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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6|0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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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6|04|2003
오픈에스이지부 근골격계 투쟁에 돌입하다

:: 2003-04-22   조회: 1996

대구에 상신브레이크라는 대기업이 있다. 이 대기업은 90년도 초부터 장애노동자(주로 청각장애인)를 고용하기 시작해왔다. 장애노동자 전체가 대략 20명 내외였다. 지난 98년도쯤 상신브레이크에서 장애노동자 노조강제탈퇴 문제로 한 바탕 싸운 적이 있었다. 당시 본인은 노사간 극심한 갈등을 풀기 위한 간담회에서 사회를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회사측과 이야기도 보았다. 여기서 회사측의 장애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문제가 있음을 알았다. 회사측의 입장은 고용이 어려운 장애노동자를 사측의 배려로 취업하게 된 것인데 노조가입은 웬 말이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애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자 노조탈퇴의 압력을 가한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장애노동자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인식은 장애인은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장애인을 노동자로 보지 않는 인식 때문에 상신브레이크 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또 본인은 농아인 협회에서 몇 년간 일한 적이 있다. 그런 곳에서 기업체로부터 취업의뢰가 간혹 들어오는데 대부분은 비장애인도 누구나 취업을 꺼리는 열악한 환경의 회사인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그 회사에 취업하려는 장애노동자가 있을 경우 오히려 말려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주변의 장애노동자들 중에 산재자 비율이 상당하다. 또한 지금 생각해보면 심각한 직업병에 걸린 사람도 많았다. 특히 심한 경우 한 사람이 4년 동안 4번이나 산재를 당해서 양 손가락 중 검지와 약지 반 토막만 남기고 몽땅 잘려나간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되어 고작 돈 몇 푼 받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것이 장애노동자의 현주소이며 더불어 이주노동자 및 여성노동자들의 현주소이기도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악덕 자본가들은 이렇게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에의 열망과 약자의 위치를 교묘하게 악용하여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런 탓에 주변 산재 및 직업병환자중에 제대로 보상받은 경우를 못 봤다. 본인 역시 노조를 건설하고 건강권투쟁에 돌입하기 전에는 별반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따라서 장애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 및 여성노동자들은 산재와 직업병을 많이 당한다. 아니, 산재와 직업병을 많이 당할 수밖에 없는 작업환경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일단 산재를 당하면 장애자가 되고 그러면 이직 및 취업이 곤란해져서 그대로 근무한다든지 작업환경이 더 열악한 영세사업장에 취업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또 산재를 당하거나 직업병이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해져 버린다. 이런 식의 악순환은 현재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노동자에게 건강권이 특히 중요한건 장애노동자의 ‘노동권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노동자에게 있어 노동권보장은 곧 ‘인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본인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러기에 인간으로서의 ‘인권’을 찾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노동권보장이 선행되어야하는데 생산성이라는 잣대로 모든 노동의 가치를 펑가한다면 장애노동자의 노동의 가치는 당연히 짓밟힐 수밖에 없다. 자본가들 입장에서 볼 때는 장애노동자는 노동자로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픈에스이(주) 장애노동자들은 전원이 비정규직이다. 전원이 비정규직인 탓에 항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따라서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에 방치되었어도 항변을 제대로 못했다. 적어도 노조가 건설되기 전에는 그랬다. 노조가 건설된 이후에는 다소 나아졌다고는 하나 이것도 고용불안이 항상 존재하는 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몇 개월마다 고용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사측은 노동자 개개인의 생산성과 회사의 수주물량을 연계 평가하여 재계약과 보수 수준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니 노동자들은 재계약과 임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위한 피터지는 생산성 경쟁을 벌여야하고 생존을 위해 열악한 노동조건 및 작업환경을 감수해야만했다. 또한 사측은 수주입찰과정에서도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 저가 경쟁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또 이익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에게 강도 높은 노동과 저임금 구조를 강요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자본의 이익은 극대화되어왔다. 특히 중요한건 장애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들 특히 오픈에스이의 경우는 정부로부터 ‘고용 장려금’이라는 명목의 지원금을 노동자 한 명당 매달 평균 80만원정도 지원받고 있는데도 일부 장애노동자는 생산성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65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지급하였다. 그래도 오픈에스이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화려한 미명으로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최근 산재투쟁과정에서 사측은 “산재투쟁의 전개로 인해 수주가 실패할 경우 전적으로 노조가 책임져야하며 수주 실패로 인한 작업물량의 감소는 구조조정을 근거가 된다”는 식으로 노조를 협박하는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

근골격계 질병의 근본 원인은 결국 과도한 노동 및 비정규직이라는 항상적인 고용불안이 가져온 ‘골병’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 및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규직화’ 및 ‘주5일제근무’가 투쟁의 핵심 요구가 되는 것이다.
정규직화를 달성함으로서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하여 생존을 위한 과도한 경쟁을 차단하고 주5일 근무제로 충분한 휴식을 줌으로서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이 주장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는 자본의 이익 극대화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말일 뿐이며 약자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생존권의 일방적 약탈”에 다름 아니다.

요즘은 장애의 범위를 광의적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장애인이 대폭 늘어났다. 장애는 대부분은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임신 중 약을 잘못 먹어서 영아때 사고를 당해서 어쩌다 넘어져서 병들어서 공장에서 일하다가 심지어 컴퓨터를 다루다가도 산재 당해서 교통사고로 다쳐서 화재로 화상입어서... 등등, 우리가 일생 살아가면서 장해를 당할 기회는 흔하게 널려있다. 그러므로 비장애인들은 모두 잠재적인 장애인이다. 만약 자신이 장애인이 될 것을 미리 알게 된다면 장애인의 근무환경 및 노동조건에 무관심할 수 있을까?
그 노동조건 및 환경이 열악하다면 노동자로서 권리를 짓밟히고 또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할 것이다. 그러한 노동조건을 계속 방치하는 한 장애노동자의 사회진입에 높은 장벽이 될 것이다. 안전한 노동환경과 건강한 작업은 전체노동자의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을 통해서 장애노동자는 진정한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동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서 다수의 횡포에 보호받게 하려는 것이다. 이 투쟁은 이주노동자, 실업노동자, 여성노동자 등 모든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보호투쟁과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연대하여 싸워나가야 한다.

서사노 오픈에스이지부는 장애노동자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노조이다. 전국최초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을 하며 구체적인 작업은 데이터를 가공하는 공정에 투입된다. 이 작업은 단순반복노동이라서 동일한 동작을 하루에만도 수천 수만번 이상 반복해야만 한다. 따라서 VDT에 쉽게 걸릴 수밖에 없었다. 지부는 작년 6월부터 꾸준히 구체적인 조사 및 검을 통해 직업병임을 확인하고 산재요양투쟁을 전개하게 되었다.
목동이대병원에서 전문의의 정밀 진단결과 24명의 조합원 중에 11명이 직업병 판정을 받고 3월27일 근로복지공단영등포본부앞에서 풀무원노동자들과 더불어 “'사회적 기업' 오픈SE노동조합·'청정기업' 풀무원 근골격계 직업병 요양 전원 승인 촉구와 요양 강제 종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노동자 결의대회”를 갖고 그 이후 4월2일까지 매일 근로복지공단 남부지사앞에서 1인 시위 투쟁을 전개한끝에 4월3일 전원산재판정을 받고 승리보고대회를 마쳤다. 현재 양평동 지성병원에서 전원요양중이다. 이번투쟁에 장애노동자들의 강력한 단결과 외부 투쟁단위들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 우리 지부의 투쟁은 세 가지 특징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첫째는 장애노동자로서 최초의 산재요양투쟁이다.
둘째는 사무직노동자로서 최초의 투쟁이다.
셋째는 비정규직노동자로서 최초의 투쟁이다.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릴 당연한 권리다. 이런 권리를 장애인이기 때문에 여성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누릴 수 없다면 우린 마땅히 전체 노동자의 이름으로 투쟁해야한다.
우리의 투쟁은 결코 소수자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미래를 담보하는 투쟁이며 보편적 인간의 권리인 ‘인권’을 위한 투쟁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만수 | 서울지역사무전문서비스노조 오픈에스이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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