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국가고용 전략
2010년 10월 12일 고용노동부는 [성장•고용•복지의 조화를 위한 국가고용전략 2020]을 발표하였다. 이 전략에서는 2020년 선진국 수준의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주관 하에 정부와 당 및 유관기관, 청와대 외에 각각 연구기관장 및 민간단체를 참여시켜서 진행해온 ‘국가고용전략회의’의 내용을 정리한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 정부는 고용정책의 방향을 밝혔다. 그 내용은 신자유주의 고용유연화 전략을 공고화하겠다는 것이다.
1. 국가고용전략 보고서의 내용
이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원인을 경직적인 노사관계, 제조업 중심의 성장과 서비스부문에 대한 과도한 규제, 그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꼽는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로서 원하청 불공정거래 등과 인력수급 불일치가 중요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들은 고용전략은 노동을 더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되면 불연속적이기는 하지만 계속 고용은 될 수 있으므로 장기간 실업은 많지 않게 된다. 그리고 노동과 연계된 복지를 주장하며 노동자들이 강제적으로 불안정한 노동으로 진입시키려고 한다. 이번에 제출된 국가고용 전략은 다음의 네 가지 정책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 고용친화적 경제 산업 정책
제반 산업정책에서 고용효과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여 점검하고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고용을 많이 창출한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혜택, 이후 고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업과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지원, 고용영향 평가제도 도입 등이 이야기되고 있다.
그 외에 사회서비스 전문인력 육성과 진입과 가격 규제 완화, 시장개방과 대형화 등 사회서비스를 확장하고 산업화함을 통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방안도 제출된다. 또한 지역과 민간의 주도적 역할을 확장하여 지역 일자리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지역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기업을 미래희망 일자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공정 역동적인 일터조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하므로 정규직 고용의 경직성을 해소하여 이중구조를 완화를 목표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등 유연시간 근로자를 확산하고, 불합리한 고용규제 개선을 위해서 파견허용업종을 늘리고 기간제의 예외대상을 확대하여 2년 후 정규직화 조항을 없앤다고 한다. 임금도 성과급제 등 성과형 임금체계로 전환하여 노동자들의 경쟁과 직무몰입도를 높이겠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공정성도 이야기하기는 한다. 사내하도급 대책으로 불공정한 하도급에 대해 관리감독하고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의법조치하고 직접고용을 지도하겠다고 한다. 건설산업에서 불법하도급과 유보임금 등에 대한 대책 마련, 최저임금 준수와 체불임금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차별시정제도 개선 등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 취약인력 활용과 직업능력개발 강화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미래 도전이므로 여성과 고령자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부분 육아휴직제도 시행이나 보육지원 강화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시간제 일자리의 대거 창출, 돌봄서비스 일자리의 활성화를 중요한 대책으로 제기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해서는 ‘생애 이모작 추진’으로 임금피크제, 전직지원장려금, 고령자 재취업 활성화 및 사회공헌활동 활성화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그리고 청년일자리에 대해서도 청년인턴제를 확대할 것이며,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서 고급인력과 그렇지 않은 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 근로유인형 사회안전망 개편
정부에서는 ‘근로유인형 사회안전망’을 이야기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복지에 의존하지 말고 일을 해서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탈수급을 촉진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근로장려세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실업급여제도를 보완하고 취약계층의 4대보험료 한시면제나 특수고용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 등을 이야기한다.
그 외에 국가고용서비스망을 확충하고 민간의 일자리 중개산업 육성을 위해서 규제를 합리화한다고 한다. 이미 고용서비스 촉진법을 통해서 확인되었던 것처럼 복합인력서비스업체를 만들고 정부가 해야 할 고용서비스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여 산업화하는 전략인 것이다.
2. 정부는 고용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려고 하는가?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책 하나하나가 허구적이고 노동자 민중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정책 하나하나를 비판하기보다는 이러한 종합 전략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한국에서 고용시스템을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번에 제출된 ‘국가고용 전략’은 다음의 특징을 갖는다.
(1) 노동자들의 유연성을 제도적으로 확보
이명박 정부는 완전하게 비정규직화하는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 비정규직이 많아지면 실업률이 개선된다는 판단이 전제로 깔려있다. 유연시간근무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사람이 하던 일을 두 사람이 나눠서 하면 일자리가 두 개로 늘어나는 것이다. 즉 실업률을 줄이는 이들의 마술은 노동자들의 삶의 안정성을 반 딱 잘라서 노동자들끼리 고통을 나누게 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이윤도 확대하고 고용률을 늘리는 마술의 비밀은 ‘비정규직화’에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정규직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하려고 한다. 이미 해고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악이 제기되고 있으며, 타임오프를 계기로 한 단협해지가 벌어지는 상황 등으로 볼 때 고용유연화에 대한 노조의 저항을 무력화하는 공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비정규직 사용의 규제를 모두 없애서 비정규직 제도를 완전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 기간제법을 수정하는데, 이미 기간제는 모든 업종에서 사용가능하다. 다만 2년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만 남아있는데 이마저도 ‘예외조항’을 확대하고 신설기업에서 기간제를 무제한 사용하게 하도록 만들어서 그 제한을 무력화하려고 한다. 이 제한을 풀려고 하면 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딪치기 때문에 우회로를 선택한 것이다. 또한 파견제도 허용업종을 늘린다고 한다. 이번에는 일부만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특수고용의 경우에는 산재적용과 고용보험 적용으로 ‘특수고용’이라는 형태의 고용을 특정하는 것으로 가버릴 수 있다.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별도의 고용형태로 간주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후 ‘특수고용’이라는 특정한 고용형태가 제도화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단시간 노동’도 제도화하려고 한다. 직무분리로 단순업무를 따로 만들어놓고 직군분리직군 방식을 활용하여 시간제 노동자들을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모든 형태의 비정규직을 각 기업이 제한 없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비정규직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런 선택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고용에 대한 모든 규제를 없애면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해고되기 때문에 기업을 상대로 투쟁할 무기를 잃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2) 사회서비스와 신규노동력의 유연성 확보 전략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자들과 새롭게 확대되는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도 이명박 정부의 중요한 고용전략 중 하나이다.
그 첫 번째로 근로유인형 복지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도 복지는 없다. 그런데 이미 존재하지 않는 복지조차도 ‘근로유인’으로 작용한다. ‘노동 없이 생존 없다’는 모토 아래 복지를 축소하고 불안정노동에 강제적으로 나오도록 한다. 가족 구성원 중 하나만 벌어서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나오고, 그런 사람들이 또다시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확대한다.
정부는 여성이나 노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불안정한 노동으로의 유인책을 만들고 있다. 여성은 유연시간근로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지금의 일자리를 반으로 짤라놓고 집에서 아이도 돌보고 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서 일자리로 나와야 하는데 보육에 대한 책임이 전무하다시피 한 사회에서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단시간 노동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성들이 단시간 노동을 선택하는 것이 자발적이므로 그것을 존중하여 단시간 노동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들도 청년인턴제 등 불안정한 노동만 확대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노인들도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지 임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이상한 조사결과를 들이밀면서 사회공헌활동이나 임금피크제 등 불안정한 노동을 강제한다. 이처럼 노동이 불안정해지면 생계가 안 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불안정한 노동에 매달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고용률은 늘어나고 복지가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가므로 정부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제조업이나 건설 분야에서 더 이상 고용이 확대되지 않으므로 새롭게 고용이 확대될 사회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 영역의 시장화•산업화를 노골적으로 주장한다. 사회서비스에 자본의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하고 돈벌이 영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서비스 시장에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하락시켜야만 한다. 사회서비스 영역이 노동집약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시장화 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불안정한 방식으로 일하도록 제도를 만들어버렸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만들면서 노동자들을 시급제 단시간 노동자로 만들어버린 것이나, 보육이나 의료영역에서 파견제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 정부의 고용전략도 사회서비스의 시장화와 노동의 불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3) 유연성으로 인한 문제점을 기업의 입장에서 보완하는 정책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노동자들이 계속 이동하면 어떤 일자리든 쉽게 얻을 수 있고 쉽게 쫓겨난다. 정부는 복지 수요를 줄이고 개인책임으로 돌리며 정부의 비용을 줄여나간다. 결국 실업률은 떨어지지만 빈곤은 엄청나게 확대된다. 빈곤과 불안정성으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 정부는 이것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 일환으로 ‘공정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 내용은 지금까지 건설노동자들, 특수고용 노동자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지난하게 투쟁하고 문제제기했던 것을 받아들이는 척하는 것에 불과하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산재와 고용보험 적용도 노동자들의 투쟁과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특수고용이라는 형태를 고착하는 것이며,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요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수용하는 듯하지만 간접고용을 합법화하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 극히 일부 인정 등으로 우리의 요구를 왜곡한다. 불만과 분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에 잠재해있지만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의 고통은 자본과 정부에게는 고려대상도 되지 못한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고용전략의 핵심은 노동자들의 불만보다는 기업의 불편함을 보완하는 것에 더 치중해 있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해고하거나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좋지만 그럴 경우 채용과 교육 훈련 등 인력관리의 번거로움이 생겨난다. 이런 번거로움을 보완하기 위해서 정부는 ‘고용지원서비스 촉진법’을 만들었다. 기업이 유연화된 노동력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인사 노무관리 전체를 아웃소싱 받아서 채용과 교육훈련, 노동자 이동까지 담당하는 복합인력서비스업체를 허용해준 것이다. 파견을 일상화하고 대형화하겠다는 것이다.
고용서비스를 산업화하면 고용서비스 기업은 사람장사로 이득을 얻고 노동자들은 이런 인력관리업체에 등록해서만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을 이중삼중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사용주와 고용주의 분리, 지속적인 일자리의 이동, 책임주체의 불분명함 속에서 노동자들은 이중착취 당하고 권리는 박탈된다.
(4) 고용 전략의 책임과 권한을 민간에게로
정부는 고용과 관련한 책임과 권한을 이제는 민간과 지방자치단체로 이월하겠다고 한다. 우선 민간에게로 고용서비스의 권한을 넘기면서 고용과 연계된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그것은 ‘고용서비스 촉진법’으로 입법예고되어 있다. 고용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여 소개료를 자율화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소개업, 파견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업체를 키우기 위해서 정부의 고용서비스 업무를 민간위탁 하겠다고 한다. 고용에 대한 개인들의 정보를 민간에게 넘기고 고용을 매개로 사람장사를 하게 되면 노동자들은 고용 과정에서도 착취를 당하게 된다. 이번 국가고용전략회의에 한국HR협회가 공식 참여단체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적극 관철시킨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게로 고용 관련 책임을 이월하겠다고 한다.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을 점검하며 세제 등을 매개로 하여 지자체간 경쟁을 시키게 되고, 지역 노사민정 협의체를 통해노동자들을 강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고용실적을 늘리기 위해서 기업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기업과 일자리 유치를 명분으로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노사민정 협의체는 정부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기구에 불과하지만 ‘지역고용’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압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여 미래희망 일자리로 만든다고 한다. 사회적일자리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정책이었으나 이것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을 내야 지원이 되는 구조가 되었다. 이제는 영리기업들이 적극 진출하는데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최저선에 맞춰진다.
3. 불안정화 전략에 대응하는 투쟁 전략이 필요한 때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고용전략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지금까지 내놓은 청년실업대책이나 각종 고용정책은 대부분 즉자적이거나 실효성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국가고용전략’은 고용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장기 계획을 제출한 것이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1)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국가고용 전략
이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계속 추진해왔던 고용유연화 정책을 계속 이어서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제도화하는 정책이며 여기에 더해, 고용관련한 권한을 민간에게 넘겨서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처지를 이용하여 사람장사로 돈을 벌도록 하겠다는 전략이 추가되어 있는 상태이다.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노동자의 책임이 아니다. 정부의 산업정책, 그리고 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이 결국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고용유연화 정책이 노동자들의 불안정성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고용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그러한 불안정성조차도 기업의 이윤 장사에 희생되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의 국가고용 전략인 것이다.
이 전략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노동시장은 더욱 위계화되고 불안정해질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유연화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비정규직은 다양한 형태로 제도화되어 노동권을 빼앗긴 상태로 잦은 이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새롭게 형성된 사회서비스 산업이나 신규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는 청년들, 그리고 여성과 노인들의 일자리는 더 이상 안정성이라고는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의 빈곤은 가속화되고 노동조건은 하향평준화된다. 고용구조가 대단히 복잡해지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개별 사업장 안에서 찾기 어려워진다.
(2) 불안정성에 맞서는 노동운동의 전략 구축 필요
잦은 이동, 복잡한 고용구조로 인해 기업단위 활동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에 취약하다. 그러므로 이런 불안정성의 시대에 노동운동의 전략도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다음의 세 가지가 중요하게 제기되어야 한다.
첫째,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가 새롭게 제기되어야 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불안정한 상태를 수용하게 되면 투쟁의 대상이 불명확해진다. 고용의 안정성이 나의 권리라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고용은 오로지 기업과 고용서비스 기업의 권리인 것처럼 인식된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가 우리의 보편적인 권리이며 지금의 불안정성이 왜곡되고 잘못된 것임을 알려나가야 한다. 우선 파견법 확대와 기간제법 개악, 유연시간근로제, 고용서비스 촉진법 등 정부와 자본의 법 개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물론 투쟁 과정에서 패배할 수도 있으나 이런 불안정한 구조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용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중요한 투쟁 목표로 세워야 한다.
둘째, 생존권 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되어야 한다. 고용의 불안정성은 빈곤을 가져온다. 중간착취에 실업과 반실업을 왔다갔다 하게 되면 생존을 보장받기 힘들다. 게다가 ‘근로유인형 복지’로 인해서 강제노동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므로 사회복지에 의한 생존도 기대할 수 없다. 불안정한 강제노동을 거부할 수 있으려면 생존의 권리가 있어야 한다. 노동하는 자들은 생활임금을 받아야 하고, 노동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는 정부와 자본이 우리의 생계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의 임금협상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존권를 제기하면서 생활임금 쟁취, 실업부조 쟁취 등의 요구를 구체화하고 투쟁하자.
셋째로 산업적•지역적 대응 구조를 만들고, 다양한 목소리들과 요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기업단위 노조협상의 구조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게 하려면 복잡한 고용구조를 통해 이윤을 가장 많이 끌어가는 상층부를 찾아야 한다. 그들은 바로 원청대기업과 정부이다. 그리고 그 대리인인 지자체 등이다. 우리의 투쟁도 산업적•지역적으로 힘을 모아가야 하고, 다양한 생존의 요구를 드러낼 수 있게 영역별•세대별•고용형태별•지역별로 각종 모임이 만들어지고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의 다양성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고용전략은 ‘자본에게는 장밋빛 미래를, 우리에게는 불안정한 삶을’ 던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불안정한 삶은 자본에게도 장밋빛 미래가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의 분노와 불만이 쌓이고 폭발하면 그것은 그 자본의 파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두렵기 때문에 자본과 정부는 그런 분노의 칼날이 정규직을 향하게 만들고, 사회적인 약자들을 공격하도록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양한 투쟁 체계를 만들고, 제도화에 맞서 투쟁함으로써 불안정한 고용구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꾸준히 알리지 않으면 불안정노동자들의 분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현실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말고 변화된 고용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투쟁의 힘을 축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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