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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통신산업비정규노조 윤순재위원장을 만나고

:: 2006-07-28   조회: 1729



한국통신이 민영화되어 KT로 전환된지 3년,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는 한국통신 계약직 동지들의 투쟁 이후, 다시 통신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한국통신이 민영화된 이후 정규직이 해고된 자리에 채워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한 계약해지 철회와 정규직화 쟁취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번 호는 그 동지들이 살아가고 투쟁하면서 겪는 삶의 애환과 어려움,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서러움 등을 싣는다. 이 동지들의 삶의 문제는 이 땅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 보편적인 문제를 안고 힘차게 통신산업 비정규직 투쟁의 깃발을 올리고 있는 서울지역통신산업 비정규직 노동조합 위원장 윤순재 동지를, 민주노동당 관악갑지구당 사무실에서 만났다. 막 출근투쟁을 끝내고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끝낸 직후였다.


1. 늦겨울 꽃샘추위에 투쟁하느라 고생이 많습니다. 서울지역통신산업 노동조합 투쟁 경과와 상황 등은 지난 2월호에 나갔기 때문에 오늘은 동지들의 인간적이고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일단 간략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 전화국 일을 한 건 2002년 2월에 시작을 했고, 관악전화국에서 일을 한 건 2003년 1월에 일을 했습니다. 나이는 34살입니다.


2. 한국통신이 민영화된 이후 정규직이 해고되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이 채웠다고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회선단가제를 도입하여 노동강도도 강화되고 임금도 삭감될 것이라고 하는데 현재 KT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어떻고 업무는 무엇을 하는지, 민영화된 이전과 현재 다른 것은 무엇인지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명예퇴직한 노동자들이 지금은 전화 고장수리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대략 전화국에 4-6명 정도 있다고 보면 무방하실 겁니다. 업무는 인터넷, 전화 가설 및 A/S를 하며 전화국마다 지역적 편차가 있어서 상황은 다르겠지만 격주휴일근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주에 한번 쉽니다. 그리고 토요일은 평일과 같이 8시간 일합니다. 임금은 작년에 비해 30-40%정도 줄었다고 보시면 무방할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전화국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취직하기 위해 상당수 전화국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전화국 안에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다른 직종으로 전직하기 위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엔 한 지역에 자신의 고유업무 한가지만 했는데 지금은 두 가지 업무를 같이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치 않으면 일을 그만두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습니다. 식대, 오토바이 기름값 및 수리비, PDA통화요금 본인부담, 그리고 시간외 수당 및 휴일근무수당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위의 전체금액을 월급제로 주고 있습니다. 전화국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다 합쳐서 140-180만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3. 그러한 노동조건에서 노동하는 심정은 어떠했나요? 이 심정이 투쟁을 결심하게 된 동기이기도 할 텐데요?

저희가 하는 일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시간내에 일을 하지 못하면 피가 마릅니다. 각각 고객의 집에 찾아가고, 고객응대하고 그리고 시간안에 업무를 마무리해야 다음 고객집으로 갈 수 있으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인지 집에 있으면 어디 움직이기도 싫고 그냥 방에 쳐박혀 있는게 제일 좋은 휴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생각은 작년 중순부터 생각하고 있었고, 올해 회선단가제로 도급현장내 구조조정이 된다는 것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현장에 구조조정이  다 된 다음에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은 더욱 힘들거란 판단에 결의로써 설립한 것입니다.


4. 휴일근무수당을 요구하자 회사가 계약해지를 했고 투쟁하던 동지들에 대한 분열책동을 자행하여 16명에서 현재 4명이 투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지들의 어려움과 애환이 있었을텐데요?

노동조합의 힘이 약하고, 실제로 블랙리스트 소문이 서울 남부지역에 퍼지면서 일부 노동자들이 이탈했어요. 집회에 나가서 얼굴이라도 알려지게 되면 전화국 내에서 근무하기 힘들기 때문에, 간부들만 남고 나머지는 다시 현장으로 복귀시켰습니다. 투쟁의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부족한가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젠 차근차근 장기적 안목에서 제대로된 노동조합을 강화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며 투쟁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조합을 지지하고 우호적인 사람들, 조합원들, 조합에 생각이 없는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현장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계약해지를 당하자 노동조합 간부에게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조합에 생각이 없었던 동지들이 해고되고 나서 조합의 투쟁으로 인해 복직되었지만 조합에서 돌아선 게 씁쓸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그 사람들을 끌고 가기가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현장에서 블랙리스트가 돈다는 말이 들려오면서 흔들리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반은 남았고, 반은 현장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조직적 복귀로서의 성과는 있습니다.


5.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서울지역통신산업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 현재 조합간부인 초동주체 4인이 먼저 선도적으로 조합 결성에 나섰다고 알고 있는데 노조 결성과정에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혹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즐거웠던 점도 있었나요?

결성과정에서 힘들었던 것은 우리의 결단이 과연 정답일까라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이란 것이 장시간의 대중적 토대 속에서 만들어져야 하는데, 실제 비정규직이 그것을 준비하고 노동조합을 설립하기란 지금의 한국사회와 전화국의 현장 상황을 봤을 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힘들 거란 생각을 한 것입니다. 또한 노조의 결성은 그만큼의 사명과 책임감이 주어지기에 최소 1년 이상은 적극적으로 투쟁할 것을 서로간 확인하고 결성한 것입니다.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실천한 만큼 노조가 강화될거라 생각합니다.


6. 투쟁하면서 계약해지된 상황이라 생계문제도 대단히 심각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문제가 회사의 분열책동과 맞물려 같이 싸우던 동지들이 투쟁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으로도 보이는데 많은 부담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네^^


7. 가족들은 동지들의 투쟁에 대해 어떠한 반응인가요?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이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이지요. 누구나 다 이런 문제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으니깐요. 저도 많이 어려운 편에 속하네요. 부모님은 아직 제가 투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십니다. 과거에 전력(^^)이 있어서 아시면 안 됩니다.


8. 한겨울 칼바람 속에서 힘겹게 투쟁하면서도 항상 즐거우셨던 것 같은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나요?

일단은 사명감이고, KT의 도급 노동자들도 이런 악천후 속에서 일을 하니 당연히 그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이 기본으로 전제되어 있으니깐요.


9. 여기저기 투쟁의 현장에는 언제나 보이셨던 것 같습니다. 힘겨운 계약해지 철회 투쟁 가운데서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위해 투쟁하는 현장에 많이 연대하시는데 그 투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도 있으면 좀... 다른 동지들에게도 그 노하우를 전수하심이...

우리는 이제 시작했을 따름입니다. 투쟁력이라기보단 비정규노동자들이 일하는 만큼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입니다. 우리는 사측으로부터 많은 것을 뺏겼습니다. 임금, 여가시간,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심리적 여유를 빼앗겼습니다. 피와 땀 청춘을 뺐긴 것이며 인생을 뺏긴 것입니다.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존권을 찾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인간이기 위한 선언입니다. 그러한 길의 시작은 바로 노동조합으로 뭉쳐서 투쟁하는 것이고, 거기에 우리는 간부이기에 더욱 열심히 해야겠죠.  


10. 현재 4인이 매일 출근투쟁을 하고 계신데 단촐하면서도 서로간의 친화력과 동지애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떠세요?

약속은 다 지킨다. 결정된 건 다 이행한다. 그런데 체력이 많이 부치네요. 매일 오전에 모여 같이 집회하니까 동지애가 돈독해집니다. 사무국장 동지의 경우 처음에는 발언 때문에 고전했는데 현재는 짧게 하라고 해도 7분에서 10분씩 합니다. 많이 세련되었지요. 예전에는 발언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집회 계속하면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피곤하지만 다 시간을 잘 지키면서 꾸준히 집회를 사수하는 것을 보면 소소한지 몰라도 서로간의 신뢰가 쌓입니다.


11. 마지막으로 투쟁하기 전과 투쟁을 하고 있는 지금, 자기 삶에 있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혹은 투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요?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더 담담해지는 것 같습니다. 장기전을 예상하고 있고, 그래서 그 전보다 더 근검절약하려
고 합니다. 담배도 끊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것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언할 때랑, 주변 사람이 변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12.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대하겠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스개소리로 3년은 고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항상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지치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당장의 성과만 바라보면 답이 없습니다. 길게 보고 몇 년 걸린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하려고 합니다. 저변에서부터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소모임과 주체를 세우고 모임을 계속 만들려고 합니다.
노조가 결성되었고 이 노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투쟁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래 걸릴 것 같지만 열심히 해야겠죠.^^
편집국 | 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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