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자 주체화 어떻게 할 것인가?1)
들어가며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서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코너는 자본(사업주)에게 침해당한 권리를 스스로 되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하다보면 항상 한계로 드러나는 것이 있다. 그 한계가 무엇이냐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쁜 노동부는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서'에서는 착한 사람이 되어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사장을 혼내준다. 또 선생님들에게 가서 의논을 하고, 선생님이 전화를 해서 일을 해결해주곤 한다. 잃어버린 권리를 찾는 데에도 청소년은 그저 수동적인 주체가 되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아무리 가상이라고 해도, 청소년들을 계속 수동적으로 보호의 대상으로 표현이 되는 것, 또한 청소년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하는 것이 내심 마음이 아팠다. 이러한 고민은 청소년노동자주체화에 대한 고민을 가지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 이 글은 그 고민을 시작하는 글이며, 정리된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1. 청소년 노동현황
1) 청소년노동자는 누구를 지칭하는가?
일단 '청소년기라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청소년기에 대한 정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인간의 역사적 차원에서 봤을 때, '청소년기'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시작되고 이것이 자본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청소년기'는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을 한국사회 내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60~70년대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지금말하는 소위 청소년기다. 하지만 그때당시에 그들을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을 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해본적은 한번도 없다. 즉 그들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봤다기보다는 사회의 일주체로 생각해왔다. 물론 '현재의 조건보다' 일주체로 생각해왔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전을 하면 할수록, 사회의 일주체로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생각을 하고, 심지어 법에서 성인으로 인정하고 있는 나이조차도 사회의 일주체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저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를 이끌어 가려면 '공부'를 중요하게 해야한다는 이데올로기로 연결되어있고,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사회에서 규정하고 있는 청소년기는 소위 '공부를 중요하게 해야하는 학생'들을 주로 청소년기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미래'만' 이끌어나가야 하는 사람인가? 아까 말했던 60~70년대 이후에도 청소년노동자들은 꾸준히 노동을 해왔고, 서비스산업이 발달하면서 이 청소년노동자들은 기간의 노동력을 이루고 있다. 즉, 이미 현재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현재 사회의 일주체로서 무언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만'을 이끌어나갈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감추면서 청소년은 되도록 노동을 하지 않고, '학습을 중심'으로 해야한다는 논리를 항상 접한다. 그리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청소년노동자의 '초'저임금과 후퇴된 노동조건으로 귀결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학습'이기 때문에 '노동'을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리라고 하는 것에 중요하고, 안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어떤 권리가 다른 권리를 침해할수는 없는 것이다. 왜 청소년은 노동을 하면 안 되고, 학습을 중심으로 해야하는가? 청소년들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청소년노동자라고 하는 것을 이렇게 정의 내려보았다. 앞에서 말했던 근거들로 '청소년'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하겠다. 즉, 청소년이라면 언제나 노동자가 될 가능성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청소년이고 노동자라는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 노동자가 될 수 있는 청소년 모두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2) 청소년노동자들의 노동현황은 어떠한가?
(1)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청소년노동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년보를 조사한 것에 따르면, 2007년 15~24세의 경제활동인구 167만 여명 중 152만 여명 약 91.2%가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
이러한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주변에 청소년노동자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식당에 가면, 청소년들이 서빙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편의점에 가면 청소년들이 계산을 하고 있는 모습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게다가 패스트푸드점의 거의 모든 업무, 유통매장의 주차관리요원 혹은 카트를 운반 등의 노동은 청소년의 노동력으로만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제조업에서는 현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노동'을 하면서도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해야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사무직 등에서는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역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저임금과 엄청난 노동강도를 견뎌내야 하는 청소년노동자들의 노동도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노동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자본주의시대에서는 자본은 더욱 많은 잉여가치를 창출하기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짠다. 특히 자본의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더욱 더 노동자들을 쥐어짜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안해낸다. 그것의 하나로 자유로운 해고와 채용이 가능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노동자들의 단결을 가로막고, 분할하여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러한 와중에 청소년들은 자본의 입맛에 맞는 노동자임에 분명하다. 사회적인 이데올로기는 청소년은 노동을 하면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권과 자본은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지속적으로 옳은 것으로 만들고 있으면서도 청소년을 활용하면서 노동권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것은 청소년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조건으로 작용되고 있으며, 초저임금을 주어도, 노동조건이 좋지 않아도, 이들은 그러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하여 쉽게 대응하지 못한다. 또한 자본은 소비를 강요하여 이윤을 창출한다. 자본은 끊임없이 TV,컴퓨터, 핸드폰 등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이것은 청소년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받아 소비욕을 키우고, 그러면서 돈의 상대적 부족3)
으로 인해 노동시장에 내몰린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노동에 대한 것을 배운 것이라고는 사회책에 나오는 노동3권밖에 없고, 이것이 나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 지도 모르고 대부분 열악한 노동조건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노동조건에 대한 별다른 고민을 안하기도 한다. 한 청소년과의 만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최저임금선을 지켜주기 때문에 우리사업장은 문제가 없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청소년에게는 최저임금은 최저의 선이 아닌 최고의 임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듯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갖춰져있는 것은 청소년에게는 최고의 일자리가 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사회구조적으로 절대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일을 해도 빈곤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그동안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청소년들에게 노동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이유는 청소년이 노동을 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그들을 굉장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바라보고 있고, 이들이 노동을 하는 것을 강요하면서도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은 제대로 된 노동이 아닌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이데올로기 안에서 자본은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청소년들을 단시간노동자로 사용하게 한다.
(2)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청소년노동자
청소년 노동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내몰리고 있다. 바로 전에 이야기 했듯이 청소년이 노동을 하면 안 된다는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아르바이트', '청소년노동' 등의 분할로 인하여 청소년노동자의 노동권은 바닥을 치고 있고, 이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2008년 5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르바이트의 경험이 있는 1458명의 청소년 중 법정최저임금은 시간당 3,770원미만을 받고 있는 청소년이 응답자 중 52.3%이었고, 심지어 시간당 3000원 미만을 받고 일하는 청소년노동자도 응답자 중 15.1%이었다. 임금뿐만 아니다. 평일 4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69% 였고, 또한 6시간 이상도 15.1%였다.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은 최저임금을 넘어서 '초'저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부당한 대우도 굉장히 많았는데, 설문조사에 응답한 1458명의 청소년노동자 중 419명은 사용자의 일방적 지시로 근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367명은 임금 및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약속된 것과 다른 초과근로도 응답자 중 204명으로 많은 수치를 차지했고, 게다가 성희롱을 당했다는 청소년노동자가 88명이나 된다. 이처럼 수치상으로만 보아도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그대로 확인이 되고 있다.
(3) 청소년 노동권 확보를 하기 위한 움직임과 한계
그동안 청소년들의 노동권보장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이 있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노동인권교육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노동인권교육이후에 속속 들어오는 노동권 침해사례를 접수하고 상담하여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현장실습생들의 열악한 노동인권실태를 폭로하여, 현장실습생들의 노동조건 향상과 처우개선에 노력해 왔고, 얼마 전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인권실태를 조사하고 폭로하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청소년노동의 문제에 대해서 제기되어지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 부산본부에서는 청소년아르바이트 피해 상담을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금속에서도 예비노동자 노동인권교육을 위한 사업을 올해부터 진행중이고, 내년에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청소년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많이 나아지지 않았고, 설문조사를 할 때마다 계속 열악한 노동조건을 확인 할 뿐이었다. 그리고 상담을 중심으로 한 사업들은 각기 개별의 건으로 접수되어, 각기 해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러한 노력들의 한계는 실제적으로 청소년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은 사회 전반적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청소년노동은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의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혀 있기 때문에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활동들을 살펴보면 청소년들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노동인권교육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지만, 나머지를 살펴보면 상담같은 경우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 등이 대리해줘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설문조사를 해도 그 결과가 그들의 것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별로 없었다. 이것은 결국, 청소년들이 사회의 일주체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작동하고 대리주의에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할 수 있다.
2. 청소년 노동자 주체화
1) 청소년노동자 주체화는 왜 필요한가?
우리는 노동자들을 '주체화' 해야 한다고 항상 말한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사자들의 주체화이다. 그것은 바로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처지를 깨닫고, 스스로 투쟁하면서 극복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청소년들은 언제나 노동을 할 수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있다. 이들은 노동을 할 때, 다른 노동자와 다르게 처우를 받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청소년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내가 청소년이기 때문에 최저임금만 받아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이러한 것은 전체 노동자계급에게도 해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청소년이기 때문에 초과착취를 받는 것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정당한 댓가를 요구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주체화를 해야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하지만 스스로 깨닫는 과정만 거친다고 해서 이들의 전반적인 노동환경이 나아진다는 것은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들면, 노동인권교육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상담을 많이해온다. 스스로 깨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노무사나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으로 끝이다. 다음이 없다는 것이다. 다음에 다른 곳에 취직을 했을 때, 똑같은 조건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몇 번씩 똑같은 것을 이야기 한다기 보다는 체념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똑같은 과정을 겪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적으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그들 스스로가 제기하고 해결하는 과정 즉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투쟁은 스스로하는 것이 아닌 청소년들 아니 노동자가 단결하여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주체화를 해야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그리고 청소년노동자는 다시 말해 수많은 미조직노동자이고, 불안정노동자이다. 우리는 미조직노동자와 불안정노동자를 조직해야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청소년노동자들은 이동이 잦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이란 이름으로 조직의 대상에서 포함하고 있지 않고있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처음에 조직할 때 어떠했는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노동자를 조직해서 무엇을하는가라는 운동진영의 인식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이것을 한 번 깨고, 투쟁을 함으로써 이들의 노동은 공식화가 된 경험이 있었다. 청소년노동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조직이 되어 투쟁을 할 때, 이들의 노동은 단지 '학습'에 감춰져서 하는 비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들을 조직해야하는 세 번째 이유이다.
2) 청소년노동자 주체화는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가?
(1) '청소년 노동자'라고 하여 노동에 있어서 차별을 정당화 하는 것을 막고, '노동자들의 온전한 권리'를 획득을 요구하는 주체화여야 한다.
사실 나는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비정규직', '청소년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특정한 대상을 묶어서 표현하지 않을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노동자는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자본이 분할해놓은 것들을 노동자 자신도 분할하여, 이것은 여러 활동의 운동의 제약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것들을 깨는 작업은 그들이 주체가 되었을 때, 계급성을 가졌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노동자의 주체화라는 것은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현장실습생'이라는 분할을 깨는 작업을 하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것, 전체 노동자가 정권과 자본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노동자의 주체화는 중요한 것이다. 말하자면, '청소년노동자'라는 특정한 것의 주체화가 아닌 '노동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노동자가 요구를 하는 것은 성인노동자와 다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최저임금이라도 지급해주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가능한 임금을 달라는 요구'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2) 사회가 만들어놓은 보호, 시혜의 대상으로 상정되어있는 '청소년'이라는 계층을 없애는 요구를 하는 방식의 주체화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대한 암초를 먼저 깨지 않고서는 '노동자'로의 자기정체성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의 거대한 암초라고 하는 것은 '청소년'이라고 하는 것을 깨는 것이다. 앞서 청소년은 누구를 지칭하는 가에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청소년'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원래 있었던 불변의 것이 아닌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가변적인 것이고,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청소년이 무엇을 하는데 있어서 엄청난 제약으로 다가온다. 단지 노동뿐만 아니다. 청소년이라고 하는 시기적 특성을 없애는 것만이 이 청소년들이 온전한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청소년기에는 학습을 중요하게 해야한다고 하지만, 학습은 평생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해야하는 것이지 청소년기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소년노동자를 주체화 할 때, 청소년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는 주체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간의 권리는 무궁구진하게 많다. 하지만 지금의 사회에서는 청소년은 어떤한 권리는 중요하고, 어떠한 권리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많은데, 이러한 것들을 깨는 방식의 주체화가 필요하다.
(3) 청소년들 아니 인간 스스로가 권리에 내몰리는 것이 아닌 권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요구하는 주체화여야 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노동을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빈곤'에 내몰려 노동을 하는 청소년도 있고, 노동을 하고 싶지만 '학습'할 것을 강요당하는 청소년도 있다. 인간이 어떠한 것을 선택할 때, 내몰려서 선택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며, 이것은 청소년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노동을 하는 자에게는 노동권이 온전히 확보될 수 있게 해야하는 것, 그리고 노동을 하지 않은 자에게는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2) 지금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1) 청소년에게 스스로 노동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생각하지 스스로 노동을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수치화된 것이 아닌 청소년들이 스스로 나서서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줄때만이 ‘내가 하는 일이 노동이구나’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에는 거리상담과 같이 스쳐지나가는 방식이나 학교를 통한 설문조사와 같이 통계를 쉽게 뽑아낼 수 있는 방식으로 운동이 진행되어왔던 것을 넘어서 발품을 팔아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청소년 노동자에게 문턱낮은 조직이 필요하다
철폐연대가 청소년노동자를 주체화한다는 이야기가 시작되자, 불안정노동의 핵심인 청소년을 청소년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문턱낮은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또한 국가인권위 워크샵 노동부문에서는 청소년들 스스로가 '청소년노조;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하기도 하였다.
지금 주체화문제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문턱낮은’조직이다. 이것은 아까 말했던 발품을 팔아 청소년주체들을 만난 이후, 실천으로 연결되는 구조와 공간, 또한 이것이 제도교육이 담보하지 못하는 교육의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노동자들과 교류하는 경험을 담보해주는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 노동이 불안정노동의 한 파트임이 이야기되는 공간으로서의 자리매김이 될 수 있겠다. 이러한 공간을 만들고, 청소년들이 쉽게 왕래하면서 정보를 교류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며, 실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3) 운동진영의 인식의 확대를 위한 청소년 노동자들의 활동이 필요하다
올해 '최저임금, 넘고넘자'의 사업을 하면서 또 촛불집회를 계기로 청소년들과 운동진영과의 만남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운동판 안에서도 굉장히 주체로 자리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예를들면, 기륭전자 집회때, '청소년 활동가들이 참여했더니 미래를 이끌어나갈 노동자라는 이야기를 사회자가 계속 했고, 또한 이랜드집회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엄마가 걱정하니깐 집에 빨리 들어가라는 식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깰 수 있는 것은 청소년노동자 스스로라고 생각한다. 기륭전자에서 청소년 활동가가 '미래를 이끌어갈 노동자가 아니라 현재를 변혁할 주체'라고 이야기를 해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듯이 청소년들이 이러한 보호주의에 대항하는 활동들을 운동진영 내부에서부터 인입시켜야 할 것이며,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동지로 함께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들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도 분명 청소년 노동자들은 존재한다. 이러한 청소년노동자들도 노조에 있는 노동자와 같은 활동가라는 사실을 많이 알려내고 조직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게 해야한다.
나가며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그리고 신자유주의 사회 내에서는 '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조건'에 놓여있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의 조건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이 사회에서 노동을 하기에도 힘든 조건이다. 노동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게 만들어놓고도, 노동을 하기 힘든 조건을 만든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싸워서 노동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내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또 만약 노동을 할 수없는 조건이라면 노동을 하지 않고서도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해야한다. 이러한 것들은 성인들, 청소년들의 구분이 없이 모두가 함께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노동자의 주체화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1) 이 발제문은 철폐연대 10월 월례토론회에 제출한 발제문이다. 이것은 토론회 이후에 토론회때 이야기 했던 내용을 반영하여 재구성했다.
2) 2003년은 89.1%가, 2004년은 89.5%가, 2006년은 90%가 경제활동인구 중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자신의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절대적 부족'이라 칭하고, 자신의 소비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상대적 부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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