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90년대 경제의 고비때마다 이루어지는 산업구조조정, 그리고 IMF 경제위기 이후 비정규직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는 주로 경제의 침체국면에서, 자본의 공세적이고 집중적인 구조조정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비록 이전의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것은 아니었지만, IMF경제위기가 진행중이던 99년에 전년대비 5%가량 증가해 통계청의 조사로도 전체노동자의 과반수 시대를 열었다.
구조조정이란 그 사전적 의미로 '기업의 기존 사업구조나 조직구조를 보다 효과적으로 그 기능 또는 효율을 높이고자 실시하는 구조 개혁작업'이라고 한다(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기업단위에서의 구조조정을 기업의 분할, 합병, 사업의 양도양수, 특정사업부서나 부문의 폐지 혹은 아웃소싱 등 대량의 인원감축 등 노동자들의 신분이나 노동조건변동을 일으키는 회사의 시도로 지칭해왔다.
필자는 기업 혹은 산업차원의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양산은 양의 관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적이고 단선적인 관계는 아니라는 전제하에 서비스 분야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비정규직화의 양상을 살펴보며 이 관계를 검토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필자는 초기에서부터 구조조정분쇄투쟁과 비정규직투쟁을 단일한 전선으로 묶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이전시기에 이것이 결합되지 못했던 것이 단순히 활동하는 주체들의 의식과 교육부재 때문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개념적인 면에서 보면, 구조조정분쇄투쟁은 아무리 외연을 넓게 하여도 정규직노동자들에겐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를 예방하는 투쟁만을 포함할 뿐이며, 이는 구조조정 등의 결과로서 이미 양산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혹은 권리쟁취투쟁과 확연히 다르다고 보여진다.
뒤에서 다루겠지만, 적어도 도소매음식숙박업분야의 현실로 보면 이미 비정규직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갖는 구조조정이-조금 뒤쳐진 기업 혹은 어느 기업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력감축 및 외주하청을 제외하면- 진행되어왔다거나 향후 진행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첫째 해당분야의 일부업종은 구조조정할 필요조차 없는 성장업종이거나 둘째 외주, 하청, 업무에 따른 비정규직화가 이미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고 마지막으로 자본이 이것을 순조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분야의 노동운동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이 분야의 비정규직 문제의 현황과 특성을 가능한 상세하게 드러내는데 주력하기로 한다. 이를 통해 도소매음식숙박업이라 하더라도 도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등은 노동과정 뿐만 아니라 여러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특성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각 업종내의 공통된 특성을 유형화해보고자 한다. 이외에도 민간서비스연맹의 주요한 조직분야인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이 포함된 오락문화 운동관련 산업도 여타의 다른 개인서비스업도 고찰의 필요성이 작은 것은 아니나 현재로선 유형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 고찰대상에서 제외했다.
2. 일반현황
1) 비정규직 비율이 대단히 높다
<표1> 사적 서비스 관련 산업의 비정규직규모와 분포(단위: 천명. %)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0.8).
주: 1) 분포= 산업별 비정규직/전산업비정규직 × 100
2) 비중=산업별 비정규직/산업별 임노동자수 × 100 (김유선,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통계청 /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00.8) 결과- [비정규직과 노동운동]/ 한국산업노동학회 쟁점토론회, 2001년 5월에서 재인용 및 가공)
2000년 통계청의 부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절반가량(42%)이 3차 사적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이중에서도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28.4%에 해당한다.
이 분야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아주 높은 상황에 대해 아직까지 체계적인 검토가 없었지만,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해볼 수 있다. 우선 서비스직의 여러 업무가 한 사업장에서도 쉽게 분리가능하고, 다른 산업에 비해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블루칼라, 화이트칼라이후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함께 형성된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계층으로 기존의 노동운동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세 번째 여성(특히 가사와 육아일을 전담했던 기혼여성)이라는 대량의 노동력풀을 자본이 이용했다.
2) 다음으로 이 비정규직군의 절대다수가 여성 특히 기혼여성이다.
각산업별 비정규직 남녀비율의 자료를 확보할 수 없지만, 몇 가지 통계상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2년 1월을 기준으로 남성은 경제활동참가율이 72.6%이고, 여성은 47.3%로 여성이 여전히 낮은데, 99년을 기준으로 취업자는 20,281명이고 이중 남자는 12,353(59.1%)이고 여자는 8,707(40.9%)이다. 그런데 아래 표를 보면,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경우 여성 비율은 전체와는 반대로 55%에 달한다. 전체 비정규직의 73.3%에 해당하는 여성의 다수는 도소매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로 보인다.
<표2> 비정규직의 성별분포(단위: 천명, %)
자료출처: 위 표1과 동일
<표3>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의 성별 분포(99년)(단위: 명, %)
자료출처: 통계청
김태홍(1999)의 연구에서도 여성 시간제 근로자의 산업별 직종별 분포는 단순노무직이 40.2%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서비스·판매직인 것으로 약 23.7%에 해당되었다. 서비스·판매직의 시간제는 산업별로 음식 및 숙박업이 11.8%, 도소매소비자수리업이 5.0%로 조사되었다(김태홍 1999: 54). 같은 연구에서 여성 임시직은 '98년의 경우 서비스 및 판매직이 35.3%로 가장 높았으며(김태홍 1999:66), 여성 파견제근로자의 주요 취업 업종으로는 '소매 및 소비용품 수선업'이 19,591명으로 27.5%를 차지하여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김태홍 1999:73).
이와 같은 서비스직의 여성직종화 더 구체적으로는 여성노동력의 서비스비정규직종으로의 인입은 특히 뒤에서 다룰 대형소매업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가정내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면서 착취받는 여성들이 자본의 인건비절감 공세와 그릇된 성별분업이데올로기에 의해 직장내에서도 가정에서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며 착취받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3. 각업종별 특성
1) 대형소매업(백화점, 할인점)
(1) 비정규직(시간제사원)의 기간노동력화 급속히 진행중
① IMF경제위기이후 기혼여성노동력의 급속한 유입
'98년 현재 종합소매업의 종사자수는 모두 123,182명인데 이중 약 59%에 해당하는 72,651명이 여성이다. 이를 백화점과 대형할인점만을 살펴보면 백화점의 경우 66.8%, 대형할인점의 경우 57.3%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② '소수의 관리자와 기간노동력화한 다수의 비정규직' 패턴이 할인점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
특히 근래에 급증한 할인점은 '소수의 관리자와 기간노동력화한 비정규직'(일본형?) 패턴에 의해 급속히 이루어졌다. 프랑스계 다국적 할인점인 까르푸도 진출초기에는 유럽식 정규직 파트타이머 모형을 취해 상당히 주목을 받았으나, 결국 점포확대와 더불어 계약직 파트타이머형태를 취해 현재는 이러한 형태로 거의 통일되었다. 백화점과 할인점을 통합운용하고 있던 뉴코아도, 통합 운영으로 할인점에 대해 백화점식 인원구성을 주로 취했으나 부도이후 급속히 할인점형태로 전환, 할인점에 대한 비정규직화에 대해 노조가 유니언샵을 전제로 동의해줌.
다음의 표4와 그림1을 보면 현재 유통업사업장의 비정규직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③성별직종화의 전형(가사노동 유사의 노동을 기혼여성들이 직장에서도 수행) : 관리를 맞는 남성정규직군과 판매, 진열, 계산을 맞는 여성 비정규직으로 구별
이는 판매업무나 그 보조업무가 여성이 주로 하고 있고, 비록 비정규직이라도 직장을 얻으려는 기혼여성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굳이 높은 임금을 주지 않고,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아도 일하려는 의사를 지닌 이 기혼여성들을 비정규직군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여성중 상당수는 결혼전에 백화점 등에서 정규직원으로 근무하다가 결혼을 이유로 그만두고, 다시 똑같은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수행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회사의 경우 결혼 등을 이유로 퇴직한 여사원 등의 명단을 관리하고 있다가 비정규직 일손이 필요해지면, 연락해서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
④ 낮은 조직화율과 점포확장에 따른 저항의 부재
⑤ 대형유통업의 비정규직의 극단화된 형태 - 농협유통(할인점)사례
<표4> 농협유통 상주인원의 구성
* 세일, 행사 등 단기성 아르바이트는 제외
<기존의 할인점과 다른 점>
① 기존 할인점이 직접 고용의 경우에는 정규직 계약직 등의 이중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반해(임시적 성격의 아르바이트제외), 농협유통의 경우 연봉계약직(이전까지는 6개월 계약직)이라는 특수한 형태를 더해 삼중구조를 취한다. 물론 다른 업체에도 연봉계약직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특정한 업무나 직군에 특수하게 존재하는데 반해, 거의 모든 부서와 업무에서 정규직과 연봉제 계약직, 시간제 계약직이 혼재하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② 비정규직에 대한 개별적 인사관리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연봉제 사원의 경우 연봉사원운용준칙을 마련하고, 해당 연봉계약직 사원 개개인별로 근무평정을 하고, 이를 연봉책정과 재계약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시급사원의 경우에는 시급사원 운용준칙에 의거, 개개인별로 근무평정을 실시하고 이를 재계약의 근거로 활용한다. 유통업체에서 기존에는 비정규직원의 인사관리가 극히 형식적이었던데 반해 이제는 기간노동력화된 비정규노동력에 대한 개별적인 인사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2) 판촉사원이란 독특한 파견형 노동자군이 정규직의 2-4배에 달한다.
현재 백화점에만 10만여명으로 추산되며, 각종 대형슈퍼/할인점 등까지 포함하면 20만명에 가까이 될 것으로 보임. 이 수치는 백화점 정규직 종사자를 3-4만명으로 보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임.
근무는 백화점/할인점에서 하고, 임금은 그 입점업체에서 받기 때문에 파견법상의 노동자와 유사하나, 인력파견업만을 하는 회사가 아니고, 상품을 제조하거나 중개하는 업체소속이라는 점에서 근로자파견법의 적용을 받지 않음.
한 백화점/할인점에는 1-2백개가 넘는 입점업체별로 판촉사원들의 소속이 나뉘어져서. 기업별 노조의 활동은 굉장히 어렵다.
99년 판촉사원에 대한 舊상업연맹의 조사결과, 이들 판촉사원들의 91.6%는 여성들이었으며 3년 이상의 근속기간을 가진 경우가 25.0%나 되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또한 백화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 판촉사원이 수십수백개로 나뉘어져 있어 관리나 교육 혹은 인력충원에 어려움이 많다고 보고,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추진하려고 한다. 또한 상품을 납품하는 주로 제조업체들도 각점포별로 산재해있는 이들 사원들의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용역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렇지만 판매업무는 근로자파견법상 허용되지 않는 업무이어서 자본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총 등에서 근로자파견법 허용업종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으며, 그 전까지는 여러 편법을 동원해 이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1> M백화점 상주인원 구성
2)대형음식업(패스트푸드점, 패밀리레스토랑)-학생 등의 임시취업형 비정규직 근로
음식업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서비스업계서도 가장 높다. 통계상으로도 90%이상을 차지한다. 그렇지만 유통업과는 달리 패스트푸드점 등은 비정규직 남녀의 비율이 비슷하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으로 학비나 용돈마련 등을 위해 단기간 취업하고 있다.
대개 다국적 기업 등 외국계업체의 영업패턴이 직수입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도의 숙련기술을 요구하지 않고 친절, 신속,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근무경력이 오래되었다는 것이 고객유인이나 고객서비스증대에 크게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단기형인 저임의 학생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다.
행정 관리업무를 제외하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상 차이가 없어 정규직이 퇴사한 경우 아르바이트로의 대체가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
아래 표와 같은 인원구성의 결과로 아르바이트의 수급, 관리 능력 등이 정규직원의 중요한 자질로 평가된다.
<그림2> 음식업사업장 인원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는 이들 비정규직 취업자의 특성 때문에 잘 맞지 않는 점은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들의 조직화에는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커다란 걸림돌이긴 하지만, 장기적 직장지향이 없어 불만을 견디거나 다른 방식으로 해소할 뿐 해결의 노력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피자헛 사례
정규직만의 유니언샵인데다, 자연감원을 아르바이트로 충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IMF전 정규직대 비정규직 비율 60:40이었던 비율이 현재 30:70로 바뀌었다. 노조의 경우 인원구성과 관련해서는 노조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주로 임금인상과 주5일제근무요구에 집중했다. 이 투쟁의 결과로 매장의 정규직원들의 경우 격주로 5일제근무가 실현되었으나 이것이 오히려 매장내 비정규직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추측된다.
3) 대형 숙박업(호텔) :수습제의 소멸 및 비정규직 대체
아래 <표6>을 보면, 96년도부터 호텔롯데는 중심업무에 대해 계약직을 본격적으로 투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호텔롯데이외에도 필자가 확인한 거의 모든 호텔에서는 이미 실행완료되어 있었다. 여러 호텔들의 공통된 이 상황이 어떠한 계기와 배경을 갖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다.
정규직들이 담당하던 주요업무 전체(호텔의 거의 모든 업무-조리, 서빙 등)에 대해 비정규직들이 투입됨(비정규직화가 주변업무, 주변업무가 아니더라도 분리가능한 업무에서 비정규직이 대체되던 것을 고려하면 주목해야할 현상이라고 생각됨)
이 결과로 호텔업 종사자의 경우 취업을 위해선 반드시 비정규직을 거쳐야 함. 이전 같으면 호텔경영학과, 조리관련학과를 나오고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이전 같으면 정규직으로 입사해서 수습을 거치나 이제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계약직으로 입사해서 운좋으면 정규직으로 된다. 즉 최소 6개월에서 최대 수년을 거쳐서 계약직을 거쳐서 그것도 선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됨
2000년 舊민주관광연맹산하 호텔노조들은 주로 계약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이와 같은 요구는 그 노조들의 투쟁을 통해 부분적으로 쟁취되었다. 즉 이미 분할지배 관리되는 상태에서 자본도 능력이 검증되는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관리통제권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을 수용한 것이다.
호텔롯데의 경우 96년부터 정규직 채용을 중단하고 계약직으로만 신규채용을 계속해왔다. 이와 같은 모습은 다른 호텔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이며, 이와 같은 상황은 민주적인 호텔노조가 98년 민주관광연맹으로 결집되기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2000년 舊민주관광연맹의 정규직전환투쟁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정규직의 권리보호가 아닌 정규직화요구쟁취라는 성과는 정규사원의 채용과 수습이후 발령이라는 공식적인 채용패턴을, 전원 비정규직에 의한 회사인원충당으로 바뀌어버린 것에 대한 인정을 이면에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회사의 비정규직 대체전략에 대한 초기대응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한계적 측면으로 보인다.
아래 표5에서처럼 대부분의 舊민주관광산하 호텔노조들은 일부노조를 제외하면, 정규직 동일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고용이라는 틀을 인정한 전제위에, 노조의 역량에 따라 일정한 기간 경과후(기존의 정규사원수습기간보다는 훨씬 길다) 자동적 정규직화 혹은 반자동적 정규직화, 실질적인 재평가후 정규직화 등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노조의 단협에는 비정규직 채용 자체에 대해서는 회사를 구속하는 규정이 없거나 아니면 원칙수준에서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리엔탈노조의 경우는 대부분의 호텔노조와는 달리 99년에 '회사는 기(旣)실시중인 연봉계약직 사원외 1999.8.25이후 연봉계약직 형태의 근로계약을 체결치 아니한다'고 협약을 일단 맺고, 다시 2001년에 연봉계약직 사원 4명의 정규직화를 이뤄냈다. 그 결과로 오리엔탈호텔노조는 단기성 아르바이트나 일부용역을 제외하고 다른 호텔과 같은 계약직 형태의 비정규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호텔업은 아닌 여행사이지만, 한진관광의 경우 비정규직 발생의 초기에 해당 비정규직 직원 11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합의하고 '임시직, 계약직 채용시 노사합의'를 동시에 쟁취해 현재에는 회사내에 계약직 형태의 비정규직이 없는 것은 호텔업과 비교해 참고할 수 있다.
호텔업도 유통업처럼 비정규직이 기간노동력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우선 그 비중이 호텔롯데를 제외하곤 유통업처럼 크지는 않다. 유통업의 여성비정규직노동자의 경우 정규직으로의 전환가능성이 거의 닫혀 있는데 비해, 정규직으로의 개방성이 호텔업은 더 큰 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입사경로가 호텔업의 경우 동일한데 비해, 유통업의 경우 분리되어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기간노동력적 특성은 유통업이 아직까지는 훨씬 강하다고 보여진다. 호텔업의 경우 정규직 초임에도 크게 못 미치는 상태로 상당기간 고용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고, 해당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통제권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표5> 호텔노조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현황
<표6> 호텔롯데인원구성추이(단위: 명)
* 용역 388명 제외
* 행사시 채용하는 일일아르바이트제외
* 위의 아르바이트는 단순노무직 등에 길게는 10여년이 넘게 근무하는 직원을 말함.
4. 맺으며
서비스직 특히 유통업 등에서 기간노동력화의 의미는 적어도 서비스비정규직의 조직, 투쟁 등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지역노조나 여성노조, 업종노조 등 초기업적 조직형식의 모색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경로가 아니라 생존과 존립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전시기 노동운동이 유통업분야에서 정규직 노동운동을 다수 조직한 이후 점차로 늘어가는 파트타이머 등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있는 상태에서 조직형식의 변화가 없어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존재하는 노동운동도 미미한데도 이것이 기업별 정규직 노동운동에 갖혀있고, 일본보다 훨씬 복잡하고 그 비정규직 비율이 훨씬 높은 점에서 다르다고 본다.
비정규직 조직화와 투쟁에서 여성운동적 계기에 대한 착목과 결합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여성비정규노동자가 가정과 직장에서 이중으로 차별 혹은 착취받는 이데올로기와 기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여성이 다수이므로 이를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왜 여성이 다수 포진해있고, 이들 여성의 조직화는 어려운가에 대한 평가속에 기존 노동운동에 대한 반성적 문제제기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체인화한 대형음식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임시적 단기적 취업형태의 학생들인데, 비정규직 정규직화요구라는 비정규노동운동의 요구와 관련해 평가되어야할 지점이 존재한다.
호텔업의 경우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와 그의 부분적 쟁취가 갖는 한계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규직 수습제의 소멸과 비정규직을 필수경로로 하는 새로운 취업구도의 형성에 대한 인정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 외식업, 숙박업 등에서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는 서비스 노조들은 지속적으로 그 힘이 약화되어 왔고, 향후 그 존립을 위협받게 될 수 있다. 노조운동의 측면에서만 보면, 이 서비스노동운동은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라기 보다는, 그 존재의의 자체를 위협받을 정도로 위축된 87년이후 민주노조체계의 유산이다.
구조조정분쇄투쟁과 비정규직투쟁은 그 상위개념인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공세에 대한 대응으로서 그 공통성을 갖지만, 실물적 고리로서 양투쟁을 연결해줄 개념적 논리적 요소는 발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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