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지도위원 동지께.
사실 전 이런 기자회견에 참석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끝까지 투쟁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200일 넘게 외롭고 힘들게 싸우는 동지께 이런 편지를 쓰기가 굉장히 민망합니다.
하지만 동지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게 만들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 있다면 하고 싶어서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3년 전 마포대교 고농농성을 했을 때를 생각해봅니다.
그 때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1년간 파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회사와 타결이 될 듯하다 틀어지고 난 직후였는데, 노조 안에서는 이제 투쟁은 그만하자, 효과 있겠냐, 준비가 안 되서 못한다는 등 이유를 대며 반대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 가만히 있으면 수가 있겠냐 싶어,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몇몇 동지들과 저는 각기 여의도 근처와 마포대교 CCTV 탑을 올라갔죠.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었어요. 딱히 무슨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올라가진 않았어요. 그냥 절박하고 속상한 마음을 세상에 표시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반나절만 있다가 내려왔습니다. 모두 저보고 내려오래요. 이제 그만하재요.
저는 그 말이 싫었습니다. 그냥 “인열아, 좀 더 버텨보자. 힘들어도 더 버텨보자”고 해주길 바랬어요. 그런데 올라가봤자 소용없다며 내려오라고 하대요.
김진숙 동지도 크레인에 올라갈 때 그런 심정이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도, 김진숙 동지의 끈질김으로 보아 추측컨대 ‘이제 그만 내려오세요. 다칠까봐 걱정됩니다’ 라는 말보다는 ‘동지, 힘내세요. 무척 외롭고 힘들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텨봅시다’ 라는 말이 더 동지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그 때 저는 그렇게 맥없이 내려왔지만, 동지는 지금 희망으로 시작해서 가능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 대신 동지가 싸워줌으로 저와 제 가족들, 동료들은 그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지가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제게 부끄러움을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2011.7.28
정인열 드림(현 작은책 일꾼, 전 코스콤비정규직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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