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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0|09|2003
방송사 분사저지 투쟁에 선 SBS 미디어넷지부

:: 2003-12-28   조회: 2927

들어가며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화려하고 멋진 공간으로 방송사를 떠올리곤 한다. 중고등학생들의 장래희망에도 대부분이 아나운서, 탤런트, 작가, PD, 기자 등 방송계통의 직종이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조명 뒤에 방송을 움직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로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방송가에는 질펀하게 깔려있다는 사실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러는 가운데 지난 285 일간 투쟁을 해온 방송사 노동자들이 있어서 그들을 찾아봤다. 이들은 비록 비정규직은 아니었지만, 이들이 싸운 주목적이 방송사에 진행되는 분사화에 맞선 투쟁이었다는 점과 이들의 투쟁으로 방송사의 다른 비정규직 조직화에 조금의 교훈이라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게다가 분사화 이후 이들 노동자가 전락할 수밖에 없는 길이 자연히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존재하기에 이들의 투쟁의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기로 했다.

노조가 만들어지기까지

본격적인 상업방송으로 잘 알려진 SBS는 지난 2000년 2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소속의 껍데기만 남은 케이블TV <스포츠채널>의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99년 <골프채널>로 케이블TV 사업에 첫 진출한 후, 실제적인 방송사업다각화를 이룩하게됐다고 발표했었다. <스포츠채널>은 국민의 세금이나 다름없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 500억이 투자되어 설립된 공익성이 높게 요구되는 채널임에도, 공단 측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SBS 인수당시 이미 파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
그럼에도 SBS측은 무려 252억을 투자해 <스포츠채널>을 인수하면서, SBS를 통해 얻은 효율적인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성공적인 전문 케이블 채널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하였다. 하지만 <스포츠채널>은 2002년도까지도 계속 누적적자만을 키워옴으로써 SBS의 경영성과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스포츠채널>의 끝없는 부실은 이미 인수 당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었음에도 경영·투자예측의 실패와 부실경영은 책임지지 않고, 그동안 애써온 노동자들에게 모두 떠넘기기 시작했다. 이 때에 나온 안이 회사기능 90% 이상을 업무인력으로 분사시키는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을 통해 노동자들을 쫓아내는 것이었다. 그 분사안이라는 것도 회장 1명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의 분사였다는 점에서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심각한 노조탄압

결국 SBS 자회사로 스포츠, 드라마, 골프 등 3개 케이블방송을 운영중인 SBS미디어넷은 언론노조 SBS미디어넷지부로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을 준비했다. 하지만 노조의 분사저지 투쟁에 맞선 사측의 노조탄압도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2002년 3월 현 사장인 홍성완 SBS미디어넷 사장의 취임 후, 7월에 노조에서 <골프채널>과 <드라마플러스>의 조합원들을 회유·탈퇴시키고, 준법투쟁을 한 노조위원장과 집행부를 회사업무를 방해했다고 해임하고, 구사대와 외부 용역을 동원해 지부의 농성을 저지하는 등 저열하기 이를 때 없었고, 파업이 200여일 째로 접어들며 투쟁이 장기화되자 SBS스포츠채널 홍성완 사장이 대외적으로는 협상을 하자면서 뒤로는 언론노조와 미디어넷지부를 이간질하는 선전전을 벌이고, 공식 공문에서도 언론노조를 협박하는 등 치졸한 방법의 탄압은 계속되었다. 그 이후에도 분사, 직장폐쇄, 조합원 전원 정리해고, 업무방해, 16억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가압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조 탄압이 자행되었다.

투쟁의 정리

결국 사측의 일방적인 분사 및 명예퇴직 발표로 시작된 2002년 10월 4일 SBS미디어넷지부 파업투쟁은 7월 16일 조합원 전원단식 돌입이라는 극한 상황을 앞두고 15일 합의서에 조인했다. 파업투쟁 285일째 되는 날이었다.
여의도 CCMM빌딩 12층에서 이뤄진 이날 합의는 하루전인 14일 '선 원직복직·후 구조조정' 을 전제로 한 일괄 타결안을 잠정합의하면서 타결 기미를 보였고, 다음날인 15일 오전 11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진행돼 조합원 35명 중 찬성 31표, 반대 3표, 무효 1표로 가결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SBS 미디어넷지부는 오후 2시 225일 동안의 노숙투쟁 숙소인 SBS앞 천막농성장을 철거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SBS 미디어넷지부 조합원 35명 전원은 원직복직 후 새로 설립되는 제2분사 회사에 18명이, 그 외 인원인 17명은 희망퇴직키로 했다.
제2분사 회사와 관련 △SS비젼과 별도 회사 △자본금 규모 1억원 △지분의 14%를 SBS스포츠채널이, 사원 납입분이 86% △최소 3년간 제작·외주 물량 보장 등이 명기돼있다.
희망 퇴직자와 관련 희망자 뜻에 따라 △사측은 취업알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 △사측의 조합원 전원에 대한 가압류 및 업무방해, 손해배상과 관련 민형사상의 고소·고발건 취하 △지부의 사측에 대한 업무방해 및 노동법 위반 관련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투쟁의 의의

물론 SBS 미디어넷지부의 투쟁이 분사화를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장기투쟁 사업장이 겪는 생계곤란과 가압류 등의 탄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을 섣불리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을까? 285일간의 투쟁이 가능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들의 집단성에 있었다. 무엇보다도 개별화되어 있는 방송사의 다른 직종에 비해 집단성의 확보가 비교적 용이했던 점이 중요하다. 방송사는 비정규직의 수도 많지만, 그 종류도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방송사의 발이라 일컫는 운전직 노동자들은 파견 직종이고, 각종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AD, FD, 구성작가, VJ  등은 프리랜서란 허울속에 노동자 불려지지도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다. 이외에도 청소 용역 노동자, 각종 계약직 등이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다양한 직종이 엉켜 있는 만큼 대부분의 업무가 심하게 개별화되어 있어 투쟁을 만들기가 어려운 면이 많다. 그러나 SBS미디어넷지부는 스포츠, 드라마, 골프채널로 이루어진 SBS 자회사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집단성을 이루기가 쉬웠다. 또한 투쟁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비정규직과도 투쟁을 하는 등 투쟁의 과정에서도 건강함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방송사 투쟁의 또하나의 선례를 남기고 SBS 같은 족벌체제로 점철된 방송사에 만연한 악습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SBS는 (주)태영이라는 기업을 모체로 하여 만들어진 방송사로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방송이 되기 때문에, 내용뿐 아니라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악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동조건과 비인간화가 심각한데도 경쟁의 논리가 강하기 때문에 움츠러들고 투쟁하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방송사의 노동자들이 노예처럼만 살수가 없고, 저항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는 것 역시 중요한 투쟁의 의의였다.

방송사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

방송사에서는 일하는 많은 사람들은 방송사를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직률이 무엇보다도 높기 때문에 불만은 많지만 당장의 상황이 아쉬워도 투쟁에 결합하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참고 일하면 상승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와 물리적인 것 뿐 아니라 정신적인 개별화 분위기가 강해서 경쟁의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게다가 일종의 블랙리스트 같은 것인데, 한번 찍히면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저항할 수 없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런 것들이 열악한 노동자들일수록 더욱 더 노동자들을 개별화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에 방송사에서 투쟁을 조직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인터뷰에 응해 주신 전 SBS 미디어넷 동 훈 지부장님은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하나는 방송사의 주류 층인 PD, 기자들의 각성하여 문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사업장으로 치면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방송사의 몇 안되는 주류층과 그 밑에 수많은 비정규직과의 관계는 사실 일반 사업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 이상으로 심각하기 때문에 주류층의 각성은 2배, 3배 더 필요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각종 언론이 신문 개혁, 방송법 개정 등을 통해 언론사의 중층적인 모순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의 노사관계나 노동자간의 관계도 무척 보수적이거니와 무엇보다도 언론이 자본에 의해서 움직이는 한, 자본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괴물로 성장하고 있음에 대해 인지해야 할 것이다.
집중취재팀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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