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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성명]

이주활동가의 활동을 범죄화한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규탄한다

 

지난 2024년 1월 29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 남OO 검사는 경주지역의 한 이주활동가가 2명의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임금체불 사건 진정서를 작성하여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제출하고 대리 출석하여 진술한 것이 공인노무사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서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공인노무사법 제27조 제1항은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가 ‘업으로서’ 공인노무사법상 공인노무사의 직무에 해당하는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건 진정대리 및 진정서 작성 등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검사는 이주활동가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구제를 지원하기 위하여 10년 이상 연평균 약 500여 건의 진정서 작성 및 진정 대리 행위를 하였고, 피해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직접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민주노총 경주지부 부설기관인 경주이주노동자센터를 운영하면서 매월 급여 또는 활동비를 받으며 진정서 작성 및 전정대리를 계속적·반복적으로 해왔으므로 ‘업으로서’ 진정서 작성 및 진정대리를 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우리는 좀 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주활동가의 활동마저 국가가 부여한 전문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범죄로 규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국가는 시험제도를 통해 전문자격증을 부여하고 특정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그 국가는 인권침해의 원인이 되는 고용허가제를 유지하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성희롱 및 성폭력·폭행 등의 범죄를 방치하며, 권리구제를 지원하기 위한 조력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은 정주노동자들보다 임금체불 등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취약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노동청에 신고된 이주노동자 체불임금액은 1,215억 원이다.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발생률도 정주노동자보다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신고되지 않은 임금체불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피해 이주노동자들이 국가기관에 피해를 신고해서 구제를 받기란 쉽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한국 노동법에 대한 이해와 정보 부족, 고용허가제로 인한 종속성, 사업장의 영세성, 단속과 추방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거나 신고 이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청은 자체 통역 인력을 갖추지 않은 채 민간위탁으로 운영해온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통해 통역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정부는 2024년 예산 전액(2023년 기준 71억800만원)을 삭감했다. 대신 ‘외국인노동자 지역정착 지원사업 운영 공모’를 통해 9개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하여 사업비 50%의 이내에서 연간 2억 원 한도로 최대 3년간 외국인지원센터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변경했다. 앞으로 권리구제 지원마저도 민간 시장영역에 전부 맡기겠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주활동가에 대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은 공인노무사법에 대한 기계적인 해석일 뿐만 아니라 상식에도 어긋난다. 이주활동가들은 오랫동안 무책임한 국가의 공백을 메우면서 피해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영리성 없는 사회운동 차원의 활동마저 전문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모든 것을 법으로 규율하고 권리구제 지원활동마저도 시장에 맡기겠다는 야만이다.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야 한다. 국가는 산업현장에 만연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및 노동권 침해를 감시·예방하고 권리구제 지원을 위한 제도를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노동법률단체는 전문가들이 시장영역을 확대하기 위하여 이주활동가의 활동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야만의 시대에 전문가들의 ‘업’은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자 한다.

 

 

2024. 4. 30.(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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