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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2|11|2003
한반도 평화는 누구 손에

:: 2003-12-30   조회: 3945

내 큰 형님은 해방동이로서 나랑은 상당히 나이 터울이 진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무렵인가? 당시 큰형님은 해병대 복무 중이었다. 어느 날인가 큰형님이 집에 오셨는데, 집안 분위기가 잔뜩 먹구름이 낀 듯 하였다. 알고 보니 형님이 전쟁터로 끌려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총성이 일단 멎은 지가 이제 십여 년인데, 다시 전쟁터에 아들이 나가야 한다는 소식에 부모님은 망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국가에서 그렇게 정해 놓고 전쟁터에 가야 할 장병을 뽑았다니 속수무책이었다. 형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청룡부대의 대원이 되어 '머나먼 남쪽 나라' 베트남에 남한의 해병대로서는 첫발을 디뎌야 했다. 그러니까 형님은 그렇게 파병되기 직전 집에 들러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작별을 고하려고 집에 온 것이었다. 젊은이를 전쟁터에 보내는 국가의 속 보이는 배려였다.
1960년의 사일구 혁명을 짓밟고 정권을 빼앗은 박정희는 자신의 안정적인 집권을 위해 우리의 젊은 장병들을 미국의 용병으로 팔아 넘겼다. 미국은 미군함정에 대한 베트남의 폭격이라는, 있지도 않은 일을 조작하며 베트남에 전쟁을 일으킨 결과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 엄청난 희생을 남한의 용병으로 대체하였다. 미국은 애초 쉽게 베트남을 점령할 것이라 판단하였다. 최신식 무기로 대대적인 공습을 하면, 그 작고 꾀죄죄한 아시아의 가난한 국가 정도쯤은 며칠 안되어 싹쓸이 할 것이라 확신하였다. 하지만, 근 2백년 가까이 외적과 싸우며 조국을 지켜낸 베트남 민족의 저력은 방자하고 오만한 제국주의의 침공에, 인류사에 길이 남을 감동 어린 투쟁으로 대항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해방과 통일의 기쁨을 일구어 냈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배하며 베트남 땅에 실로 어마어마
한 화력을 쏟아 부었다. 실험이라도 하듯 화학무기도 거침없이 사용하였다. 어차피 세계의 평화애호세력으로부터 두고두고 원망을 들을 바에야 미친년 널 뛰듯이 온갖 무기를 다 써버려야겠다는 작정을 한 미국이었다. 하여 종전 30년이 지나고, 또 앞으로도 몇 세대를 더 지나도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베트남의 사람과 자연 등, 모든 것을 파괴하였다.
내 형님은 일년 동안 베트남에서 전투병으로 있다가 다행히 살아 돌아 왔다. 귀국한 형님의 손에는 그 당시로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회를 동하게 하는 희귀한 시계, 사진기, 녹음기 등이 들려 있었다. 전쟁으로 숱한 청년들이 죽어 나자빠진 현장, 그 희뿌연 포연에서 마치 고인의 그림자처럼 살아남은 자의 기념품이었다. 사람들은 전사자에 대한 아픔보다 생존자의 손에 들린 가전제품에 마음을 뺏겼다. 마침내 베트남의 전장은 미국의 보호 아래 남한의 경제부흥을 위한 돈벌이 현장이 되었다. 그것이 '국익'이었다.
남한에 사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한반도의 평화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사고의 원류를 찾아 올라가면 일본제국주의 통치에서 조국의 해방을 이룬 주체적 동력을 외부의 덕분이라고 보는, 말하자면 사대주의적 사고에서부터 기인한다. 조선봉건왕조가 그 생명을 다하던 무렵부터 민중의 힘으로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기운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기간 내내 조국의 해방을 이루기 위한 항쟁으로 이어졌다. 지주와 지식인들이 식민지배에 빌붙어 자신의 영화를 지속할 때 이 땅의 민중들은 언젠가 자주국가의 새 조국을 세우는 날이 올 것이라는, 역사의 정의를 확신하는 '혁명적 낙관주의'로 승리의 그 날을 위해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힘을 부정하고 미국과 소련 등의 연합국에 의해 조국이 해방되었다고 하는 시각은 꼭 남의 노동을 빌어먹는 거렁뱅이나 다름없다.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멎은 지 반세기가 되는데, 이 적지 않는 세월 동안 한반도에서는 한번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전쟁의 위기가 높은 적은 많이 있지만, 그 때마다 평화를 되찾았다. 그 힘은 무엇에서 우러나오는가? 미국? 천만에. 한반도의 평화가 외부의 힘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자들은 앞서 말했듯이 사대주의적 거지근성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확신한다. 한반도의 평화는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사랑하고 간절히 바라는 민중의 힘으로 지켜지고 있다. 우리 역사로 보나, 현대의 국제관계에서 보나 한반도처럼 긴장이 고조된 지역에서 이토록, 반세기가 넘도록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 있는가? 이 세월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난 지역을 살펴보시라. 그 지역의 민중은 간절히 평화를 바라건만 가증스럽게도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전투를 일으킨 미국에 의해 그 소망은 짓밟혔다. 그러니 이 땅의 평화를 지키려는 민중의 노력은 얼마나 가열찬가? 국제연합, 즉 유엔의 회원국이 180개국이 넘는데, 미국은 130여 국가에 미군을 파견하고 있다. 이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국제범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가장 심각한 사안은 이들이 언제라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역시 언제라도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전술핵에서부터 한반도의 구석구석을 정찰할 수 있는 인공위성까지 온갖 최신식 장비들이 그들에게 있다. 마치 공연히 길가는 사람, 그것도 자신 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을 잡아 몇 푼의 돈을 뜯는 뒷골목 양아치처럼, 미국은 되도 않은 트집을 잡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 했으며 지금도 그런 행각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래도 한반도에서 전쟁의 포연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 좀 수그러들었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전쟁의 위기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아주 웃기지도 않는 실례가 있었다. 남한에서 작년 직업(프로)농구 선수로 활약하였던 어느 미국의 농구선수가 올해에는 남한에서 선수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돈이라면 어느 곳이던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직업운동선수가 뜻밖에도 이런 태도를 보인 까닭은 다름 아니라 한반도의 전쟁 위기였다. 그 선수의 판단에 따르면 적어도 올 겨울에 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돈이고 뭐고 간에 남한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낱 미국의 직업운동선수가 이럴진대 미국의 분위기가 어떠한지는 능히 짐작이 간다.
그런 위기를 맞아 일부 극우세력을 제외한 한반도의 평화애호세력은 입을 모아 전쟁반대와 평화수호를 외쳤다. 한반도의 평화는 곧 세계 평화와 동전의 앞뒤처럼 얽혀 있기에 미국이 이라크를 무력으로 침공할 때 현지로 달려
가 세계평화애호세력과 함께 미군의 침공을 막고자 하였다. 베트남전에 미국이 개입하던 그 짓 그대로 이라크에 핵무기, 화학무기가 있어 세계평화를 위협한다고 날조하며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며칠만에 이라크 전역을 장악한 듯 하였다. 하지만, 이라크 민중의 거센 저항에 미국의 희생은 점점 늘고 있다. 물론 미군의 피해보다 이라크 민중의 피해는 엄청나다. 미국의 대규모 공습으로 초토화된 이라크의 거친 모래바람에 이라크 민중의 한이 무섭게 서린다. 최근까지 치솟던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잠시 수그러든 그 이면에는 이라크 민중의 피가 배어 있다. 이라크민중이 목숨으로 미군에 대항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그 여세로 한반도의 금수강산을 포연으로 가득하게 하였을 것이다. 그 포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자들은 사대주의적 근성에 물든 남한의 상류층에 불과하다.
노무현정부는 국익을 위해 이라크에 남한의 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도대체 국익이 뭐란 말이냐? 우리가 조상 대대로 살아 온 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고지순한 국익이다. 베트남의 평화를 짓밟은 과거의 잘못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자본가의 이익을 위한 침략행위이지 결코 국익이 될 수 없다. 미국이 저지른 전쟁에 남한의 군이 가세하는 것은 곧 한반도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
남한의 국익이 세계의 평화를 해치며, 결국 우리 겨레의 생존을 위협하면서 얻어지는 수입이라면 결단코 거부해야 한다. 결단코!
서동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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