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차 희망의 버스의 시동을 거는 '기자회견문'을 올립니다.
85호 크레인 농성 300일,
야만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6차 희망버스가 다시 갑니다!
이날이 오기를 정말 바라지 않았습니다. 기만으로 밝혀진 정리해고를 ‘이제는 그만두라’는 당연하고 소박한 요구 하나를 위해서 35미터가 넘는 고공에서 버텨야 하는 날들이 300일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300일이라는 날짜는 우리사회가 노동의 가치를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기만과 야만의 시대, 경찰과 법과 정부와 기업과 언론이 한통속이 되어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삶을 무너뜨리는 시대, 땀 흘려 일하는 이들 누가 과연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국회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가 잘못된 것임이 밝혀지고 조남호 회장은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기사들이 넘치고 이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이때, 여전히 한진중공업 사장은 교섭장을 박차고 나가고 김진숙씨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우리의 기대를 비웃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권고안을 만들어놓고 이제는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침묵합니다. 그리고 크레인 위의 김진숙씨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300일을 맞이하고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은 여전히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달은 우리 소금꽃들은 크레인 위의 김진숙씨와 연대하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희망의 버스에 올랐습니다. 공장의 담벼락과 보수세력들의 이데올로기, 정부와 경찰의 폭력을 넘어왔습니다. 참고 견뎌서는 우리의 권리는 우리의 것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권리찾기와 연대를 불법으로 몰아가는 재벌과 정부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과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연대를 넘어, 땀 흘려 일하는 우리들에 대한 신뢰와 공동체의 정신, 그리고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는 낙관을 갖고 우리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나서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희망의 버스는 다시 시동을 겁니다. 11월 26일과 27일, 2차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그날 부산으로 6차 희망의 버스는 다시 출발합니다. “40년 전 자신의 몸을 불사른 전태일의 유서와 2011년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유서가 같은 나라”에서 더 이상 노동자들의 삶의 파괴와 죽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마음을 담아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는 전국노동자대회와 희망의 버스가 함께합니다. 땀 흘려 노동하며 삶을 아름답게 가꿔오셨던 여러분, 이제 우리가 곧 세상임을 선언하며 이 야만의 세월을 끝내기 위해서 6차 희망의 버스에 모두 함께 오릅시다. 꼭 이깁시다.
2011년 11월 1일 85호 크레인 고공농성 300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의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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