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의 자회사격이며 불법파견으로 위치했던 인사이트코리아(이하 IK)노동조합은 2000년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근로조건의 개선과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의 설립초기 40여명에 달하던 조합원은 불과 1주일만에 4명을 남기고 전원이 탈퇴하는 힘든 과정을 겪었다. 탈퇴의 과정은 많은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SK텔레콤의 비정규직노동조합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정리해야 했던 과정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예로 여성조합원의 경우 아버지가 SK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딸이 ‘노동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계속 근무하기 어렵다’라고 사측은 말했다. 한 남성조합원은 사촌형이 SK미주지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촌이 조합을 탈퇴하지 않으면 그 역시 귀국해야만 할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탈퇴한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탈퇴서를 SK과장들에게 팩스로 제출하였고, SK는 친절하게도 노동조합에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부당노동행위라 밝히려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은 설립초기에 14개 물류센터에 분산되어 근무하는 환경과, 채용자체가 SK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애초에 서로 알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조건이 열악하였음이다. 조직대상이 되는 노동자들은 서로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SK의 사내 직업훈련원을 같이 지냈던 경우엔 몇몇은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몇몇은 당연히 SK의 직원이라 생각하고 근무하고 있었을 뿐이다.
노동조합은 설립의 조건도 열악했으나 SK의 직접적인 노조탈퇴공작 등의 부당한 행위를 견딜 만큼 충분하게 준비하고 노조를 설립하지는 못했다. 조합원에 대한 교육과 조직활동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소수자만의 노동조합으로 전락한 채 단체협약(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IK의 사장과 이사 및 SK의 관리자들은 쉴새없이 노조포기를 강요하였고, 이는 핸드폰에 녹취한 음성메일과 기회 있을 때마다 식사요구 혹은 거주지 등의 방문으로 노골적이고 일상화된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결국 IK와의 마지막 교섭은 대표이사와의 고함과 욕설로 끝이 났고 노동조합은 2000년 7월 1일이라는 경과를 확인하고 불법파견에 대한 진정을 하였다.
처음의 판단은 불법파견은 그 자체가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이라는 것과 이미 8년여를 근무한 터에 2년 경과가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즉 파견이란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닌 업무 혹은 직종에 대한 2년 경과여야 한다는 판단이 법의 규정에 상응한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실적 적용에 대한 의구심을 다 떨칠 수는 없었기에 부득이 2년의 경과를 충분하게 유지하는 판단을 하였다. 노동조합은 SK가 IK에 대하여 행한 명백한 불법파견에 대한 충분한 증거채집 등에 최선을 다하였고, 그 결과 노동부의 조사가 미진했음에도 지방노동위원회는 불법파견 여부보다 2년의 경과에 비중을 두고 정규직으로의 고용되었음을 확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정에서 SK는 노동조합의 설립 때부터 충분하게 불법파견에 대한 준비를 해오지는 못했지만 노동조합의 와해를 위한 준비는 철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불과 1주일만에 4명을 제외한 전원을 탈퇴시킨 점만 보아도 충분하다. 또한 노동조합이 IK와 교섭을 진행하는 동안 IK는 노동조합의 교섭을 회피하기보다 충분한 이유를 들이대며 연기 혹은 교섭시 지연전술을 사용하였다. 예로 ‘협약우선적용’의 항목에서 00대학 국문과를 졸업했다는 교섭대표는 ‘본 협약은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사규 등에 우선하여 적용한다’라는 조항에 대하여, ‘본 협약은... 등과 같이 적용한다’라는 표현으로 1시간 30분을 소진하기도 하였다. 즉 ‘A는 B에 우선한다’ = ‘A는 B와 같다’라는 억지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굽히지 않은 것이다.
통상적인 교섭의 경우로는 거의 접하기 힘든 경우였고, 결국 SK의 교섭지연전술을 충실하게 실천한 결과였다. SK는 노동조합 와해에 초기 목표를 설정하며 비정규직 혹은 불법파견에 대하여는 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이 전달될 때까지 별다른 이해가 없었다고 판단된다.
노동조합의 노동부 서울청에 대한 불법파견진정에 대하여 서울청은 직접고용 혹은 민법상의 실질적 도급형태로 사용할 것을 명령하였다. SK의 반응은 직접고용형태의 단기간계약 요구였으며, 이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130여명은 3개월에서 1년까지 재계약을 하였고, 조합원 4인에 대하여는 계약해지(부당해고)를 자행했다.
문제는 SK의 행위에 대한 문제 이전에 노동부 서울청의 행위이다. 불법파견업을 행한 자에 대하여는 사용자와 함께 처벌해야 함은 당연하다. 시정을 위해서는 불법파견자체가 위법한 것이므로 SK가 직접고용(사실 채용당시 SK가 면접보고 입맛대로 결정해서 채용했다)한 것으로 명령함은 물론, 백보 양보해도 2년이 경과한 노동자에 대하여는 무조건 정규직으로 고용되었다. 따라서 해고가 발생했을 때 부당한 해고라고 적극적으로 파견법의 취지에 따라 시정을 명령했다면, 현재의 과정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불법행위를 한 자(SK, IK)에 대하여 회피의 방식으로 친절하게 민법상 완전한 도급으로 사용하라고 일러주고 있지 않은가.
결국 노동부조차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대한 이해보다 자본의 고용 유연화라는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에 자유롭지 못하였던, 오히려 정권의 정책을 강제하는 첨병의 역할만이 있었던 것이다.
노동조합의 4인은 11월 1일자로 공식적인 계약해지(해고)의 상태에 이르렀고, 당일부터 출근투쟁을 시작했다. 낭만적으로 표현하면 ‘몰아치는 삭풍을 온몸으로 안으며, 바람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는 외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외면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철옹성 같은 자본의 벽에’ 인 것이다.
초기의 투쟁은 경험도 없고, 요구는 분명한데 어떻게 무슨 말로 요구를 해야하는지도 까마득한 상황에서 출발했다. 노동조합은 그런 상황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조직화와 처지에 대한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의식만은 분명했고, 이를 위한 투쟁소식지의 발간과 지역별 방문을 통한 의식화와 조직화에 대하여 분명한 자신들의 사업으로 각인했다. 물론 투쟁이 녹녹치 않았던 상황과 장기화에 대한 막막함이 충분하게 목적대로 사업을 다하도록 하지는 않았지만.
노동조합은 해고에 따른 출근투쟁과 정규직으로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서울물류센터에 대한 투쟁과 SK(주) 서울그룹사에 대한 규탄투쟁 등을 매일의 투쟁으로 실천하였다. 또한 연대단위와 연맹 등을 통한 SK엔크린카드 수거사업, SK직영주유소에 대한 불매타격투쟁, 본사 앞 1인 릴레이시위, 울산공장에 대한 선전전과 출근투쟁, 전국물류센터에 대한 방문투쟁과 선전 및 조직사업, SK울산공장 노조민주화투쟁 지원사업, SK내 비정규직에 대한 상담과 지원사업 등... 많은 사업을 투쟁과정에서 배치하고 실천하였다. 물론 대부분의 사업은 시기의 중앙과 지역에서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높지 않았던 조건으로 성과 있게 실천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노동조합의 불법파견 철폐와 부당해고 철회 및 정규직으로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투쟁은 법원과 노동부의 일방적이고 보수적인 법취지에 반하는 판단으로 어려움을 배가시켰다. 특히나 생활은 생존의 문제였고, 3년여에 걸친 기간동안 투쟁에 소요되는 재정뿐만이 아닌 생활에 요구되는 재정적 취약성은 당사자의 의지와는 별개의 요인이었다. 생활을 책임졌던 가장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정신적인 부담감과 당장의 가족생계가 막연해지는 현실 속에 끝없이 갈등하고 나약해짐은 당연한 현실이었다. 투쟁기간에 있었던 여타의 비정규직투쟁에 공통되는 현실의 조건이었다.
물론 이러한 현실이 투쟁에 결정적 영향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아니 외면하고 싶을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독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는 뜻하지 않은 정규직노동자들의 관심을 모아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물론 당사자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정규직노동자들에게 각인되었던 결과이기는 하나, 계기로서 작용하였고 정규직의 관심과 지원은 노동조합투쟁에 새로운 힘과 전기를 부여하였다. 특히 SK노동조합이 민주파가 당선되는 결과를 성과로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끊임없는 투쟁과 현장민주노조세력이 함께 투쟁한 결과로서의 민주노조 건설이었다는 점이다. 이를 계기로 SK는 현장의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약삭빠름을 보이기도 하였고 결국 노동조합의 투쟁의 성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공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0년 11월 1일부터 시작된 불법파견 철폐, 부당해고 철회, 정규직으로의 직접고용을 요구한 투쟁은 2003년 3월 14일 서울고법의 판결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고법의 판결이 법취지와 파견노동자의 보호에 충분하다고 판단이 되지는 않지만, 기간의 불법조차 용인되고 오히려 법의 이름으로 불법에 면죄부를 부여했던 노동부, 노동위원회, 행정법원의 판단에 부분적이나마 구분의 선을 명시했음은 인정된다.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① 파견의 경우 노동자에 대한 경과의 규정이 아닌, 업무에 대한 경과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② 불법파견의 경우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에 대한 처벌뿐만이 아닌 기 사용사업주가 고용한 것으로 적용한다. ③ 파견노동자의 고용이유가 낮은 임금과 책임의 회피가 주요하다는 것이 자본의 입장이고 보면 노동착취와 불법행위를 법으로 조장하고, 단기간 혹은 특수한 업무에 한정되는 경우에 고용을 허용하는 법취지가 단순노동 / 저임금 / 노동강화 / 고용불안에 악용되는 현실에선 당연하게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노동자가 아닌, 업무에 대한 규정은 26개 업종으로의 제한과 특정한 시기 혹은 경우에 대한 제한은 노동자에 대한 문제가 아닌 업무에 대한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간의 고용조건이 아닌 경우 혹은 단기간의 업무필요가 발생할 시 파견노동자에 대한 법적 허용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지속적 업무이며 생산의 필수적 요구가 있음에도 2년만을 고용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결과로 고용불안과 생존의 불안정성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파견법의 적용은 파견노동자에 대한 특히 기간 등의 적용이 아닌, 업무에 대한 적용이 되어야 한다.
다음은 불법파견의 경우로 법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에 대하여 책임회피를 위한 고의적 혹은 의도하지 않은 고의로 불법파견노동자를 고용하였다면, 이는 당연하게 양자처벌은 물론이고 사용사업주에 대하여는 직접 고용한 것으로 규정하여야 한다. 노동위원회나 행정법원과 같이 불법을 행한 자에 대하여 면죄부를 부여하고 불법을 당한자에 대하여 처벌한다고 하면, 법을 지키려할 사업주가 있겠는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당연하게 처벌받지 않는 것이라 판단하고 불법과 탈법, 위법이 일상의 법이 될 것은 자명하다. 특히 노/사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에게 보호를 위한 법이 제외하거나 탄압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불법으로 형성된 관계는 당연히 원인무효이고 기 발생한 노동관계의 현실적 사실관계는 법적보호를 받아야 함이 타당하다. 이를 모두 포괄하여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라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취지의 훼손이 아닌, 그것의 부정이라는 현실이다. 파견법의 제정에 따라 당연하게 필요한 업무임에도 한시규정에 따라 고용해지가 일상화되고 있으며, 특히나 파견노동자의 권리요구 등에 대하여는 약정된 기한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결국 법이 노동자의 안정과 복지를 파괴하고 있다. 또한 표현되는 바 ‘사용사업주’의 파견노동자 사용(?)의 이유가 각각 35%로 저임금과 책임면제를 들고 있고, 고용의 유연성이 65%로 나타난 경총의 통계만 보더라도 법취지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생존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역할 이상이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파견법’은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29개월 여에 걸친 노동조합의 투쟁이 서울고법의 ‘부당해고’ 인정으로 한숨 돌리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산적해 있다. 기간의 불법을 행해온 자본의 반성이 없는 한 노동조합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SK가 당장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조치한다 하여도 투쟁이 완전하게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동일한 경우임에도 투쟁을 하고있는 대성산소용역기사노동조합, (SK)대송텍노동조합 등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고법의 판결에 따라 당장에 고용을 행해야 할 SK는 노동조합에 대하여 책임있는 고용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 실체에 대한 인정여부 등 교섭과 결정의 사항들이 현실의 문제로 존재한다. 또한 SK노동조합과 IK노동조합의 문제, SK내 존재하는 비정규직의 문제 등... 한번의 판결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오히려 지적된 파견법의 적용이 노동자가 아닌 업무적용과 불법파견의 원인무효와 실제적 존재에 대한 강제적 구속력, 파견법의 폐지 등이 산적한 현안의 문제이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자연에 맞서고 자본에 맞서고 권력과 세계화 및 신자유주의에 맞서며 투쟁해온 SK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 동지들의 투쟁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아니 온몸으로 그저 뭉개며 버틸 수밖에 없었던, 생계의 고통을 무시(?)할 수 있었던 용기에 ‘인간승리(?)’의 절절한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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