류비자를 발급하도록 요구하는 투쟁, 간편 매뉴얼조차 무려 50여 쪽에 달하는 비자 제도를 단순화하여 이주노동자의 위계화를 막아 내는 투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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