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는 언명은 식상할 정도의 수준으로 자주 제기되고 있으며 노동운동의 대의에 복무하고자 하는 활동가라면 이러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에 대한 나름의 고민과 판단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IMF 이후, 지난 수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다시금 확인하는 리트머스가 되고 있으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와 태도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확인하는 뼈아픈 상처가 되기도 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자리매김 되기도 하였다. 다소 무리한 도식을 적용한다면, 전자는 한통계약직노동조합의 투쟁, 대우캐리어사내하청노동조합의 투쟁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고, 후자는 롯데호텔노동조합의 투쟁, 이랜드노동조합의 투쟁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는 시대적 규정 한가운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투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 투쟁의 성과와 한계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새롭게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에 있어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보여 준 연대투쟁은 너무나 앙상하였다. 즉, 정규직-대공장-남성-산별을 중심에 둔 민주노총으로 양식화될 수 있는 민주노조운동이 비정규직-중소영세-여(남)성-지역(일반)노조를 중심에 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올바르게 책임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두터운 방패막이가 되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분할을 위해 정당성까지 부여하는 등 정규-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는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정규-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의 구현이라는 말이 활동가의 구호로만 머물고 있는 현재, 민주노조운동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멈추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규-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의 구현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계획과 결의가 강제(위기와 가능성의 의미로서의 강제)되고 있는 것이다.
2. 사회적 과제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한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지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문제제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의제로서 제기되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량적 양산은 인간으로서 존엄을 이루기 위한 물질적 근거를 송두리째 빼앗아버리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불안정한 삶 속에서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생활조건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기에, 신자유주의의 노동유연화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을 넘어 진보진영의 사회적 과제로 제기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훼손과 불안정한 삶은 경쟁과 시장논리에 밀려 끊임없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진보진영의 고민과 투쟁은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어떠한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지,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 사회화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이 남아있을 뿐이다.
3. 지난 비정규대책위의 사업을 돌아보며
그 동안 비정규사업에 있어 개별적으로 비정규사업을 진행하였던 대구지역의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월,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대구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비정규대책위)의 결성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비정규대책위는 대구지역 30여 시민사회단체의 결집과 함께 상설적인 대응기구로서 대구지역의 비정규투쟁과 비정규사업에의 적극적인 대응을 통하여 대구지역 비정규문제를 사회화시키는 자기과제를 중심으로 출발하였다. 그렇게 길지 않는 기간 동안 비정규대책위는 '세계노동절기념 비정규노동자 권리찾기 주간사업', '최저임금 투쟁사업', '노사정위원회의 비정규입법에 대한 투쟁사업', '이주노동자 투쟁사업', '지역의 비정규사업장 연대투쟁사업' 등을 진행하였다.
특히, '세계노동절기념 비정규노동자 권리찾기 주간사업'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었던 사업으로 비정규-중소영세-장애-여성-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개별적인 투쟁의 요구에 머물렀던 그 동안의 투쟁의 경험에 비추어 비정규-중소영세-장애-여성-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요구를 모아내는 사업으로 지역 내에서 문제제기를 새롭게 확산시켜 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비정규공대위의 사업이라는 좁은 의미의 해석이 아니라, 비정규-중소영세-장애-여성-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의 문제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연대투쟁의 의미를 확장해 감으로써 비정규-중소영세-장애-여성-이주노동자들의 사회적 문제의식을 넓혀 가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노동절기념 비정규노동자 권리찾기 주간사업'은 비정규-중소영세-장애-여성-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요구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서 비정규-중소영세-장애-여성-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의 개별의 요구가 어떠한 지점에서 하나로 집약될 수 있는지, 또한 이들의 투쟁의 성과가 어떻게 신자유주의 반대투쟁과 맞물려 정식화될 수 있는지 풍부하게 담아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이주노동자 투쟁사업'은 지역의 '이주노동자 투쟁'과 맞물리면서 비정규공대위의 주요한 사업적 과제로 풍부화 시킬 수 있었던 사업이다. 즉, 중국인 이주노동자인 고 형군씨가 현장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장시간노동으로 사망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에 대하여 지역의 이주노동자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단위와 함께 비정규공대위는 적극적으로 투쟁을 결의하면서 항의집회, 항의농성, 이주노동자들과 연대 투쟁으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재발방지 약속, 근로복지공단 사과 등으로 고 형군 산재쟁취와 책임자 체벌을 위한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투쟁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고 형군 산재쟁취 투쟁의 계기로 비정규공대위는 '이주노동자 투쟁사업'을 주요한 사업으로 확장시켜 낼 수 있었고, 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이주노동자 투쟁사업'을 전개하였던 시민사회단체는 이 투쟁의 계기로 비정규공대위에 결합하였으며, 현재도 비정규공대위는 이주노동자 강제송출 반대와 산업연수생제도 철폐를 위한 대구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4. 비정규공대위의 도약을 위하여
비정규사업에 대한 대구지역의 상설적 연대기구로서 비정규공대위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위에서 살펴보았던 사업 외에도 수많은 사업을 기획·집행하였지만 아직도 많은 한계가 비정규공대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첫째, 비정규공대위에 결합하고 있는 대구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개별 단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비정규사업을 비정규공대위에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비정규공대위의 사업과 맞물려 비정규사업을 보다 풍부화 시켜 내기 위한 자기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개별 단위의 비정규사업에 대하여 비정규공대위의 사업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논의와 토론 등도 충분히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제한적인 연대사업을 위한 비정규공대위를 넘어 개별 단위의 비정규사업을 지역에서 확산시켜 낼뿐만 아니라, 개별 단위의 비정규투쟁의 경험을 지역의 경험으로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그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비정규공대위는 연대투쟁을 전개하였으나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하여 사안별 연대수준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이를 위해 사안별 비정규노동자들의 사안별 연대투쟁을 넘어서는 사업이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민주노총에서 주요하게 비정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민주노총 미조직특위'와 어떻게 상설적인 관계를 놓을 수 있을 것인지, 또한 '민주노총 미조직특위'의 주요한 사업을 비정규공대위에 사업적 제안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적 기획과 집행에 이르기까지 공동의 논의와 토론으로 녹여 들어가기 위해 '비정규공대위-미조직특위 연석회의' 등을 통하여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결합의 계기가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비정규공대위의 사업이 지역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나, 한편으로 정세 속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정규사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내어 지역 내에서 사회적인 쟁점으로 상승시켜 내어야 할 것이지만, 비정규공대위 사업이 중장기적인 사업계획과 밑그림에서 배치되기보다는 당면한 현안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함으로 비정규공대위가 보다 중장기적이고 폭넓은 사업으로 집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즉, 비정규공대위 고유의 중장기적인 사업과 밑그림을 통한 비정규사업은 당면한 현안에 대한 비정규사업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사업을 상승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비정규공대위 고유의 중장기적인 사업을 통하여 비정규공대위에 결합한 각 단위의 사업적인 동의지반을 형성시킬 수 있는 훌륭한 계기와 비정규공대위 고유의 공동의 사업적 성과를 통하여 지역의 비정규사업에 대해 좀 더 책임있는 사업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살펴보았던 정규-비정규노동자들의 극단적인 분할로 드러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그 한가운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생적인 투쟁을 어떻게 사회적인 쟁점과 사회적인 과제로서 적극적으로 제기할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출발한 비정규공대위는 출범선언문의 건조한 결의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한 비정규공대위의 사업과 고민속에서 보다 확장되고 보다 풍부화 되어야 할 것이며, 단지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대구지역공동대책위원회"만의 고민과 몫이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 건설되고 있는 비정규공동대책기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임이 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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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창호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구지역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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