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내 해고자 투쟁단 천막에서 기아자동차 판매지부 사무계약직 해고자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해고된지 62일, 철야 농성 47일, 천막농성 들어간지 11일째 되는 상황으로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동지들의 모습이 힘차게 느껴졌습니다. 14명의 동지들이 함께 했지만 주로 투쟁단장 동지께서 이야기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1. 판매지부에서는 어떤 일을 담당하셨나요?
자동차 판매에서 출고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계약과 수납, 채권 등을 담당했습니다. 서울에서 통영까지 전국 영업소와 사업소에서 사무를 보았고 여성이 대부분이었지요.
2. 근무 경력이나 고용기간은 어떻게 되었나요?
보통 파견직으로 2년 근무 후 계약직으로 전환되어 6개월에서 3년을 일했어요. 최고 5년까지 일한 사람도 있습니다.
3. 해고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해고되기 2-3일 전에 통보받았어요. 그것도 같이 근무했던 과장, 부장 등을 통해서요.
4. 너무 어이없이 해고통보를 받은 셈인데,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억울했죠. 울었어요. 다시 물어봤어요. 제대로 듣고 온 것 맞냐고. (열심히 일해온 정든 직장에서 내일모레 나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어이없고 억울함이 되살아나는 듯, 여러 동지들이 동시에 당시의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5. 계약직으로 근무시 노동조합 가입이나 결성 계획은 없었나요?
임금차이만 있을 뿐 정규직과 다르지 않다는 사측의 말에 열심히 회사생활하면 정규직이 될 줄 알았지 갑작스러운 해고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미처 몰랐던 것도 있고, 또 근무지가 전국으로 분산되어 있어서 판매계약직이 결집되기 어려운 조건이 있었죠. 그리고 정규직 노조에서는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여기지 않는지라 조합가입을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6. 해고자 투쟁단을 결성하게 된 이유는요?
열심히 일했는데 정규직이 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고된다는 게 너무 억울했어요. 해고된 후 막막해 하던 차에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의 간담회 제안이 있었는데요, 전국 곳곳에서 간담회에 참가하러 모인 판매계약직 해고자들이 간담회 이후에 뜻을 모아 투쟁단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7. 해고자 투쟁단이 결성된 후 사측의 태도는 어땠나요?
취업을 알선해주겠다는 등 개인작업이 있었고, 투쟁단을 결성한 뒤에는 고소고발, 정문봉쇄까지 시도하는 것 같았지만 정규직 노동조합도 있고 투쟁단도 열심히 하니 지금은 우리의 존재를 무시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네요.
8.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의 입장 및 투쟁지원 현황이 궁금합니다.
해고자 투쟁단 결성 후 정문 선전전 등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 가입을 하게 된 후로(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직은 노동조합 규약상으로만 조합원이죠) 투쟁단을 알리는 투쟁을 함께 했습니다. 천막농성 시작을 위해 천막도 함께 치고 그랬죠. 그러나 기아자동차 채용비리 사건으로 인한 집행부 사퇴 후 지금은 선거기간이라 딱히 계획은 없고 대의원이나 간부 및 여러 지지하는 현장활동가 동지들이 연대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9. 해고자 투쟁단이 사측에 요구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뭔가요?
원직복직과 정규직화입니다.
10. 현재 근무를 하고 있는 판매계약직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고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지 못하는 상황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수납업무를 보는 동안 지점장이 바로 등 뒤에 있는 상황에서 숨죽이고 일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몸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는 지지한다는 것은 느끼고 있어요.
11. 앞으로의 투쟁계획은요?
천막을 치면서 사측과의 관계가 팽팽해져서 당분간 출퇴근 선전전을 보류하고 있지만, 곧 재개하려 합니다. 교섭은 기아자동차 노조 선거 이후에 진행될 수 있겠죠. 현재는 연대투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어요.
12. 투쟁을 진행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동지들이 생긴 거죠. 지금 투쟁단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해고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광주, 부산 심지어 통영까지... 전국각지에서 모여들었죠. 8개월 짜리 아이를 둔 엄마에서부터 이번 달 27일로 결혼날짜를 잡아둔 예비신부까지... 각양각색인 우리들이, 투쟁단이 없었다면 어떻게 만날 수 있었겠어요. 나중에 동지회를 꾸려서 각자 삶터를 방문해가면서 팔도를 유람하자는 계획도 세워두었어요^^;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지금의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런 동지들이 생긴 것, 그것이 이번 투쟁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오히려 수수방관하는 입장이구요. 정말 현실은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3. 해고자 투쟁단의 각오를 들어보고 싶네요. 대단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연대하던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에 일이 생겨 조금 침체된 뜻했지만, 지날수록 투쟁의 주체인 저희들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오기도 생기고요. 저희는 해고자들이고, 그래서 원직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이 싸움은 우리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금 근무중인 동지들의 일이기도 합니다. 원직복직 이후에는 또다른 투쟁을 준비해야겠지요. 계약직이 정규직화되도록 싸워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더 계획을 세워 교육도 하고 투쟁도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연대단위를 비롯해 다른 노동운동 동지들에게는요, 같은 비정규직 문제라고 해도 그 안에 차이가 분명히 있는데 계약직문제는 크게 고민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계약직은 법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보다 예각화되어 제기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는 저희를 해고시키면서 기아에 불어닥칠 구조조정을 예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정규직 인원 감축과 계약직 해고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해고된 계약직의 빈자리를 감축된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어 메우는, 그리고 일정기간 후에 또다시 누군가는 해고되고 누군가는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자리를 메우는 비극을 더 이상 반복시키지 않기 위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기아자동차 판매지부 투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원직복직될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투쟁이 계약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사라지게 할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견2년 후 계약직으로 선별 전환되어 다시 계약해지된 기아 사무계약직 해고자 동지들의 경우는 노동법개악이 통과되면 숱하게 일어나게 될 전형적인 사례라는 점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아 사무계약직 해고자 투쟁단이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고 힘찬 투쟁을 예비하고 있는 모습에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희망을 찾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18명의 동지들이 계속 서로를 지탱해주면서 반드시 승리하기를, 열심히 일해온 노동자들의 삶을 일순간에 허무하게 만든 불안정노동의 문제에 맞서나가기를, 나이 어린 여자들이 싸워봤자 얼마나 가겠어라며 코웃음치는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를! 철폐연대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 글을 보는 독자들도 함께 하시길! 투쟁!!!
정정보도 합니다.
지난번 질라라비 2월호에 기아자동차 판매지부 사무계약직 동지들을 기아자동차 '영업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잘못 기재가 되어 정정합니다. 기아자동차 판매지부 사무계약직 동지들은 '영업직'이 아니라 '파견직'에서 계약직으로 선별 고용된 것입니다.
정확히 상황을 점검하지 못하고 실린 것에 대해 사과드리며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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