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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호 NO.2|02|2002
"구조조정 분쇄·비정규직 철폐·노동기본권 쟁취의 투쟁요구를 중심으로, 지금 노동법 개악저지투쟁을 조직하자!"

:: 2002-01-29   조회: 1370

'주5일제' 논의,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작년 12월 18일 이른바 '정부입법안' 발표로 다시 가속도가 붙는 듯 싶었던 '주5일제' 논의가 해를 넘겼다. 재계와 한국노총 모두의 반발로 노사정위를 통한 합의안 도출이 불투명해지자 정권은 '정부입법안'을 매개로 이를 압박하고 있다. 표면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논의과정에서 재계와 한국노총의 쟁점이 사실상 소멸하였다는 점, '주5일제'는 여러차례 대통령 발언을 통해 도입이 확인되었다는 점, 2월 초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 이후 노사정합의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으로 인해, 올 2월이 '주5일제'논의의 중요한 국면이 되리라 예측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국면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대중정권 하에서 '주5일제'논의가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특히 작년 7월 이후 '주5일제'가 다시 의제로 부상하게 된 맥락을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 '주5일제'로 요약된 노동시간단축논의는 1997년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정리해고·대량실업에 대응한 일자리나누기 차원에서 노동계의 요구로 제기되었다. 그런데 노동시간단축에 대해 정권이 실제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5월경부터라 할 수 있다. 당시 민주노총이 그동안의 '주40시간 노동제 요구'를 '주5일제 요구'로 정식화하고 5월 총파업 조직화를 천명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주5일 근무제 도입 긍정검토를 지시하게 된다. 이후 노사정위에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정부의 거듭되는 연내 입법화 방침선언에 힘입어 2000년 10월 23일에는 소위 '근로시간단축 관련 기본합의문'이 노사정합의형태로 발표된다. 기본합의문에서는 "1)업종·규모를 감안하여 연간 노동시간을 2,000시간 이내로 단축하며 2)이 과정에서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며 3)휴일·휴가제도를 국제기준에 걸맞게 개선, 조정한다"는 원칙이 담겨 있었는데, 이 합의가 도출될 당시부터 "노동시간단축과 임금·노동시간·휴일·휴가제도를 포괄적으로 묶어 개정" "업종별 기업별로 단계적 노동시간단축"이라는 개악의 구도가 관철되고 있었다.

  그러나 2001년 2월까지 4대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정권의 천명과는 달리 '주5일제' 문제는 다시 가라앉게 된다. 이것이 다시 전면화된 시점이 바로 2001년 7월로 민주노총의 정권퇴진투쟁이 기로에 서게 된 바로 그 시점에서 다시한번 대통령의 "연내 주5일제 도입"이 천명되었다. 뒤이어 2001년 9월 5일 공익위원안이 보고되고 다시 12월 18일에는 정부입법안이 발표되면서 '주5일제' 입법화는 가시권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주5일제'가 의제화되었던 시점들이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이 만들어졌던 시점들과 교차한다는 사실이다. 2000년의 5월 총파업이나 2001년의 정권퇴진투쟁처럼 민주노총 차원의 대정부 투쟁요구가 제시되는 시점에서 정권의 '주5일제 도입'선언은 투쟁구도에 일정한 효과를 발휘해왔다. 즉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노동개혁'의 상징이자 그 구체적 방식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사정합의'에 따른다는 김대중정권의 노동정책의 구도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선언' 이후 실제 논의의 내용을 조정하는 것은 노사정위를 통한 재계의 논점 관철이고, 논의의 속도와 내용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노사 각 '이해당사자'에게 전가되었다. 이런 논의구도의 반복을 통해 정권이 노린 것은 노동의 대정부 투쟁요구를 '노사정합의를 통한 제도개혁'으로 치환시키고 조직노동자의 일부를 투쟁대오에서 이탈시키는 것이었다. 한국노총을 비롯한 조직노동자의 일부는 이러한 구도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들어가면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치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고수하였다. 김대중정권 출범 이후 노사정위원회의 의제 및 노사정위원회 그 자체는 투쟁전선의 형성 및 이탈에 조응하면서 부침을 거듭해왔다.

  그렇다면 다시 가라앉은 '주5일제'논의가 언제, 어떻게 전면화될 것인가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투쟁전선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그리고 한국노총이 '주5일제'에서의 양보를 대가로 어떠한 정치적 거래를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이미 현재의 '주5일제' 논의를 개악안으로 못밖고 있는 이상 실제 이를 저지해낼 수 있을만큼의 투쟁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한국노총을 비롯한 조직노동자의 일부가 노사정합의구도에 조응해들어가려는 것에 분명한 반대를 조직할 수 있을 것인가가 김대중 정권하 '주5일제'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주5일제' 입법안은 '노동시간단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현재의 '주5일제' 논의의 성격은 '노동유연화'로 압축되는 김대중정권의 노동정책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현재 노사 공방의 기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공익위원안'이나 '정부입법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첫째, 1년 단위의 변형근로시간제 도입이나 초과노동 확대(현행 1주 12시간→16시간), 초과노동에 대한 임금할증률 인하(현행 50%→25%) 등의 내용은 무급 장시간노동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연차휴가를 18-22일로 축소하고 휴가 미사용시 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되면 휴일·휴가는 줄어들면서 큰 폭의 실질임금 삭감을 가져오게 된다.

  셋째, 8년에 걸친 단계적 시행방안은 대기업·조직노동자에 대한 초기 도입비용을 중소영세기업·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에 다름아니다. 또한 대기업 내부에서 비정규직 도입 및 용역화·하청화를 더욱 양산하도록 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

  넷째, 생리휴가 무급화는 2001년의 여성노동에 대한 시간외근로 규제완화와 함께 여성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면서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노동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섯째, 주휴무급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을 법부칙에 선언적으로 명시하고 행정지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실질임금의 삭감을 방치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현재도 노동시간에 대한 행정감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임금삭감을 방어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 조직노동자를 제외하고는 다수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특히 현재도 근기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영세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는데다가 주휴무급화로 인한 직접적 임금삭감 위협에 처하게 된다.

  요컨대 현재의 '주5일제' 입법안은 '노동시간단축'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다수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노동을 제도적으로 양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즈음 '주5일제' 도입이 노동자 내부에서의 계층분화와 차별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무급장시간노동의 합법화가 이루어지게 되면 아무리 대기업 조직노동자라 하더라도 임단협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동조건을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임금·노동시간 차별은 그 자체가 비정규직화를 가속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조직노동자의 입지 자체를 축소하는 경향이 될 것이다.

투쟁제안(1) -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전면적 폭로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정부입법안을 중심으로 하는 '주5일제' 논의는 임금·노동시간 탄력화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법 개악공세로 이해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 초기의 구조조정이 주로 정리해고제의 정당화에 맞추어져 있었다면 점점 분사·외주·용역화와 같은 비정규직화, 변형근로시간제·연봉제와 같은 임금·노동시간제의 개편 등 구조조정의 일상화, 내면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의 입법안은 이러한 구조조정의 경향을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사정위와 '주5일제'는 정권의 노동개혁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구조조정의 폭력성과 반민주성을 은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임금삭감·고용불안을 양산하는 노동유연화 전략을 사회적 지표로 강요하면서 노동기본권에 대한 전면적 부정을 자행했던 김대중 정권의 노동정책에 대한 전면적 반대가 조직되어야 한다. 특히 김대중 정권 내내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합의, 비정규직·빈곤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떠들어졌지만 바로 그 구조조정에 의해 어떻게 고용파괴가 이루어졌고 노동대중의 삶이 악화되었는가에 대한 전면적 폭로가 이루어져야 한다.

투쟁제안(2) - 비정규직 철폐·노동유연화 분쇄투쟁의 공동투쟁전선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은 노동대중 전체에 걸쳐 노동조건 및 노동기본권의 광범위한 후퇴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이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에 맞선 투쟁의 선봉에 나서게 되었다. 지난 3년간의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경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는 승리를 쟁취할 수 없고 조직노동자와 함께 투쟁할 때,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투쟁이 구조조정 분쇄투쟁으로 상승할 때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1997년 경제위기를 경과하면서 전사회적 고용파괴 위협 앞에서 개별 사업장 차원의 노동조건과 고용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들이 가지는 한계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매년 총파업 혹은 총력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시기집중 임단협이 조직되지만 전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단사의 현안으로 개별화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이런 과정에 정규직·조직노동자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방어하기 위해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묵인하기도 했다.

  지난 투쟁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구조조정 분쇄투쟁의 전선이 붕괴되었을 때, 그리고 이 투쟁이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대한 반대로 정치적으로 강화되지 못했을 때, 노동법 개정문제에 대한 노동의 이니셔티브는 해체될 수 밖에 없다. 구조조정 저지투쟁, 임단협투쟁, 노동법 개정투쟁을 분리시켜 배치하는 것은 투쟁이 강화되는 것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일 뿐 아니라 투쟁의 개별화·고립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투쟁제안(3) - 기만적 노사정합의주의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해야한다


  2001년 하반기 '주5일제'가 다시 의제로 떠오르면서 정권과 언론은 '노사합의'를 유난히 강조하였다. 언론은 연일 주5일제 도입에 따라 달라질 장미빛 생활을 떠들어대면서 주5일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노사가 한발짝씩 양보할 것을 주문하였다. 월드컵이 있는 올해에는 벌써부터 노사화합선언에 대한 강요가 이루어지고 있다. 2월 초에 있을 위원장 선거 구도가 변수가 되겠지만 한국노총이 현재 입법안의 큰틀에 합의해줄 가능성도 상당하다.

  문제는 민주노조진영이 이러한 노사정합의주의에 어떠한 태도를 보일 것인가이다. 2001년 초 전임자임금지급 금지유예와 복수노조 허용유예가 맞바꾸어졌을 때 민주노조진영이 보인 태도는 상당히 기회주의적인 것이었다. 다행히 주5일제 입법안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개악안으로 분명히 못밖고 총력투쟁으로 저지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과 한국노총이 주5일제에 대한 논의공간을 노사정위원회만으로 고집할 때 오랫동안 "주5일제 쟁취"를 투쟁요구로 제기해온 민주노총 내부에서 동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노사정위원회에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구조조정의 폭력성을 은폐하고 대중의 투쟁요구를 기만적 거래로 변질시키는 기능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노사정위원회 참가여부뿐만 아니라 생존권적 요구를 노사정합의주의 아래 제한하고자 하는 시도들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관건은 구조조정과 노동법 개악공세에 대한 대중적 투쟁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이다. 투쟁의 진영이 만들어지지 못했을 때 노사정합의주의를 내걸고 압박해 들어오는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민주노총이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국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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