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부터 3일간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이하 ?빈곤사회연대?)는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삼보일배 투쟁을 하였다. 삼보일배 투쟁단에서 나눠주는 명함 크기의 쪽지를 받아보니 ?최저생계비는 껌값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뒷면을 보니 진짜 껌 한 개가 붙어 있다. 이것만큼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으니 10원짜리 껌 한 개가 정말 큰 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저생계비는 아직도 대중들에게 낯선 개념이다. 최저임금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활보호제도랑 뭐가 다른지 헛갈리기도 한다. 3년마다 최저생계비가 결정되고 올해 12월 1일이 최저생계비 공표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정치인, 제도권 언론조차 입만 열면 빈곤문제 해결을 운운하는데 비해 운동진영이 빈곤문제에 쏟는 관심과 열정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대중의 빈곤화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빈곤사회연대의 투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래는 빈곤사회연대 유의선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습니까.
33개의 실업, 노숙, 장애, 노동 단체들이 모여서 만든 연대체이고 아직 준비위원회 상태입니다. 2001년 최옥란 열사의 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을 계기로 해서 ?기초법연석회의?가 구성되어 2년간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문제로만 좁히지 않고 빈곤 문제 전반에 대해 대응하자는 취지로 2004년 3월 빈곤사회연대로 전환하였습니다.
* 빈곤 문제를 말하면 흔히 ?소녀 가장?, ?병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어린이? 등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즉, 가난이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의 집단에게만 관련된 특수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게으르거나 생활능력이 없는 사람들만의 문제로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가난은 근로능력이 없거나 떨어지는 노인, 소녀/소년, 환자의 문제로 치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빈곤은 일하면서도 점점 더 가난해지는 상황, 즉 ?근로빈곤층?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최저생계비(2인가구 60만 9,842원, 4인 가구 105만 5,090원) 미만의 빈곤가구를 최소 500만(정부추산)에서 800만까지로 보고 있는데 이는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절대빈곤을 경험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빈곤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가난하다고 인정하는 것 자체가 ?나는 무능력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돼버리는 사회 인식이 있다 보니, 노동자들도 계속적으로 빈곤화되고 있음에도 자신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바라보는 게 아닐까요.
*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근로능력이 없거나 떨어지는 일부만을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기존의 생활보호법이 어떻게 다른 제도인지 설명해주세요.
- 우선, 생활보호법이 ꡐ보호ꡑ라는 시혜적인 관점에서 미성년자, 노인, 장애인 등을 보호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기초법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인 사람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ꡐ권리ꡑ가 있다고 수급권을 정의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8세 미만 65세 이상,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만 지급되던 것이 나이, 노동능력 유무와 상관없이 보충급여 형태로 지급되지요. 이렇게 생계급여를 받을 ꡐ권리ꡑ를 규정한 것은, 빈곤이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고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음을 법적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 제 주 수입원인 철폐연대 상근비는 최저생계비 미만입니다. 이론상 저도 기초법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군요. 일정 소득 미만이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준다는 법이 한국에 도입되다니 놀랍네요. 그렇다면 기초법은 매우 좋은 법이 아닌가요?
- 법의 취지는 훌륭하지만 이 법이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제도와 함께 전격 시행되면서 많은 부분 타협과 굴곡을 겪었습니다. 그 결과 부양의무자 기준, 조건부 수급조항 등과 같은 독소조항이 들어가면서 기초법의 정신이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생계급여를 받아야 할 처지인데도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서일 겁니다. 집 나간 지 오래된 남편이라도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급자격을 박탈당합니다. 기초법에는 국가의 책임을 명시했음에도 가족에게 1차적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지요.
조건부 수급조항은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조건을 부과하여 생계급여를 지급하는 것인데, 이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예산을 이유로 수급자 규모를 줄이려는 정부에게 조건부 수급조항도 좋은 핑계가 됩니다. 실제로는 근로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수급권을 박탈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노동시장에서 노동하는 사람의 경우엔 실제소득보다 더 높게 소득을 추정해서 생계급여를 삭감하기도 합니다.
* 법제정 취지는 혁신적이나 법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군요. 기존의 생활보호법에 비해 기초법 적용대상자가 늘어나기는 한건가요?
- 2000년 10월 156만 명이 수급권을 보장받았는데, 이는 97년 경제위기 당시 생활보호대상자와 자활보호대상자를 합친 인원보다 적은 규모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수급자는 계속 줄어서 2003년 134만 명까지 줄어들었고 2004년엔 140만에 불과합니다. 빈곤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음에도 수급자수가 줄어드는 것은 낮은 최저생계비와 엄격한 기준으로 인하여 대다수의 빈곤층이 탈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최근 발표한 ꡐ일하는 빈곤층 대책ꡑ 등을 보면 빈곤 문제에 있어 정부가 운동진영보다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빈곤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빈곤 문제는 소수의 빈민만이 따로 투쟁할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자, 농민, 빈민 모두의 문제인데 아직까지 빈곤의 문제를 전사회의 문제로 함께 제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빈곤운동을 할 주체 역시 형성되지 않아 광범위한 투쟁과 대중사업을 벌이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최저생계비 현실화는 빈곤해결을 위한 과제 중 하나일 뿐입니다. 빈곤 해결 방안이라기보다는 기본적인 생계보장으로서 성격이 강하지요. 전방위적으로 빈곤을 양산하는 불안정한 노동과 저임금 구조에 대한 전체 운동의 연대와 대응이 필요합니다. 비정규노동법 개악, ꡐ일을 통한 빈곤탈출방안ꡑ을 노동을 통한 빈곤 관리전략이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 따로 빈곤의 문제 따로 인식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기에는 빈민과는 다른 ꡐ노동자ꡑ라는 특권의식, 개인의 무능력이 가난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있겠지요. 빈민운동 주체, 노동운동 주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인식을 극복하고 빈곤문제, 노동 문제를 함께 인식할 때 정부의 일자리 창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대응하게 되지 않을까요.
* 3보1배라는 쉽지 않은 투쟁을 하셨는데요. 이 투쟁을 결의하게 된 계기와 목표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 올해는 최저생계비를 5년 만에 계측해서 발표하는 해이고 기초법 개정안도 국회에 올라가 있는 만큼 강력한 투쟁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서 정말 부족한 역량이긴 하나 최저생계비와 빈곤의 문제를 최대한 알려낼 수 있는 계기로 삼보일배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최저생계비를 1˜2만원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빈곤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바꿔내고 인간다운 생활의 기준인 최저생계비를 우리의 권리로 요구하는 것이 이번 투쟁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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