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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9|08|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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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2|11|2003
인사이트코리아 판결을 보고 드는 몇 가지 흉칙한 생각

:: 2003-12-30   조회: 5392

최근 대법원은 인사이트코리아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고등법원에서는 불법파견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이 적용되므로 2년이 넘은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인 SK에 직접고용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승소하였었다. 이에 대하여 상고를 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있다가, 경영계의 압력을 받아 상고를 하였다느니 하는 소문까지 들리더니 결국 SK는 상고를 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인사이트코리아는 실질적으로는 SK의 한 부서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으로서의 실체가 없고 위장도급으로 근로자들을 사용하기 위하여 법인격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아예 처음부터 SK와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그리고 원심인 고등법원처럼 SK와 인사이트코리아의 관계를 근로자파견관계로 보려면 기본적으로 인사이트코리아가 파견업체, 즉 한 기업으로서 실체는 존재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인사이트코리아는 기업으로서 실체도 없으므로 아예 근로자파견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인사이트코리아와 같은 파견업체 내지 용역업체가 기업으로서 실체는 존재하고, 다음으로 SK와 인사이트코리아의 관계가 (불법)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는 경우에 사용사업주인 SK가 노동자에 대하여 어떤 책임을 지는가가 문제된다. 여기에 대하여 입법이 없으므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었으나, 위 고등법원은 불법파견이라도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이 적용되어 2년이 지나면 직접고용이 간주된다는 해석을 했던 것이다.

그 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참가인(SK)의 자회사로서 형식상으로는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실질적으로는 참가인 회사의 한 부서와 같이 사실상 경영에 관한 결정권을 참가인이 행사하여 왔고, 참가인이 물류센터에서 근로한 인원이 필요할 때에는 채용광고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를 모집한 뒤 그 면접과정에서부터 참가인의 물류센터 소장과 관리과장 등이 인사이트코리아의 이사와 함께 참석한 가운데 실시하였으며, 원고들을 비롯한 인사이트코리아가 보낸 근로자들에 대하여 참가인의 정식 직원과 구별하지 않고 업무지시, 직무교육실시, 표창, 휴가사용 승인 등 제반 인사관리를 참가인이 직접 시행하고, 조직도나 안전환경점검팀 구성표 등의 편성과 경조회의 운영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아니하였으며, 그 근로자들의 업무수행능력을 참가인이 직접 평가하고 임금인상 수준도 참가인의 정식 직원들에 대한 임금인상과 연동하여 결정하였음을 알 수 있는 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은 '위장도급'의 형식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하여 인사이트코리아라는 법인격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참가인이 원고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한 것과 마찬가지로서 참가인과 원고들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을 두고 평가가 분분하지만 최소한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대법원 판결이 불법파견시에 법률관계에 관한 위 고등법원의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전히 위 고등법원의 해석은 대법원에서 그러한 해석이 파기되지 않은 유효한 판례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전개한 논리 즉 파견업체 내지 용역업체의 기업으로서 실체 자체를 부정하는 논리를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현실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주 이례적인 사례에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이 조금만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면 되고 지금쯤은 이 논리를 적용하여 구제될만한 불법파견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결국 불법파견에 대하여 분명한 해석을 기대했던 우리의 바램은 허무하게 되어버렸고 불법파견을 자행하던 기업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꼴이 되어 버렸다.
이 점에서 우리는 대법원이 왜 굳이 사실심의 사실관계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이를 뒤집었는가. 관련 판단으로라도 만일 불법파견인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인 SK가 어떤 책임을 진다는 식으로 판단을 언급하지 않았는가에 대하여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누구 말처럼 불법파견에 대한 판단을 피해가기 위하여 그랬던 것인가.  

어찌되었건 불법파견관계에 대하여 법원의 해석은 "제6조 제3항은 법 제5조 제1항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만한 논리적 필연성이 없고 오히려 제6조 제3항은 법 제5조 제1항, 제2항과 더불어 제3항, 제4항을 포함하여 파견대상업무가 아니거나, 일시적, 간헐적 사유가 없거나, 노동조합과의 협의절차를 흠결한 경우에도 법 제2조에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 경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계속하여 사용하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 사용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서울고등법원 2003. 3. 14. 선고 2002누2521판결)"는 고등법원 판결이 있고 여전히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법률관계에 관한 하나의 해석으로 유효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근로자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취지를 본다면, "예외적으로 파견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최장 2년이 넘는 경우에는 직접 고용으로 간주(대상업무를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시고용을 대체해서 파견을 사용하는 금지하고자 하는 취지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법 제6조 제3항의 취지 이면에는 법 내의 파견은 2년이 넘는 경우에만 직접고용으로 간주(최장 2년까지는 허용)하되, 법외의 파견 즉 불법파견은 (이러한 특혜를 베풀 이유가 없으므로) 사용하는 즉시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입법자의 의사가 내재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즉 현재 입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해석을 통하여 불법파견시에는 최초 고용시점부터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주로서 책임을 진다고 보는 상식에 부합한 판단이다.

그러나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을 얻는 길은 참으로 험난하고 어려운 일로 보인다. 다음 사례를 보면서 점점 정말 대법원이 불법파견에 대한 판단을 피해가기 위하여 그랬던 것은 아닌가하는 흉칙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법원은 가스공사노조의 가스공사민영화 반대 관련 파업사건에서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고, 이전에도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쟁의행위 내지 정리해고 문제가 쟁점이 된 쟁의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단죄한 바 있다.
노동자들의 쟁의행위 내지 단체교섭을 통한 관여를 봉쇄한 것이다. 그런데 위 가스공사노조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리해고 등과 관련하여 쟁의행위는 불가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31조는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정리해고에 관하여 그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들과의 사전협의를 필수적인 절차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효력에 대하여는 사범심사의 길이 열려 있다"고 하면서 충분한 의견개진 절차와 구제절차를 두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에서 충분히 해당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조정될 수 있으므로 그것을 통하여 하면 되지 쟁의행위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은행 사건에서 대법원이 취한 태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한쪽으로는 정리해고 등에 대한 쟁의행위는 불가하지만 엄격한 정리해고 요건과 필수적인 절차적 요건이 있으니, 그리고 사법심사의 길이 열려 있으니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공정한 판결임을 강조하다가,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에 와서는 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리고 있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순된 행동과 논리를 보이는 대법관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가스공사 파업사건의 판결문을 계속 보자.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이 쇠퇴하고 투자가 줄어들면 근로의 기회가 감소하고 실업이 증가하게 되는 반면, 기업이 잘되고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면 근로자의 지위도 향상되고 새로운 고용도 창출되어 결과적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다 함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빵을 더 키워서 나눠 먹자"는 그 논리의 단순함... 슬픈 우리 현실이다.
권두섭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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