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민주주의는 어떠해야 하는가>
■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뒤집기
■ 노동자 민주주의란 어떠해야 하는가
■ 우리안의 민주주의, 코스콤사례
이명박 정권 들어서 ‘민주주의가 죽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민주당마저 ‘민주주의가 죽었다. 다음선거 때 심판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은 마치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고,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회복되면 해결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사실 노무현, 김대중 정권 때, 그들이 말하던 민주주의가 실현되었을 때도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었고, 삶이 어렵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것이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실현되거나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선거와 같은 형식적인 절차를 갖추는 것으로 민주주의가 실현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이야기하고,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분명 형식적인 측면에서 더 나아가야 할 것도 있겠지만, 민주주의라는 말 속에 담겨야 할 철학 또한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분노들 속에서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노동자의 민주주의, 노동조합의 민주주의도 위기입니다. 예전보다 형식과 절차는 잘 갖춰졌지만 그 형식과 절차를 갖추어 가는 동안 단결과 계급성을 놓쳐 온 측면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소수의 의견, 투쟁하는 개인, 집단을 때로는 배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고 단결과 연대를 실현하는 노동자 민주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소위 87년 체제는 민주주의였다?
많은 사람들이 전직 대통령의 자살과 자연사로 인해 민주주의의 죽음을 걱정한다. 이명박 정권이 그 죽음의 한복판에 있다고 하면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민주대연합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민주주의를 실현했던 것인가? 참으로 민주주의의 역설이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한 것도 똑같은데, 법과 제도의 절차를 준수하면서 정책을 집행하는 것도 똑같은데,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민주주의를 이명박 정권이 퇴행시키고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 퇴행의 주범이다. 이명박 정권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대해서 법을 앞세워 탄압하였다. 2008년에는 100만 촛불도 차벽과 명박산성으로 꺼지게 만들었다. 용산학살도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노동자·민중들을 탄압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역사적 사실들을 반추해보자. 노동자·민중들은 87년 체제에서도 국가권력의 희생양 노릇만 했다. 노태우 정권, 김대중 정권, 그리고 노무현 정권도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을 공권력으로 탄압하였다. 강제철거에 반대하는 농민이나 빈민들을 들어내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기도 했다. 용역깡패들을 고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전 정권들이었다. 노동자·민중들은 언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제로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했다. 정리해고라는 사형언도를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은 소위 87년 체제의 정권들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명박 정권은 이전 정권에서 만든 법과 제도를 집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권은 모사의 달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자신들이야말로 이명박 정권의 희생양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과 자연사조차 민주주의 퇴행의 징후로 신비화하고 있다. 이명박정권이 민주주의를 죽이고 있으니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고 국가권력을 자신들에게 다시 돌려달라고 애원한다. 2009년 7월, 대리투표의 의혹 및 한나라당만의 투표로 통과된 방송 및 미디어 관련법이야말로 민주주의 퇴행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내세운다. 참으로 가관이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에서 권력을 분점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볼멘소리이다.
소위 87년 체제의 이전 정권들이 국회 앞에 차벽을 세웠다면, 이명박 정권은 국회 앞과 광화문에 차벽을 세웠다. 이명박 정권은 이전 정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경찰을 동원하고 있다. 집회 및 투쟁을 관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점이 있을 수 있다. 얼마나 폭력적인가의 정도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정권이든지 차벽과 경찰을 앞세워 노동자·민중을 탄압하였다. 소위 87년 체제는 아니 87년 체제와 이명박 정권은 노동자·민중을 탄압하는데 있어서만큼은 주범이자 공범이었다. 이들 범죄자들이 노동자·민중들을 탄압하는 근거는 아주 간단하다. ‘누구든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민중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투쟁의 범죄자에 불과하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기득권 지배세력들은 주권과 공동체의 정체성을 주로 국민국가에서 찾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국민 개개인을 국민국가의 법과 제도라는 울타리에 가둔다. 그 법과 제도가 억압적 이데올로기적 장치라 해도 상관없다. 국민은 그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허용하는 생활공간에서만 살아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은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008년 촛불 시위 현장에서 노래로 울려 퍼진 헌법 제1조. 시위현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헌법 제1조의 규정이다. 누구든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은 민주주의 사회의 국체이자 정체인 것으로 알고 살아간다. 국가의 최고 의사인 국민주권을 헌법이 실현하고 있는지 아니면 헌법이 국가권력이나 통치권만을 보장하는 주권을 위해 존재하는지 잘 모른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만을 지고지순한 삶의 원칙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저 공화주의가 어떤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화주의야말로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민주주의로 알고 지내지 않았는가?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시험문제의 정답을 위해 외우기만 했던 헌법상의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모든 개인이 절대적으로 소중하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사상으로 억압적이었고 차별적이었던 절대군주제를 무너뜨리고 법치주의라는 근대 시민사회를 건설한 근대 시민들의 이념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의 개별적 능력의 차이를 내세워 불평등을 정
당화하기도 하고, 사회적 안정과 통합의 필요성 때문에 개별적 차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경우에 따라 상대적 평등과 절대적 평등을 이용하면서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모순의 혁명적 폭발을 예방하고 있다.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사람 간의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인 평등 및 절대적인 불평등만을 강조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역능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사람 간의 상대적인 평등이 아니라 절대적인 평등만을 강조한다. 자유민주주의 정치는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돈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나누어 갖자고 하면 그것은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면서 거부한다. 또한 이해관계에 따라 차등투표제나 선호투표제를 도입하자고 하면, 그것도 1인 1표 방식의 정치적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하면서 거부한다. 이는 평등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이중잣대가 아닌가? 자유민주주의 정치는 평등의 상대성과 절대성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강화시켜 왔던 것이다.
공화국은 주권을 가진 국민이 국가를 지배하는 국가형태이다. 이러한 국가형태는 전제 왕정이나, 절대주의 군주정 그리고 폭군정과 다를 수밖에 없다. 공화국에서는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표자가 국가를 지배하기도 하고 혹은 국민 스스로 국가를 지배하기도 한다. 전자의 공화국이 대의제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 후자의 공화국은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대의제도를 정착시켰다. 국민은 선거제도를 통해 자신의 주권을 특정한 정당이나 사람에게 위임하면 그만이다. 국민은 그 순간부터 다음 선거가 있을 때까지 자신의 주권을 회수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화국은 역사적으로 주권을 위임받은 세력 간의 권력분점체제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공화주의의 연원을 살펴보면, 공화주의 사상은 선언적으로는 신분적 차별의 폐지 및 사회경제적 차원의 평등도 주창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존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무너뜨리는 차원의 사상은 결코 아니었다. 기존 귀족들이나 군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토대를 보존시키면서, 사회구성원 각자의 조건을 서로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자본주의 지배질서에서 발생하는 계급 간의 갈등과 모순을 자본의 공동체를 위한 공화주의로 대체하였다. 노동자·민중들은 사회공동체 성원으로서 자본의 공동체를 위해 헌신과 봉사의 정신으로 계급 간의 화합과 상생을 지향해야만 했었다. 노동자·민중들이 자신들의 혁명적 투쟁으로 획득했던 자유를 진정으로 누리지 못하는 공화주의이다.
주요 수단은 대의제도였다. ‘대의’라는 제도는 다수자들의 전제를 막기 위해 고안되었다.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다수의 전제 가능성을 완화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이었기 때문에, 권력을 비인격화하는 법치주의의 원칙 아래 귀족정 요소와 민주정 요소를 결합하는, 즉 대중의 동의와 현명하고 덕성이 있는 자들의 통치, 다수의 지배와 지혜로운 토론을 결합하는 방식들이 고안되었다. 고대사회에서도 대의제도는 존재했다. 바보, 천치라는 단어의 어원인 이디오테스(idiotes)는 시민(citizen)의 반대어로서 공적 영역에서 행동하려고 하지않거나 할 능력이 없는, 순전히 개인사에만 매달리는 인간형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사적영역에 종사하거나 노동하는 노예나 여성 등이 천치바보였다. 노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먹고 살 수 있었던 시민들은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을 생활에서 분리시켰다. 천치바보들은 사적영역에서 노동력만을 제공하는 생활을 하고, 시민들은 천치 바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공적영역에서 생활하게 하였다. 대의 민주주의의 전범으로 간주되는 미국 헌법은 이러한 의도에서 민주공화정을 제도화하였다. 인구의 구성상 10-20%에 불과한 자본주의 체제의 부르주아지들은 나머지 80-90%에 달하는 노동자·민중들을 서로 분열시킨다. 노동자·민중들을 서로 분열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였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 계급과 부르주아 계급 간의 갈등을 완충시킬 수 있는 중산층을 의도적으로 양산한다. 거대한 자본의 성을 보호하고 지키는 성벽의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간의 경쟁을 강화시키면서 중산층만의 정치적 통일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오로지 부르주아 계급의 이해를 추구하기에 적합한 사회적 조건을 형성한다.
주권은 국가의 최고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최고 권력
자본주의 체제의 부르주아 계급은 공화주의의 핵심인 노동자·민중의 계급적 자유를 공동체 성원의 개별화된 자유로 대체시켰다. 노동자·민중이 자신의 계급적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공화주의 사상에 내재되어 있는 자기통치의 원리를 실현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국민주권은 유일성, 영구성, 포괄성, 절대성, 불가양성을 가지고 있는 국민의 자기 권력이다. 국민주권의 시대에 국가의 최고 권력을 국민이 되찾아서 국민 스스로 자신과 국가를 지배하는 정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주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그 주권을 국가로부터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 국민주권이다. 국민주권의 세상은 국가의 기능과 역할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으로만 제한한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국가로부터 해방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활세계를 위해 봉사하는 국민의 집행기관으로 남는다. 국민은 언제든지 그러한 집행기관의 주체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국민이 해방된 국민주권의 세상이다. 국민주권의 세상은 국가의 성격을 완전히 전복한 세상이다. 국민이 최고 권력으로 국가를 국민의 복종자로 만든 세상이다. 국민이 언제든지 국가의 권한과 업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세상이다. 국가의 기능과 역할이 국민의 코뮌적 공동체 자치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권력의 주체이자 객체로 통일되는 세상이 바로 국민주권의 세상이고 국가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세상이다. 국민주권이란 바로 국민 스스로 선의 정치를 일궈내기 위해 권리의 차별을 없애거나 지배세력의 특권을 없애면서 국가 중심의 정치를 소멸시켜 나가는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는 이 과정에서 혁명으로 진화한다. 국민이 권력과 국가를 지배하는 상상혁명!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혁명하는 국민주권의 희망이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을 국민자치공화국으로
국민은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활동에 매우 익숙하다. 정치하면 선거를 떠올리는 국민이 대다수이다.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내 손으로 직접 선출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선거권을 권리로 인정하고 있는 이상 국민이 선출할 수 있는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민의 정치활동은 확대되고 정치의식도 높아질 것이다. 국민의 직접선거가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어야만 할 이유이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의 직접선거가 확장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그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국민은 권리를 위임하고 난이후에 국가에서 요구하는 권리행사방식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면 그만인 것이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자유 민주주주의 이념의 토대라고 하는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자신만이 행사할 수 있다.’는 개별적인 선택의 권리만을 부여한다. 국민은 그러한 권리조차 기표소를 만들어 은밀하게 행사하게 한다. 국가는 그러한 권리행사의 방식을 비밀투표라는 것으로 정당화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들의 존재기반과 선거정치를 고립시키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국민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상태에서 선거의 권리를 행사하면 그만인가요? 국가는 투표를 철저하게 개별화시켜 집단화되는 선거정치를 미연에 방지한다. 집단적 선거정치는 정치의식의 집단화, 즉 정치적 계급의식의 형성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당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다. 민주주의 사회가 정착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에게 허용하는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에 적합한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이다. 권리를 누리기 위한 자기활동은 파업이나 시위로 나타나지만, 국가는 권리를 내세우는 그런 국민에게 종종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는 이유로 탄압한다. 권리를 내세운답시고 다른 사람의 권리까지 침해하지 말라는 방송까지 하면서 ‘물대포와 소화기’로 권리의 촛불을 끄려 한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듯하면서도 실제로 자유 민주주의만을 허용하는 절반의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절반의 민주주의를 넘어서려는 국민의 다양한 시도들이 반국가세력이나 반정부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국민자치공화국은 권력을 지배세력 간에 분점하는 공화국이 아니라 국민이 모든 주권과 권력을 지배하면서 스스로를 통치하는 공화국이다. 국민이 군통수권, 세금징수권, 관리 임명권 등을 보유하는 공화국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통치자 없이 이러한 국가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권력을 둘러싼 분쟁만이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누가 관리할 것인가? 국민자치공화국은 관리나 통치권자를 부정하지 않는다. 관리나 통치권자를 국민이 임명하는 것이고 그들의 권한을 국민이 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민자치공화국에서 관리나 통치자들은 일회적인 선거로 임명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관리임명위원회에서 추천된 사람들을 국민이 복수로 선출하고 난 이후, 전국국민자치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선출된 사람들 중에서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물론 국민은 전국관리위원회, 전국국민자치위원회, 그리고 선출된 통치자나 관리들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한다. 통제권의 구체적인 대안도 없는 것이 아니다. ‘업무에 대한 감사, 업무회의의 공개, 업무권한의 정지 및 박탈, 업무와 관련된 법과 제도의 폐지 등의 권한’을 국민에게 부여하면 된다. 세계사적으로는 파리코뮌에서 국민자치공화국의 연원을 찾을 수 있다. 파리코뮌은 1871년 3월 28일부터 5월 28일 까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의 봉기로 수립된 혁명적 자치정부이다. 파리코뮌의 평의회는 순식간에 시민과 노동자에게 자치권력을 부여하였고, 파리코뮌 집행위원회는 군사·재정·식량 등의 아홉 개위원회를 설립하여 국민의 자주관리체계를 구축하였다. 소위 국민들은 스스로 권리와 의무를 결정하고 그에 준하는 자주관리의 권력을 보유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상상적 대안도 존재한다. 그것은 ‘국민자치 공화주의’이다. 노동자·민중들이 투쟁으로 획득한 공화주의를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계급으로부터 다시 되찾는 것이다. 공화주의에 내포되어 있는 노동자·민중의 통치원리를 국민주권이라는 이름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국민은 ‘자본의 공동체가 지향하는 공화주의’를 ‘노동의 공동체가 지향하는 공화주의’로 전복시킬 필요가 있다. 자본의 공화주의는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억압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갈등을 공동체 성원들이 함께 하고 서로 나누는 것으로 대체한다. 국민주권을 유린하는 과정이다. 국민은 공화주의의 원리 중에서 ‘자기통치의 원리’, 즉 자치의 원리를 내세워야 한다. 루소가 생각했던 민주주의의 원리를 새롭게 구성하여 말한다면,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기지배이자 자기통치이다. 누군가가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자신을 지배하고 통치하는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지수를 스스로 높여 나가고 그 느낌을 지속시킬 수 있는 민주주의 사회의 원리이다. 이러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헌법의 원리는 바로 자치공화주의이다. 국민자치공화주의는 사회적으로 차별과 착취가 없어야만 실현될 수 있다. 공동체 성원들이 서로 간의 차이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나가는 국민의 자치공화주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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