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전임자는 어떤 존재인가?
타임오프제도에 맞선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타임오프제도가 전임자 임금의 문제로만 간주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적이다. 노동계에서 투쟁을 해서 전임자를 그대로 인정을 받든, 아니면 사측의 의도대로 전임자 수가 제한되든 ‘타임오프제도는 전임자 수를 줄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 하지만 타임오프제도는 전임자 수를 규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무엇인가를 노동위원회에서 임의로 규정하고, 그것에 해당할 때에만 유급을 인정한다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한하고, 그것도 유급 활동을 철저하게 제한하되, 그것을 전임자 임금으로만 모두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이다. 결국 우리가 이것을 전임자의 임금으로만 간주하는 이상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총회 등 모든 활동은 무급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노조활동도 제한된 방식으로만 하게 된다.
지금까지 정권과 자본은 노동조합 전임자를 고충처리자로 만들려고 애써왔고 그것을 넘어서는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탄압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 전임자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앞서서 이끌어나가면서 조합원과 함께 호흡하고 운동의 방향과 전망을 만들어나가는 활동가이다. 무급이든 유급이든, 회사의 제한과 간섭이 없이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활동의 내용도 임금이나 단체협약, 고충처리로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 전임자의 의미를 다시 살려야만 타임오프제도로 전임자들은 고충처리자로 전락시키려는 정부와 자본의 의도를 무너뜨리고 노동조합운동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당장 전임자들의 임금을 유급으로 하는 것에만 매달려서 전임자 활동의 본래 의미를 망각하거나 스스로 축소시키는 일이 없도록 전임자의 활동을 재구성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투자증권노조에서 오랫동안 전임활동을 해왔던 강은영 전 부위원장 동지를 만나서 노조 전임자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는 (구)우리증권지부에서 수석부위원장으로 전임활동을 하면서 교섭대표도 했고, 홍보활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한 9년 정도 상근활동을 한 것 같은데요, 마지막 2년은 LG증권과 합병문제로 삭발도 하고 29일간 파업을 하는 등 투쟁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통합 이후 우리투자증권 집행부로 2년 정도 활동을 하고 작년에 현장으로 내려왔습니다.
전임간부를 하다가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던 적이 두 번 있는데요. 처음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조합원들이 편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을 하기도 어려웠지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집니다. 현업에 있으니까 조합원들이 각종 복리후생이나 고충에 대해서 문의를 하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조합원들과 공식 비공식적으로 소통을 많이 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전임활동을 할 때와 비교하기도 하고 그때 활동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노조 전임자가 왜 중요한지 조합원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간부들도 이 문제를 갖고 당당하게 투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전임자가 줄어드는 것은 노조의 조직력을 훼손시킬 수 있으므로 전임자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조활동과 전임자수는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노동운동이 디지털적이지 않아서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껴야 하는 것이 많은데,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숫자가 줄어든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조직력을 강화하기 어렵습니다. 증권회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20년 전에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저임금이나 장시간 노동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야근을 해도 시간외 수당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노조가 생긴 이후 수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단체협약으로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고용안정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조합원들과 전임간부들의 노력이었지요.
그런데 임금단체협약에 관해서는 과거만큼 절박함이 덜하다 보니 노동조합 활동도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성과급제 도입 이후 개인 간의 임금이 차등되기 때문에 요즘 조합원들은 임금에도 관심이 없고, 노조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현장을 조직하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전임자수가 줄어들면 현장활동을 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전임자들에게 임금을 적게 받고 일하라고 말할 수도 없지요. 간부들도 생활인인 이상 무한정 희생을 요구하면서 감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투쟁은 매우 소극적이다. 조합원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투쟁하니 함께하자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의 노조활동이 조합원들을 믿고 활동하지 못했던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조합원들에게 이 싸움이 중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전임자가 6명인데 타임오프에 의하면 우리 조합원수에 맞는 전임자가 5명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점을 염두에 두고 그전부터 기금도 마련하고 준비도 많이 했지만 조합비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사측에서는 전임자에 대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고, 집행부도 열심히 투쟁을 하고 있는데, 전임자에 관한 사항만이 아니라 IT 아웃소싱 문제와 더불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부들은 월급도 못 받고 투쟁하지만 조합원들이 이 문제를 다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만약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오히려 조합원들이 전임자들을 보호하지 않고 ‘한 명 줄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당당하게 조합비를 더 올리자라는 결의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임자들은 이쪽 저쪽에서 내몰린 느낌입니다. 노동조합 전임자들은 과거로부터 구속과 해고의 위협에서도 투쟁을 했습니다. 이런 고용문제라든가 절박한 상황에서는 조합원들이 희생자구제기금을 모으는 등 전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일상의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전임자 문제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임자들도 드러내놓고 조합원들에게 ‘이 문제를 갖고 같이 힘을 모읍시다’라고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전임자 임금문제를 예상하고 오래 전부터 산별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기업별 노조의 관행 때문에 산별노조 역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맞서 투쟁전선을 만들지 못했고, 그로 인해서 타임오프는 통과되었다. 과감하게 조합비를 올리자는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노동조합에서는 전임자수 축소를 감수하게 된다. 설령 타임오프가 노조활동에 대한 통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것을 거부하고 조합비로 전임비를 마련한다 하더라도 전임자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이 뾰족한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임자 수가 줄어들면 전임자들의 노동강도도 높아지고 조금 더 전문성을 획득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노조가 지금처럼 2,3년에 한 번 선거를 하게 되면 활동의 연속성이나 전임자의 전문성을 획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과거에 비해 투쟁이 별로 없다 보니 투쟁 과정에서 간부가 양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일단 전임간부를 시작하면서 배우게 되는데, 활동을 할만하면 바로 현장에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회사는 노무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채용하여 노조에 대응하여 연속성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오히려 노동조합은 전임자가 수시로 바뀌고 활동에 연속성도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전문성이 있는 활동가들을 노조에서 채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요. 그런 동지들이 연맹이나 산별노조에서 활동하면서 임금단체협약 등의 역할을 많이 담당해주면 개별 노조에서는 현장을 조직하는 활동에 중심을 두고 활동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교육이나 교섭 등 산별과 단위노조에서 이중적으로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산별노조 중앙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담당해주면 지부에서는 활동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만들어진 타임오프제도는 단지 전임자의 수를 제한하는 제도만은 아니다. 오히려 노동조합 활동이 무엇인지 규정함으로써 조합원 전체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전임자들이 고충처리하는 활동만 하게 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타임오프제도의 한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타임오프는 전임자의 축소가 아니라 노조활동 전반에 대한 통제이지요. 전임자들은 지금도 엄청난 초과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일일이 논의하지 않고 자신들이 판단하는 방향에 따라서 자주적으로 활동을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투자증권 노조는 IT 아웃소싱 문제로 철야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것을 노조활동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영권에 대한 사항이라고 주장을 하겠지요. 그런데 이런 것까지 일일이 통제를 하고 이것이 과연 노조활동인가 아닌가로 규정하고 임금을 지급할지 말지를 이야기하면 불필요한 논쟁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회사는 상급단체에 파견을 보내거나 상급단체가 함께하는 것에 대해서 외부세력 운운하는데 상급단체의 지침을 따르는 연대활동도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되고 상당수의 노조들이 사측에 협조주의적 태도를 갖게 될 것입니다. 회사와 대충대충 좋게 넘어가려고 하다 보면 연대활동은 물론이고 투쟁도 많이 위축될 것입니다.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이 전임자 중심의 활동이 되다 보니 전임자를 공격함으로써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의 의도가 많이 현실화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설령 전임자 수가 줄어들더라도 전임자 중심의 노조 활동을 변화시키고 현장 활동가들을 많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노동조합도 제대로 설 수 있다.
내부에서 조합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모든 활동이 전임간부들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전임간부 외에 운영위원 등 내부에서 훈련되고 다양한 역할을 맡는 비전임간부들이 많아지면 활동가들의 풀이 생기고 노조 전임자들도 선순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타임오프제도가 만들어지니까 회사와 협상을 해서 한 명이라도 더 임금을 받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회사에 굴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타임오프가 시행되어도 현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만들려면 전임자들에게 집중된 구조를 바꾸어야 합니다.
최근에 수세적인 많은 노동조합의 활동이 조합원들에게 정보 공유가 잘 안 되고 의사결정도 소수가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소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대의원 대회 등 의사결정체계를 거쳐서 결정하곤 했는데 지금은 집행부의 권한으로, 위원장의 결단으로 처리하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결국 과거보다 전임자들에게 활동이 집중된다는 것은 운동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노조 설립기에는 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조합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업무 시간이 끝나고 나서 혹은 주말에 모여서까지 노조신문을 만들기도 하고 소모임을 하기도 했습니다. 회의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되고 전임자들이 모두 결정하고 집행하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 문제입니다. 전임자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현장 중심의 활동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현장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조합원들은 여전히 노조활동에 무심하다. 이런 현장은 증권사에 성과급이 도입되면서부터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임금투쟁을 해서 임금을 올려도 모두가 다른 임금을 받고 개별적으로 성과급이 다르므로 임금인상은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임금단체협약투쟁이 무기력해지면서 조합원들도 개별화되고 있다. 그러므로 그 시기부터 임금단체협약투쟁을 넘어서는 현장활동의 변화가 있어야 했다. 어떤 변화들이 가능할 것인가?
증권사 노조들의 경향이 인수합병이라든가 고용을 위협하는 문제가 생기면 열심히 투쟁을 합니다. 지배구조가 바뀔 때, 즉 지주회사로 편입되거나 인수합병이 되면서 고용문제에 심각한 위협을 받으면 집결해서 투쟁을 합니다. 그러나 일상활동에 대한 고민은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항상 인수합병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관심도 없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소수 전임간부들 위주로 협상만 하면 해결이 되기 때문에 현장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오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가 자성해야 할 문제인데, 실은 다른 현안들도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등 우리가 적극적으로 싸워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싸워봤자 안 되고 조합원의 이해와 부딪친다고 생각해서 지레 포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치열하게 싸운 노조들의 투쟁의 과정과 결과가 너무나 어려웠던 점은 더욱 움츠러 들게 합니다. 또 회사 경영에 깊이 관여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싸워봤자 성과가 있을 것 같지 않으니까 이런 문제는 넘어가고, 따져봐서 될 만한 것만 해오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초기에는 불합리하면 무조건 싸웠던 것에서 지금은 해서 될 만한 것만 하다 보니 새로운 현장투쟁을 만들어내는 고민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다시 첫 마음으로 고민을 시작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현장활동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또한 노조 활동의 영역도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조합원들이 임금과 복리후생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사실 임금단체협약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임금단체협약을 산별노조 중앙에서 하도록 하고 간부들은 조합원들과 다른 종류의 활동을 기획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합원과 밀착할 수 있는 생활협동조합이나 공정무역 등을 통해 생활 속에서 사회를 바꾸는 실천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활동만이 아니라 정치문제나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조합원들의 시야를 트이게 하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합니다. 조합원들은 과거만큼 임금단체협약에 관심이 없는데 간부들은 여기에만 매몰되어서 활동하는 이 고리를 끊어야만 다른 현장활동도 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전임자에 대한 정부와 회사의 공격에 대해 우리는 결국 현장활동으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전임자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현장활동으로 전환하려면 조합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어떻게 조합원들을 만나고 조직하고 활동할 것인지를 고민하자면 소통의 방식과 내용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기업들을 보면 IT도 발달해있지만 애사심을 갖고 조직에 헌신해서 일을 하도록 만드는 많은 홍보활동을 합니다. 결국 기업이나 노조나 자기 사람 만들기가 필요한데, 노동조합도 조합원들을 하나 되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노동조합은 그 전과 똑같습니다. 소식지 보내고 홈페이지만 오픈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다양하게 조합원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87~88년 노조 초창기에는 집행부마다 탈춤도 하고 노래패도 하고 율동패도 만들어서 조합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지금은 그것과는 다르겠지만 여전히 조합원들의 다양한 요구가 있습니다. 나 혼자 하기 어려운 것을 같이 하기 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공동체성, 연대, 함께하는 것에 대해서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런데 걱정이 있습니다. 노조 전임자 중 여성간부들이 조합원들과 소통의 역할을 많이 담당해 왔는데요. 타임오프가 시행되고 전임자 수가 줄어들면, 일자리에서도 여성들이 많이 해고되듯이, 전임자 수를 줄일 때 여성간부들을 먼저 줄이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그렇게 되면 여성노동자들을 대변하거나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여성들을 조직하는 데에 더욱 타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여성전임자수를 줄이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저도 전임을 할 때에는 열심히 해도 알아주지 않는 조합원들에게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으로 돌아와보니 왜 노조가 현장의 문제들을 잘 알아주지 않을까, 어떤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을까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조가 뭘 하고 있는지 신경 쓸 새가 없을 만큼 노동강도가 너무나 높기도 합니다. 그러니 여전히 힘들더라도 집행부가 다양한 소통의 방식들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노동운동진영은 전임자임금지급 금지에 맞서는 투쟁전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개별사업장에서 힘겹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다. 연일 타임오프를 현실화하라면서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언론, 정부의 지침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버티는 자본, 그리고 무관심한 노동자들의 틈 속에서 우리의 투쟁은 단지 전임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전임자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이를 통해서 노조운동을 새롭게 변화시켜보자는 목소리여야 한다.
우리 노조는 IT 아웃소싱 문제로 투쟁하고 있는데 타임오프제 시행까지 겹쳐 전임자 인정을 받지 못해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미지급되고 있는 전임자 임금 문제가 아쉬워서 IT문제를 대충 타협하지는 않겠다는 간부들의 의지가 있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저는 IT 문제 못지않게 전임자 임금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 역시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우리 전임간부들이 자신들이 감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조합원들에게 함께 해결하자고 요구하기 미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수세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당하게 왜 전임자가 중요한지 밝히고 강조하면서 투쟁해야 합니다. 이것은 지금 당장 전임활동을 하는 간부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후의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말고 조합원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야 하는 것입니다.
전임자들이 그 동안 어떻게 활동을 해왔는지, 그리고 정부는 왜 이 전임자들을 공격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지금까지는 전임자 중심의 활동이었기 때문에 지금 전임자들이 무너지면 조직력에서나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후에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조합원들에게 고민해보자고 제안해야 합니다. 만약 전임자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면, 혹은 어쩔 수 없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이후 노조의 활동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조합원 동지들은 어떤 결단을 할 것인지, 이후 노조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많은 동지들이 타임오프에 맞서 전임자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임자는 타임오프 싸움을 하고 협상을 하면서 더 많은 수의 전임자를 따낸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임자 숫자만 유지한 것일 뿐, 전임자의 활동이 통제되고 전임자 중심의 활동을 강화시키는 현실을 전혀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상황에서 노조 전임자는 자판기로 전락하고 조합원들과 멀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타임오프에 맞서는 우리의 전략은 전임자의 의미를 다시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노조의 방향을 제시하고 조합원들과 더불어 현장의 힘을 강화하는 전임자를 다시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희생이 따를 수도 있고 그리고 때로는 조합원들에게 전임자를 지켜내자고 호소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이제는 현장활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노조의 전임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현장에서부터 조합원들이 살아 움직이는 노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욱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듣고 새로운 영역으로 노조활동을 확장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조합원들에 새롭게 노조운동을 변화시켜나가자고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조합원들에게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하고 함께 이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스스로 나서자고 말 걸기 해야 한다. 저들의 공세인 타임오프에 맞서는 우리의 운동은 노동조합을 새롭게 변화시켜나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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