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 여수터미날에서 여수건설노조로 가는 택시안에서
건설플랜트 노조에 대해 처음 접해본 것도 올해 초 울산의 현대중공업에서 박일수 열사 투쟁이 한참일 때였다. 박일수 열사 투쟁에 정규직노조가 오히려 외면하고, 어용 대의원들에 의해 악덕 선전과 폭력이 자행되었을 때, 지역의 비정규직 노조 중에서도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달려와 헌신적으로 연대투쟁을 보여줬던 노동자들이 건설 플랜트 노동자들이었다.
그래서 일까? 올 여름 LG 칼텍스정유 파업에서도 이 건설 플랜트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많은 힘이 되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소식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여름 지하철노조와 LG 칼텍스정유에서 파업이 있었고, 두 파업은 언론의 집중 포격으로 국민들의 호응도 얻지 못하고, 정권의 탄압으로 실패한 파업으로 끝났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묻혀 버렸는지도 모른다. LG 칼텍스정유 노조의 파업에서도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연대했던 노동자들이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었다. 그래서 이 건설 플랜트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수에 내려갔다.
LG 칼텍스정유는 알다시피 여수에 있는 사업장이다. 취재를 위해 여수에 갔을 때, 여수의 택시기사 아저씨와 LG 칼텍스정유 파업할 때 얘기를 하게 되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경제가 어려운데 파업을 자제해야되지 않느냐고 했다. 또한 여수 산단의 화학단지의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도 얘기하신다. 파업이 노동자들의 이기주의로 돌려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지역 민중의 삶과 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더욱이 파업이후 현재 LG 칼텍스정유 노조는 사측의 20번이 넘는 굴욕적인 각서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파업 이후의 현장 상황도 좋지 못하다. 잠시 바람결에 지역에서의 투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투쟁이 실패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투쟁하는 주체들의 성장이 있었다면, 투쟁의 불씨는 언제라도 타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섣부른 평가를 내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투쟁에서 눈을 돌리고 봐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1. 건설 플랜트와 여수의 노동운동
(1) 건설 플랜트와 건설(플랜트)노조
건설 업종에는 많은 종류의 일이 있다. 우리에게는 특수고용 문제와 2001년 파업으로 알게된 레미콘을 운전하는 ‘건설운송’이 많이 알려 졌지만, 이외에도 건설일용직, 플랜트, 전기원 등이 있다. 건설플랜트와 건설 일용직의 경우 같은 일용직인데, 기술 계약직이다. 다만 일의 성격에 따른 분류일 뿐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쇠를 만지는 사람인지 목재를 만지는지 이런 차이다. 플랜트의 경우 각종 화학산업이나 조선업종 등에서 공장의 기계설비 등을 만들고 움직이게 하는 일을 말한다. 그런 구분으로라면 쉽게 말해 전기원은 전기줄 만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현재 플랜트 건설노동조합은 포항, 여수, 울산, 광양에 있다. 전남동부지역건설노동조합, 포항지역건설노동조합,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이 뭉쳐 플랜트건설노동조합 협의회를 구성했다. 그 중에서 플랜트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제일 많기 때문에 울산이 플랜트 업계에서는 메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여수의 건설 플랜트 노조(여수건설노조)가 지역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년 정도 밖에 안 된다. 그 전에는 설움도 많이 받았다. 여수건설노조의 역사속에서 살펴보면, 여수건설노조의 경우 89년도에 최초로 만들어 졌다가 해체되고 그러다가 다시 복구되었다. 기본 틀은 있었기 때문에 2002년 7월 17일 총파업을 통해서(55일) 다시 노동조합을 세우게 되었고, 그 이후에 전국 각지에서 연대투쟁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였다. 그리고 올해, 여수 건설노조의 경우 화섬연맹 공투본과 플랜트 노조 공동임단협에 참여했다.
(2) 여수건설노조의 두가지 투쟁
- 플랜트 공동임단협과 여수지역 화섬연맹 공투본 투쟁
일단, 올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는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노조가 첫 대규모 공동임단협을 진행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사례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교섭대상인 단종업체들 역시 전에 없는 강경한 교섭태도로 나와 무더위 속에 파업이 길어졌다. 이 때문에 노조는 각 지역의 대부분 건설공사 발주를 맡고 있는 포스코 진입로를 차단하거나 대규모 노숙농성을 하는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진행했고, 노조간부 20여명에게 체포영장이나 출두요구서가 발부되는 등 많은 피해가 있었다.
그리고 화섬 공투본의 경우 7월 14일 여수산단 내 공동투쟁본부 7개 사업장이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작되었다. 공투본은 여수시청 앞에서 조합원 및 가족 등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파업출정식을 열고 공동파업을 선언했다. 여기에 참여한 여수건설노조는 이 과정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의 연대라는 성과를 남길 수 있었다.
여수지역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노동조합이 파업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고들 한다. 아마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파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렇지만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여수건설노조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LG 칼텍스가 사측에 의해서 정리되었지만 파업의 불씨가 남아있다. 성과라면 싸움을 해봤다, 투쟁의 의지를 높였다는데 있다. 이번 투쟁을 계기로 여수 지역 비정규직이 깨지면 투쟁이 안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정말 큰 성과를 얻은 것이다. 비정규직의 역량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이번 투쟁은 여수지역의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의 의미와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한 투쟁이었다.”
더불어 이런 말도 오갔다. “실제 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말 열심히 투쟁했다. LG정유의 파업대오가 1000명 정도였는데, 여수건설노조는 2500명이 투쟁을 함께 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홈페이지도, 다른 언론에서도 그런 내용은 많이 보지 못했다. 비정규직 투쟁이 많이 묻혀서 안타깝다.”
3. 정규직-비정규직 연대 투쟁
(1) 연대투쟁에 대한 경과
* 파업 경과
7월 14일 여수지역 화섬 사업장 공투본 파업 돌입.
7월 19일 LG칼텍스정유 총파업 선언.
7월 21일 노동부앞 집회.
7월 30일 ?직권중재 철폐와 총력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 노동자대회?
LG칼텍스노조, 노조 가족대책위 200여명, 플랜트건설노조 3,000여명 등 민주노총 조합원 4,000여 명이 참가. 이날 공장안으로 진입.
여수 산업단지의 경우 대부분 화학섬유연맹 사업장이다. 매년 여수지역에는 화섬연맹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투본이 구성되어 있었는데, 올해는 7월 14일을 기점으로 공투본 소속 17개 사업장 중 한국화인케미칼, 한국바스프, 산남석유화학, 대성산업가스 등 4개 사업장 2,000여명이 전면파업에 나섰으며 LG칼텍스정유, 금호피엔비화학, 한화석유화학 등 3개 사업장 200여명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그 중에서도 LG칼텍스정유는 여수 산단에서도 가장 큰 사업장이었는데, 14일 부분 파업에 돌입하고 이후 좁혀지지 않는 교섭으로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적으로 산개 투쟁을 진행했다. 그러다 산개투쟁을 접고 30일 노동자대회 즈음에는 LG 공장안으로 진입하는 투쟁 전술을 쓰게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건설플랜트 노조 조합원들의 연대 투쟁이 진행된다. 건설플랜트의 경우 화학 공장에 출입하며 상시적으로 노동해왔기 때문에, 정규직이라도 지역에서 투쟁을 같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또 내건 요구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걸고 있어서 더욱이 남의 싸움이라 보기 어려웠다.
(2)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에 대한 설득
정규직의 투쟁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과 차별이 많기 때문에 우리보다 더 나은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줘야 하나라는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수건설노조도 초기에는 정규직 투쟁에 반발이 많았다. 다른 비정규직과 별 다르지 않는 시선으로 “배부른 놈 투쟁에 우리가 왜 가냐” 였다. 그러나 설득하고 나서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함께 투쟁하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연대의식도 깊어지고, 지금은 이에 대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조에서는 총파업 집회 과정에서 전체 조합원을 교육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어짜피 사업장의 특성상 상시적으로 LG 칼텍스에 근무하는 조합원이 제일 많고, 화섬연맹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교육을 하면서 “어짜피 이 곳은 우리가 드나드는 곳이다. 정규직들이 이 싸움이 끝나면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설득했다. 이러한 노력 이후 많은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며 나의 투쟁으로 받아 들였다. 그리고 투쟁도 정말 헌신적으로 했다.
투쟁이 끝난 지금, 실제로 관계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전에는 서먹서먹하던 것이 여수건설노조 조합원들이 LG 칼텍스정유에 가면 커피라도 타주고 말한마디라도 더하며 고마워 한다고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에 대한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함께 투쟁을 하면서 서로의 동지애를 느낀 것이다.
이렇게 투쟁이 잘 진행된 것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첫째, 사업장의 특성이 좌우하는 것이 많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나의 일이라는 동질감이 이들을 투쟁으로 이끌었다.
둘째, 과거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을 한 경우에는 구조조정과 같은 공동의 거대한 사안을 가지고 투쟁을 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여수지역의 공투본의 흐름을 타고 사안에 접근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셋째,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를 가지고 함께 해결한 적은 많았지만, 이 투쟁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투쟁을 함께 한 좋은 사례로 남을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지역의 특성과 업종의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4. 건설 플랜트 현장의 문제들
(1) 파견법 시행과 건설 플랜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지금 정부에서는 파견법을 확대 시행한다고 난리다. 제조업도 포함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건설플랜트 현장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여수 산단 같은 경우에는 어느 업종에도 파견 근로를 안 하는 곳이 없다. 만약 전 업종으로 확대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파견법 확대에 관련해 여수건설노조의 간부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제조업이 연간 단가로 계약을 하는데 LG 칼텍스 같은 경우는 많게는 5-600명, 적게는 15-6명정도로 파악됩니다. 사측에서는 그걸 이용할 것이고, 파견법을 이용해서 인건비 중간착취, 불법 재하도급 남발이 심해질 것입니다. 지금도 불법 하도급 문제는 다 파견법을 통해 발생하는 것인데...”
“소액인 경우에 수의 계약 형식으로 이뤄지는 부분에 있어서 가장 많은 파견 근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제는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저임금, 노동운동 활동에 제약 등.. 이런 것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드러날 겁니다. 이렇게 되면 상용직, 1년 이상 근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계약직들은 자체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많이 조직되었지만, 예를 들어 노동자 대표로 선임된 사람을 외주 근무로 돌리다 보니까 노조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2)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 문제
노조에서는 9월부터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한 달로 정하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불법 하도급 관련하여 검찰에 고소를 준비하였지만, 사측은 교묘히 빠져나간다. 내부적으로 건강검진, 근로계약을 발주 받은 사업장에서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데, 서류 위조를 하면 증거를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여수건설노조에서는 노동부나 시청이 불법 도급 관련해서는 시청업무에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건설교통부 산하로 되었는데, 집중적으로 행정지도 단속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활동을 거의 안 하죠, 이렇게 관계기관이 방관하니까 문제입니다. 노동자에게는 쇠몽둥이, 사측에게는 솜방망이가 현실이지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2002년도 총파업으로 단체 협약이 되어 있어 어느 정도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이죠. 전국에는 우리보다 못한 비정규직이 많은데, 그나마 우리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에 속합니다.”
더불어 명예산업 감독관제도의 활성화도 현장의 문제를 푸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고민하고 있다.
“어느 노총이나 명예산업 감독관제도는 다 있지만 우리와는 현실적으로 동떨어져 있습니다. 상근자도 거의 없고 교대근무를 하면서 명예근로감독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어짜피 화학단지에는 화학 건설 노동자들이 다 있으니까, 각 사업 별로 감독관을 다 두자는 것이었죠. 실제로 건설 사업장에 실질적인 감독관을 두고, 이 비용은 발주처에서 주면 되거든요. 그런데 현행 노동법에 건설 관련자가 노동법에 감독관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방관하고 있습니다. 이게 여수지방 노동사무소의 현실입니다.”
(3) 주 5일제 시행과 건설플랜트 노동자
요즘 주 5일제로 하면서 어디에서나 논란이 되는 것은 노동강도의 강화이다. 여기 건설플랜트에서도 이에 대해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건 원청의 잘못이예요.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토요일날 출근을 안 시키고 발주처가 출근을 안 하니까 (이건 우리 사유가 아니고 귀책 사유니까) 우리는 나오지만, 임금 자체가 낮게 책정됩니다. 이러면서 주휴?월차 없어지고 일당을 못 받게 돼서 임금 하락이 많아졌습니다.”
(4) 건설플랜트 노동자와 산재 사고
산재와 관련하여서는 2003년 노조 자체 조사로 18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노조 자체 평균이고 노동부 등의 조사와 합치고 은폐된 것까지 합치면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휴식이 왜 필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테니까요.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호흡기 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당장 수술이나 입원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건설 업종 특성상 불안정한 자세, 추락 위협으로부터의 노출 등의 요소들이 건설 현장에서 방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가장 원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법 하도급이 없어져야 합니다. 산재 은폐나 불법 하도급이 노동부나 근로복지공단 등 기관에 고발되어도 은폐되기 일수거든요. 많이 안타깝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산재사고와 산재로 인한 사망이 정규직보다는 건설노동자 쪽이 많습니다. 왜 꼭 우리만 다치고 죽어야 하는지 안타깝죠.”
이렇게 다치고 죽어나는데도 산재 요양 같은 건 꿈도 못 꾼다.
“근로복지 공단에서 산재 인정을 받아도, 우리는 국가 원칙에 따라 산재 적용을 못 받고 있습니다. 임금의 1.5배 지급 받게 되어있는데, 동종의 일을 1년 내내 하고 있어서 우리는 사실상 일용직이 아닌데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일용직이라며 임금의 70% 받게 되어있습니다. 우리는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용을 받게 되어있지만, 법을 다루고 법을 집행해야 하는 곳이 법 해석을 마음대로 해서 건설노동자들이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법치국가인지 해당 당국의 맘대로 하는데 인지... 자문의가 치료받아야 한다고 하는데도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안 지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5) 기타 문제
다른 건설 업종의 경우 현장에서 일명 오야지들의 조합원 가입과 투쟁 참여로 갈등이 있는데, 여수건설노조는 오야지 가입은 꺼리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안 된다. 반장이라고 따로 있지만, 반장이 특별히 힘이 있거나 혜택이 없기 때문에 역시 큰 문제는 안 된다. 현장 소장이 반장을 채용하고 반장이 기존의 일하던 사람들을 모아서 채용한다. 근기법 적용은 받아서 그나마 낳지만, 고용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다.
여수건설노조 내에는 여성 분회가 있다. 없으면 직업 안정법 위반이다. 여성분회는 주로 배관, 도장, 토목, 보온(보온재를 가지고 카바를 씌우는 거), 기계플랜트 쪽에서 현장의 청소(직접고용) 등을 한다. 하청 10개 직종에서 여성분회가 하나로 있는데, 대부분 연령대는 40-50대 정도이고 한 200여명 정도 된다.
또한, 광양 등 다른 지역에는 있다는데, 여수에서는 이주노동자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와의 갈등은 없다. 이번에 단협 조항에 외국인 노동자를 인정하는 조항이 생겼다. 여수건설노조 간부가 말하기를 “이주노동자가 없어서 갈등에 대한 것은 잘 모릅니다. 닥쳐보면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같은 조합원이면 이주노동자라도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5. 나가며 - 뒤풀이에서
가을에는 전어가 한창이라 전어회를 먹으며 못다한 얘기를 했다. 특히 사업장 이동이 잦을 것 같은 건설 노동자의 특성과 달리 단결과 연대가 잘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역운동의 어려움은 없는지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아무리 건설업종의 이동이 잦아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수와 여수 인근 출신들이고, 여수를 멀리 떠나서 살 일도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일이나 자신들의 투쟁에 나몰라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지역에서는 나름의 투쟁의 장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지난 겨울의 여수보호소 생각이 났다.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에 반대하며 투쟁하다 잡혀간 샤말타파가 여수보호소에서 단식을 하며 투쟁을 전개했을 때, 여수지역의 활동가들이 샤말타파 구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때 얘기를 물었더니, 지역에서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하신다. 그러면서 샤말타파 한 개인은 살렸지만, 아직까지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는 얘기도 오갔다.
아쉽지만 시간이 되어 자리를 정리하며 함께 한 여수건설노조 간부분에게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씀을 들었다. “열심히 일하셔서 좋은 글 많이 쓰고, 그래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간부 몇몇이 아니라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이 볼 수 있는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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