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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빈곤이 노후까지 지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 국민연금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후

:: 2003-12-30   조회: 3158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얼마 전부터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와 불만을 다룬 기사와 꼭지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나오고 있다. 주로 국민연금의 재정이 불안하다는 내용이었고, 따라서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민연금의 재정을 안정화하고 좀 더 '잘' 운용하기 위한 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확정한 국민연금 개정안의 내용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더 많이 내고, 나중에 덜 받아가기." 실제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는 현행 소득의 9%를 단계적으로 올려서 2030년에는 15.90%가 되게 하고, 가입자들이 노후에 받을 돈은 현행 소득대체율 60%를 2008년까지 5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쌓여있는 (그리고 앞으로 쌓일) 국민연금 기금을 제대로 운용하여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서 기금운용위원회를 금융전문가들로 채우는 방안도 함께 제출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속내를 살펴보면 정부의 개정안은 최선의 조치가 아니라 '최악'의 방안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율을 삭감하는" 방식의 개정안이 갖는 문제이다. 국민연금의 기본 취지는 그 출발부터 국민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라는 것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정부는 말하고 있다. 이 취지가 제대로 실현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개정안은 분명 스스로 이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지급하는 액수가 소득의 60%인데, 이것이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60%라는 숫자가 가리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코 이 60%라는 액수를 받아본 적도, 받을 수도 없다는 점이다. 40년 동안 쉬지 않고 연금보험료를 납부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이 퇴직 직전 소득의 60%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실직, 휴직 등으로 40년을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평균적으로 퇴직 직전 소득의 30%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2070년이 되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재의 지급액이 충분하니 받는 돈을 깎을 수 있고, 모자라는 부분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적인 연금에 가입해서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금융연맹
두번째로 재정안정화라는 미명하에 2배 적립을 고집하고 있는 문제이다.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재정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2070년에 가입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후에 국민연금에 들어오는 수입이 전혀 없어도 2년을 급여를 지출할 수 있는 돈을 적립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2070년에 지급해야 할 돈이 대략 1200조 정도 된다고 하니, 그 당시에 적립될 돈은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그 어마어마함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재정이 고갈되어 급여를 지급할 수 없는 사태를 우려하는 마당에 70년 후에 2배를 적립할 고민까지 하다니 철저한 준비성에 감탄해야할 지경이다.
   결국 이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하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연금 개정안은 최선의 방안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거짓말이다. 노후소득을 제대로 보장해줄 수도 없으면서 무조건 돈은 쌓아둬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미 고용안정이라는 개념은 먼 옛날의 얘기가 되었고, 날이 갈수록 비정규직, 임시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늘어가는 상황이다. 40년 가입은 이 땅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 점차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이 말은 곧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줄어든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갈수록 노동자, 서민들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카드 빚이 어디 사치와 낭비 때문이던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자살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에 보험료 1% 올리고, 소득대체율 5% 깎이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지는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제도는 살려놓고 보자, 돈은 쌓아두고 보자는 정부의 개정안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게다가 그렇게 모인 돈이 어디에 쓰일 것인지는 뻔하다. 현재 국민연금에 모여있는 돈만 해도 100조, 앞으로 70년 동안 쌓일 돈의 액수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 거대한 돈이 갈 곳이라곤 주식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밖에 없다. 이미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이 국민연금의 기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에도 국민연금의 기금을 투자한다는 발표도 났었다. 이제 아예 이 돈을 전문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금융전문가들을 기금운용위원회에 들이겠다는 안까지 내놓고 있으니, 앞으로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금융시장에 튼튼한 버팀목이 될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자본시장에는 거대한 원천이 될 수 있겠지만, 가입자들에게는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조금 받아가야 한다는 강요만이 남는다. 안 그래도 살기 어려운 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어마어마한 적립금을 만들겠다는 시도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 개정안이 제기되는 맥락

정부나 국민연금을 축소를 주장하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지금의 국민연금으로는 충분한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반적으로 연금수급자가 퇴직 직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퇴직직전 소득 대비 70∼80%의 소득대체율이 필요. 그러나 이러한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의 다층체계를 통해 보장되어야 함" 즉,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해줄 수 없으니 보험이나 다른 연금 상품과 같은 사연금에 가입해서 개인이 알아서 노후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정확하게 지금 국민연금 축소를 골자로 한 개정안이 제기되는 맥락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금개혁'이라고 일컬어지는 흐름이 OECD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들을 통해 각 나라에 권고되고 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연금개혁을 단행했거나 앞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과정이다. 이 연금개혁의 골자는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인 연금(우리 나라의 경우 국민연금 같은)의 비중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고, 그 공백을 사적연금으로 채우는 것이다. 물론 나라마다 연금제도의 세세한 부분들이 차이가 있고 각각의 특징이 있어서 딱 떨어지는 하나의 안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흐름은 사적인 연금의 자리를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개혁은 공적연금이 출생율 저하와 노령인구 증가에 따라 재정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고, 그리고 이렇게 예견되는 재정 위기를 국가가 책임질 경우 어마어마한 재정 적자를 부담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또 국민들의 세금으로 보존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는 명백하게 자본의 논리이다. 겉으로 보았을 때, 연금제도의 유지를 걱정하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내는 듯한 이 논리는 실상 노동자, 민중의 노후소득마저도 자본시장에 끌어들이고, 그것을 활용하여 신자유주의적인 금융의 세계화를 촉진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연금제도가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노후의 최소 안전판이라는 기능은 사장된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연금제도의 파산으로 인한 노동자, 민중의 빈곤한 노후가 아니라, 자신들의 버팀목이 될 거대한 자본을 잃는 것이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교육선전국
현재 제시되고 있는 국민연금 개정안은 정확히 이러한 연금개혁의 흐름에 부합한다. 아직까지 남한에는 기업연금을 비롯한 사적연금이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전면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기업연금을 '퇴직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겠다는 안을 확정해서 이번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보험사, 은행, 뮤추얼 펀드와 같은 금융기관들을 상품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적연금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의 비중이 축소되어야만 한다. 공적연금이 노후소득을 보장해준다면 굳이 사적연금에 가입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이 줄어들어야 그 부족분 만큼을 개인들이 사적연금 가입을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은 이러한 전제조건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에 관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던 사람의 입에서 '국민연금의 보장비율이 확정되어야 기업연금의 규모도 확정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국민연금 개악이 불안정 노동자층에게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이러한 국민연금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악안이 불안정 노동자층을 비롯한 저소득층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당장 다달이 내야 하는 보험료를 올리는 개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 자체를 봉쇄한다는 점이다. 지금도 대다수의 불안정 노동자층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고, 또 가입해야 하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연금 체계는 직장가입과 지역가입 양자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 직장가입은 5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상이 된다. 현재 우리 나라의 노동자 수는 1300만 명을 넘는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직장가입자는 595만 명이라고 한다. 나머지 640만 명의 노동자들은 직장가입자에서 제외되어있다. 이들은 주로 5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 일용 혹은 3개월 이내의 임시직, 시간제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역가입 대상이다. 하지만 지역가입의 경우 보험료의 전부를 자신이 내야하는 부담이 있다. 게다가 이들의 대부분이 소득이 일정치 못하고 실업기간에 있는 경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입이 되어있어도 보험료를 매달 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국민연금에 가입을 하지 못하거나, 가입해 있다하더라도 40년을 채우지 못해 실제 60세 이후 30만원도 안 되는 적은 액수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료를 올리는 개악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거나 보험료를 매달 내는데 있어서 커다란 장애를 만드는 것이고, 이는 곧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아예 국민연금 체계 안에서 배제하겠다는 말과 같다. 결국 현재의 생활이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빈곤은 노후에까지 지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노동유연화의 확대에 따라 점차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이것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보장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사적인 연금으로 채우라는 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기가 막힌 이야기일 따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현재 먹고살기도 어려워 국민연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연금을 찾아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현재 정부가 국민연금 개정과 더불어 추진하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제이다. 이것은 1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이 되는데 현행 퇴직금을 연금형태로 바꾸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대부분 비정규직에게는 적용이 안 되고, 설사 적용을 한다고 해도 사업주들이 자신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개인연금 형태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연금은 보험과 똑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동자 개개인이 연금계좌를 하나씩 갖고 자신의 돈을 적립하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은 불안정 노동자층의 경우 노후보장에 있어서 철저하게 배제될 것이라는 말하고 같은 말인데, 왜냐하면 사적연금의 관심은 저소득층의 안정적인 노후보장이 아니라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후는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 사적연금 체계에서 노후보장의 안정성은 판돈의 크기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저소득 불안정 노동층은 보험료 액수도 적을 뿐더러, 직장 및 소득이 불안정하기에 이마저 안정적으로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연금을 운용하는 사적인 금융기관들에게 이들은 전혀 매력이 없는 층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여성들에게 더욱 고통스럽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진출해있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들은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업 주부는 국민연금 가입대상자에서 제외되는데, 현재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은 공식적인 통계에 있어서는 전업주부이다. 따라서 정부의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많은 수의 여성노동자들이 국민연금의 관심의 대상조차 못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사적연금에서는 더욱 심각해지는데, 만약 이들이 개인연금을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같은 금액을 납입하는 남성들에 비해 적은 금액을 받게된다. 철저하게 시장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적인 연금은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다는 이유로 여성에 대한 연금 지급액수를 낮추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들의 경우 직장에서도 가족임금 이데올로기 등 성차별적인 구조와 관행으로 인해 저임금을 할당받고, 노후소득에 있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받는 상황에 처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다.

불안정노동 철폐 투쟁이 중요하다.

현재 국민연금 개악안을 둘러싼 투쟁은 연금 자체만의 문제로 국한될 수 없다. 현재 국민연금 개악에 있어서 정부의 근거 중 가장 큰 것은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보험료를 올리는 문제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점점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실업자, 빈민의 상태로 전락하여 애초에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이 사람들은 배제하고 남아있는 정규직들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올려서 돈을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의 가입대상자이지만 돈을 내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빈민, 농민들에게 직접세 증액, 국방비 삭감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여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이것은 현재 국민연금의 재정문제를 철저하게 가입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해결해보려는 국가의 무책임성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될 수 있다. 좀 더 길게 보자면, 계속해서 불안정 노동자층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방향을 바꿔내야 한다. 사실 국민연금의 가장 안정적인 재원마련 방안은 가입자들이 안정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국민연금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경로를 확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지적했듯이 국민연금의 축소의 배경에는 거대한 사적연금의 도입이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현 시기 금융의 팽창을 중심으로 한 자본의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규모를 축소하여 그 부분을 사적연금이 메우는 것은 자본의 입장에서야 거대한 시장과 자금이 형성되는 것이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파괴적인 것도 없다. 국민연금도 주식시장 투자 제한을 없애기로 결정한 마당에 이 부분에서 공적/사적연금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금융을 중심으로 한 팽창은 우선 구조조정과 같은 고용파괴적인 정책을 부추긴다. 미국에서 발간된 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CEO들의 연봉과 연금은 노동자들을 해고한 숫자와 비례하여 올라간다.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면 우선 해당 기업의 주가가 치솟는다. 금융시장은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이름으로 생산과 고용의 파괴를 동반하는 구조조정 추진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불안정 노동이 증가하는 것을 반기고 부추기는 것이다. 이러한 주식시장을 받쳐주는 것이 바로 연금기금들이다. 결국 자신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이 주식시장에서 자신의 해고를 부추기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 불안정노동을 철폐하는 투쟁은 노동자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의미 외에도 금융의 팽창을 중심으로 한 자본의 전략을 중단시킴으로써 연금기금을 금융시장에서 활용하려는 전략 또한 막아내는 투쟁과 맞물려있다. 이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연금을 둘러싼 투쟁에서 승리하는 길일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국민연금의 개악안을 저지하는 투쟁은 국민연금이 더 많은 노동자, 민중들의 안정적이고 완전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게 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은 불안정노동을 철폐하는 투쟁과 결코 떨어질 수 없다.
정지영 | 사회진보연대 정책부장


  :: [카툰] 아직도 모르겠냐 200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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