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나 비정규노조가 우리 운동을 대표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투쟁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새롭게 제기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발제에서는 현대자동차 임단투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교훈을 도출하여 우리 운동이 어디까지 와있는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현대자동차 임단투 과정
(1) 주체들의 핵심 요구안
* 비정규직 요구안
1. 불법파견 정규직화
2. 비정규노조 인정 및 활동보장
3. 해고자 원직 복직
4. 사내하청에 대한 원청 직접관리
(2·3차 및 현대모비스 동일적용)
5. 임금인상 -정규직노동자 통상임금의 80% 수준 확보
* 정규직 요구안
1. 임금인상
2.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
3. 주간연속 2교대제
4. 종합복지회관 건립
5. 징계해고자 명예회복 건
6. 자동승진연한 축소 건
(2) 투쟁의 진행 과정
5월 6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으로 ‘연대회의’ 구조를 만들었음.
원청에 임금협상을 위임하고 비정규직은 동일적용과 해고자 복직 중심으로 가기로 함
6월 14일 정규직 중앙쟁대위 구성
6월 17일 중앙쟁대위 출범식 및 투쟁선포식
이날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하기 위한 집회를 하려고 했으나 진행 안 됨. 정규직 집회 이후에 비정규직 집회 이어서 진행
6월 22일 정규직 조합원 찬반투표(75.44%로 가결)
6월 25일부터 부분파업
비정규노조 24-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93.3%로 가결.
6월 29일 전면파업, 이 때 비정규직 함께 들어가려고 했으나 준비 안 됨.
7월 1일 정규직 잠정합의안
비정규노조 파업투쟁(제대로 진행되지 못함)
7월 5일 정규직 조합원 찬반투표(73.60% 찬성)
7월 8일 아산 사내하청 2차업체 웰비스 임금합의안 동일지급 위한 서명작업
(웰비스 내부 노동자들 대상으로 100% 서명)
7월 13일 울산 조가영, 하정기 조합원 삭발 2·3차 동일적용 위한 결의대회
7월 14일 아산해고자복직 위한 단식농성 돌입, 2차웰비스 1차와 동일지급 확인
7월 16일 3시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라인 세우고 굴뚝에 올라감.
2·3차 동일적용에 대한 일부 합의
7월 30일 단식 17일째 아산 4명에 대한 복직 합의, 현재 실무협의 진행 중
(3) 결과
□ 정규직 노조의 합의 결과
- 정규직 임금인상은 95,000원(호봉승급분과 생산성향상 비용 포함),
정책 100% 지급
성과급 400%, 일시금 100만원
- 비정규직 임금인상안은 기본급 76,000원(시급316원),
성과급 400%와 일시금 60만원
- 주간연속 2교대는 노사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한다.
-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 정규직 2명 복직 합의
- 자동차공업협회와 금속연맹 자동차분과 협의결과를 준수하고(산업공동화 방지와 직업 안정망 확보를 위한 기금), 사회적 책무를 위한 별도 재원을 회사에서 출연하고 복지회관 내 비정규센터를 설치한다.
□ 추후 합의된 사항
- 아산 사내하청 해고 문제에 대해서 15명 중에서 4명 복직 합의하고 자세한 내용은 이후 협의한다.(사내하청 노조 간부들의 17일간 단식투쟁 결과 원청노조에서 합의하는 형식을 빌려 합의함)
- 2·3차 동일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7월 16일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의 투쟁(2공장 태형산업, 3공장 현대세신과 (주)해성)으로 일정한 성과를 쟁취했다. 임금은 76,000원이고 성과급을 200% 지급하기로 함. 아산에서도 2차 하청 업체 노동자들이 서명을 받고 투쟁을 할 준비를 하면서 결국 완전한 동일적용을 쟁취함.
- 현재 불법파견에 대해 아산과 울산 모두 진정을 넣은 상태이고, 노동부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음.
2. 임단투 과정에 대한 평가
현대자동차 임단투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사후적 평가일지도 모르고, 한 단위사업장의 투쟁에 대해 일방적으로 의미를 부여해놓고는 그렇게 못했다고 질책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대자동차 임단투에 대한 평가는, 현재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노조와 연대하는 데 있어서 기본 원칙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 교훈을 주고 있기 때문에 그 의의가 있다.
대공장노조의 ‘이기주의’라는 이데올로기 공세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비정규직노조가 주체로 서 있기에, 그리고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 집행부는 그동안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매우 중요한 과제로 제출해왔던 조직이기에, 그리고 운동사회에 주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곳이기에 올해의 임단협에서는 ‘공동투쟁’을 통해 의미있는 연대의 가능성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본다.
(1) 공동투쟁을 통해 단결력을 높였는가?
올해 ‘공동투쟁’이 실질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으나, 만약 운동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힘들더라도 공동투쟁의 정신을 살려야 했다고 본다. 특히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는 이후 ‘규약변경’을 통해 비정규직을 끌어안고 함께 하나의 노조로 가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공동투쟁’을 통해
서로의 연대감을 높이고 이후 하나의 노조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핵심 요구안을 놓고 볼 때도 이번 임단협을 대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태도는 달랐다. 정규직노조는 신임집행부가 당선되고 이월받는 상황이었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직가입에 대한 결정 외에는 다른 입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내부적으로는 ‘대공장 이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정면돌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으나, 그것은 ‘사회공헌기금’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인상안’ 정도로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즉 현대자동차 정규직을 중심에 놓고 임금요구안이 마련된 것이고, 비정규직과 어떻게 연대감과 일체감을 높일지에 대한 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비정규직 노조도 이번 임단협은 노조를 안정화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과의 공동투쟁도 ‘실질적인 공동투쟁’에 대한 기대보다는 노동조합이 실제 단협을 할 수 있도록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에 정규직노조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그것을 통해 노동조합을 안정화하고, 동시에 임금인상의 효과가 1차 하청에 집중되면서 노조 내부의 분할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였던 셈이다. 아산사내하청지회에서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핵심 요구로 내건 것도 간부들이 현장에서 밀려나면서 노동조합의 안정적인 사수와 유지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의 반영이었던 셈이다.
즉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공동임단투’를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공동요구안-공동교섭-투쟁-공동마무리’에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나 필요성이 서로에게 강하게 제기된 것은 아니었고 비정규직 노조의 필요에 의해 정규직이 필요하거나, 정규직의 경우도 비정규직 노조와의 공동투쟁이라는 당위 이외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다.
비록 정규직 본조와 아산, 울산비정규노조와 아산 사내하청 지회 4자가 만나서 투쟁에 대해 논의하는 ‘연대회의’ 구조가 만들어졌으나, 서로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지 않은 이상 실질적인 공동투쟁이기보다는 필요한 내용에 대한 실무협상의 수준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정도의 필요로 올해의 임단협을 이해하는 것이 맞았는가? 올해 현대자동차 노조에서는 ‘규약변경 직가입’ 안을 내걸고 있다. 이것은 우리 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규약을 열어 비정규직을 조직한 사례는 많이 있지만 가장 차별이 심하고 간접고용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자동차에서 직가입을 성사시킨다면 이것은 이후 비정규직 조직화에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직가입을 단지 규약을 변경하는 형식의 문제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형식적으로는 규약변경 직가입이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비정규직을 배제해왔던 운동의 풍토를 넘어 비정규직을 주체로 세우고 자본의 분할공작에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관리로 구조조정을 시도하려는 자본의 공세에도 정면대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올해 임단협에서는 공동투쟁의 경험을 쌓으면서 공동투쟁이 갖는 의미와 내용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 모두에게 각인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힘을 바탕으로 규약변경 직가입이라는 절차를 형애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공동투쟁’에 사실상 무게를 싣지 않았던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당장의 절박한 현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번 임단협을 이후 직가입을 계급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자 했다면 공동투쟁을 위한 실제 계획과 사전 논의들을 해야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임단투는 처음부터 아쉬움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2) 차별과 격차를 줄이는 과정이었는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내부의 차별을 극복하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은 지속적인 차별을 통해 서로의 신분을 다르게 인식하게 하여 분할 통치한다. 그러하기에 공동으로 요구하는 작은 차별철폐의 요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차별을 줄여가는 과정을 통해 자본의 분할이 사실상 근거 없는 것이며, 노동자들을 갈라놓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공동의 임단투는 차별과 격차를 줄이는 데에 힘을 쏟아야 했다. 이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내부의 차별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정규직 노동자 통상임금의 80% 수준 확보요구와 비정규직 2·3차 동일적용 요구는 매우 소중하고 핵심적인 것이었다. (이 외에 정규직의 입장에서는 연대기금을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을 하겠다는 문제의식도 있었지만 이것은 다양한 문제제기를 받으면서 결국 ‘사회공헌을 위한 재원 마련’으로 전환되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해서 민주노총 산하 많은 노동조합이 노력을 해왔다. 특히 올해에 들어와서 많은 노동조합이 이 부분을 임단협 요구안으로 내걸고 투쟁에 임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정규직 비정규직이 불법파견 진정을 통해 관련 사내하청 노동자 282명 모두를 정규직화하거나 직접고용함으로써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고 대학노조 오대나 재능대, 공공부문에서의 발전노조 등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계적 정규직화를 쟁취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일부 진전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처우개선 수준의 임단협이었으며, 그것이 실질적으로 차별과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에서도 이번 임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인상분에 대해 ‘연대회의’를 통해 비정규직노조로부터 위임을 받은 상태였다. 물론 4월에 임금요구안을 발송할 때부터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이러한 요구안을 만들어놓고 있었고, 이것이 비정규노조의 요구와 동일했기 때문에 위임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요구안은 단지 민주노총의 지침이라서가 아니라 임금격차를 줄여나가면서 서로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런데 교섭의 결과를 놓고 보면 정규직 통상임금의 80%가 아니라 정규직 임금요구안의 80%선에서 합의가 된 것이었다. 결국 임금격차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확대된 것이다. 기타 성과급이나 격려금, 차량구입 혜택(5%), 후생복리 지급품 동일지급 등 다양한 처우개선에 대해 합의했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임금에서는 오히려 격차가 벌어졌다. 해마다 임금인상 투쟁을 할 때마다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정규직노조가 차별의 축소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얼마를 더 올려주는 것이라는 관점으로 임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단지 처우개선이 아니라, 노동조건을 동일하게 맞춰나가는 그야말로 ‘차별철폐’를 위한 진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차별을 줄이는 것은 단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안에서의 차별, 즉 1차 하청과 2·3차 하청 사이의 차별에 대한 저항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현자비정규노조에서는 ‘2·3차 동일적용’을 중요한 요구로 내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 사측은 1차 하청만을 비정규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적용 문제를 내거는 것에 대해서는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모두 부담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정규직노조는 2·3차 동일적용 문제는 이번 임단협을 통해서 관철하기보다는 이후 도급계약관계에서 원청의 직접관리 요구를 갖고 내년에 투쟁과제로 제출하자는 요구를 한 바 있다. 그것을 내년의 주요 과제로 제출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조합이 생존하고 힘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내부의 위계와 격차를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2·3차 동일적용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결국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동일적용 문제는 비정규노조의 과제로 넘어왔다.
결론적으로 2·3차 동일적용 문제에 대해서는 아산 사내하청 지회나 울산 비정규노조 모두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고, 그것도 자신들의 투쟁을 통해서 그 성과를 쟁취했다. 울산에서는 태형, 현대세신, (주)해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그리고 아산은 웰비스 노동자들이 투쟁을 준비함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자본은 사내하청 업체의 임금인상 문제에 대해 계속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내하청 업체들은 이미 원청과 도급계약을 맺은 금액이 있으므로 더 이상의 임금인상은 어렵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도급계약관계를 생각해보면 실제로 임금인상의 동일적용은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실질적인 사용자는 원청이었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하기에 형식적인 구조에 스스로를 한계지우기보다는 투쟁으로 요구를 내걸 때 자본가들이 자신들이 만든 구조의 틀을 깨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투쟁을 통해 확인하였다. 정규직노조에서는 자본이 만들어놓은 틀에 연연하고 그 한계로 우리 운동을 가두지 말아야 한다. 2·3차 하청에 대한 자본의 태도는 자본의 논리일 뿐이고, 우리는 실질적 사용자로서 원청에 대한 투쟁이라는 비정규노조의 요구가 당연한 것임을 이해하여 그 투쟁에 함께 나서야 한다.
(3) 주체를 세우는 과정이었나?
우리는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한다. 누군가가 나서서 교섭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단결력을 확인함으로써 스스로를 주체로 세운다. 이 과정이 없다면 노동조합은 자판기가 되어 버리고 조합원들은 수동적이 된다. 그리고 자신들의 실리만을 계속 추구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임단투 과정은 항상 투쟁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에게도 해당하는 사안이다. 이후에 규약변경 직가입을 통해 정규직 비정규직의 실질적 통합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번 임단협에서 비정규직들이 투쟁으로 자신을 세우고 훈련하도록 만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임금인상에 대해 정규직노조에 이월함으로써 오히려 정규직노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결국 자신을 투쟁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데 일조한 것이 아닐까 평가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힘들게 만드는 실질적인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여야 하지만, 그 과정이 정규직이 알아서 따내주는 방식이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정규직에 대한 기대심리만 생기고, 스스로의 투쟁으로 나서기를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므로 작은 요구라도 비정규직이 스스로 나서는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투쟁이 ‘공동투쟁’이 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들의 어려운 부분을 알아서 해결해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라면, 그 차별을 없애는 과정에 서로가 ‘노동자’로 설 수 있도록, ‘노동자로서 의 투쟁의지’를 갖고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과정이 도모되어야 한다. 이번 과정에서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 성과는 정규직노조의 협상을 통해 얻은 것이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노조를 자신의 노조로 인정하고, 그를 통하여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동력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2·3차 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그런 성과로부터도 배제된 절박함이 오히려 그들을 투쟁하게 만들었다.
최근 자본은 예전처럼 노조를 만들자마자 업체를 통째로 계약해지함으로써노동조합을 날려버리지 않는다. 노동조합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그 노동조합의 활동을 철저하게 무력화하는 방식을 택한다. 특히 실질적 사용주인 원청이 전혀 교섭석상에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노동조합의 활동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비정규직노조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규직 노동조합에서 요구하는 부분만을 수용함으로써 비정규직 노조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정규직 노조를 결재권자로 만들려고 시도한다.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이 대세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비정규지 노조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하청 노동조합을 주체로 세우고, 조합원들을 주체로 세우기 위한 과정은 매우 세심한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즉 원청노조에서 함께 해야 할 부분과 자립적으로 해야 할 부분에 대한 세심한 구분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임단협에서 원청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부분은 교섭의 주체로서 사내하청 노조를 세우는 것이었다. 원청을 사내하청과의 교섭테이블에 앉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원청은 자신들이 나서는 순간 불법파견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절대로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사내하청 노조가 투쟁의 성과를 남길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원청과의 교섭 구조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즉 주체로 세울 수 있는 조건을 최대한 마련하고, 대리교섭을 지양해야 한다. 정규직 노조는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핵심적인 교섭, 예를 들어 임금과 주요 단협에 관한 사항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만들어나가고,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그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규직 노조는 그 조건을 만들기 위해 협조해야 한다.
또한 정규직노조에서는 자기 현장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지 협상으로 이루어질 사안은 아니다. 그것은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고 함께하기 위한 교육과 설득작업이 없다면 아무리 투쟁의 의미가 크고 좋은 결과를 낳는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주체를 세우는 데 의미가 없다. 정규직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고통과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이 문제가 자신의 문제임을, 그래서 스스로 투쟁으로 나서야 함을 설득하고 조직해야 했다. 이 점을 게을리했다는 것은 공동투쟁이나 규약변경 문제등을 ‘조직형식’의 문제로 사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성과를 많이 남긴다 하더라도 투쟁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운동적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4) 정규직과 비정규노조와 동등한 주체로 연대하고 있는가?
이번 투쟁은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비정규노조와의 공동투쟁이었다. 핵심은 비정규노동자들과 그 주체인 비정규노조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임단협 과정에서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했다. 그러나 정규직노조의 태도로 볼 때 비정규직을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교섭 과정에서 비정규노조를 테이블로 포함시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지도 않았고 임금인상 교섭의 마무리 과정에서 비정규노조와 사전 협의하지 않았다. 이것은 원청노조가 조금만 더 힘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규직노조는 이런 점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대리교섭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이런 태도들이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고 불신을 조장한다.
비정규노조와 정규직 노조는 동등한 주체이다. 현재 수준에서는 비록 비정규노조가 자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비정규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으며, 비정규노동자들을 조직하는 핵심 주체이다. 이 주체를 온전하게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연대 전통에 훼손을 가하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노조가 동등한 주체로 연대하기 위해서 정규직은 자신이 갖고 있는 유리한 지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비정규직 노조의 활동을 지원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세우는데 힘을 다해야 한다. 현대자동차에서 대의원대회를 통해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시킬 것을 결의’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활동이지만 이것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조직화로 귀결되도록 하기 위해서 힘을 다해야 한다.
3. 제기되는 문제들
(1)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가능한가?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는 요구와 조건의 매우 다르다. 이번 현대자동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서 ‘공동투쟁’이라고 하려면 공동의 요구에 입각한 공동투쟁을 말하는 것인데, 원청과 하청의 임금격차와 노동조건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그리고 일상적 차별이 만연해있는 상황에서 공동임단협은 사실상 어려움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힘이 크지 않고 자립하기에 어려운 법적 제도적 한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리고 대중적 조직화도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정규직 노동조합에 일방적으로 기대거나 요구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있다. 즉 공동투쟁은 정규직에 대한 일방적 기대기로 표현되는 것이다. 사측은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정규직 요구와 비정규직 요구를 분리하여 받아들이고, 대중들 사이에 만리장성을 쌓아 공동의 요구로 발전할 가능성을 봉쇄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임단협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동임단협은 ‘공동요구-공동교섭-공동투쟁’이기보다는 ‘시기를 집중하는 것’, 즉 파업의 시기를 일치시키는 것과 같은 시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즉 비정규직 노조가 투쟁을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정규직은 어렵더라도 투쟁을 지속하면서 비정규직이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공동임단협’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공동투쟁이 가능하려면 말 그대로 ‘공동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 정규직이 도의상 비정규직 노조의 요구를 함께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공통적으로 걸려있는 요구를 중심으로 공동투쟁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현장에서부터 작은 수준에서라도 공동투쟁을 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공동투쟁’은 불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현장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대리적 태도를 갖거나 조직형식상의 문제로 접근하면 절대로 공동투쟁은 가능하지 않다.
아마도 이런 공동의 요구로 나아가는 것은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이 될 것이다. 모듈화나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 때문에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고, 사측은 정규직에 대한 전환배치,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것,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조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이 때 비정규직을 배제하여 정규직만 살아남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쟁취하려면 공동투쟁밖에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만약 공동투쟁을 제대로 하면서 현장을 훈련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비정규직을 제대로 조직하고 주체로 세우지 않는다면 오히려 비정규직을 배제하고 정규직이 살아남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수용하는 최악의 사태가 온다. 그 때 가서 활동가들이 노력하고 조직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공동투쟁하고 현장을 조직해야만 그 시기에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투쟁이 가능한 것이다. 공동투쟁이야말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둘 다 사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확인하자.
(2) 비정규노조 내부의 위계와 격차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비정규직 안에서도 위계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비정규직도 이미 단일한 비정규직이 아니다.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여러 가지 고용형태로 나누고, 고용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많은 노동자들이 단일한 이해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런 분할이 자본의 통제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내부의 위계’이다. 사내하청도 1차와 2차가 나뉘어져 있음으로 인해 더 많은 임금착취를 할 수 있고, 동시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결도 막고 경쟁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은 내부 위계확대를 선호한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기존 노동조합과 달라야 하는 점이 있다면 이런 내부의 위계를 넘어서서 ‘계급적 단결’이라는 전제를 자신의 중요한 활동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3 동일적용 문제는 비정규직 노조의 사활적 문제가 되어야만 한다. 물론 당장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기만적인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분할하는 것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복잡해져있는 고용관계에 대해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이, 사내하청 노동자는 하나다, 더 나아가,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는 하나라는 관점으로 투쟁 방향을 세우고 조직방향을 맞춰가야 한다.
(3) 제도적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사내하청 투쟁이 매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것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며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해서 노동자들이 눈치를 보고 조합활동을 하는 것을 더 거리끼게 된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제도적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비정규 노조의 대중적 조직화나 노동조합의 안정화가 계속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규직 노조에 조합가입원서를 함께 받아주도록 요청하기도 하고, 원청과의 교섭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극한적인 투쟁으로 발전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아산 사내하청 지회 간부들의 17일간의 단식투쟁이나 현장에서 라인을 세우고 투쟁하다가 공장 굴뚝으로 올라가는 등 극한투쟁이 없다면 작은 사안도 쉽게 쟁취하기 어렵다. 이러다보니 조합원들은 계속 눈치를 보면서 정규직이 따내주는 것을 편하게 받으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단협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이 워낙 중간관리자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데다가 여러 개의 하청 업체들이 공동으로 사용자 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노동조합이 하청업체들과 공동교섭을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다보면 일부 업체에 성과가 집중되고, 간부들은 여러 업체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지기도 하면서 노동조합의 안정화에 더 난점으로 작용한다.
이번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와 아산사내하청 지회는 불법파견 문제를 걸면서 이것을 통해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도록 만들어 제도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불법파견 문제도 이미 사측에서 예상하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터라 쉽게 판정이 나거나 설령 판정이 나더라도 쉽게 정규직화로 귀결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것은 ‘규약변경 직가입’을 통해서 비정규직이 정규직 노동조합에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안게 될 문제일 수밖에 없다. 다만 하청업체에 대해 원청노조의 파워가 강하므로 압력요소로는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지 현대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동시에 겪고 있는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위사업장의 문제를 넘어서서 전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성 인정’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해서 공동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시야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4. 민주노조운동에 던지는 과제
정규직 노동조합이 비정규직노조에 비해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투쟁의 역사적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튼튼하게 세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들의 독점적 이윤의 일부를 노동조합에 양보하면서 노동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노사관계로부터 배제되기 때문에 각종 권리로부터도 배제되는 노동자층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양보한 이윤을 다시 착취해갔다. 즉 비정규노조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비정규활동가들의 잘못이기보다는 비정규직이라는 존재 조건 자체로부터 생기는 어려움이 더 큰 것이다. 그리고 그 어려움이 바로 정규직 노동조합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관계가 실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대중조직 차원에서 공동투쟁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들의 요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하청과 원청의 관계가 노조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정규직이 결재권자 역할을 하고, 비정규직은 막연하게 정규직노조에 요구를 하기만 하는 구조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자본주의적 구조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운동이 조직되지 않으면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요원한 것이 된다.
노동자들의 분할은 궁극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한다. 자본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초과 착취분을 일부 나눠주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 투쟁해왔던 것의 반영이다. 그것이 계속해서 유지되지는 않는다. 노동자들이 분할되어 단결이 깨지고 노동조합이 힘을 잃는 순간 정규직에게 제공되었던 초과착취분의 일부는 금방 회수된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권리를 외치게 될 때, 그것이 사회적 힘을 갖게 된다면 자본으로서는 그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정규직에게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유일한 해법은 정규직-비정규직이 단결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초과착취를 감해하는 자본에 맞서 힘의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내용적으로 통합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정규직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비정규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노동자들을 포섭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규직을 제대로 설득하여 공동투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기득권의 포기까지도 의미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그것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정공법을 취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그 동지들이 곧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현재 자본의 착취구조에 의해 낮은 노동자인 것처럼 간주되더라도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동일한 노동자로 인식되고, 더 많이 배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노동자들을 주체로 만들기 위해서 교육하고 설득하고 함께하겠다는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 훈련은 바로 현재 있는 비정규노조를 주체로 인정하고, 이 비정규노조를 확대 발전하여 투쟁의 경험을 쌓도록 함을 통해서 가능하다. 비정규노조의 안정화와 확대 발전을 위한 투쟁에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은 그 동안의 민주노조운동이 새롭게 혁신되어야 가능하다. 그 원리는 일반 대중조직의 원리와는 다르다. 대중조직이 조직된 대중들의 배타적 이해와 요구에 입각하여 투쟁을 조직할 수밖에 없다면 새롭게 조직되어야 할 민주노조운동은 때로는 배타적 이해에 대한 포기를 의미할 수도 있다. 대중조직 수준에서 이러한 혁신은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정규직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일상에서 공동투쟁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는 구조조정에 대한 태도 문제가 될 것이다.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분명한 태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투쟁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 속에서 정규직만의 이해를 위해 비정규직을 버릴 것인가를 선택하게 된다. 물론 이것도 정규직이 힘이 있을 때의 이야기이고, 만약 노동조합이 힘이 없다면 자칫 자본에 의해 정규직이 버려지고 비정규직이 선택당해서 남아있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궁극적 공동투쟁을 예비하기 위해서라도 정규직 간부들은 자기 조합원들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적인 공동투쟁을 만들어서 예행연습을 해야 한다. 이번 임단협이 그런 과정으로 자리매김되지 못했지만, 아직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의 맨아워 협상 문제, 주간연속 2교대제의 문제, 불법파견에 대한 대응 등 앞으로 제기되는 많은 문제들을 통해 실질적인 공동투쟁을 만들고, 그것이 규약변경 직가입의 실질적 승리로 귀결되도록 하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자본의 구조조정에 대한 한판 승부를 만드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이번 현대자동차 임단협이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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