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과외하기?
IMF 아버지의 실직으로 닭집 딸이 된 대학 2학년인 주인공은 등록금을 위해 고액과외를 뛴다. 책상 밑으로 그녀의 치마 속이나 궁금해하는 악동들과의 험난한 대결, 불의를 참을 수 없는 그녀는 오늘도 과외 7일만에 잘리는 사고를 치고 만다. 그러나 "과외 없으면 등록금도 없다"를 외치는 엄마 등쌀에 또다시 과외 전선으로 뛰어들고, 부잣집 골치덩이 동갑내기의 "야! 그냥 두 시간 때우고 가, 돈주면 되잖아!"라는 말에 "그, 그래... ^^;;"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그녀...
작년 흥행작이었던 "동갑내기 과외하기"라는 영화의 짤막한 내용이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우린 그냥 웃고만 넘길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과정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노동기본권의 박탈과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파탄난 서민들의 생존의 문제를 돈이 넘쳐 나는 조직폭력배의 망나니 아들을 고액과외 하는 것으로 영화는 희화화시키고 있다. 그래도 고액과외라도 하면 다행이다. 어디 아르바이트가 고액과외만 있겠는가? 대학로를 중심으로 수백 종류의 업종에서 최소한의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있다. 자신이 노동하면서 보장받아야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조차도 알지 못한 채, 좀더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서운해하면서 그렇게 일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권리 찾기에 나선 원광대 학생들
이번 집중취재는 아르바이트 권리 찾기에 나선 원광대 학생들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대학로 주변 상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원광대 주변 아르바이트의 현실은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각종 노동기본권이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의 대다수가 만19세에서 21세 사이로 특히 호프집이나 음식점을 중심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아르바이트생들이 야간근로를 하고 있지만 야간근로 수당이 법정 기준에 맞게 지급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대다수의 임금이 1,700원에서 2,200원(야간 아르바이트 중심)사이로 법정 최저임금(시급 2,510원)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으며, 아르바이트의 특성상(특히 호프집) 야간근로, 시간외 근로, 휴일근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할증된 임금적용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원광대 주변 상가와의 협약 체결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 상태를 해결하고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기 위해 원광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아르바이트 권리찾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꾸준히 원광대 주변 상가 아르바이트 노동의 문재점들을 지적해왔던 익산노동자의 집과 원광대총학생회가 함께 아르바이트 관련 협약을 지난 추석에 대학로 상가들과 체결하게 되었다.
2002년 비정규직철폐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게된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가 주변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었다. 비정규직의 문제와 다를 바 없는 아르바이트 노동의 문제를 최저임금과 노동기본권의 문제로 문제의식을 확대하고 총학생회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게 되었다.
2003년 34대 일대반격 총학생회의 출범과 함께 원광대 주변 상가의 물가와 아르바이트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2학기 원광대 주변 상가들과 일괄적으로 단체 협약을 체결을 진행하였다. 협약서 체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협약서 체결을 거부하는 상가들에 대해서는 상가 앞에서의 선전전을 통해 업주들을 압박하고 협약의 의미들을 알려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몇몇 업소의 반발을 극복하고 대학로 주변 34개의 상가와 아르바이트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게 되었다.
지금은 직접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고 있는 학우들이 자기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의 협약불이행 사안에 대해서 총학생회로 신고와 고발을 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총학생회의 임기가 1년이고 이후 지속적인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한계들이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광대에서는 전체학생총회를 통하여 아르바이트 권리 찾기 운동의 의미와 내용들을 알려내고, 특별기구의 신설을 통해 총학생회의 임기와는 상관없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대학로 아르바이트 노동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자발적인 신고와 고발이 자기 권리와 노동권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아직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절하와 사회적 편견이나 일상 속에서 귀찮다는 이유로, 학생회와의 일상적인 연계부족 등으로 아직은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광대 주변 상가에서의 총학생회와 상가 업주들과의 협약체결의 문제의식과 구체적인 활동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후 대학사회를 중심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활동들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쟁점 및 평가 지점
원광대 주변 상가와의 협약을 계기로 많은 과제들이 남았다. 일단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비정규직 문제가 추상적인 것으로 다가왔던 과거에 비해 훨씬더 자신의 문제로 다가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이 실태조사 활동이 우리에게 주었던 것은 대학 구성원에 한정되지 않는 대중들에게 아르바이트의 인식에 일침을 놓았다는데 있다. 더불어 자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주체 형성과 조직화에 대한 또 하나의 경로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에서도 그 의의를 평가할 수 있겠다.
① 아르바이트,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
지금까지 학생들은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 왔었지만, 그냥 약간의 돈을 벌고 노동에 대한 경험을 쌓는 정도로만 여겨져 왔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미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한 번 씩 하는 그런 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이라 함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생활을 유지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르바이트 혹은 학생 노동이 비정규직이 의도적으로 창궐하는 이 시기에는 또다른 내용들로 그 의미가 해석된다는데 있다. 이미 아르바이트는 또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한다. 아르바이트의 빈도는 어떻게 되는지? 왜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지? 이렇듯 생활 전반에 대한 분석과 아르바이트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라는 구호보다 구체적으로 각 상가마다의 이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따른 기본적인 노동에 대한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
일례로 미용실이나 이발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머리를 손질한 경험은 모두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이 업소가 왜이리 가격이 싼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가격이 참 싸다고 여겨지는 곳은 대부분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곳이다. 몇 해전 생긴 단 돈 5,000원에 이발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B 이발소의 경우 이발사와 이발사 보조원의 고도의 착취를 통해 그 만큼의 싼 가격으로 이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미국에서는 아동노동을 싼 가격에 착취하여 의류를 만들고 판매했던 업체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가 불매 운동을 벌인 적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서비스나 제품이 싼 가격에 이루어졌을 때 그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 만큼 아르바이트나 보조적 노동에 대해서는 인식이 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② 아르바이트까지 조직화의 다양한 경로 - 지역 중심의 조직화 방식
그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조직화에 대한 부분이다. 학내에서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를 통해 문제의식도 확산하고 실질적인 권리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주체 형성과 문제의식이 확장된다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위에서 말했지만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에 대해 과도기적 노동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문제의식을 불어넣는 다는 것은 의미가 큰 일이다. 그러나 학교주변의 노동은 학교 차원에서 만들어 간다고 하더라도 학교 주변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상점에서 비일비재하게 존재하는 아르바이트 조직화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담아야 할지가 남는다. 요근래 일반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의 중소영세 사업장 조직화의 문제의식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처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위에서 아르바이트로 명시되는 노동에 대한 조직화와 문제제기를 아울러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문제뿐만이 아니라 식당 등에 종사하는 나이든 여성노동자나 흔히 조선족으로 이루어지는 이주노동자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③ 자영업에서의 노동가치 부각
그런 가운데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이 나온다. 바로 자영업에서의 노동가치의 문제다. 대기업에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자기조직화를 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이나 더 좁게는 각종 서비스업으로 존재하는 자영업에서의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권리와 자기조직화를 하기 힘든 상황에 있다.
사업장의 규모가 무척 작다보니 영세한 자금 구조로 인해 업주도 가난한 상황에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어렵지 않느냐는 제기가 나오게 된다. 흔히 부도난 영세사업장에서 노동자가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해 닭 쫏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으로 허망하게 앉은자리에서 노동력의 대가를 도둑 맞아야 했던 사례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 자영업의 경우 사업주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매달리는 가족노동 중심으로 노동인원이 구성되는 부분도 아르바이트를 노동의 개념으로 다가서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단지 한 개인 사업장의 문제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장이 영세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건물에 임대해 있는 경우 건물 임대주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상가임대차 보호법 등 나름의 고민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을 자영업에서의 영세한 구조를 매꾸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게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부분은 기존의 노조운동의 범위를 넘어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이 문제는 정규직노조와의 공동투쟁이 핵심이 된다. 대기업에 물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낙찰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함께 얘기하여 중소기업의 구조적·재정적 약점 활용하는 부분도 시정되야 한다.
④ 학생들에 대한 제언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 관련하여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제언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대학 주변 상가 실태조사 및 협약과 관련하여 대학과 대학 주변에 이 문제를 사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 내에서 비정규직 문제로 노동권에 대한 문제제기 이루어져야 하고, 이와 함께 청년실업과 학습권에 관한 문제로 받아 앉아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하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화와 노동기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야한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전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아르바이트 문제 역시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변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 노동은 아르바이트라는 명목으로 반쪽짜리 노동을 더욱 정당화하고 있고, 비정규직이 더욱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속에서 최저임금 위반은 물론이고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직의 확장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권의 사각지대인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
둘, 청년 실업 문제와 관련하여 학생들의 발언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본이 발달함에 따라 서비스직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많은 직업이 서비스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에는 아르바이트가 학생들의 노동을 경험하는 장이 되었을 지는 몰라도 현실에 있어서는 비정규직의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장기적인 실업과 직업화되는 아르바이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르바이트 대체가 아닌 정규직 노동자 확충으로 고용안정과 노동자로서의 자기존중 확대를 가져가야 한다. 이에 간단히 제언한다.
셋, 학생들의 학습권과 관련하여 문제제기 할 필요가 있다.
학교 주변 아르바이트를 실태 조사한다는 문제가 단지 아르바이트를 잘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3월이면 학내에서 이루어지는 등록금 투쟁을 학습권 투쟁과 함께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의 많은 곳에서는 대부분 대학이 무상교육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상교육은커녕 터무니없는 등록금속에서 학부모도 학생 스스로도 허리가 휘어지게 마련이다. 학자금 마련을 위해 각종 대출이 횡행하는 지금, 사실상 외쳐야 할 것은 무상교육을 통해 아르바이트 없애기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일 것이다. 아르바이트가 학생들에게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노동의 가치를 체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제고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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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학생회 선거 공동공약으로 학교주변 상점 실태조사와 협약 맺기를 통한 청년 실업의 문제 제기
▷ 학생들을 중심으로 노동법 교육과 강좌를 통한 아르바이트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노동의 권리를 찾기
▷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주체화과정을 시작으로 전체 아르바이트 문제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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