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법 개악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자. 2001년 5월 31일 노사정위원회는 ‘비정규직근로자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의결하며, 여기서 그들은 ‘노동유연화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비정규직 보호라는 그들의 원칙을 천명하였다. 이에 민주노총과 불안정노동철폐연대를 비롯한 ‘비정규직 철폐 100만 서명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정규직화, 차별철폐의 기조와 파견법 철폐와 직접고용 보장,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영세소기업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및 사회보험 전면적용, 복수노조 금지 철폐 및 비정규노동자 노동3권 보장의 핵심 요구를 채택하였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2004년 9월 10일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미명 하에 ‘파견 허용 업무의 확대(사실상 전면 확대)’ ‘파견기간 연장’ ‘기간제 노동의 확산’ 등의 내용이 담긴 개악법안을 제출하였다. 정부 개악안에 반대해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들이 열린우리당사 점거 농성에 들어갔고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9월 21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의, 총파업 결의로 화답한다.
1. 자본의 논리와 운동이라는 측면에서의 정세인식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두 계급의 주장을 큰 맥락에서 짚어 보면,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의한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노무현 정권의 정책을 단순히 정책의 차원을 넘어서는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제국주의의 일시적 정책이나 미국의 의도와 관철이 아니라 자본의 운동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70년대 말, 80년대 초 자본주의는 독점자본의 위기로 나타나며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내에서 떨어지는 이윤율을 극복하기 위한 자본의 발악으로 비롯된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다. 자본주의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화라는 슬로건으로 무장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본질은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복지국가의 후퇴, 일본에서는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당면 정세의 본질은,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특히 구조적으로 허약해진 한국 민중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를 핵심으로 하는 총자본의 공세에 맞서 구조조정반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운 총노동의 전선이 형성하고 전투를 진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화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거대한 산업예비군을 만들어 노동시장을 장악하려는 자본의 음모다. 한국에서도 이미 90년대에 총액임금제니, 변형근로제니, 파견근로제니 하면서 진행되어온 자본의 생존 전략이다. 한국이란 개별 국가에서 자본의 대표인 노무현 정권이 내세우는 구조조정, 비정규직은 본질상 전 세계적으로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의 논리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2. 전체 노동자계급의 관점에서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바라보자
군사독재라는 극우 파시즘의 호위 속에서 자본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노동조합마저도 탄압하면서 배를 불려오다가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많은 것을 빼앗겼다. 전 세계가 놀랄 만큼 한국 노동운동의 전투성은 대단했으며, 다국적기업들이 진출의 조건으로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내세우게 될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 노동운동은 어땠는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60%를 한참 넘어서고 있지만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자 내부에서 상대적으로 고용, 임금, 노동조건, 삶 등이 정규직에 비해 열악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파견직, 사내하청, 용역, 파트타임, 특수고용으로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된 고통의 핵심은 고용불안 문제 때문에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직적인 저항을 원천봉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광범위한 존재는 결과적으로 실업자, 반실업자 집단과 함께 정규직 노동운동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파업을 해서 요구조건을 따내려고 하는데, 파업을 해도 공장은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어 가동되고 정규직의 파업은 무력화된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을 무력화시킨 비정규직에 대해 적대감이 생기고, 그것은 노노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자본은 일석이조, 어부지리로 비정규직을 통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과 근로조건으로 이윤을 극대화한다.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계급을 포괄하고 있지 못한 조건에서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려고 할 때,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가 다수인 사업장에서 정규직만으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도 없고, 조직한다고 해도 그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래서 미조직 사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에서 출발해야한다. 또한, 현장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국인 노동자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비정규직에게 시키고, 정규직들은 특권의식에 사로 잡혀서 노동자계급은 하나라는 대의를 점점 망각해 가고 있다. 현재의 기득권 중심의 노동운동과 이것에 기반한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보여주는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모습과 함께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이념상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운동의 전개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내의 건강한 흐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고, 실천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내지 비정규직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처지에 있으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재의 조건이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과 연대하여 노동자계급의 대의로 뭉쳐서 투쟁해야 한다. 여기서 있을 수 있는 역편향으로 정규직과 민주노총에 대한 실망과 섭섭함이 쌓여서 생길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운동 활동가들의 배타성과 정규직과 연대를 포기하거나, 별도의 산별로 나아가려는 흐름들은 경계해야 한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토론과 설득, 교육을 통해서 정규직 노동운동과 함께 나아가려는 건강한 흐름들이 비정규 노동운동의 대세가 되어야 하고, 대세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당면 슬로건은 비정규직 차별철폐가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 파견법 철폐 쟁취임이 분명하다. 정규직화가 되면 비정규직 노동운동은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규직 노동운동이 걸어온 노동자계급의 대의, 노동해방의 기치를 들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국경과 산업, 업종, 취업 형태를 떠나서 노동자계급은 하나다. 노동해방의 그날까지 단결해야한다.
3. 총파업을 대중파업으로!
노무현 정권과 자본은 한 치의 틈도 주지 않고 노동자계급을 공격하고 있으며 이미 계속된 승리 속에서 자신감에 충만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유연화’ ‘노조무력화’를 위한 노사관계로드맵이라는 법, 제도의 완성이라는 대결전을 앞두고 ‘파견제’ ‘기간제’를 골간으로 하는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하며 전초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 노동자계급은 비정규직운동을 정규직 노동운동과 분리된 부문운동으로 바라보거나 산별과 정치세력화 이후에 풀어야 될 부차적인 문제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운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체 노동자계급의 단결로 풀어나가야 하는 현재 계급투쟁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주요한 문제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이 결의되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하나 되어 투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경험을 통해 민주노조운동이 걸어온 더럽고 추악한 모습과 만난다. 양보와 타협을 통해 자라난 실리주의, 개량주의, 협조주의는 민주적이고 전투적이라고 뽑은 집행부에서 조차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조정 싸움에서 배신하고 양보한 경험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87년도 노동자대투쟁을 또한 경험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때와 다름없이, 아니 그것을 뛰어 넘는 전투성과 계급의식으로 협조주의, 실리주의, 개량주의, 기회주의 세력들을 폭로했다. 이제 우리 노동계급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이 세계의 주인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계급과 운동세력은 총 단결하여 25일 총파업 투표에서 가결을 결의하자.
또한, 이번 총파업이 인위적 하루파업, 4시간 파업, 간부파업, 부분파업으로 ‘만들어’ 지거나 멋대로 ‘결정’ 되고 ‘선전’ 되어지게 만들지 말자. 협조주의, 실리주의, 개량주의, 기회주의 집행부들은 ‘현실 역량의 부재’를 지적하며 적당한 감언이설로 노동자계급을 속이고 특히, 비정규노동자들의 요구를 개량주의적인 요구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 엄중한 계급적 정세를 흐리며 민주노동당을 통한 입법 청원과 자본과 정권에 구걸하는 교섭으로 일관하며 노동자계급의 대의를 저버릴 것이다. 이제, 우리 노동자계급은 더 이상 비겁한 관료주의적 발상을 방치해도, 묵과하여도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전면에 나서고 당당하게 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며 공동행동으로 나아가자. 현실적으로 총파업 분위기가 각 현장에서 불꽃같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각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만나고 토론하면서 총파업 투쟁전선에 모든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선전선동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의로써 개량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지도부의 결단을 요구하자. 이번 한 번의 총파업으로 모든 모순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경험과 성과의 축적을 통한 공동행동으로 연대의식을 살려내고, 개량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집행부를 현장에서 몰아내는 단초는 분명히 제공될 것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넘어 전국적으로 활동가들을 조직하고 묶자. 뿐만 아니라 계급적 요구로서 상시적 투쟁(비정규직을 일반적 고용형태로 만들려는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투쟁)을 벌여 무자비한 자본의 공세 앞에서 흔들리는 협조주의, 실리주의, 개량주의, 기회주의적인 세력을 척결하여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올바른 길로 나아가자.
이제 총파업으로 노동자계급의 정치투쟁의 조건을 창출할 수 있으며, 총파업은 노동계급의 정치적 권리를 위한 가장 힘있는 투쟁의 무기가 될 것이다. 총파업은 우리의 정치적 주장을, 우리의 생존권을 지키는 역사적 필연성을 갖는 대중파업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계급이여! 우리가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있는가? 대한민국 노동자계급의 70% 가까이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아예 직장 한 번 가져보지 못한 청년실업자, 실업, 반실업 상태의 거대한 산업예비군은 또 얼마인가? 이들 중 또 신용불량자라 불리는 자본주의 신용의 덫에 걸린 노동자계급은 얼마인가?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희망도 상실한 상황에서 우리의 정치적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것은 조직화된 대중파업뿐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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